마이애미의 최근 상승세와 클리블랜드의 윙맨 스몰라인업
클블의 동부 독주체제를 제어할 팀이 있을까가 많은 팬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시즌입니다. 수비자원들을 대거 보강한 토론토는 라우리가 빠지며 전력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졌고, 보스턴의 트레이드 데드라인 패스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네요(그럼에도 브래들리를 트레이드하지 않아 마음을 놓습니다).
마이애미의 경기력이 부쩍 눈에 띄는 요즘입니다. 13연승 후 경기력의 기복이 좀 있는 게 걸리기는 하지만, 누가 주전인지 벤치인지 분간이 힘든 더블스쿼드 체제는 단연 압권인 팀이라 할 만합니다.
마이애미의 4핸들러 체제
이 팀의 상승세를 특징짓는 요소 중 하나는 4핸들러 체제입니다. 클러치타임 라인업을 보면, 드라기치 - 타일러 존슨 – 웨이터스 – 제임스 존슨 – 화이트사이드. 사실상 가드 3명에 가드급 포인트포워드 1명이 배치된 라인업이라 할 수 있죠. 제임스 존슨은 운동능력이 탁월하고, 볼핸들링이 유려하며 패싱력이 최상급에 있는 4번 자원입니다. 스크리너와 핸들러 사이를 한 포제션에서도 유려하게 오가면서 볼과 볼을 매개하다 보니, 마이애미는 어디에서도 유의미한 볼전개와 공격 임팩트를 낳는 팀이 되어 가는 것 같네요.
(마이애미나 댈러스의 경기에서 흔히 보게 되는 멀티 픽앤롤. 한번 흔들고, 밖으로 뺀 후 다시 흔들면서 좌우 수비가 흔들리는 공간을 보면서 공격수들이 볼을 주고받고 있네요. 영상으로 만든 자료가 없다 보니, 다소 아쉬운 장면이지만 참고 차원에서 공유합니다. 볼 전개 시 약간의 헤지테이션이 있고, 위크사이드에서 제임스 존슨이 애매해진 부분은 아쉽네요.)
제임스 존슨처럼 윙맨의 운동능력과 빅맨의 피지컬을 갖춘 자원들은 2대2 게임에서 미스매치 유발도 보다 쉽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이 빠르기에 스크린을 적시에 걸면서 핸들러 수비수를 끌어내는 동작이 원만하고, 수비수를 끌어낸 후 외곽이나 엘보우에서부터 직접 일대일을 전개할 능력이 되기 때문이죠. 유사한 버전의 미스매치 공략형 공격수가 댈러스의 해리슨 반즈인데, 마이애미와 댈러스는 흥미롭게도 3가드 체제를 즐기는 대표적인 팀들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제임스 존슨은 수비력도 좋아 보이고, 함께 짝을 이루는 타일러 존슨 역시 수비에너지 레벨이 눈에 띄는 선수입니다. 화이트사이드의 골밑 수비까지 곁들여지면 사실 플옵 턱걸이 전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경기력이 좋기도 하죠. 다만 의구심이 드는 점은 팀의 위기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단 한명의 에이스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물음표가 남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확실한 스코어러가 없다는 점, 경기가 안 풀리거나 혼란기에 사태를 해결해줄 선수가 없어 보인다는 점 역시 걸리는 부분입니다(최근 경기들을 보지 못해 판단은 못하고 있지만, 경기 기복이 나타나는 구체적인 이유 역시 개인적으로 아직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팀의 최근 엄청난 상승세가 어디까지 유효한가를 평가할 흥미로운 대결이 내일 펼쳐집니다. 상대는 리그 최강팀 클리블랜드. 잠시 클리블랜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윙맨 스몰라인업
어느 분의 글 중에 클블의 시스템은 르브론 그 자체다라는 평가를 본 바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이라 생각하고, 이는 최근 르브론의 혹사와도 깊게 연루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골스의 농구는 커리와 듀란트가 있지만, 사실 기본적으로는 스티브 커의 농구입니다. 휴스턴은 하든에 대한 의존도가 아무리 높다고 하지만 하든을 잘 활용하는 댄토니-모리의 농구이지 하든의 농구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본 바 없습니다. 시즌 트리플더블에 도전하는 웨스트브룩의 오클 역시 선수 구성 면면을 보면 빌리 도노반의 농구 색깔이 뚜렷합니다. 웨스트브룩에 대한 의존도가 아무리 극단적이어도 그랜트, 깁슨 등의 허슬형 플레이어의 영입, 로버슨과 칸터의 활용방식 등 팀의 컨셉은 온전히 빌리 도노반의 농구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도노반의 농구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다뤄보고 싶습니다).
반면, 클블은 르브론의 팀이지 터런 루의 팀이라는 평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수 구성 면면이 이미 마이애미 빅3기를 카피한 느낌입니다. 아이솔레이션이 되는 가드(웨이드/어빙), 3점 머신(알렌/제이알), 허슬형 빅맨(버드맨/트탐), 스트레치 4번(보쉬/러브), 스킬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운동량이 많은 포인트가드(찰머스/델라). 최근 영입한 코버는 제이알을, 데릭 윌리엄스는 제퍼슨을 리모델링한 영입으로 보입니다.
