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경이로운 골스의 고공행진을 바라보며.(2편 - 샌안)
오늘(20일)까지 70+승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최강팀 골스를 상대로,
단 2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는 무서운 팀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름하야 바로 '샌안토니오 스퍼스'.
20년 가까이 던컨과 포포비치만으로 울궈먹는 이 진부한 컨텐츠는,
여전히 난감한 씬스틸러, 끝판왕의 포스를 팍팍 풍기고 있습니다.
불과 2시즌 전에는 최강팀 마이애미 히트의 쓰리핏을 좌절시킨 적도 있구요.
많은 분들이 골스대항마로 샌안을 최우선으로 언급하는 건,
전통강호의 노련함과 2경기 차의 엄청난 페이스 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난 시즌 챔피언인 골스 상대로
2승 1패를 거둔 저력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이 큽니다.
(여기에 역대 골스 vs 샌안 전적까지 더해지면...)
즉 속된 말로 다이다이 상성이 쎄 보이기때문인데,
왜 쎄 보이는 걸까요?
어제 골스의 농구를 4가지로 표현했던거 기억나죠?
'Fastbreak, 3pt, Defense, Double squad.'
여기서 Double squad 원조가 바로 샌안입니다.
골스가 어제 클블을 격침시킬 때 썼던 '르브론 조리돌림'을,
이미 2-3년전 샌안이 파이널무대에서 고스란히 보여줬었죠.
"르브론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그럼 48분 내내 싸우자!!"
풍부한 스쿼드를 앞세워 경기 페이스를 올리고,
타이트하게 수비를 전개하여 체력전양상으로 만들어,
최강 빅3를 그로기상태로 만들어냈던 더블스쿼드.
그 샌안이 만들어낸 더블스쿼드의 날개로 달고,
'신계'에 들어선게 바로 오늘날의 골스.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은 두팀이죠.
자자, 역대로 많은 팀들이 더블스쿼드를 시도했던 적이 많았음에도,
이 더블스쿼드가 유독 샌안과 골스에게 강력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일단 주전-벤치 간에 독특한 전력분배 방식에서 기인합니다.
기존의 더블스쿼드를 꾀했던 팀의 주전-벤치 인력분배는,
주전: 5개 포지션 부분 각각 1순위들.
벤치: 5개 포지션 부분 각각 2~3순위들.
이런 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샌안의 경우,
이미 10여년 전부터 팀에서 가장 탁월한 공격옵션이었던
마누 지노빌리를 벤치로 돌렸습니다.
마누가 단순히 공격력만 뛰어난 반쪽 선수인 것도 아니고,
All-NBA급 선수였고, 타팀이면 주전확정이었던 마누를 스타팅에서 제외한다는 건,
정말 샌안토니오만이 할 수 있었던 파격실험이었습니다.
더더욱 놀라운 건 그당시에 주전포가인,
토니 파커의 역량은 객관적으로 마누보다 한 수 아래 였던 겁니다!
(마누는 NBA 건너올 때 이미 유럽리그를 평정한 선수였고,
2004년에는 미국 드림팀을 쳐부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딴 주역입니다.)
즉, 벤치에이스>주전포가라는 말도 안되는 그림이 나온 건데,
결과적으로 샌안의 이런 무모한 시도가,
지난 샌안의 롱런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자,
그 이후의 중흥기를 이끌어낼 더블스쿼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판단을 내리는데 있어서,
포포비치가 워낙 천재적(?)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발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어쩔 수 없었던 궁여지책과도 같았던 시도이긴 했습니다.
왜냐하면,
파커-마누-던컨 3인이 함께 올라온 플로어에서,
마누가 살면 파커가 죽고,
파커가 살면 마누가 죽는 '개너지' 효과가 연속됐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파커나 마누는 볼을 가지고 있어야 그 가치를 발휘하는 플레이어였고,
파커와 마누가 공을 나누기에는 24초란 시간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팀에 1옵션은 이 두 선수가 아닌 팀 던컨이었기 때문에,
볼점유율에 있어서 던컨의 지분은 빼고 계산해야했던거죠.
이런 경우 대부분의 팀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하고,
나머지 하나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둘 다 끼고 가는 경우에도 명백히 우위에 있는 선수를
주전으로 선택하는 게 당연했구요.
