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리뷰 및 3차전 예상

개인적으로 이번 금요일에 저에겐 정말 중요한 평가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서 잠 못 이루는 날의 연속이네요. 이미 제 손을 떠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낮에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그나마 파이널이 있어 이 긴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스스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부족해서 매니아진에 계속 올리게 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어빙 아웃 후 원사이드하게 끝나지 않을까 하는 많은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클블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2차전을 잡아내면서 '혹시'라는 생각들이 조금씩 꿈틀 되게 만든 클블 입장에선 매우 소중한 승리였습니다.

시카고, 애틀과의 시리즈를 거치면서 클블 수비가 정말 물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고 골스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좋은 팀 수비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28655&page=2
셤퍼트의 손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델라베도바와 탐슨은 수비 센스는 없지만 블랙 모터를 달아 쉽사리 제어가 안 되는 우리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모형 자동차처럼 훼이크에 걸려도 역동작으로 침 튀기면 쫓아가는 짐승 같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모즈고프는 골밑에서 손만 뻗으면서도 파울 없이 르브론의 돌파를 막아내던 히버트의 모습을 재연해내는 듯했으며 르브론은 수비 리바운드를 쓸어 담아버렸습니다. JR과 JJ에게 수비에서의 큰 활약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쫓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 + 공격에서의 그들의 존재감으로 만족하고자 합니다.

클블 입장에서 어빙이 아웃되고 2차전을 예상하면서 클블이 이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된 요소들이 많이 맞아떨어지면서 정말 값진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128949

이미 많은 분께서 좋은 리뷰를 해주셨지만 승리의 요소들을 저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첫째로 경기 페이스는 여전히 느리게 잘 유지가 되었습니다. 탑에서는 빅 라인업일때는 모즈고프, 탐슨이 양쪽에서 스크린를 거는 플레이가 공격의 시작이었고 스몰 라인업에서는 픽 상황에서 상대의 스위치를 유도하면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왼쪽 45도에서 르브론의 1:1 상황을 만들어주는 과정 또한 상대의 집중 방어 상황에서도 시간을 쓰더라도 차근차근 이뤄내는 모습이였습니다. 특히 20-12로 벌어진 1쿼터와 6점 차로 벌어졌던 2쿼터 초반 바로 점수를 따라갔던 것도 클블이 이런 느린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골스 입장에서 느린 경기 페이스의 문제점은 슈터들이 감을 찾는데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상황이 빠른 경우에는 트랜지션 과정 중에서 오픈 찬스를 찾기도 쉽고, 여러 번의 공격 기회를 통해서 자신들의 본래 공격 리듬을 되찾는데 용이하지만 게임 전개가 느려지면 슛 찬스 자체가 많지 않고 어제 탐슨처럼 초반부터 감각이 좋지 않은 이상 경기 중에서 그 감각을 찾는데 더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게다가 하프코트서부터 압박하는 클블의 수비와 리바운드 능력을 고려했을 때 골스가 인위적으로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 올리는 것 또한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둘째로 공격에서 르브론을 제외한 선수들의 활발한 움직임도 돋보였습니다. 1차전 르브론과 어빙의 아이솔시에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는데 많은 분이 지적하셨 듯이 이때 골스는 과감한 더블팀 보다는 외곽 움직임을 차단하는 모습으로 효과적인 수비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2차전에선 모즈고프가 사이드로 빠지면서 생기는 공간에 윙 플레이어(델라베도바)가 컷인해 들어오고 다시 사이드로 빠지면서 보것을 스크린 걸면 모즈고프가 가운데로 컬 해서 들어오는 등의 패턴 플레이를 전반에 자주 선보였습니다. 이 패턴이 잘 먹힌게 모즈고프 하이라이트 영상 30초에 나온 플레이인것 같습니다. 반대로 모즈고프가 탑에서 컷인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g2/bbs/board.php?bo_table=multimedia&wr_id=234758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르브론의 포스트업이 어느 정도 장착된 히트 3년 차에도 자주 보이던 모습입니다  (뭐 사실 다른 팀에도 많이 쓰는 움직임이긴 합니다). 레이나 찰머스가 포스트업 한 르브론에게 공을 넘기고 컷인 하듯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사이드로 빠질 때 살짝 슬림 픽을 걸어주면 사이드나 뒤쪽에 빠져 있던 웨이드가 컬해서 들어오면서 개똥슛으로 마무리하는... 꼭 이번이 아니라도 저 자리에서 훅과 페이더웨이가 모두 가능한 러브가 있으면 정말 강력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클블은 스몰라인업 맞싸움에서 가장 수비가 약한 JJ를 이기에게 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게 먹히면서 JJ뿐 아니라 밀러도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코트를 더욱 넓게 쓰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심지어 3쿼터 골스의 스몰라인업을 상대로 모즈고프를 계속 밀어붙일 때도 이기 매치업으로 모즈고프가 서기도 했었죠. 이기가 운동능력은 좋지만, 단독 돌파 능력이 예전 같지 않고 1차전에선 반짝했지만 사실 점프슛이 다른 골스 멤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라 이런 노림수가 나름 먹혀들어간 점도 클블에게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골스 입장에선 느린 페이스와 더불어 델라의 끈적한 수비를 외곽으로 풀어보고자 했던 커리의 선택이 약간은 아쉽습니다. 1, 2차전에서 클블은 커리의 돌파를 최대한 견제하면서 3점을 집중적으로 막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커리의 슛의 거의 절반이 3점일 정도로 외곽의 비중이 높은 선수이지만 리그에서 손꼽히는 드리블 + 스크린을 이용하는 능력을 통한 돌파도 좋은 선수인데 경기 중후반까지 계속 3점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는 커리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한 클블의 수비를 칭찬하는 게 맞을 수도 있는 것이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헷지와 드랍백을 절묘하게 섞어서 커리의 돌파 라인을 미리 대처하는 클블 빅맨들의 픽앤롤 수비도 좋았습니다. 어제 골스에게 가장 좋은 공격이 1쿼터에 나왔었는데 이때 보면 보것의 스크린을 이용해서 돌파나 커팅을 하는 커리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런 플레이가 스몰라인업에서도 가능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골스 입장에선 앞선 두 경기 막판에 보여준 것처럼 커리의 순간적인 돌파는 상대의 허를 찌르기 쉽고 델라의 수비 능력을 봤을때 외곽과 돌파가 더 적절하게 섞여준다면 어제처럼 막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린이 르브론 수비와 스몰라인업에서의 센터롤 등 수비에서의 부담 때문인지 공격에서의 활약이 많이 저조한 편입니다. 커리와 그린의 픽앤롤이 골스의 세트 오펜스의 중심이 되는 플레이인데 두 선수 합쳐서 10개의 턴오버를 보인 모습은 골스의 공격이 얼마나 잘 안 풀렸는지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그린이 골밑과 외곽을 오가면서 흔들어주어야 공간이 많이 생길 텐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골스의 공격 부담이 스플래시 브라더에게 집중되고 그 때문에 클블도 수비하기 좀 더 용이한 모습입니다.

