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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팬이 약 10년간 바라본 원칙주의자 유재학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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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5-04-05 15:19:54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가입한 모비스 팬입니다. nba 커뮤니티로 알고 있었는데 kbl 게시판이 따로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가입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제 여러 요인들로 인해 다소 감흥은 떨어졌지만 최초 쓰리핏과 최다 우승 기록을 만끽하고 현자타임을 거쳐 뭐라도 남겨야겠다 싶어 글을 끄적여봅니다. 유재학 감독 부임과 동시에 저도 모비스 팬이 된터라 10년 넘게 즐거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준 감독님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네요.  


일단 오늘은 원칙주의자(라 쓰고 꼰대라 읽..) 유재학 감독에 대해 써봤습니다. 글 부드럽게 쓰는 재주가 없어 생각나는 대로 가볍게 써봤어요. 후속편을 계속 쓰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첫 글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 원칙주의자 유재학의 선수단 운영 


-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 이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1112시즌에 합류한 레더도 유감독의 밀당에 넘어가 생전 안하던 아침 식사에 얼굴을 비출 수 밖에 없었다고... 아침식사 문화는 SK와 동부의 반등을 이끌어낸 문경은 감독(자유투 후 아침식사)과 김영만 감독이 벤치마킹해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제 익숙해져 잘 지킨다. 다만 사회생활 많이 못해본 신인들이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선수,혼혈선수(한명뿐이군..)가 종종 함정에 빠지게 되는데 버스 출발 시간이 10시인데 10시 정각에 오는 경우 한동안 유감독의 집중도전을 받기도 한단다.


- 용모 관리와 몸관리에도 철저하다. 꼰대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인데 함지훈에게 콜라 금지령을 내린다거나 누군가가 겁없이 머리를 스타일리쉬하게 하고 나타나면 "너 머리가 왜그래?"라며 압박을 준다거나.. 이런 탓에 때때로 모비스 고등학교 소리를 듣는다.. 이게 다 그가 10년여를 기러기 아빠로 보낸 탓. 늘 숙소에 상주하는 까닭에 숙소에서는 기숙사 사감이 된다. 그나마 이제 와이프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기러기 생활이 끝난다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다행일지도.


- 감독을 오래하는 비결은 건강하기 때문이라면서 평소 자신의 몸관리에도 철저한 분. 다만 혼자만 철저해도 되는데 작년 대표팀에서 몸관리를 위해 여자 대표팀 스태프를 포함해 대표팀 스태프들의 전원 서킷 트레이닝을 제안해 '역.시.대.다.난.분'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 원칙에 벗어나는 선수에게 자비란 없다. 레더보다 관리가 어렵다는 소리를 들었던 문태영이 훈련시간에 자주 지각을 하자 짤 없이 그가 오기 전에 버스를 출발시키기도. 물론 문태영은 그 이후에도 여러번 유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만 누구처럼 뒷돈 요구하며 태업하다가 짤리지는 않았다는 데 위안을..


- 유재학 감독의 원칙에 대한 집착(?)은 이번 '레아 라틀리프 배냇저고리' 일화에서도 나타난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모비스 팬들에게는 나름대로 라틀리프 아내의 출산이 큰 이슈였는데, 다행히 플옵 직전에 출산을 하면서 혹시 모를 경기력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팀 훈련으로 출산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설상가상 플옵이 길어지면서 외박이 짤리는 바람에 라틀리프는 거의 10일 가까이를 딸을 보지 못했던 것. 이러한 상황에 유 감독은 매일같이 딸 자랑을 하는 라틀리프에게 배냇저고리를 사줄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고. 그 이유가 참 유재학스럽다. "여지껏 다른 선수들에게 한 번도 안 사줬는데 라틀리프에게만 사줄 수는 없었다" 참 대단한 평등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시라는..


- 11년의 모비스 재직이 보여주듯 프런트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했는데 여기에서도 철저한 원칙과 신뢰가 기반이 되어있었다. 야구계 명장 김성근 감독님이 의도치 않게 구단 프런트와 마찰이 종종 있었던 데 반해(저 이분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오해없으시길) 유재학 감독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양보할 부분은 서로 양보하면서 오래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 위와 관련해 명확하게 얘기는 안했지만 FA영입이나 큰 돈을 쓰는 것은 자제하고(모비스는 유감독 부임 후 문태영을 제외하고 외부 FA를 데려온 적이 없다.) 선수단의 컨디셔닝이나 육성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상에 시달리던 김동우를 독일까지 보내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은 유명한 일화. 올해는 경기에 안 나서는 D리그 선수들을 선수단 적응을 위해 비행기를 통해 이동할 수 있게 했다고도 한다. 물론 여기에는 모비스 팬들은 알겠지만 여러 번 단장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한 번도 잡음 없이 유재학 감독을 잘 서포트해줬던 프런트들의 존재도 유감독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써봤네요. 튀는 선수 싫어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혐오해서 가끔 선수의 개성을 죽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래도 이러한 노력들이 장기적으로 팀 모비스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5년 재계약하셨으니 앞으로도 건강 잘 유지하셔서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재학 감독님!