허나 샌안의 경우,
파커가 3년차던 시기에 당대 최고의 원톱포인트가드였던,
제이슨 키드를 FA로 영입하려고 했던 만큼,
파커의 재능에 대해 항상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었음에도,
(발만 빠르고 돌파밖에 없는 반쪽자리, 하위픽 출신.)
팀의 주전 포가로 마누가 아닌 파커를 택했습니다.
일단,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던 파커를 내주고
데려올만한 괜찮은 인재가 없었고,
샌안토니오 자체가 돈이 많은 구단이 아니었던 것이 크다보니,
다소 못 미덥지만,
어느 정도 싹수가 보이는 파커를 최대한 살려보는 쪽으로 갔던거죠.
팀 차원에서 파커와 마누 모두를 살리는 방향으로 최대한 대가리를 굴린 끝에,
나온 결론은 마누의 벤치행이었고.
이러한 판단을 내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마누는 던컨 없이도 게임을 조립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지만,
(넓은 시야, 아이솔레이션의 달인)
파커는 던컨 없이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
(초창기 파커는 속공아니면 2:2 빼곤 할 수 있는 게 없었음.)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판단을 내린 것도 참으로 대단한 건데,
이러한 섭섭한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인
마누 지노빌리의 배포 역시 기적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생각해보십시요.
현 리그 All-NBA급 선수 누가 한창 전성기일때,
팀차원의 효율을 위해 자신보다 급이 떨어지는,
풋내기 선수에게 주전자리를 양보할까요?
근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는 공포의 사우스웨스트 끝판왕, 역대최강의 빅3팀의 탄생이었죠.
마누가 벤치로 내려가면서,
던컨 Go만 주구장창 시전하던 샌안의 오펜스는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던컨era의 샌안이라는 팀 자체가 느린 템포의 수비 위주팀임에도,
마누가 이끌어내는 벤치생산력 때문에,
주전과 벤치 사이에 공격력의 간극이 메꿔지면서,
48분 내내 기복없는 공격을 선보였던거죠.
게다가 상황에 따라,
던컨-파커, 던컨-마누, 던컨-마누-파커를 꺼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big3의 다양한 패턴공격을 막기가 쉽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1부에서 언급한 런앤건과 슬래셔의 세상이 열리면서,
정통포인트가드론에서 늘 폄하받던,
파커의 포텐이 폭발하는 그림이 연출되는,
그야말로 '로또 of 로또'가 터져버렸습니다.
요약하자면,
마누가 벤치로 내려간 단 하나의 선택으로 인해,
스몰마켓 샌안은 거진 10년이란 세월 동안,
챔피언 컨텐더로써 위엄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우는 법,
이 셋이 10년 정도 같이 해먹고 나니깐,
비로소 노쇠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정상적인 케이스였다면,
샌안이 여기서 몰락하는 건 누가봐도 뻔한 일이었습니다.
FA로 빅네임을 사오지 못하는 마켓의 한계와,
오랜시절 높은 성적으로 인해 로터리픽급 인재가 전무했기 때문이죠.
포텐 높은 신인도 없어, FA 살돈도 없어, 주축은 계속 늙어가...
이거 왕조의 몰락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실제로 샌안은 06-07 우승하고 나서,
팀 자체가 뚜렷한 하향세를 띄게 됩니다.
다행히 플옵 탈락과 같은 재앙은 없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한 주먹거리도 안됐을 신흥강호들에게,
1라운드에서 업셋당하기도 하는 수모를 겪죠.
이대로 완전히 몰락하느냐의 기로에서,
샌안의 중흥기를 이끌어낼 더블스쿼드가 탄생하게 됩니다.
샌안의 더블스쿼드의 탄생 역시도,
사실 시작은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샌안은 빅3 정립 이후 끊임없이 수 많은 캐치앤슈터 혹은 3&D를 영입하고 만들어냈습니다.
왜 하필 3&D냐고 하신다면,
마누와 파커가 48분 내내 안정적으로 리딩과 볼배급을 해 줄 수 있었고,
어쨌거나 빅3를 통해 창출되는 수 많은 찬스는 대부분 돌파-더블팀을 통해 만들어내는 오픈이었기에,
돌파와 더블팀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스페이싱이 되는 3점 슈터는 필수였습니다.
