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오심에 대한 생각
오심이 나온 건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판도 사람이고 매번 비디오를 돌려볼 수는 없으니 오심이 나올 수도 있죠
아침에 일어나서 kcc팬 커뮤니티도 확인하니 박인웅 수비 김영현 수비 등 말이 많더라구요. kcc도 심판설명회를 열면 오심인 장면들이 몇몇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게임이 터진 4쿼터에 몰려있겠지만요.
제가 플레이 오프 경기를 모두 보면서 느낀 것은 하나하나의 오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과론적인 자유투 개수도 중요하지 않구요. 게임 터진 다음 자유투를 잔뜩 주면 의미가 있을까요
농구는 기준이 명확한 기록스포츠도 아니고, 야구처럼 명확하게 abs를 도입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말은 농구는 ‘맥락’이 중요한 스포츠라는 뜻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제가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전이 쉬운, 짧은 시간에 십몇점이 나서 뒤집어지는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어제 윤원상의 0.3초 버저비터처럼 아주 짧은 시간에도 경기 전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오는 예민한 스포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보다 심판과 맥락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번 심판 오심에서 꼭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위에 첨부한 이미지 부분입니다.
1. 파울 기준이 다르다.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오늘 콜 기조가 소프트인지 하드인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강하게 압박을 할지 오픈으로 내어줄 지 등등 파울 기준은 생각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db 경기는 파울을 하지 않고 깔끔하게 상대를 막아내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김종규 라건아 관련한 파울보면서 그 생각 했습니다. 김종규 파울은 맞지만, 에피스톨라 블락 보고 상대방이 했으면 저걸 불었을까 싶더라구요.)
그에 반해 kcc의 경기는 파울 없이도 상대를 막아내는 것이 비교적 쉽다고 느껴졌구요.
(에피스톨라의 손질 파울 불지 않음, 이승현 오프암, 에피스톨라 블락 막을 때 손 침, 박인웅 3점 부딪혔음에도 앤드원 주지 않음/ 영상 따오기는 힘들어서 말로 적습니다)
파울의 기조가 다르다는 것이 이번 오심에 가장 큰 문제입니다. 눈에 띄는 명확한 오심은 아니여도 특정 팀에게는 게임이 터지기 전까지 소프트히게 다른 팀은 하드하게 불었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 김종규에 집중된 오심
농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각팀에는 대체 불가능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농구는 교체 횟수 제한이 없는 스포츠이지만, 대체가 어려운 존재들이 있습니다. 각팀의 간판스타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요. 점수가 많이터지지는 않지만, 팀 전체를 은은하게 지탱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sk팬이라서 sk예시로 들어보면 요새는 오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재현이 파울트러블에 걸려서 나가면, 수비가 헐거워지는게 느껴집니다. 상대팀이 더 쉽게 점수를 내게 되는 흐름이 찾아오기도 하구요. 오재현은 점수를 많이내는 선수가 아니지만, 오재현이 파울 트러블에 걸리니 팀 전체가 순간 무너지는 것을 종종 봅니다. (플옵 6강 2차전 오재현이 4파울 트러블에 걸렸을 때 확실히 느꼈습니다) 수비도 영리하게 잘하지만, 종종 볼 리딩도 보고 경기 내 궂은 일 그리고 종종 터지는 공격들이 진가라고 생각합니다.
오세근 허일영 최원혁 최부경 등등도 중요하지만, 오재현이 경기 전반에 은은하게 미치는 영향력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kt문성곤도 비슷하다고 느끼구요)
오재현과 같은 역할을 하는게 김종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오재현보다 하는 일이 더 많지만요) 멋있는 것들만 하지는 않지만 김종규 선수는 db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단순히 공격 측면뿐만 아니라 수비 측면에서도요. 김종규의 압도적인 높이와 거기서 주는 안정감, 잡아주는 리바운드들, 절묘하게 터지는 미드레인지 공격.
파울트러블에 어떤 선수가 걸리면, 아 쟤 왜저러냐 정신 나갔냐라고 생각하게 되는 선수가 있고..