덧1) 유재학 감독이 부드러운 이미지와 다르게 거침없는 독설과 수많은 짤을 양산해내는 액션으로 인해 많은 안티도 양성하셨죠. 최근에 특히 함지훈 선수 사건이나 이번 챔결 기록원 사건으로 농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시기도 했구요. 팬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유재학 감독이 프로 최고의 감독 명성에 걸맞게 언변과 행동에 있어서 좀 더 조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이번 우승 인터뷰 처음부터 농구팬들에게 사과하신 것을 보면 감독님도 인지하고 계신 것 같은데 앞으로는 모비스팬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사랑받는 감독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민국이 50년 후의 환상을 깨지 말아주세요.


덧2) 유재학 감독에게 불만스러운 부분이 딱 두 가지인데 한 가지가 바로 위에 쓴 내용이고 나머지 하나는 최근 심해진 주전 혹사였는데, 인터뷰에서 다음시즌부터 리빌딩과 동시에 로테이션에 대한 언급을 하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포스트 양동근 시대를 준비해야 하니 예전 0809시즌처럼 다양한 전술과 끊임없는 로테이션으로 재미있고 활기차는 농구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모비스팬은 5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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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5-04-05 15:31:35

재밌게 읽고 갑니다. 


끝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두 군데 있다고 하시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전 오리온스 팬이에요.. 살려주세요.. 
WR
Updated at 2015-04-05 15:46:04

하하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재학감독님도 말씀하셨듯 오리온스가 4강에 왔으면 4강에서 모비스가 떨어졌을것같습니다. 그만큼 오리온스가 최근 무서워졌고 이승현이라는 코어도 확보했으니 앞으로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보여줄거 같습니다. 이승현 선수랑 추감독님 포워드 농구도 좋아하기에 모비스가 당분간 성적이 안나오면 오리온스 경기도 같이 자주 챙겨보렵니다^^

2015-04-05 15:48:52

말씀만이라도 정말 감사합니다!!

모비스 리빌딩은 정말 궁금하군요 크블의 산왕..

2015-04-05 15:32:36

잘 봤습니다
감독님 건강하시면 좋겠고, 누가 양동근 선수의 뒤를 잇는 유재학호의 대들보가 될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경기력을 보니 주희정선수보다도 장수할꺼 같죠...? 나머지 선수들 리빌딩되더라도 혼자 남아있을 듯

WR
2015-04-05 15:45:2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주장님은 느낌이 본인이 지도자욕심도 있고 심플한 결정을 하는 스타일이라 우리의 기대나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말씀대로 올해 경기력 보니 팬심담아 최소 5년은 더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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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5 17:32:11

예전에 모비스 관계되신 분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농구실력도 실력이지만 사람을 정말 잘 다룬다고 하시더군요.

김효범 김동우 선수로 예를 드시면서
김효범선수는 멋이 좀들고 자만심이 있어서 항상 강하게 질책하고 갈구면서(?) 키웠는데

김동우선수는 약간 소심한(?) 내성적인 경향이 있어서 실수해도 뭐라 안하고 항상 칭찬하면서 키우셨다는거보고

모비스에서만 유독 잘하는 선수들(김현중 김효범 우승연 박종천등)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게 이런 세심한 선수 지도에있지 않나 하네요

(P.s. 정모선수는...)

WR
2015-04-05 18:38:43

오 그런 이야기도 들으셨군요. 재미있네요. 용병술에 대해서도 따로 쓸까 하다 접었는데 역시 감독님만의 확고한 무언가가 있으신 거 같습니다. 0809시즌에 천대현우승연같은 선수도 알아서 하는 선수들이라 잔소리 한 번 안하셨다는...

정모선수나 김학섭선수처럼 천재성에 대한 로망도 있으신 분인데 결과가 아쉽네요.

2015-04-06 16:24:58

정모 선수는 누군가요?

2015-04-08 12:45:21

처형살해로 징역살고 있는 정상헌입니다.


정씨가 고대시절 감독이 故정광석씨인데, 역대 고대감독 중에서도 그분만큼 온화하고 인자한 감독이 없었을겁니다. 부상치유라는 이유의 김학섭과 달리 그런감독분 밑에서 두번이나 소풍떠난 정씨의 정신상태는 원래 문제가 많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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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5 17:36:23

재밌는 글이네요. 꼰대스러울거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전 개인적으로 언변이나 행동을 조심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NBA 의 폽감독님보다 그리 심해보이지도 않고.. 유감독님 스타일대로 하셨으면..