게다가 싸게싸게 그때마다 구해서 쓸 수 있었던 점도 큰 메리트였습니다.
브루스 보웬을 필두로 브렌트 배리, 로버트 오리, 드빈 브라운, 마이크 핀리, 맷 보너,
아이메 유도카, 로저 메이슨 주니어, 키스 보건스, 리차드 제퍼슨....
2번, 3번, 4번 슬롯 비는 데마다 아주 알뜰살뜰 꽉꽉 채워넣었습니다.
여기에 마누와 파커의 볼배급을 나눠줄 프로젝트형 1번...
베노 유드리, 조지 힐 같은 공급도 간간히 있었고(나름 기대주였음),
나머지 5번 슬롯에는 라쇼, 모하메드, 맥다이스, 커트 토마스, 오베르토, 블레어 같이
가성비 괜찮은 빅맨들로 싸게 채워넣었습니다.
10년 넘게 이러다보니 이팀이 딴 건 몰라도,
프로젝트성 1번과 땜빵 5번, 특히 3&D 보는 눈과 키우는 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고,
빈 포지션을 싸게 채우는 능력 또한 좋아졌죠.
이렇게 샌안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3&D가 바로,
오늘날의 카와이 레너드와 대니 그린입니다.
그리고 게리 닐, 마르코 벨리넬리 같은 수준급 3점 스페셜리스트도 샌안에서 만개했죠.
(칩 잉겔랜드 같은 명 슈팅코치 덕이 컸죠.)
프로젝트성 1번의 경우에는 아주 큰 성과는 아니지만,
조지 힐, 패티 밀스, 코리 조셉이라는 아웃풋을 만들어냈구요.
땜빵 5번도 티아고 스플리터, 제프 에이어스, 아론 베인즈, 보얀 마리야노비치를 만들어냈죠.
타고난 포텐과 클라스가 가장 중요한 농구라는 스포츠에,
제한적인 영역이지만 육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게 바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입니다.
이러한 선수 판별능력과 육성 능력으로 말미 암아,
뚜렷한 노쇠화를 보이던 빅3의 출전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10인(+알파)구성, 더블스쿼드의 뼈대가 완성되었죠.
즉,
주전은 파커-(3&D)-(3&D)-던컨-(몸빵5번)
서브는 (프로젝트1번)-마누-(3&D)-(3&D)-(몸빵5번)
이런 공식을 현실화 시킨겁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는 우승을 탈환하기엔 쉽지 않았던게,
결국 중심을 잡아줄 빅3의 노쇠화로,
이런 패턴은 정규시즌에서나 큰 효율을 볼 뿐,
근본적인 이들의 노쇠화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는 점이었죠.
빅3의 노쇠화는 결국 공격 중에서도 특히 조립과정에 있어 큰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던컨은 더 이상 단독 포스트업으로 더블팀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데다 마무리능력이 떨어졌으며,
파커의 잔부상은 돌파력 감소로 이어져 파커-던컨의 2:2 파생효과가 약화되었고,
마누의 체력저하로 인한 기복은 2진급 운영에 있어서도 효율 감소로 이어졌으며,
2진급 운영이야 게리 닐, 패티 밀스 같은 1번이 어느 정도 매꿔준다고손 치더라도,
파커-던컨이 무기력해진 경기 후반에 마누의 창조성에 기대던 팀 뒷심에 큰 손실을 안겨줬습니다.
이에 비해 라이벌팀이었던 오클라호마에는 웨스트브룩, 듀란트 같은 첨단병기가,
마이애미에서는 샌안의 빅3보다 쌩쌩한 New 빅3 르브론, 보쉬, 웨이드가,
클러치타임에 고투가이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에,
샌안은 번번히 이 두 팀의 젊은 재능들에게 고전해야했습니다.
결국,
빅3가 독점하던 공격조립작업을 나눠서 해줘야할 선수가 절실해진 상황.
여기 가뭄의 단비처럼 다가온 존재가 바로 보리스 디아우입니다.
보리스 디아우는 피닉스와 샬럿에서 포인트포워드로써,
주전과 2진을 모두 이끌어봤던 경험이 있었고,
단순한 3&D 뿐만 아니라,
리딩과 페이스업, 포스트업 모두 가능한 전천후 공격병기(?)였습니다.
