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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 (1) 시간, 추억,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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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3-13 02:43:55

(1) 시간, 추억, 그리고 아버지.

50번째 생일을 5주 앞두고, 마이클 조던은 그의 책상 뒤에 앉아 샬럿 시내의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핸드폰은 트레이드나 져지에 집어넣을 광고에 대한 문의로 정신없이 울려댔다. 라이벌 팀은 조던의 가장 뛰어난 선수를 데려가려고 하면서 아무것도 내놓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조던은 바짝 곤두서 있었다. 손에는 쿠바산 시가를 쥐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흡연이 허용된다.

“글쎄, 제가 이 빌딩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154피트짜리 요트 “미스터 테러블 (Mister Terrible)"을 대여해 즐기던 휴가에서 이제 막 돌아왔는데도, 그는 이완되었던 신경이 다시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이 긴장감, 그의 가장 가치 있으면서도 파괴적인 자산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갖은 모욕들이 떠다닌다 – 역대 최악의 기록, 엉망인 팀의 구성, 바지사장. 조던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쓰는 이야기들, 그의 비서가 클립에 끼워 준비해주는 그의 연료를 받아 읽는다. 그는 사람들이 무어라 떠드는지 알고 있다. 그의 배고픈 정맥에 주사를 놓기 위해서라도 그는 알아야 했다. 조던의 근처에 있을 때면 언제나 폭발할 것 같이 부글부글 끓는 무언가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의 안에는 여전히 에어조던이 살아 뛰쳐나오려고 아둥바둥대는 것일까. 자신의 예전 모습의 유령과 끊임 없이 싸워야 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시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면바지 위에 소매에 흰색으로 모노그램이 은은하게 수놓아진 흰색 드레스 셔츠를 매치해 입고 있었다. 벨트에 달려있는 그의 아이디 뱃지 아래쪽에는 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마이클 조던.” 혹시라도 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구단의 주인이 누구인지, 저번 삶에서 한 시대를 정의해버렸던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80년대와 9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문득 마이클 조던이 50살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몸서리 친다. 그 많은 시간이 다 어디로 흘러가버린 거지? 조던 자신도 믿기 어려워하고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도 인정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지,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얼굴에 웃음 비슷한 것을 띄웠다.

“전… 전 언제나 제가 요절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가 손가락 관절을 어두운 빛깔의 원목 책상에 똑똑 두드리면서 말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숨겼다. 운명론에 사로잡힌 모습은 그의 대외용 이미지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고, 또 글쎄, 아무튼 조금 이상했으니까. 그의 어머니는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화를 내곤 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을 뿐이었다. 그는 너무나 강하고 너무나 젊었기 때문에 완만한 내리막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더 어울릴 것만 같았다. 이 세상은 그를 아예 앗아가버릴지언정 그가 품위 없이 패배하고 나이 들어 실패하게 놔둘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를 무릎 꿇게 하는 것은 비극적 결함이어야 하지, 그 흔한 쑤시는 관절 혹은 침침해지는 눈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날 늦은 밤, 그는 부엌에 서서 저쪽 편의 텔레비젼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그의 친구 퀸 버크너가 말했다.

“안경을 사야겠구먼.”
“다 보여.” 조던이 반박했다.
“나한테 사기 치지 말라고.” 버크너가 대답했다. “힘들어하는 거 다 보여.”
"다 보인다고 했어." 조던은 굽히지 않았다.

창문으로 타이론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시내, 그의 거대한 집에 텔레비젼은 모던하게 돌로 지어진 벽난로에 빌트인 되어있었다. 팔마이어 멀로 와인병이 테이블 저 끝에 놓여있었다. 시카고 근교 출신의 은퇴한 NBA 가드이자 페이서스 방송인인 버크너는 다음 경기를 위해 샬럿을 방문 중이었다. 조던과 그는 다가오는 조던의 생일에 대해, 또 갑자기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는 듯한 그의 삶의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던도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는 시카고 그의 집에서 나왔고 앞으로 3주 안에 플로리다의 새 집에 이사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는 약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마음 속에서 그의 경쟁심과 싸우면서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었다. 대체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대체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지? 이렇게 고뇌하는 조던을 보는 것은 멸종위기의 점박이 올빼미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지만 여기,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약혼녀 이베트 프리에토가 부엌 아일랜드 식탁 근처에서 친구 로라와 밝게 웃고 있었다. 조던은 시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불이 자꾸만 꺼졌다.