클블이 추구하는 농구는 빅3기 마이애미와 마찬가지로 스몰라인업입니다. 가드진에 수비에이스 한 명을 두고(웨이드/셤퍼트), 2선에서 르브론이 역동적인 운동량으로 헬프디펜스를 가는 수비이고, 이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수비는 르브론이 아니라 웨이드나 셤퍼트/제퍼슨 등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실한 3점 슈터와 최고의 패서가 있기 때문에 패서와 슈터 사이의 빈 공간을 자르고 들어가거나 수비진을 미끼로 유인할 오프볼무브 특화형 롤플레이어의 영입은 필수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경기를 보면 트탐과 제퍼슨, 셤퍼트, 데릭 윌리엄스 등이 이러한 동선에 잘 훈련된 선수들이기도 하죠.
(화면 상단에서 코너 스플릿 액션을 미끼로 주고, 위크사이드에서 셤퍼트가 코버에게 플레어 스크린을 걸어주는 옵션입니다. 르브론이 엘보우나 하이포스트 등에서 볼을 잡을 때 이렇게 좌우, 앞뒤로 공격의 멀티옵션이 가동되는데, 사실상 클블의 오펜스는 르브론을 제외한 토탈배스킷볼 형태의 모션오펜스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빅맨진의 사이즈는 떨어지다 보니, 로우포스트에 온전히 볼이 투입되는 것을 막는 강도 높은 트랩형 수비가 필요해졌고, 이 때문에도 수비의 축은 빅맨이 아니라 운동량이 받쳐주는 윙맨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장 제퍼슨과 미래가 불확실해 보였던 데릭 윌리엄스가 클블에서 유효한 카드인 이유이고, 셤퍼트와 리긴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스몰라인업 기반의 모션오펜스는 기본적으로 1선 압박이 강한 클블 형태의 윙맨 수비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높은 수비에너지레벨이 공격공간을 잠식할 때 외곽 기반의 모션오펜스는 내외곽의 유의미한 패스 인앤아웃을 차단당한 채 외곽에서 죽은 볼처리를 강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죽은 3점을 던지거나 아이솔레이션을 강제당함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6127&sca=&sfl=mb_id%2C1&stx=louisekarl79). 수비 자체가 고위험도 형태라서 그런지 클블은 패할 때는 쉽게 붕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집중력이 살아날 때는 상대 공격진의 숨통을 조이는 탁월한 수비팀이기도 합니다. 골스에 대한 2차전 가비지 패배가 큰 의미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1차전 클러치 승리를 2차전 가비지 패의 이면으로 봐야 할 근거이기도 합니다.
마이애미 빅3를 파괴한 팀은 2014년의 스퍼즈였고, 당시 스퍼즈는 파커-마누의 외곽 핸들러와 골밑 포인트빅맨의 조화가 탁월했던 팀이었습니다. 외곽에서 한번 흔들고, 내곽에서 다시 반템포 빠르게 패스게임을 돌리면서 수비수들의 운동량에 기반했던 마이애미의 수비진을 무너뜨린 바 있습니다. 빅맨들의 볼터치가 간결하면서도 빅맨들 간의 하이로우 게임이 좋고, 가드진과의 연계 플레이 역시 탁월했기에 수비트랩에 걸리는 일이 별로 없기도 했죠.
아무리 운동능력이 좋아도 공보다 발이 빠를 수는 없었고, 발보다 빠르게 볼을 돌리기 위해서는 외곽에서든 내곽에서든 끊임없이 수비진을 흔들 공격자원들이 필요했습니다(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발이 느려진 마이애미는 원사이드하게 패합니다).
던컨과 디아우가 외곽진들과 더불어 포스트에서도 수비진의 숨을 끊임없이 조인 부분은 당시에 탁월한 승부 포인트였습니다. 가드전성 시대에 가드진의 수비균열능력이 없는 팀은 별로 없죠. 문제는 빅맨이고, 볼 전개에서 빅맨이 매개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패스 동선이 좌우로 유의미하게 퍼지기 힘들어진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빅맨의 매개가 약한 휴스턴의 올시즌 오펜스 특징 중 하나는 코너 3점 빈도의 축소입니다.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65794&sca=&sfl=mb_id%2C1&stx=louisekarl79). 4번 빅맨의 올라운드형 역할이 다시금 조명받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농구에 해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지컬적인 면은 떨어졌겠으나) 기량이 여전히 절정에 있는 르브론을 리그 트렌드인 스몰라인업 가드 중심 농구로 무너뜨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크게 회의적입니다.
아무튼 수비전력을 크게 보강한 토론토도 흥미로운 팀이고, 브래들리와 스마트의 수비력이 하늘을 뚫는 보스턴 역시 매력적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팀이 마이애미가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인 주요 관전포인트는 제임스 존슨의 활용입니다. 이 다재다능한 4번을 세 명의 가드들 사이에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내게 하는 것일까요? 보리스 디아우에게서 공격과 수비 모두를 업그레이드한 듯한(그러나 기복이 크기도 한) 이 선수가 최강팀과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됩니다.
히트 경우는 제가 히트 경기를 별로 본적도 없고 잘 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