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는군요.
스티븐 잭슨, 데론 윌리엄스, 드와이트 하워드...
이 선수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시즌 도중에 감독 짜른 선수들입니다.
전 시즌까지 무난하게 팀을 잘 이끌었던 감독들을 말이죠.
그 피해자는 무려,
래리 브라운, 제리 슬로언, 스탠 밴 건디.
공교롭게도 모두 명장 반열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전 위 세 선수의 '만행'이 현재 NBA 내에서
감독의 현실이 어떤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얼마전에 NCAA 스타감독 존 칼리파리가,
10년 120밀 계약아니면 NBA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어이없어 하는 반응들이 많았는데요,
전 이해가 가더군요.
그는 자기가 계약기간 10년에 120밀 짜리 감독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 판에서 제대로 된 감독질을 할 수 없다고 본 거죠.
120밀이란 숫자...왠만한 에이스급 선수의 맥시멈 몸값입니다.
감독에게 그 정도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제2의 래리 브라운, 제리 슬로언, 스탠 밴 건디가 나올 수 있는게,
바로 지금의 NBA입니다.
지금 NBA에 위 세 감독과 비슷한 급의 감독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그렉 포포비치, 릭 칼라일, 스탠 밴 건디, 닥 리버스 빼곤 떠오르지가 않네요.
베테랑인 바이런 스캇 정도 추가하고 나면,
나머지는 죄다 초짜감독들 투성이죠.
초짜 감독들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스티브 커, 스포엘스트라, 보겔, 스티븐스, 티보듀, 마크 잭슨, 몬티 윌리엄스...
좋은 감독들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도 몇 배수가 되는 초짜감독들이,
임시감독, 단기 알바 딱지 붙이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는게 현재 NBA죠.
연봉, 대우 모두 팀 내 스타플레이어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냥 속된 말로 한 번 긁어보는 로또, 바지사장이죠.
물론,
농구라는 스포츠는 선수가 뛰는 스포츠입니다.
결국에는 선수의 힘이 감독의 힘보다 쎌 수 밖에 없죠.
선수가 못하면 감독은 모가지니까요.
하지만,
지금처럼 감독이 형식화 허수아비화 되버린 NBA에서,
감독을 계속 선임하고 명장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건,
결국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좁게는 경기 작전지시를 비롯해 선수단 운영, 관리 측면부터,
넓게는 팀의 중장기적 플랜 수립까지.
감독은 비유를 하자면 선수단의 외장 CPU이자 메인보드 입니다.
감독의 영역은 팀이 잘나갈 때는 드러나지 않지만,
팀이 위기에 빠지거나 하향세를 탈 때 부각됩니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선수들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할 사람인거죠.
그리고 대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 바로 경질되는 사람이기도 한거구요.
그런데 지금 감독들에게 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기한이 너무 짧아요.
성패에 대한 판단이 너무나도 성급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탈권위행보는,
이미 전과가 많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때 대표팀 감독인 래리 브라운에게 항명했다던가,
드림팀 코치K의 권위를 침범했다던가,
지난 시즌 블랫 감독 상대로 'i scratched it'까지.
르브론이 이미 감독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건,
마크 스테인이나 워즈가 작성한 기사만보더라도 자명하죠.
감독 위에 GM이 있고 사장이 있는데,
르브론은 감독 위의 GM영역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침범했습니다.
트리스탄 톰슨과 계약을 맺어라,
케빈 러브를 데려와라,
이 밖에 자기 사단 선수(제임스 존스, 마이크 밀러)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챙기기까지.
자신이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아는 이 비지니스맨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관한 것이라면,
일체의 양보가 없는 무소불위의 독재자죠.
지금 누가 그의 폭주를 컨트롤 할 수 있나요?
그리고 그 리스크에 대한 헷지는요?
이렇게 감독, GM급의 파워를 가진 선수들이 많아지는 건,
결코 NBA에서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팀 내 기본 위계질서가 에이스 한 두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팀은 자연스럽게 그 선수의 팀이 되버리는 것이고,
전적으로 그 선수의 역량에 의존하는 팀이 되어버립니다.
고유한 팀 컬러, 철학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게 되죠.
결정적으로 르브론 처럼 자기 팀을 만들어놓고,
다른 팀으로 도망치게 될 경우에는,
그 남겨진 자들ㅡ심지어 팬들까지도ㅡ은 그 후유증 속에서 고통 받게 됩니다.
스티븐 잭슨이 망가뜨린 샬럿,
데론 윌리암스가 망가뜨린 유타,
드와잇 하워드가 망가뜨린 올란도,
거기에,
르브론 제임스가 망가뜨린 클리블랜드 그리고 마이애미.
이 팀들은 그 감독들과 선수들이 사라지고 나자마자,
일순간에 팀 컬러도 철학도 미래도 모두 증발해버렸습니다.