특히 그의 포스트업은 빅3 없이도,
단독으로 파생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샌안 더블스쿼드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선수였죠.
결과적으로 샌안은 디아우를 영입한지 반시즌만에 서부컨파에 복귀했고,
그 다음 시즌에는 파이널에 올라갔으며,
세번째 시즌에는 NBA 챔피온쉽을 탈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디아우 영입을 통해 샌안은,
주전은 파커-던컨의 1-4번 조합의 경기조립을,
서브에서는 마누-디아우의 1-4번 조합의 경기조립을 꾀할 수 있게 됐고,
나머지 포지션은 몸빵 센터 둘(스플리터, 베인즈)과 3&D 윙맨 넷(그린, 카와이, 벨리넬리, 밀스)으로
짜임새 있게 채울 수 있게 됐죠.(밀스의 경우에는 공격시에 마누 롤을 분담해주는 방향으로)
이것이 바로 샌안표 더블스쿼드의 탄생이고,
이러한 알찬 물량공세로 말미암아,
샌안은 무려 지난 4시즌동안 1번의 우승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리그 top3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해진 샌안이 지난 시즌에 플옵에서,
클리퍼스에게 하위라운드에서 업셋 당하는 이변을 겪게 되는데,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무엇보다도,
바로 빅3의 노쇠화가 한층 심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노쇠화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지난 15년 가까이 팀 스퍼스의 공격전개의 주된 1옵션이었던,
파커-던컨의 2:2가 더 이상 상위권팀 상대로 잘 먹히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지난 시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로,
앞으로도 이 문제는 개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파커-던컨의 노쇠화는,
다행이도 주전라인업의 속공수비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있지만,
역으로 속공스피드와 파괴력을 급감시키고 있습니다.
일례로 팀의 pace 수치가,
디아우 영입후 더블스쿼드가 돌아가기 시작한 시점인 11-12 시즌부터
92.9(7위- 컨파)->94.2(6위- 파이널)->95(10위- 우승)까지 올랐다가,
지난 시즌에 93.8(17위), 이번 시즌에는 94.1(2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5년간 리그의 트렌드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데,
샌안은 우승전후로 스피드가 정체된 상황입니다.
무려 속공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더블스쿼드를 완벽히 구축하고도 말이죠.
팀 던컨이 무득점, 무필드골, 2득점, 4득점 하는 날이 늘어가고,
파커의 돌파가 단독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게 자연스러워지면서,
윙맨들의 파괴력이 약해지고 공격 흐름이 둔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죠.
카와이 레너드 경우에는 꾸준히 개인 옵션을 향상시켜서 그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개인 옵션이 전혀 없는 대니 그린은 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파커-던컨의 부진은 대니 그린의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현재의 샌안 주전 라인업은 공격력 구멍이 무려 3개나 생겨버렸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데려온 알드리지와 웨스트지만,
알드리지는 과거 팀던컨이 해줬던 만큼의 조립능력이 부족하고,
(물론 점점 개선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긴 함.)
웨스트는 서브 라인업에 있기 때문에,
주전 라인업의 근본적 문제를 타개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스피드와 공격력을 가진 주전 라인업이기에,
수비에서의 효율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해진 최근이지만,
이런 샌안 주전이 장점인 수비 일변도의 컨셉으로 나아가기엔 치명적인 결점이 하나 있습니다.
(팀던컨-카와이-그린-알드리지라는 역대급 수비라인업을 가졌음에도!)
바로 토니 파커의 수비력인데,
사실 토니 파커는 전성기 시절에도 그렇게 수비력이 뛰어난 1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노쇠로 발이 느려져버린 지금,
왠만한 리그 상위권 포가들에게 연일 커리어하이급의 활약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커의 문제는 1류 포가를 지닌 상위팀들과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패인으로 작용하는데,
어빙, 웨스트브룩, 폴, 커리 같은 선수들이 터지는 날에는 팀 운영자체가 너무 빡빡해집니다.
불과 2~3년전만해도 얻어 맞은 만큼 갚아줄 능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지난 시즌 플옵에서 폴한테 역대급 활약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죠.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쇠화로 인해 가장 은퇴를 위협받는 선수는 던컨아니라 파커라고 생각합니다.
