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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의 작은 선행 (글: 어서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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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23:37:38
어서와님이 heltant79로 활동하던 시절에 쓰셨던 글인데, 매니아에도 올리셨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조던의 노스캐롤라이나 시절 글을 쓰다가 날려서 다시 쓰는 중인데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어서와님의 과거 글을 소환해봅니다. 검색해보니 매니아에 올리시지 않았었거나, 삭제가 된 모양입니다. 어서와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로베르토 거레이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날은 평소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했을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1987년 8월의 어느 날, 시카고 시경에서 근무하던 거레이는 신고 전화를 받고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 꼬마 아이가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는 것이었다. 응급구조대와 함께 현관문을 연 거레이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는 악몽을 만나야 했다.

방 안에는 다섯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발목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로 누워있었다. 끈으로 오랜 시간 동안 졸려있을 때나 생길 수 있는 상처였다. 호흡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의 셔츠를 걷어올리자 훨씬 끔찍한 상처가 나타났다. 아이의 가슴이 화상으로 완전히 문드러져 있엇던 것이다.

“살덩어리가 완전히 문드러져서 흘러내리고 있었죠. 말도 안되는 광경이었어요. 제 평생 그런 끔찍한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네 살짜리 레티 맥기의 참혹한 죽음은 시카고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어린아이를 이렇게 잔인하게 죽였을까? 시카고 언론은 레티의 사망을 주요 기사로 보도했고, 시민들은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레티의 친엄마 앨리시아 에이브러햄과 그녀의 남자친구 죠니 캠벨이 체포될 때까지 말이다.

에이브러햄과 캠벨은 그해 여름 내내 레티를 학대했다. 레티의 목소리가 너무 높다는 것이그 이유였다. 캠벨은 레티를 ‘계집애같다’고 나무라며 주먹과 몽둥이로 두들겼다. 담뱃불로 살갗을 지지는 것도 모자라서 다리미까지 동원했다. 에이브러햄에게서 받은 바늘로 계속해서 레티를 찔러댔다. 나중에는 끓는 물을 끼얹기도 했다. 밤에는 더 끔찍한 학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캠벨은 레티의 발목을 묶어 옷장 옷걸이에 밤새 거꾸로 매달아버렸다. 애타게 엄마를 찾았지만 소용없었다. 전에도 시 복지국으로부터 아동 방치에 대한 경고를 받은 적이 있었던 에이브러햄은 레티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캠벨은 레티의 입에 헝겊 조각을 물린 뒤 감자껍데기로 눈을 비벼댔다. 레티가 죽기 전날 레티는 이미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쇄골과 골반이 부러져 있었다.

운명의 날, 캠벨이 레티를 풀어주자 레티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목이 마르다고 했다. 캠벨이 사내답게 스스로 찾아먹으라고 소리치자, 몸무게가 12킬로그램도 안 되는 레티는 혼자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캠벨이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소리치는 순간 마침내 레티의 고통도 끝이 났다. 레티가 학대의 손길에서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찾았을 때, 레티의 친엄마 에이브러햄은 바로 옆에 앉아서 ‘헐크’를 보고 있었다.



에이브러햄과 캠벨을 체포하긴 했지만 어려움은 남아있었다. 두 사람의 혐의에는 정황증거만이 뚜렷할 뿐, 결정적인 목격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혐의를 극구 부인했고, 아파트 주민 중에는 레티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조차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동 학대 사건이 겪는 ‘증인 불명’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담당 검사인 제임스 비고네스가 이 최악의 살인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사건은 장기화 조짐을 보였고, 어쩌면 살인마들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날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의 희망은 큰 오산이었다. 레티가 뒤늦게 발견되던 날, 그 아파트에는 레티 말고도 아이 한 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레티보다 한 살 많은 형인 코르넬리우스 에이브러햄은 그해 여름 내내 레티가 학대받는 모습을 지켜봤고 그 끔찍한 형벌 중 몇 가지는 함께 고통받기도 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에이브러햄과 캠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인은 코르넬리우스뿐이었다.

