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공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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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4-10-14 14:47:42
웨스트브룩은 끊임 없이 이기적인 플레이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단지 그가 난사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듀란트가 역대급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가로막고 있다고 말이죠.
웨스트브룩은 믿을만한 2옵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본인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포기한다면 웨스트브룩이 가진 최대의 장점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폭발적인 플레이가 나오기 이전에는 수 없이 많은 담금질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웨스트브룩에게 담금질을 포기하라는 것은 폭발성도 함께 잃어버리라는 주문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웨스트브룩은 태생적으로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듀란트의 입장은 어떨까요? 듀란트는 튀지 않고 모나지 않은 인성을 가진 선수입니다. 웨스트브룩을 직접 겨냥해서 '그만 설쳐라. 여긴 내 무대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닙니다. 설령 그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그 시기는 은퇴후 자서전에서나 그렇겠죠.
듀란트가 지속적으로 웨스트브룩의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악영향을 받고 있다면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듀란트 go! 인지 듀 브룩 go! 인지... 이 두선수가 모두 시기적절하게 서로 상호보완해주면서 폭발해 준다면 스캇 브룩스가 더 바랄게 없겠지만 한 두 경기 그런 기적같은 경기가 나온다 할지라도 플레이오프 전체 시리즈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가능성은 낮아도 너무 낮습니다. 시한폭탄을 든 채로 눈을 가리고 밤 길을 걸어가며 집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에는 듀란트의 확고부동한 '1옵션'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저는 여태껏-웨스트브룩이 그야말로 미쳐날뛰고 듀란트가 역대급으로 조용했던 경기를 제외하면- 1옵션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을 본 적이 없습니다. 술먹고 쓴 글을 제외한다면 그런 글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웨스트브룩의 스탯을 들여다보면 '그 정도면 대장 해도 되겠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숫자가 아닌 경기를 본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입니다. 따라서 듀란트는 지속적으로 1옵션으로 자리를 차지해야만 합니다. 현 NBA에서 '역대'라는 단어를 앞에 붙일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듀란트 입니다. 그는 심지어 득점에 있어서는 10시즌동안 미쳐있던 조던을 제외하면, 가장 특출난 선수 중 한명입니다.
NBA가 목숨걸고 키워야 하는 선수인 것이죠. 스캇 브룩스도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동안 듀란트가 가능성을 죄다 폭발시키길 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웨스트브룩은 고분고분한 선수가 아닙니다. 따라서 그 동안 이상스럽게 잘 유지되고 있는 썬더의 평화-듀란트의 인성이 한 몫 하는것이 매우 크지만- 는 언제 와해되고 시끄럽게 미디어를 달굴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썬더에 누가 남게 되든 듀란트를 원하는 목소리가 가장 클 테고 웨스트브룩은 밀려나게 되겠지요. 웨스트브룩이 남는다 하더라도 그건 듀란트가 배척당했기 때문은 절대 아닐겁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듀란트는 엄청난 짐을 떠안게 될 겁니다. 웨스트브룩이 나눠들던 짐을 듀란트가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죠. 이미 그 결과가 어떤지는 작년 플레이오프 듀란트의 플레이로 미리 확인했습니다. 듀란트는 스탯상에 나름 괜찮은 숫자가 쌓였지만 실제로는 가비지타임 기록이 더 많았고 승부처에서 날뛰었던 것은 웨스트브룩이었습니다. 웨스트브룩이 없었다면 듀란트는 결코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면 변수가 너무나 늘어납니다. '한 선수가 떠나고 한 선수가 남으면 되잖아?' 식의 문제가 아닌 것이죠. 두 선수는 결국 상호보완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그렇게 믿기 힘들고 믿기도 싫지만 결론적으로 이 두선수는 상호보완적입니다. 다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만큼의 시너지효과는 아닐 뿐이죠.
만약 듀란트의 팀이 어느 팀이 되든 정통파 포인트가드를 영입하고 활동량이 넓고 수비가 좋고 스팟업 슈팅에 강한 슈터를 영입할 수 있다면-그러니까 듀란트 맞춤식 팀-을 꾸릴 수 있다면 듀란트는 반드시 가장 강력한 컨텐더가 될 것이며 개인적으로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팀을 가져본 선수가 리그 역사상 몇명이나 되는지 잘모르겠습니다. 리그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운도 함께 작용합니다. 웨스트브룩은 결국 엄청난 '계륵'인 것이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듀란트라는 선수가 우승권에 다가가든가 혹은 차지하는 것은 결국 본인이 얼마나 '슈퍼맨'에 가까워지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팀'으로서 우승을 하고 싶다면 듀란트는 웨스트브룩이 비이기적이게 될 것을 바래야할 뿐만 아니라 그럼에도 본인의 플레이의 장점을 그대로 발휘하기도 바래야 합니다. 아니면 오클라호마는 새로운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되어야만 하며 듀란트는 팀이 우승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팀이 될때까지 지속적인 비판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복잡합니다. 웨스트브룩이 업그레이드된 빅 3의 웨이드가 되지 않는 한, 최악의 경우 웨스트브룩은 샤킬과 갈라선 코비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으며 그 경우에는 듀란트도 샤킬이 될 수 없을테고-그들은 이미 우승을 경험했기 때문에- 웨스트브룩도 코비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절대로요.
오클라호마는 좋은 성적을 그럭저럭 잘내는 준수한 팀입니다. 그러나 듀란트는 우승을 원할테고 만약 그렇다면 이제 본인의 플레이 외적인 문제도 신경을 써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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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샤킬 오닐이 이렇게 글을 쓴건가요?
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