이제 3차전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클블은 2차전에서 보여줬던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합니다. 그리고 2차전의 승리 요인들이 또 반드시 착착 맞아떨어져야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골스에겐 경기를 흔들 수 있는 여러 x팩터들이 존재하지만 러브와 어빙이 빠진 상황에서 클블은 그저 매 경기 집중해서 모든 것이 딱딱 들어맞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턴오버는 골스의 공격 리듬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공격에선 탐슨과 롤플레이어들의 외곽의 선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클블이 러브가 빠진 후에도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탐슨의 활약이었는데 리바운드 외에 이에 이어지는 골밑과 픽앤롤 공격이 좀 더 먹혀야 사실상 본인 역할의 200% 담당하고 있는 모즈고프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홈으로 돌아온 만큼 셤퍼트, JR, 델라베도바의 핫 핸드를 기대해봅니다.

골스 입장에선 역시나 커리, 커리, 커리일 듯합니다. 1차전 리뷰때에도 언급했지만 골스의 르브론에 대한 수비는 1차전 승리로 표면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졌으면 실패한 전략이 될뻔한 것처럼 르브론에 대한 수비는 그의 체력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 외에 딱히 뾰족한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르브론의 왼쪽 사이드라인 돌파에 어느 정도 적응해가는 모습이 보여 르브론이 계속 왼쪽 45도만 고집했다가는 3, 4차전에서 엄청 고생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다시 커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커리와 탐슨의 득점이 최소 르브론의 그것을 압도해야 골스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핫 핸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특히나 그린이 잠잠해지면서 3-5라인업의 득점이 부진하여서 이 두 선수에게 모이는 부담감은 점차 커질 것 같습니다.

골스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멤피스 전일 것이고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11-12시즌 오클일 것입니다. 멤피스 전에는 1-2로 몰렸지만 폭토가 부상으로 빠지고 멤피스의 공격이 말리면서 골스가 앞선 3경기에 비해 수월하게 3연승을 거뒀지만 클블은 르브론이라는 존재 때문에 전혀 다른 팀이긴 합니다. 11-12시즌 오클의 경우 히트 빅3에 견줘 파이널 전부터 근소한 우세가 예상됐지만 하든이 르브론 수비에 참여하면서 공격에서의 리듬을 잃어 서브룩과 듀란트에게 공격의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그리고 1경기 승리 이후 매 경기 패가 더해가면서 급속히 위축되는 모습이었는데 파이널 경험이 없는 골스에게 이런 압박감은 가장 큰 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클블은 히트 빅3와 달리 르브론과 아이들이라는 다른 점이 있겠죠.

일전에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2차전 승리로 클블의 우승을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시리즈는 골스에게 유리한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만약 3차전도 클블이 이긴다면 골스가 느낄 중압감은 엄청날 것 같고 그때 서는 5:5정도가 될 듯합니다. 여전히 클블의 승리 가능성은 시리즈를 3-2로 몰고 가 6차전에서 끝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고 3차전을 내준다면 골스가 정말 많이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약 8시간 후 펼쳐질 두 팀의 멋진 경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