"들어봐," 버크너가 말했다. “시간 영감*은 여전히 정정하다니까.”
어떤 생각이 공기 중을 스쳐갔다.
"젠장" 버크너가 이어말했다. "오십이야."
그가 고개를 저었다.
"넌 이게 믿겨져?" 조던이 조용히 말했다, 자기자신에게 되뇌이는 것처럼.

*시간 영감: 시간을 낫과 시계를 든 노인으로 의인화한 존재.


조던은 그의 농구화처럼 페인트 칠한 개인기를 타고 다닌다. 
그는 곧 하이랜드의 저택을 팔 예정이고 플로리다에는 새로운 저택을 짓고 있다.

하루 전, 조던은 지금까지 여러번 그래왔듯 시카고에서 샬럿으로 떠나왔다. 하지만 이번 비행은 평소와 달랐다. 그의 농구화처럼 생긴 개인기 걸프스트림(Gulfstream) 4세가 이륙하여 남쪽을 향했을 때, 그는 더 이상 1984년에 처음 왔던 그 도시의 주민이 아니었다. 지난 몇달 간, 그는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느라, 인생의 앞쪽 반을 박스 안으로 챙겨 넣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감정을 느꼈다 – 희망과 분노, 실망, 환희와 절망. 하지만 최근의 그는 30살의 그였다면 질색했을 어떤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향수.

짐을 싸고 정리하는 것은 수년 전, 그가 이혼하면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시카고 근교의 저택에서 그는 창고 바닥에 에스티 포트노이와 앉아 있었다. 포트노이는 조던의 사업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이혼 후에는 그의 사생활 많은 부분도 상담해주고 있었다. 그 날 새벽 1시. 둘은 금고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조던은 그 금고를 수년간 열어보지 않은 나머지 비밀번호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밀번호를 떠올리기 위해 그는 다른 모든 것을 집어치운 상태였다. 틀린 번호를 10번 입력하게 되면 금고는 보안을 위해 아예 차단이되어 버리고 열 수 있는 방법은 폭파시키는 것 뿐이 될 터였다. 평소 쓰던 숫자들 어느 것도 먹히지 않았다. 9개의 조합이 실패하고 이제 한 번의 시도만이 가능한 상태. 조던은 집중했다. 그는 그의 생일, 2와 17, 그리고 예전 농구 숫자들의 조합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여섯개의 숫자를 입력했다. 9, 2, 1, 7, 4, 5. 찰칵. 문이 열리고 그는 손을 뻗어 1984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꺼냈다. 메달은 더이상 금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상태였다. 변색되고 달라져버려서 – 마치 그 때보다 흐리멍덩해져버린 그 자신처럼.

그 때의 기억, 그 때의 감정이 그를 뒤덮었다. “정말 순수했어요, 이게 맞는 단어라면 말이죠.” 그가 토로했다. “1984년에는 순수했었죠… 전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어요.” 1984년 올림픽, 그는 나이키와의 첫번째 신발계약을 협상하는 중이었다. 그는 그 곳에서 다른 올림픽 선수들과 뱃지를 교환했다. 8년 후, 그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고 드림팀이 선수촌에서 쫓겨났을 때, 그는 선수촌의 다른 선수들과 다시 뱃지를 교환할 수 없음이 속상했다.

아버지 제임스와 어머니 딜로리스와 함께 있는 조던.

조던은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 낡은 반바지를 발견했다. 그의 첫번째 에어조던 시리즈 농구화도. 동굴 같은 그의 나이키 창고 속에서 그는 5천 상자에 가까운 신발을 자신이 보관할 것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줄 것으로 분류했다. 드림팀 유니폼도 있었다. 그의 고용인 중 한명은 그가 대학 시절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집으로 보낸 편지들을훑어보다 편지 속의 그가 얼마나 평범해보이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 때 이후 얻은 수많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편지 속의 아이는 잃게 되었다. 편지 속의 그는 부와 명예와 압박으로 뭉쳐 단단해지기 전이었다. 아이는 그의 부모님께 학교 성적이나 연습, 식당의 음식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언제나 돈이 필요했다. 그 중 한 편지의 끝은 이러했다 – 추신: 우표 좀 보내주세요.