하지만 코르넬리우스가 증언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다섯 살에 불과했던 코르넬리우스가 그날 있었던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배심원들이 얼마나 믿어줄지 의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코르넬리우스가 살인자 두 명과 또다시 대면하는 일에 극도의 공포를 나타냈던 것이다. 


하지만 비고네스 검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고네스는 코르넬리우스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코르넬리우스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도록 해주는 한편, 동생을 위해서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코르넬리우스를 설득했다.

코르넬리우스는 마침내 용기를 내 법정에 섰다. 평소 농구와 함께 책읽기를 가장 좋아하는 소년이었던 코르넬리우스는 두 살인자의 얼굴을 마주보며, 배심원들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그해 여름에 있었던 일을 또박또박 설명해줬다. 정의는 승리했다. 2년여의 재판 끝에 에이브러햄과 캠벨은 종신형을 선고받았고, 두 살인자는 절망으로 고개를 떨궜다.

살인자는 죗값을 치렀지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코르넬리우스는 부모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나이에 엄마로부터 ‘너는 필요 없는 녀석이야. 너 같은 녀석은 죽어버려야 해’라는 말을 들으며 학대받아왔다. 다섯 살은 엄마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면 희다고 믿는 나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됐지만, 어린 코르넬리우스는 자신이 계속 살아가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코르넬리우스는 극도로 조용하고 주위에 무관심한 아이가 되었다. 

비고네스 검사도 코르넬리우스가 법정에 서야 할 이유를 설명해줄 수는 있었지만, 어째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살아가는 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비고네스는 살인에서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심층 취재한 시카고 트리뷴의 밥 그린 기자와 함께 코르넬리우스에게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굳게 닫힌 문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린 기자는 시카고 불스 프런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코르넬리우스가 농구를 좋아한다니 일요일에 열리는 마이애미 히트와의 경기를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날 경기는 매진되었지만 특별히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990년 4월 1일, 코르넬리우스는 그린, 비고네스와 함께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카고 스타디움을 찾았다.

아무리 마음의 문을 닫았어도 코르넬리우스는 한창 호기심 많은 여덟 살이었다. 하물며 코르넬리우스는 지금 마음속의 신전이었던 시카고 스타디움에 와 있는 것이다. 경기장 복도를 걷고 있는 지금도 자신이 걷고 있는 곳이 시카고 스타디움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비고네스와 그린이 코르넬리우스를 라커룸 앞으로 데려가는 동안, 코르넬리우스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로 경기장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하지만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걸어나오는 걸 본 순간, 코르넬리우스는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입뿐 아니라 눈도 놀라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찼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눈앞에 마음속 신전의 주인이 서 있었던 것이다.

코르넬리우스는 입을 뻐끔거리며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도무지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야 했다.

“안녕, 코르넬리우스. 나는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조용히 얘기를 시작했다. 몇 가지 조크를 섞어가며 농구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결코 대답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코르넬리우스가 겪었던 일을 위로하지도 않았다. 신문에서 코르넬리우스와 레티의 이야기를 읽고 코르넬리우스가 불스 경기를 보러 온다는 소식을 듣자, 구단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이 모든 것을 준비한 조던이었이다. 조던은 코르넬리우스를 도울 계획을 나름대로 생각해놓고 있었다. 

경기 준비를 위해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조던은 코르넬리우스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 팀을 응원해주지 않을래? 우리가 이기려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단다.”

그날 불스는 코르넬리우스의 도움을 정말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불스의 붉은 저지를 입은 코르넬리우스는 다른 볼보이들과 함께 선수들이 연습하는 동안 정신없이 볼을 챙겼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자 불스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코르넬리우스에게 주어진 자리는 조던 바로 옆자리였다. 조던이 벤치에서 쉬는 동안 코르넬리우스는 조던 옆에 앉아 있다가, 조던이 다시 코트로 들어가면 조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는 불스가 리드를 잡은 가운데 마이애미의 거센 추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조던이 경기를 끝냈다. 이날 69%의 야투율로 47득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3스틸 3블록슛을 기록한 조던은 경기 막판 승부를 결정짓는 강력한 슬램덩크를 꽂아넣었다. 그리고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그날 하루 종일 ‘필요한 사람’이었던 코르넬리우스가 기쁨에 겨워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린은 기자 생활 처음으로 불스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린 역시 불스 경기를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항상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던 조던은 모든 인터뷰를 끝내고 막 짐을 챙겨 라커룸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라커룸 문 쪽으로 걸어오던 조던은 그린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린은 조던에게 말했다.

