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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슨스가 휴스턴을 떠나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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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09:37:45

그냥 기억을 더듬어서 쓰는 글이고, 매니아의 검증이 아마도 이루어질 것 같으니 그냥 참고자료 안 펴놓고 그냥 서술하겠습니다. 쓰다보니 말이 길어져서 매니아진으로 보내는데, 그림 하나 없이 보내려니까 참 민망하네요.


데럴 모리는 파슨스의 가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파슨스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팀 옵션이 있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RFA로 내놓은 것은, 팀 옵션을 행사하고나면 파슨스의 몸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이 저변에 깔려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휴스턴의 텅텅 비어있는 샐러리캡을 작년 오프시즌에 확 쏟아부어서 단숨에 우승권 팀을 완성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모리의 머리속에 그려진 시나리오는 선수의 가치가 맥시멈보다 높은 포워드를 한명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쉬와 카멜로가 대표적인 후보였고, 보쉬와는 제법 이야기가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르브론이 마이애미를 떠나면 나(보쉬)는 휴스턴과 계약을 하겠다."라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적도 있고요.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 내부적으로는 파슨스에게 "너 그동안 수고했다. 가서 니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계약을 따와.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그걸 매치할꺼야. (keep in the back of your mind, that we plan on matching it)" 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르브론은 클리블랜드과 계약을 했고, 그 시점에서 모리는 보쉬와의 계약을 확신했을겁니다. 파슨스에게 "보쉬랑 계약 마무리 짓고 나면 다음은 니 차례야." 라는 언질을 줍니다. 이때는 이미 파슨스의 계약 규모를 알고 있을 때였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파슨스에게 아직은 큰 액수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데럴 모리는 샐러리 유동성과, 가격 대 성능비를 조금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승권 팀을 완성시키려면 오버페이도 약간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겠죠. 그리고 보쉬에게 맥시멈을 안겨주고나면, 어차피 추가로 파슨스보다 나은 자원을 영입할 수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FA계약은 샐러리캡을 넘어갈 수 없지만, 파슨스와는 출신팀 예외조항으로 샐러리캡을 넘어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보쉬가 마이애미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데럴 모리는 달라스에게 파슨스를 넘겨줍니다. 이게 아마 금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데럴 모리가 ESPN과 했던 전화인터뷰에서 모리의 허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구상했던 팀이 완성 직전이었는데 모든 것이 틀어졌다. 토요일 일요일 푹 쉬면서 정신 좀 차리고 그림을 새로 그려봐야겠다. 지금은 아무 계획도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고나서 달라스 측 언론에서 "파슨스 : 날 놔두고 왜 밖에서 빅쓰리를 찾는지 모르겠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면서 파슨스가 휴스턴에 배신감을 느낀 것처럼 묘사가 됩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 감정은 상하지 않았다."라는 발언은 오히려 감정이 상했다는 이야기로 들리죠.

게다가 제임스 하든이 "휴스턴의 미래는 걱정없다. 어차피 나랑 드와이트 하워드 빼면 나머지는 다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파슨스가 발끈하게 되죠. "자기 2년전 생각은 할 줄 모른대냐?"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하고요.
여기에 카멜로 앤써니의 휴스턴 방문 때, 제레미 린이 버젓이 쓰고 있던 등번호를 카멜로에게 입힌 현수막을 걸고, 제레미 린이 "오른쪽 뺨을 맞거든 왼쪽 뺨도..." 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한 트윗을 올리면서 감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마구마구 생겨났는데요.

매니아에서 자주 본 이 과정에 대한 오해를 몇가지 풀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파슨스는 모리로부터 달라스의 오퍼를 매치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라는 오해가 첫번째 입니다. 모리는 보쉬와의 계약을 마무리 짓고나면 다음은 니 차례라는 이야기를 파슨스에게 한 적이 있고, 그보다 더 전에 팀옵션을 포기하는 시점에서는 우리가 매치할 계획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새 계약을 찾아봐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둘 다 어느 각도에서 해석해도 구두계약이라고는 볼 수 없고, 약속이라고도 하기 힘든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계약/약속/언질의 구분이 좀 모호했던 우리나라 정서상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어감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그렇고, 미국 지역언론의 기자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렇지, 파슨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파슨스는 날 냅두고 밖에서 빅쓰리를 찾는 휴스턴에 무시당했다는 기분을 받았다."라는 오해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당시에도 글을 몇번을 썼다가 지우는 바람에 영문을 꽤 생생히 기억합니다만, "Yes, I was offended." (네. 기분 나빴어요.) "I felt like I was ready to step up and become the big 3." (나는 빅쓰리가 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요.)라는 것이 요지였는데요. 첫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달라스 쪽 기자가 "휴스턴이 빅쓰리를 외부에서 찾는 것에 기분이 상했었니?" 라는 질문을 애초에 던진 것이었죠. 그 질문을 영문으로 다시 되돌려보면, 파슨스가 애초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저것밖에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니요. 나는 빅쓰리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보쉬가 오고 내가 4옵션이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아닙니까. 심지어 나한테 45밀을 며칠 전에 안겨준 그 팀이 뻔히 보는 앞에서요.