그는 그의 세번째와 다섯번째 우승 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에 휩싸여 하루하고도 반을 보냈다. 그는 집 전체를 두동강 낼 기세로 고함을 쳤다 "누가 내 반지를 훔쳐갔어? 누가 5번을 훔쳐갔어?"

"그건 빌어먹을, 엿같은 패닉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마지막 우승 후, 불스는 그에게 여섯 반지를 보관할 케이스를 선물했지만 조던은 반지들을 한번도 같은 장소에 모아둔 적이 없었다. 이제 집 곳곳에 널려있는 반지들을 모으면서, 그는 슬롯에 이들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이 쯔음 그는 그가 죽은 후에 반지가 상품으로 나타나면 반드시 그의 소유로 돌려줘야 할 것임을 천명하는 내용을 유언장에 추가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똑같은 반지를 새로 사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었다. 그가 아무에게도 모조품임을 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스스로가 알 터였다. 그가 잃어버렸던 반지들은 결국 그의 기념품 방에서 발견되었고 그의 여섯 반지 세트는 완성되었다. 그는 겨우 숨을 내쉬고 다시 짐 싸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는 그의 어린 자녀들의 모습을 담은 오래된 홈비디오도 찾았다. 그들은 이제 모두 대학에 있거나 대학을 졸업했다. 야구화, 배트와 글러브 옆에 놓여진 웜업져지 위에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이 과정을 정말 즐겼다는 것이었다. "서른 살 때 저는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저는 제가 겪는 일들, 제 손에 닿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이 살았어요. 이제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면 생각이 참 많아져요 – 세상에, 잊고 살았구나.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이제는 속도를 줄일 수 있으니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이럴 때면 제가 늙었다는게 느껴지죠.”

스스로도 이 말이 중년의 위기를 맞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날들에 아련해하는 아저씨처럼 들린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는 소리내 웃었다.

"전 이런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가 말했다. "저는 추억하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 농구를 보면서는 유독 더 그래요. 아 정말이지, 지금 뛰고 있었다면 좋겠어요. 돌아가서 농구할 수만 있다면 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요."
"그걸 무엇으로 대체하나요?"
"못해요. 그냥 사는 거에요." 그가 대답했다.
"어떻게요?"
"힘든 과정이죠." 그가 말했다.

"저는 추억하는 것을 좋아해요. 요즘 농구를 보면서는 유독 더 그래요. 아 정말이지, 지금 뛰고 있었다면 좋겠어요. 돌아가서 농구할 수만 있다면 난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요."  
-마이클 조던

샬럿에서도 조던은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조지 콜러와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들은 옹기종기 모여 아이패드 지도에서 조던의 첫 시카고 집을 찾으려는 참이었다. 

시카고를 떠난 지금, 조지가 이 곳에 있는 것은 마치 수미상관 같다. 조던이 1984년 시카고에 처음 도착해 오헤어 공항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는 불스가 그를 데리러 아무도 보내지 않았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아직 시골 소년이었던 조던은 긴장했고 불안했다. 그 때 어느 젊은 리무진 기사가 그를 발견하고 데려다 주었다. 그 운전사가 바로 조지였고, 이후 둘은 친구가 되었다.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조던은 콜러를 온전히 믿는다. 콜러는 어쩌면 유력 운동선수들의 연락처를 그 누구보다도 많이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던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조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쯤 보고 있어?” 조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물었다.
"에섹스 거리." 조던이 그가 예전에 살았던 거리를 발견하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그놈의 맥립을 사먹었던 게 기억나네. 여기 처음 왔을 때."

그 집에는 잘 꾸며진 지하가 있었다. 지금은 밥캣츠의 GM인 불스의 포워드 로드 히긴스와 찰스 오클리가이웃에 살았다. 그 곳엔 핫텁과 탁구대로도 쓸 수 있는 당구대가 있었다. 그들은 몇시간이고 휘트니 휴스턴의 1집을 듣고, 듣고, 또 들으며 함께 놀았다. 지난 해, 조던의 변호사이자 밥캣츠 구단 운영자 중 하나인 커티스 포크가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 소식을 문자로 전해들었을 때, 조던은 그와 밥캣츠 벤치에 함께 앉아있었다. 휴스턴의 죽음은 조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와 휴스턴이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버렸기에. 그는 50살의 나이와 에섹스 거리의 탁구 사이의 거리가 얼마쯤 될까를 가늠해보았다.