“오늘 당신이 해준 일을 코르넬리우스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말해주려고 들렀습니다.”

그 말을 들은 조던은 한참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조던은 그에게 그런 감사를 한 후 새로운 부탁을 하려 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던 것이다. 그린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던 조던이 말했다.

“그냥 그 말을 하려고 온 겁니까?”
“음, 당신이 선물한 하루가 코르넬리우스에게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잘 모르는 것 같군요.”
“아뇨, 저는 단지 당신이 그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내려온 것에 놀랐을 뿐입니다.”



그린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 어머니가 절 죽이려 했을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저를 올바르게 자라도록 키우셨거든요.”

조던도 웃으며 말했다.“우리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린이 조던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조던이 물었다.

“경기장에는 자주 오십니까?”
“아뇨, 오늘이 처음입니다.”
“흠, 그럼 꼭 다시 한번 오세요.”




그날의 경험이 코르넬리우스에게 온전히 행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코르넬리우스는 친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지만 친아버지 역시 코르넬리우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코르넬리우스를 사랑으로 돌봐줄 양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코르넬리우스는 보호시설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코르넬리우스는 더 이상 왜 사는지 모르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는 필요한 사람이었으니까. 코르넬리우스 마음속 신전의 주인이 그렇게 말해줬으니까. 

그날 시카고 스타디움에서의 경험은 코르넬리우스에게 어떤 역경에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1999년,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한 코르넬리우스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 입학, 컴퓨터 공학도의 길을 선택했다. YMCA 시카고 지부 청소년 상담 분과는 학대를 딛고 어린이에게 희망을 준 사람에게 주는 ‘코르넬리우스 S. 에이브러햄 상’의 첫 수상자로 코르넬리우스를 선정했다.

플레이오프라는 전쟁터에 임하게 될 전사들이여, 명심하라. 그대들이 써나갈 이야기는 그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그대들의 모습을 보고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그대들은 그들 마음속 신전의 주인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대들의 마음속에 있는 마이클 조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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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01:42:41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63961&sca=&sfl=mb_id%2C1&stx=heltant79&sop=and&spt=-73293

헬옹이 예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또 다시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클 조던은 특히나 장애인과 어린이들에게 상당히 친절했고
사랑했었죠.
많은 일화들도 있었고요.

/g2/bbs/board.php?bo_table=maniazine&wr_id=87098&sca=&sfl=wr_name%2C1&stx=%EC%9D%80%ED%8F%89%EA%B5%AC&sop=and&spt=-93293

제가 예전에 올렸던 
제프리님도 아시겠지만 지금도 친구처럼 지낸다는 카멘과의 일화입니다.


조던의 마인드 중 가장 멋있었던  마인드가 생각나네요.

정규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82게임 풀로 열심히 뛰냐는 질문에

오늘 나를 보러 경기장에 온 팬이  
그에겐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도 있기에 
그들을 위해 열심히 뛴다고 했었죠.
2013-02-12 01:55:59

이전에 이 글 읽었던 것 같은데, 또 봐도 감동이네요. 이런 유명 운동선수/연예인들의 미담들을 들으면 훈훈해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좀 부럽기도 합니다.

2013-02-12 01:59:44

농구 실력 그 이상으로 존경스럽습니다.

2013-02-12 02:42:53
2013-02-12 07:07:28

이야..멋집니다.

2013-02-12 12:27:40

흑흑 슬퍼요

2013-02-12 13:57:36

마이클 조던..

2013-02-21 14:00:58

Jordan Br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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