어떤 선수가 걸리면 와 오늘 겜 터졌네 큰일 났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선수가 있습니다.
전자는 개인의 능력만 있는 선수, 후자는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오심이 김종규 선수에게 집중되어있는 것이 두번째로 큰 문제입니다. 다섯개의 파울 중에 두개가 오심, 나머지 두개가 파울 기준이 달라서 불린 파울이라면 db입장에서는 심판의 오심으로 게임 흐름에 대체하기 어려운 중요한 선수를 잃어버린 셈입니다.
김종규가 단11분만 뛰고 3쿼터에 나간 것은 생각보다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김종규 선수가 나가면서 추격이 더 어려워졌구요. 게임 흐름이 넘어갔다고 생각했습니다.
3. 보상콜
심판들이 게임이 다 터진 다음 4쿼터에 보상콜을 주는 건 좀 그만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경기만 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임이 다 터진 다음에 유리하게 콜을 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심판이 부는 파울이 40개 정도라고 한다면, 그 중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파울이 있고 아닌 파울이 있습니다.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파울들을 다른 팀에게 유리하게 콜을 주고 이미 게임이 터진 다음 콜을 불러주면 공정한건가요?
김종규의 파울들은 게임을 바꾸는 파울입니다. 단순 파울 개수 자유투 개수 기록이 아닌, 흐름을 바꾸는 가중치가 붙은 파울인지를 봐야합니다. 수능에서 같은 수학 문제를 풀지만, 어떤 것은 2점 어떤 건 4점인 것처럼 파울도 가중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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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심이 의도적이지 않다고 해도, 보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느껴지면 의도적인거 아닐까요? 사람을 밀어놓고 다치게 할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폭행죄를 면죄해주는게 아닌 것처럼요.
전 농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올해 너무 바빴지만직관도 10회 정도 했고, 농구 경기 보려고 온갖 일정들을 조정했습니다. 대학농구도 가끔 보구요. 정말 애정하기 때문에 이런 기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인생 직관 경기는 작년 sk와 정관장 챔피언 결승전 6,7차전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몇년 동안 집에서 농구장이 가까워서 종종 봤지만, 이 두 경기가 제가 농구에 정말 푹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두 경기를 직관하고 제가 받은 전율과 감동 때문에 올해 플레이 오프도 그걸 정말 기대했습니다. 플레이 오프 경기는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다 봤구요.
안양의 기가 막힌 6차전 역전 후 경기장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응원하던 것, 7차전 3쿼터 김선형의 숨막히는 추격과 압박...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들어준 농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이번 플레이 오프에서는 어제 윤원상의 버저비터 3점 말고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적이 없네요. 심판 판정 논란 때문에 그냥 피곤하고, 지치기만 합니다. 경기를 볼 때마다, 멋있다가 아니라 이건 오심인가?? 이거에만 집중하게 되구요.
플레이오프에서 작년과 같은 감동을 느끼고 싶습니다. 심판이 주목 받는 것이 아닌, 선수들의 경기력과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주목 받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스포츠는 ‘공정’의 대명사입니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스포츠 속의 열정과 감동을 사랑합니다. 더러운 세상의 이치가 묻지 않는 순수한 노력에 의한 경쟁, 거기서 묻어나오는 감동을 애정한다고 생각해요. 스포츠를 보면서 정치 뉴스를 보는 더럽고 해탈한 기분은 정말 느끼지 않고 싶습니다.
오심 때문에 특정 팀이 챔결에 올라가서, 제가 올해 가장 기대하던 이벤트인 챔결도 심판 판정 논란에 뒤덮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건이 꼭 크게 번져서, 농구도 야구처럼 심판이 잘리거나 하는 변화가 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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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히 공감합니다.
중대한 오심 한두개가 아니라
한팀은 소프트 콜, 다른 팀은 하드 콜,
기준이 르게 적용되는 콜이
야금야금 쌓이면 한 쪽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