“그 지하에서 좀 치고 받았죠.” 조지가 껄껄대며 말했다.
“나랑 오크가 그랬었지.” 조던이 말했다.
히긴스는 그곳에 함께 서서 지도를 보고 있었다.
“저와 당구 치면 쟤는 죽음이었는데 말이죠.” 조던이 로드를 향해 턱짓했다.
“내 생각은 다른데.” 히긴스가 피식 웃었다.
“죽느냐 죽이느냐야.” 조던이 으르렁거렸다. “지는 것은 곧 죽는 것이야.”

에섹스 거리의 그 주택에 대한 이야기에는 아무도 말 꺼내려하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그 지하를 개조했던 것은 마이클의 아버지 제임스 조던이었다. 제임스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아들이 돈 쓰는 것을 못 견뎌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스스로 했다. 첫번째 겨울, 마이클이 올스타전을 위해 떠나 있을 때, 집의 파이프가 얼었다. 그의 아버지는 직접 벽을 뜯어 파이프를 갈아끼운 다음, 다시 벽을 메우고 페인트를 칠했다. 그는 아들의 집을 고치는데 꼬박 2주를 보냈다. 제임스와 마이크 – 그 모든 추억은 처음부터 이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 아빠께 … 우표 좀 보내주세요.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아버지, 제임스 조던

조지 콜러는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불스의 첫 우승 이후 얻은 것이었다. 조던은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모조품을 돌렸었다.

"내가 너한테 이 반지를 왜 끼고 다니는지 말한적이 있던가." 조지가 말을 꺼냈다.
"아니." 조던이 대답했다.
"너희 아빠와 약속한 것이었어." 조지가 말했다.

조지는 언제나 강도를 당할 것이 두려웠기에 반지를 집에 두고 다녔다. 제임스, 모두에게 팝스라고 불렸던 그는 조지를 나무랐다. "네 반지 어디 갔어? 내 아들은 네가 그 쪼가리를 서랍장 안에 쳐박아두라고 돈을 쓴게 아니라고."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조던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팝스는 조지에게 반지를 도둑 맞으면 "우리가 새 것을 사주겠다"고 말했다.
조던은 "우리"란 말에 폭소를 터뜨렸다.

"마음에 들어." 그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말했다. "딱 아버지가 하실만한 말씀이야."
"그리고 그 때 그 일이 생기고 나서는 " 조지가 말했다. "반지를 끼고 다니지."

기억이 돌아온다. 팝스가 살해당했던 그 날, 팝스는 시카고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그는 조지에게 전날 밤 연락해 자신을 데리러 나와달라 부탁했다. 조지는 오헤어에서 기다렸지만 팝스는 공항에 나오지 않았다. 30분쯤이 흐르고 조지는 마마 제이 – 조지는 딜로리스 조던을 이렇게 부른다 – 에게 전화를 걸었다. 좀 더 기다려봐, 그녀가 말했다. 팝스는 아마 비행기를 놓쳤을 거야. 두세시간이 더 지나고 샬럿발 다음 비행기가 착륙했다. 팝스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조지는 마마 제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팝스가 연락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팝스에게서는 끝내 전화가 오지 않았다.

“망할,” 조지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눈물이 다 나네.”

조지는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는 조던의 기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었고, 슬퍼질 때면 마이클이 조용해지고 멍해지고 안으로 파고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이 반지를 얻으려고 얼마나 많은 점프샷을 던졌는지 말이야.” 조지가 농담을 던진다.
“죽어라고 경기했지, 조지.” 조던이 받아친다.

그러나 팝스의 유령은 방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제 약혼녀를 만나지 못했어요.” 조던이 입을 열었다. “애들이 자라는 것도 보지 못하셨죠. 93년에 돌아가셨을 때 재스민은 한살이었어요. 마커스는 세살, 제프리는 다섯살이었구요.”

“아버지의 존재감을 언제 가장 크게 느끼시나요?” 