파커의 발과 공격력이 이렇듯 계속 들쭉날쭉해지면,
더 이상 주전으로도 백업으로도 쓰기 난감해집니다.
물론 파커를 대신할 대안이 뚜렷히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계속 같이 가긴 할껀데,
팀 차원에서 카와이와 그린에게 계속 페이스업과 2:2 플레이를 시도 시키는 것도,
파커의 부담과 기복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와이와 그린의 돌파옵션이 장착이 된다면,
파커가 안풀릴 때는 3&D 정도 롤로 축소 시킬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린의 경우는 그게 잘 안되서 지금 역대급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샌안이 골스, 클블, 오클과 같은 1급 팀을 만났을 때,
던컨이 4번 롤에서 5번롤로 옮기면서 그 자리를 알드리지가 메꾸고(던컨의 몸빵센터화),
파커의 돌파 옵션 지분을 카와이와 그린이 나눠 먹으면서 파커가 부분적 3&D화 되는 것이,
올 시즌 팀 샌안의 플랜 A였을겁니다.
하지만 알드리지가 던컨, 디아우, 웨스트 같이 경기를 조립할 능력이 아직 미비한데다,
카와이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그린의 돌파옵션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주전라인업의 오펜스 구멍은 무려 3개인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커-던컨-그린이 공격에서 침묵하면 샌안이 강팀 상대로 가비지는 커녕,
접전상태로 쩔쩔 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거죠.
(약팀 상대로는 사기 벤치 파워로만으로도 찍어 눌를 수 있어서 가비지가 나오는거구요.)
만약 이러한 기조를 계속 유지한 채로 샌안이 골스를 만난다고 한다면,
결국 승패는 1쿼터와 3쿼터 초반의 주전라인업끼리 싸움에서 판가름 날껍니다.
커리의 초반 3점이 막히면 매우 높은 확률로 샌안이 우위를 점할 것이고,
혹은 커리를 내주더라도 얼리오펜스를 계속 저지하며 템포 다운에 성공하고,
커리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면서,
샌안의 파커-그린이 점수를 뽑아주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겠죠.
이러한 큰 그림을 샌안이 넉넉하게 그릴 수 있는 건,
득실마진 평균 12점대에 이르는 NBA 역대최강의 2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스의 2진급 선수들의 역량으로는 밀스-마누-시몬스(앤더슨)-디아우-웨스트의 가공할만한
공수에서 저지할 능력이 안 됩니다.
이건 골스 2진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샌안 2진이 너무 사기적으로 강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골스가 비장의 카드로 내미는 스몰라인업은
디그린의 역량과 높은 팀평균 3점능력에 기인하는 건데,
샌안은 디아우와 웨스트 같은 원빅맨만으로도 디그린을 공수에서 무력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고,
리그 최강급 3&D들(이기, 반즈, 탐슨, 발보사)은 '원조 최강' 샌안의 3&D를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쉽사리 오픈 3점 찬스를 만나지 못합니다.
결국 골스는 오로지 커리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하여
이 모든 숙제를 풀어야하는 그림이 나오는거죠.
이렇게 설명을 다 듣고 나면,
마치 커리만 잘 막으면 샌안이 이기겠네?
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하지만,
그 커리를 잘 막기에는,
1번 라인업의 파커, 밀스의 역량은 너무도 부족합니다.
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만으로 커리를 막는다?
이건 정말 신의 운빨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커리에게 그린이나 카와이를 붙이기엔,
파커가 겪어야할 미스매치문제도 무시못합니다.
이런 미스매치로 말미암아 커리의 파생효과가 시작될 것이니까요.
결국 커리만 막으면 거의 필승인데,
커리를 전혀 막기 힘든 상황인게 바로 현재의 샌안입니다.
더더구나 승패의 향방이 1쿼터에 상당히 집중될 텐데,
현재의 샌안 주전라인업의 불완전한 상태로는
5점 차 내외의 접전상태를 만들기란 여간 어려워보입니다.
결국 커리 슛감이 너무 안 좋거나(특히 초반)파커-그린이 터져주는 그림 같이 낮은 확률을 제외하곤,
골스 특유의 1쿼터 스노우볼링->악순환의 고리를 막을 수 없기에,
현재 주전라인업으로는 골스를 제압하기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건대
지금의 샌안은 골스를 비롯한 1급 포가를 가진 강팀한정으로,
라인업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최선책은 던컨 -> 디아우 or 웨스트,
차선책은 그린 -> 시몬스 입니다.
