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블전을 보고..
20
3097
Updated at 2015-01-26 21:59:59
결과를 알고 봐서 다행이다 싶은 경기는 간만이네요. 이 경기에 한해 느낀 부분만 적어보겠습니다.
1. 그렇게 못한 경기였나?
지난주 휴스턴전, 어제 애틀랜타전과 비교할때 적어도 오늘경기는 슛을 못넣은 것 외에 구조적으로 문제삼을만한 단점이 노출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때보다 훨씬 많이 준비하고 나온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1쿼터에 시작하자마자 퍼킨스가 하이포스트에서 볼을 잡고 듀란트가 돌파로 이어간 장면, 세번째 포제션에서 퍼킨스가 같은 위치에서 볼을 잡고 볼없이 이바카-로벗슨이 2:2해서 이바카가 코너 3점을 쏜 장면은 혼즈 셋이고 얼리오펜스를 제외한 하프코트 오펜스 대부분은 픽앤롤과 이 셋을 섞어서 운영했습니다. 웨스트브룩이 드라이브를 때릴때도 역시 같은 셋으로 (탑에서부터 1-2-2형태) 윅사이드에서 X자로 볼없이 2:2하면서 마크맨을 살짝 늦춰놓고 탑에서 다시 잡고 돌파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커리, 탐슨의 슛이 안들어간다고 골스가 그날에 한해 작전이 없는 팀이 될수 없듯이 결과가 웨스트브룩, 듀란트의 슛, 혹은 돌파라고 작전없는 농구를 한다는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드들의 성향, 드라이브 외의 무브먼트를 부드럽게 이어가거나 개인의 디시전으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빅맨이 없어 마무리가 아이솔레이션과 다를바 없는 형태로 나오는거지 썬더의 처음 세트와 스크린 활용, 볼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은 여타의 팀과 크게 다르지 않고 썬더는 외곽선수들을 위한 다운스크린을 원래 매우 적극적으로 많이 준비하고 쓰는 팀입니다. 전체적으로 짧은 패스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윙이 적고, 오늘과 달리 평소 퍼킨스가 하이에서 볼을 잡으면 상대가 그를 버리고 컬하는 듀란트 쪽으로 디나이를 가고, 기다릴 타이밍에 웨스트브룩이 막무가내로 들이밀고, 픽앤팝을 하는 선수가 (이바카) 로포스트가 약간 열린 상황에서도 드라이브를 시도하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세트가 무의미해지거나 루트가 단순해지는 경우가 많은 거죠.
결과 때문에 그게 그거 아니냐 하기엔 선수구성과 무전술은 전혀 다른 포인트의 얘기고 애초에 현재의 선수구성에서 썬더는 지금 기조를 크게 벗어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예전 히트와 달리 오늘의 클블은 외곽에서의 프레셔가 적어서 썬더 기준으로도 특별히 무리한 장면이나 세트실패로 한명이 독박쓰고 3점 라인부터 다시 시도하는 일대일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오늘은 이바카, 서버럭, 웨이터스 3명의 슛감이 심플한 문제였다고 보구요.
물론 오펜스 조직력에 한한 얘기고 오늘 경기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2. 3가드의 근본적 한계
3가드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심플합니다. 미스매치, 리바운드 허용, 부조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스매치에 핀다운 스크린을 이용한 수많은 오프볼 무브와 더블스크린 전술, 빅맨을 이용한 2차 공격 세트가 훨씬 늘어난 리그 트렌드로 인한 잦은 스위치.....그로 인한 연쇄실점과 나쁜 분위기.....3가드가 안되는 이유는 사실 세세하게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모로우 vs 르브론 (2점) , 웨이터스 vs 르브론 (3점) , 로포스트에서 스위치된 레지 잭슨 vs 트리스탄 탐슨 (르브론 마크맨인 듀란트가 신경쓰다 3점 먹음) 등....이런 약점을 감독이 예상하지 못한다는건 있을수 없는 얘기겠구요. 클블은 2쿼터에 쓰리가드를 보자마자 모즈고프-탐슨을 세워서 빅라인업으로 응징을 가했고 없다시피한 리바경합 때문에 공수에서 여유있게 경기를 주도할수 있었죠.
일대일에서 모로우의 수비력은 웨이터스, 잭슨과 비교해도 떨어져 보일 정도로 끔찍하지만 하다보면 늘 3번을 정직하게 막거나 4번이 그와 스위치되어있고 그를 보완하기 위해 3-2지역방어를 사용할때면 상대팀이 2포제션 정도 보고 바로 뒷선의 레지잭슨을 찾아내서 포스트업을 시킵니다.
설령 몇경기 미친듯이 터져도 거기에 의미를 두고 이 라인업을 유지하는건 패망의 길입니다. 피셔가 낀 쓰리가드는 피셔의 출전시간이 길지 않았고 망해도 세폴로샤가 있었기에 중간에 발을 뺄 여지가 있었지만 이 쓰리가드는 비중문제,케미와 직결되어 있어서 중간조정이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3. 3가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분들이 감독을 비판하십니다만 전 팀이 진지하게 웨이터스에게 이번 시즌을 걸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드래프트 1번픽 선수에게 시간을 보장하듯이 웨이터스=핵심전력 이런 식으로요.
제가 이 영입에 별 거부감이 없었던건 부담없이 긁어보는 카드라고 생각해서였는데 쭉 보면 분위기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웨이터스의 평균 28분이라는 출전시간 때문에 3가드를 돌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잭슨은 어거지로 10분대 뛰는 경기에서 그야말로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잭슨과 웨이터스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잭슨이 지금이야 애물단지지만 효율성에서 웨이터스보다는 한결 윗급의 선수고 플옵에서도 활약했고 라이벌에게도 강한데다 1번을 보죠)
3가드는 어쩔수 없이 돌리는건데 그 중에서 웨이터스가 28분을 뛰어야 하는 이유는 정책적인 밀어주기 외에 설명이 안됩니다. 내년을 생각한 경영적 이유가 크겠죠.
그럼에도
1. 이 급박한 상황에 3가드를 돌리면서 잃는 케미와 승률
2. 웨이터스가 터져도 그가 1번을 볼수는 없을것 같다는 점 (후속딜 후에도 3가드 지속가능성)
3. 지금의 썬더에게 내년 걱정은 사치.....
4. 이런 식으로 밀어준다고 정말 터질까 하는 점
5. 지난번 파토난 후속딜을 봤을때 계획없이 급매물만 찾는것 같다는 점
과 같은 이유들 때문에 저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걱정되고 안타깝습니다. 영입심리 자체는 이해하지만 굳이 이런 리스크를 이런 험한 시즌에 져야 하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이렇게 된 이상 웨이터스가 터지고 후속딜을 최대한 빨리 성공시키는게 최선이겠구요..
이 글이 가뜩이나 힘들게 썬더를 응원하는 분들의 힘을 뺄까봐 걱정되지만....어차피 시즌 내내 나올 화두들이라 최대한 느낀 대로 가감없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16
Comments
패망의 지름길과
과연 터질것인가 두마디가 인상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