5초가 흐르고 또 10초가 흘렀다. 침묵. 그는 무기력하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처음으로 그의 뱃살이 눈에 띄었다. 바깥은 흐렸다. 그는 입에서 으드득 소리를 내면서 목을 문질렀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는 그는 갑자기 늙어보였다. 아버지가 강도들에게 살해당한지 – 그들은 렉서스와 아들이 선물한 우승반지 두개를 강탈해 갔다 –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조던은 여전히 그를 필요로 했다. 마침내 그가 대답했다. 

“아마도 조지와 함께 있을 때일거에요.” 그는 턱으로 조지를 가리켰다.

바닥에는 시카고에서 가져온 액자가 아직 걸리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액자 안에는 텅 빈 경기장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둡고 조용한 가운데 열려있는 터널 문에서는 눈부신 불빛이 터져나와 손짓하고 있었다. 상실 – 노화, 은퇴, 그리고 죽음 – 과의 싸움. 그 가운데 빛을 향해 걸어가는 조던의 옆에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함께 걸어가는 유령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다. 

“예전에 뭘 같이 했냐면,” 그가 말했다. “밤새 같이 카우보이 영화들을 봤어요. 서부 영화들요.”

여전히 조던은 그 영화들에 미친듯이 열중한다.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려고 하는 일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의 고용인 중 하나는 조던의 걸프스트림에 타서 비행시간 내내 총쏘고 싸우는 것을 봐야 하느니 차라리 상용기를 타는 것이 낫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서부 영화 제목 아무거나 대봐요.” 조지가 말했다. “쟤가 처음, 중간, 끝까지 다 얘기해줄 거에요.”
“늘 보죠.” 조던이 말했다. “마샬 딜런 시리즈는 전부 다 봐요.”
“쟤가 가장 좋아하는 서부 영화들이 아마 저도 가장 좋아하는 것들일 거에요.” 조지가 말했다.
“너와 내가 유독 좋아하는 세개가 있지.” 조던이 말했다.
“무법자 조지 웨일스,” 조지가 시작했다.
“맞아, 그게 제일 좋아.” 조던이 말했다.
“사라 수녀를 위한…” 조지가 운을 띄우고
“노새 둘.” 조던이 마무리했다.
“나머지 하나는 ‘용서 받지 못한 자’에요.” 조지가 말했다.
"아버지가 정말 아끼시던 영화였어.” 조던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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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WR
2
2013-03-11 02:01:47

길어서 3부작으로 나누어 번역중입니다. 2부에서는 MJ이 평소에 어떤 성격인지, 그리고 3부에서는 현 리그와 특히 르브론에 대한 언급도 많아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해주세요!

2
2013-03-11 02:21:25

새벽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괜시리 먹먹해지네요...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저 인터넷으로 조던을 접한 저도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정말로 조던과 함께 세월을 보내신 회원분들은 어떤 느낌이실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가 되네요. 잘봤습니다.

Updated at 2013-03-11 08:42:14

일반인에겐 어울리지 않을 몇가지 소품들을 빼곤 영락없는 50대 중년 아저씨의 모습이군요.

조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새롭기도 하고 조던이기에 이러한 스토리도 팬을 모을 수 있구나 싶네요.

2013-03-11 12:29:19
남초 까페에서 더욱 빛나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인지 아니면 그냥 성과는 관련없는 연연님 자체의 번역 능력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번역해주시는 글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주제선정, 번역 능력 모든게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WR
2013-03-11 17:00:59

과한 칭찬이세요 

그래도 이번엔 상당히 공들인 번역이라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MJ 탄생 50주년 칼럼이라 살짝 타이밍을 놓친 감이 없잖기는 한데, 제가 워낙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 느낌을 살려서 쓰고 싶었어요. 프로 작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면 어느정도는 성공한 거겠죠? :)
Updated at 2013-03-12 03:06:11

샬럿경기들을 보면서 얼마나 본인이 뛰고싶어 할지...;

2013-03-11 23:43:13

게임에서 보스 다잡고 아이템 다 모으고
명성 떨칠대로 떨친다음 캐릭삭제하고
초보자사냥터에서 슬라임잡는 기분?

2013-03-12 21:41:05

번역 참 잘하셨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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