WR
2015-04-05 18:43:26

재미없어 묻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씀 감사합니다.

엔비에이른 자주 보진 못하지만 저도 산왕을 좋아해서 가끔 보는데 포포비치감독도 다혈질이시기는하더라구요. 저는 크게 상관없지만 주변에 보면 감독님들이 화내는 모습때문에 농구안본다는 사람들도 꽤 있기도 하고 최근 농구계 분위기도 있고해서 조금 유해지셨으면 하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독설은 인터뷰때만 하신다면야^^

2015-04-05 20:30:43

폽영감님이야 뭐 알아주는 다혈질이죠 카와이 가슴 콕콕 찌르면서 갈구기도 하고

2015-04-05 19:54:59

실명은 안 써주셨지만 누가 누군지 읽히는 게 재밌네요

다음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WR
2015-04-05 23:25:07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밤되시길!!

Updated at 2015-04-05 20:49:15

괜히 명장되는게 아니네요. 자신만의 원리원칙이 확실하네요.
사실 김성근 감독스탈과 더불어 좋아하는 스탈은 아니지만 결과로 증명을 하니깐 인정을 안할수가 없네요.
갠적으로 양동근이 떠난후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WR
2015-04-05 23:28:32

저도 궁금합니다. 근데 그게 정말정말 먼훗날이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모비스팬들이 재미있었던 시절로 꼽았던 0809시즌이 양동근 없이 보낸 시즌이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챔피언우승은 못했던 시즌이라는 점...
여러모로 향후 5년이 기대되기는 합니다

2015-04-05 22:21:03

글 정말 재밌게 잘봤습니다~
그런데 궁금한점이 문태영선수가 원래 관리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나요? 관련일화를 풀어주실수 있나요 궁금해서요

WR
Updated at 2015-04-05 23:38:59

아 이 부분은 예전 문태영 선수 모비스 영입후 유감독님 인터뷰에서 봤던 것 같습니다.

유감독이 직전시즌 지도했던 레더보다 문태영 선수 관리가 어렵다는 소문을 들어 비딩자체를 망설이기도했다고 해요. 높이 갖춘 이승준과 고민하다가 장고끝에 입찰했는데 운좋게 단독입찰했죠.
이후 비시즌 보낸후 인터뷰에서 소문보다 훨씬 좋은 선수라며 훈련 중 먼저 자기실수인정하는 선수는 양댕과 더불어 유이한 선수라고 칭찬하기도.

물론 이후 3년간 가끔 속도 많이 썩인건 사실입니다. 딱 정해진 선만 지키는 스탈이라 약속시간도 늘 정각에 맞춰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또 간혹 훈련 시간에 불만을 가져 스태프와 마찰이 있었던 적도 있었구요.

어쨌든 3년 내내 함께 잘 끌어가면서 우승을 했으니 해피엔딩이죠~^^

Updated at 2015-04-06 09:39:26

참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감독들의 리더십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최근 몇년동안은 유재학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레아 라틀리프 배냇저고리' 기사를 읽고,
유재학 감독의 리더십이 정말 보기드문, 철저한 원칙주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깨달았는데
kmin님께서 잘 정리해주셔서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
2015-04-06 09:54:36

유재학감독은 선수시절에도 영리하고 재치있는 선수로 이름이 높았죠. 부상과 중대출신들과의 불화설 등으로 일찍 은퇴해서 아쉬웠는데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명장이 되었네요. 종목을 불문하고 원칙을 중요시하고 선수단능력을 극대화하는 건 뛰어난 감독의 공통점인 듯.

2015-04-06 21:38:20

전형적인 한국의 꼰... 형 리더의 모습이지만, 그 능력과 성적을 내는 일관적인 모습 많은 관계자들로 부터 존경을 받으면서 인간적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는 것 같아서 항상 기대되고 참 재미 없을 수 있는 KBL을 보다 매력적이고 재미 있게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는 매력남 이신 것 같습니다. 이대성이 군 제대하고 양동근 선수가 점차 내려가고 그 사이 신인들을 발굴하고 또 몇몇 선수들을 키워내서 또 미래에는 어떤 모습으로 모비스를 이끌어갈지도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작은 바램이 있다면 전랜의 유도훈 감독님이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유재학 감독님 체재의 모비스와 제대로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한국의 포포비치로 오래오래 해드시길...... 함던컨과 양동파커가 있으니.... 마누를 찾으면 되는 건가.....아 이제 카와이를 찾아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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