"모리가 보기에 파슨스는 1년 15밀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매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라는 것도 오해입니다. 모리가 언질을 주었다시피, 모리는 보쉬와 계약을 하고나면 파슨스에게 들어온 오퍼를 매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쉬와의 계약이 틀어지면서 파슨스 또한 놓아주어야했던 것이죠.
그 이유는 연간 15밀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계약을 매치하면 샐러리 유동성이 사라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이번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오프시즌이 왔을 때, 새로운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가 없어진다는 이야기이고, 그럴 경우 하든-파슨스-하워드의 코어와 베테랑 미니멈으로 우승팀을 만들어야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작년의 휴스턴이 바로 그런 팀이었고, 그 팀은 1라운드에서 탈락했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액수로 1라운드 탈락한 팀을 우승권팀으로 변모시키기는 어렵겠죠.
데럴 모리는 작년 오프시즌에서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었다가 놓쳤는데, 그래서 또다시 단기소액계약으로 로스터를 채우고 1~2년 뒤의 오프시즌을 내다볼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파슨스를 여전히 높게 평가합니다. 파슨스는 무리를 해야하는 타이밍을 짚어내는 능력이 참 대단한 선수입니다. 떡블락 당할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덩크를 시도해야하는 타이밍에는 빅맨 두명이 버티고 있는 골밑으로 에라모르겠다 돌진할 때도 있고, 장면 하나만 놓고보면 저게 미쳤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 전후 플레이들을 살펴보면 무리를 해서라도 흐름을 찾아와야되는 타이밍이 대부분입니다. 스탯만 놓고보면 아리자가 더 나은 활약인 것 같지만, 저는 그래도 파슨스가 그립습니다. 이번 시즌 스탯은 15밀을 받는 선수 답지는 않습니다만,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꼼꼼함과 영리함은 셰인 베티에를 보는 것 같습니다.

휴스턴 팬 포럼에서도 파슨스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갈리기는 하는데요, "boo or cheer" 같은 글도 종종 올라오고요. 휴스턴은 전통적으로 출신 선수에게 야유를 보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깽판치고 나간 건 티맥 정도가 있었는데, 휴스턴에 상대팀 선수로 돌아온 티맥은 야유를 보내기에는 너무 늙고 다치고 뚱뚱해져있었고요. 척 헤이스, 루이스 스콜라, 칼 랜드리, 패트릭 패터슨 같은 에너자이저 빅맨들은 휴스턴 팬 입장에서 매치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게 너무 분면한 액수를 받고 타팀으로 이적을 했고요. 무엇보다 휴스턴에서 뛰던 시절에 그 선수들은 욕먹을 수 없는 연봉을 받고 뛰었었죠. 파슨스에 대한 휴스턴 팬 포럼의 분위기도 대충 저랑 비슷합니다. 간간히 "이번에 오면 야유하자!!!" 라는 글이 보이기는 하는데, 제가 받은 인상은 장난기가 있었던 것이고요. "우리에게도 야유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정규시즌이 마무리되고 달라스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자니, 과거에 티맥-야오밍이 치렀던 달라스와의 시리즈가 떠오르고, 또 이제 다른 팀 갔다고 경기 많이 못 챙겨본 챈들러 파슨스를 4경기는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고 하면서 여러가지 감상에 젖어서 글 하나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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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04-17 10:08:23

휴스턴이.. 멜로 잡으려고 린 무시하고 등번호 7번 광고판에 걸었던거 생각하면...


그냥 비호감 구단..

1
2015-04-17 11:29:34

사진 한장 없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글쓴이의 면면이 느껴지는 상당히 지적인 글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15-04-17 13:14:23

휴스턴의 행보가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나름 상황도 꼬이고 맨탈에 데미지가 상당했었군요;
보쉬를 잡지 못한만큼 매치안한것을 비난할순 없지만
문제는 올해도 딱히 영입할만한 빅네임이...

2015-04-17 19:38:40

좋은 글 잘봤습니다
한가지 궁금한게
티맥이 마지막에 안좋게 나갔나요?
온갖 부상으로 너덜너덜 해져서 막판에 거의 못뛰고 폼도 완전 바닥되어서 나간거로 아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2015-04-18 19:58:26

휴스턴이랑 레이커스랑 한창 플옵이 진행중이었고 상당히 접전중이었죠.당시 티맥은 부상중이라 구경하고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레이커스가 우승할꺼라고 ㅡ ㅡ

WR
2015-04-18 22:34:25

정말 마지막에는 트레이트 요청을 기자회견을 통해서 했습니다.

"나 뛸 수 있는데 구단에서 기회를 안 준다. 트레이드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는 했습니다. 트레이드 이후에 뉴욕에서 그래도 조금은 뛰었고, 또 뛸 때는 여전히 센스있는 선수였거든요. 계약 마지막 해였기 때문에 출장시간을 좀 받고 싶은 티맥 마음도 이해는 가고요.
그런데 그걸 데럴 모리에게 개인적으로 이야기 한게 아니라, 기자회견장에서 뜬금없이 폭탄을 터트렸습니다. 당시 티맥이 아마 리그 최고연봉액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휴스턴 입장에서는 트레이드의 시작부터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이후 데럴 모리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2시간 전까지 버티면서 뉴욕으로부터 제법 많은 카드를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만들어내기는 했습니다.
2015-04-17 22:50:00

제가 어제 궁금해서 매냐에 올렸었는데 좋은답변이 되었네요!
갠적으로 파슨스 야유는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토요타센터에서 야유받으며 경기하니까확실히 표정안좋고 위축된 느낌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파슨스는 10밀이 얼굴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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