지금의 던컨은 냉정하게 판단했을때,
과거에 보여줬던 공격시 포인트포워트, 토털팩키지형 4번 역할을 수행 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5번 슬롯에서 최강의 수비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자신의 4번 역할을 대신 해줄 알드리지의 성장은 아직 멀어보입니다.
(물론 클러치타임때 고투가이 역할은 충분히 해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알드리지를 내리기에는 갓 모셔온 차세대 에이스에 대한 경우가 아니므로,
던컨을 내리면 내렸지 알드리지를 내리진 않을 겁니다.
그래서 폽감독이 이번 시즌 내내 알드리지-디아우, 알드리지-웨스트를 시험하고 있는건,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해두고 있다고 보는 편이구요.
아마 주전라인업이 바뀌지 않더라도 경기 초반부터 많이 꼬일 경우,
아마 이런 컨셉의 라인업을,
클러치타임에 길게 가져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알드리지-웨스트/던컨-디아우 이렇게 가져가는게 괜찮아보입니다.
알드리지는 사이즈상 5번을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웨스트는 준수한 정통 4번 수비수 역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강력한 주전라인업의 수비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
웨스트의 탁월한 포스트업 능력과 알드리지의 2:2능력은,
부진한 파커와 그린의 막힌 맥을 뚫어줄 수 있는 최선의 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2진에서도,
자체 공격능력이 거의 없어진 5번 던컨에게 최상의 빅맨파트너 디아우가 달라붙으면서,
(디아우가 웨스트에 비해 4번 수비능력은 떨어지지만, 대신에 빅맨 to 빅맨의 능력은 월등함.
디아우에겐 풋백밖에 못하는 베인즈, 스플리터, 모하메드, 좁, 콰미 같은 공격력고자를
살려냈던 능력이 있음)
던컨의 공격력을 제한적으로 회복시키면서,
(던컨의 공격력 상승은 던컨이 가진 파생효과를 더불어 상승시키게 될 것.)
2진라인업의 수비력을 한 층 더 강화하는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결정적으로 디아우/웨스트의 분리는 1진 대결에서 웨스트로 디그린을 압박하고,
2진 대결에서 디아우로 디그린을 압박할 수 있는 물량공세의 토대가 됩니다.
(과거의 르브론을 조리돌림했던 방식으로)
이것이 제가 생각하기에 현 로스터로써 낼 수 있는 최상책입니다.
물론 던컨이 스스로 서브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주 이상적인 상황이 받춰져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만약 던컨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면,
그 담에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린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린이 지금은 주전라인업의 막힌 혈 때문에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긴 하나,
2진급 라인업에서는 1진급 상대에 비해 비교우위에 놓일 것이고,
상대적으로 오픈이 더 많이 나는 샌안의 2진에서 부활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그린을 내리고 누구를 올려야 하느냐...의 문제가 생기는데,
조나단 시몬스가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요즘들어 경기 도중에 조나단 시몬스가 그린 대신에,
주전라인업에 합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시몬스는 그린에 비해 3점이나 퍼리미터 디펜스능력이 다소 처질지 몰라도,
탁월한 운등능력을 앞세워 카와이와 함께 속공 피니셔를 할 수 있고,
(주전라인업의 '스피드업'을 가져다주면서)
뛰어난 아이솔레이션 능력과 마무리 능력으로,
정체된 오펜스에 활로를 뚫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린이 가진 최상급 3점과 퍼리미터 디펜스는 아깝긴 하지만,
현재 주전라인업의 빈공을 타개하는데에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결론을 내자면,
현재의 샌안은 골스를 이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약간의 변화만 주더라도
샌안은 골스를 압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렇게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이상 2부를 마치겠습니다. 헥헥....
정말 좋은 글 잘 감사합니다.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될 뿐입니다.
레너드가 이만큼 성장 하기 전, 레너드와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공/수에 있어 다재다능한 선수라고 생각한게 이궈달라였는데
올시즌 디그린의 활약이 정말 눈부시지만 디그린 못지않은
핵심선수라고 생각됩니다. 샌안을 상대할때 커리의 짐을
이궈달라가 어느정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