'전통'과 '단결'이라는 말 대신에,
'이합집산'과 족보도 없는 '로또식 탤런트 농구'가 범람하는겁니다.
정 해보다가 안 되면 파리 목숨 감독 갈아치우고,
또 안 되면 선수 트레이드로 반전을 꾀해보고,
정말 안 되면 탱킹해서 로터리나 긁어보자.
이렇게 인내심 결핍으로 가득찬 풍토에서,
어떤 GM이, 어떤 감독이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인내와 애정 혹은 깊은 이해와 비판 없이,
비난 일변도로 냄비처럼 타오르는 여론과 자극적인 소스만을 다루는 미디어,
과도한 수준의 선수에 대한 스포트라이트와 옹호,
그 반대급부로 행해지는 감독에 대한 만물책임론,
이 판 안팎으로 만연한 단기 성적에 대한 조급증까지...
선수 스스로가 반성하고 팀 차원의 변화로 반전시킬 기회조차 없이,
선수보다 싸게 먹힌 다는 이유로,
애꿎은 장수들의 모가지를 쳐내기로 책임면피하는 프랜차이즈.
전 지난 10년가까이 매냐게시판 보면서,
이런 과정을 수 없이도 반복해서 지켜봤습니다.
매냐만 그랬겠습니까? 본토에 있는 농구팬들 미디어 다 똑같습니다.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명장 혹은 싹 수 괜찮은 감독들이,
배신감과 오욕으로 범벅된 채 퇴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너무나 괴롭습니다.
그런 와중에 함께 쓸려가는 수 많은 프랜차이즈들의 전통과 팀 컬러, 철학까지...
르브론은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이런 풍조에 부채질을 하다니요.
이렇게 해서 샌안을 뛰어넘고 골스를 뛰어넘는다고 한들 무슨 감동이 있을 것이며,
이러한 작태를 보고 누가 리그의 '발전'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바지사장 감독은 그만,
되먹지 못한 월권행위 훈수질은 그만 해야합니다.
GM이나 감독은 자기 전문 영역에서 실패하면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지만,
월권행위한 선수의 실패는 누가 책임을 지나요?
빅3 누가 모으자고 했나요? GM이 그랬나요? 감독이 그랬나요?
제대로 써먹지 못할 케빈 러브한테 연평균 22밀 안겨주며 데려온 거 계륵됐는데,
소문대로 헐값 트레이드로 처분시키고 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팀이 받잖아요?
그런데 이런 실패에 대해 르브론이 여태 스스로 책임을 졌나요?
전처럼 망쳐놓고 떠나면 더더욱 가관이겠죠.
제가 르브론의 역대급 재능을 너무나 사랑하면서 도저히 응원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모든 사태를 싸지르는 그 내면 기저에는 '도무지 자기 탓을 하지 않는다.' 이거 하납니다.
자기의 부족함과 실수로 일어나는 실패에서조차,
언제까지 남탓을 하고, 자기 독단으로 그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할지...
참으로 안타깝고 참으로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은 둘째치고 응원하는 팬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 겁니까?
저는 다시 NBA에서 제2의 배드보이즈를 보고 싶고,
제2의 팻 라일리, 필 잭슨, 릭 아델만도 보고 싶고,
대학에 남은 코치 K도 보고 싶고, 존 칼리파리도 보고 싶고,
떠난 래리 할배, 제리 슬로언 같은 명장의 명예로운 은퇴를 보고 싶습니다.
족보도 없는 로또식 탤런트 농구가 더 이상 판치는 NBA가 아니길 바랍니다.
하지만 리그에 르브론처럼 오만방자한 스타들이 많이 존재하는 한,
'나쁜'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되겠죠.
스타만 남고, 명장이 사라지는 리그.
제발 이쯤에서 멈췄으면 해요.
너무너무 화가 납니다.
한창 전쟁 중인 장수를 그 것도 지난 시즌 파이널감독,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감독조차,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이 현실에,
너무너무 화가 나고, 또 이 것이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 같아,
참으로 슬프네요.
우승만능주의 혹은 한탕주의, 더 쎈 텔런트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
정말이지 진절머리가 납니다.
스포엘스트라 뒤에 팻 라일리처럼,
데릭 피셔 뒤에 필 잭슨처럼,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여론과 미디어의 성급한 공격으로부터,
참을성 없고 인격수양이 덜 된 스타플레이어들의 징징거림으로부터,
30개 구단 프론트가 감독들의 아늑한 보호막이 되어줬으면 합니다.
더 넓게는,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팀 자체를 진정 사랑하고
선수를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팬들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불편한 글 써서 죄송합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부팀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스퍼스 나 골스 라면 확실히 파이널가면
르브론팀을 압도할수있을거라고 봐서
더욱 응원하구요
르브론의 팀을 플옵에서이길 만한
동부팀이 나오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팀은 보이지가 않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