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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트레이드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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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2 14:27:17

  이대성의 'kbl식 페이컷' 모비스의 트레이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을 종합해보자면, 이대성의 '페이컷'이 아쉽다는 의견, 모비스의 트레이드가 아쉽다는 의견, 선수와 구단 모두 잘못이 없다는 의견, 세 가지로 나뉩니다. 그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대성 선수에게 아쉬운 의견을 표하는 분들은 구단에서 3억을 제시했는데, 그걸 거부했고 그건 결국 FA 이적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구단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사실 이대성 선수는 사연 많은 선수입니다.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그 때마다 선수를 보호했고, 이대성 선수의 행보를 지지했습니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이죠. 지금이야 KB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지만, 불과 몇 년전까지는 미완의 대기였던 이대성에게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구단과 감독? 저는 사실 모비스 말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훌륭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양동근-함지훈이라는 두 기둥의 존재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가 있기에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이대성을 지명할 수 있었고, 미국진출을 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인이 어디에 있건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은 다른 구단과 감독이라면 쉽사리 해줄 수 없는 배려를 선수에게 베풀었습니다. 그런데 이대성은 많은 배려를 받았음에도 부상등으로 인해 풀시즌을 치른 적이 없었죠. 지난 시즌에 훌륭한 퍼모먼스를 선보이긴 했지만, 사실 FA를 빼고 생각한다면 객관적으로 3억 이상의 활약을 했는가는 미지수입니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여기서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이대성은 이 계약을 거절하고 페이컷을 단행했죠.이대성의 선택에 부정적 의견을 표하는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김상규의 계약과는 별개로 3억이면 충분한 대우가 아닌가? 구단에서 그간 많은 배려를 해줬는데 왜 페이컷을 해가면서까지 이적을 암시하는가? 모비스와 유재학 감독만큼 이대성의 플레이를 인정하는 곳이 없는데 왜 매번 불만을 표출하는가? 트레이드 이후 모비스 팬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가?(이 부분은 추후 인터뷰에서 보충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대성과 모비스 모두 프로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챔프전이 끝나고 바스켓카운트 방송에 출연해서 지난 시즌 초반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해 압박을 얘기한 바 있습니다. 팀이 너무 대승을 하니까 출전시간을 조절 받았고, 그것이 이후 연봉협상에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한 것이지요. 이제 결혼도 하고, 나이도 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대성이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고는 하나 그는 어디까지나 프로입니다. 그리고 프로는 돈으로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때문에 FA를 앞두고 다음 시즌 더 많은 돈을 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로서는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간 구단이 배려를 잘해줬고, 편의를 봐줬다? 인간적으로 그리고 도의적으로 감사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연봉을 깎는 일과 직결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당장 3억의 연봉과 연봉을 조금 양보하면(이대성 기준) 다음 시즌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길, 이대성은 두 개의 길중에 후자를 택했을 뿐입니다. 물론 그 행동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본인의 몸값을 확인하고, 그 금액으로 구단을 압받하여 매우 큰 금액으로 구단과 재계약 맺는 일을 염두해두고 한 행동일지라도, 조금 달리 해석되어 팬들이 우려하고, 아쉬움을 표한 것은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또한 프로의 덕목이니까요.

  모비스의 행동을 아쉬워하는 팬분들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이 입장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받아온 선수들의 실링이 아쉽다는 의견과 왜 김상규에게 오버페이를 해서 팀분위기를 해쳐놨느냐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전자부터 보겠습니다. 이대성과 라건아의 트레이드 대상이라고 이야기하기에 다소 아쉬운 선수들을 받아온 건, 하드캡 그리고 선수의 실제가치와 트레이드 가치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성의 올해 연봉은 195백만원입니다. 하드캡인 KBL에서는 이 연봉 안에서 트레이드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라건아의 연봉은 외국선수로 계산되며, 샐러리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모비스의 트레이는 애초에 운신폭이 넓지 않았을 겁니다. 195백만원에 이대성의 가치와 걸맞는 선수? 저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또 생각해봐야 할 건, 선수의 실제가치와 트레이드 가치의 차이입니다. 이대성이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인 건 맞지만 내년에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반년렌탈선수에 팀의 미래를 걸만한 팀? 선수 수급이 어려운 KBL의 특성상 저는 선수풀이 넓은 SK나 전자랜드 정도 말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의 선택은 최선은 아니지만 뭐라도 남기는 차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상규에게 오버페이를 해서 팀분위기를 망쳤다는 의견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우승한 선수들의 연봉 인상폭은 생각보다 높지 않고 굴러들어온 돌’, 그것도 기록이 좋지 않은 이 갑자기 4억을 받았으니 선수들의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이 부분관련해서 유재학 감독이 회식에서 사과를 했다고 하더군요. 감독이 직접 사과할 정도니, 팀분위기가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근데 이게 모비스 구단의 탓이냐고 하면 전 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FA협상 때까지만 해도 원소속 구단협상 기간이라는 이상한 제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제시된 구단제시액을 거절하고 나오는 선수는, ‘구단제시액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한 팀과 계약을 체결해야만 했죠. 김상규는 전자랜드와의 계약을 거절했고, 거기서 제시된 4억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모비스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즉 모비스는 원래부터 김상규의 금액을 4억으로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KBL의 규정상 어쩔 수 없이 김상규를 42천만원에 영입한 겁니다. 전력강화와 우승이 구단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라면 김상규 영입 자체를 욕할 수는 없습니다. 모비스의 행동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해진 제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에 불과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이대성의 ‘KBL식 페이컷과 모비스의 김상규 계약이 같은 비슷한 맥락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이상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KBL의 연봉제도라고 생각합니다.

  KBL의 연봉제도는 기본적으로 구단을 중심합니다. 고액 FA계약 다음 년도에 선수들의 연봉을 깎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김상규가 올해는 42천을 받지만, 어차피 내년되면 깎일 건데 그걸 기다리지 못한 이대성을 탓합니다. 근데 저는 다음연도에 연봉이 깎이는 FA라는 거 자체가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열심히 하면 다음 년도의 연봉을 올릴 수 있으니 선수를 위한 제도이다. 다년 계약을 하면 선수들이 태업을 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연봉 책정은 전적으로 구단이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KBL로서는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수치화해서 책정하기 힘듭니다. 구단이 제시하는 금액에 대해 반발은 할 수 있지만, 데이터로 반박하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가 힘듭니다. 연봉조정이라는 시스템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야 연봉조정에서 승리하는 선수들이 몇 있지만, 보통의 경우는 구단이 승리했죠. 에이전트가 갖춰지고, 선수가 자기 가치를 구단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단년 계약은 선수에게 유리한 구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의 단년 계약은 구단에게 유리한 제도입니다.

  구단입장에서 보자면 단년계약 특성상 샐러리캡을 관리하기가 너무 편합니다. 프런트가 장기적인 팀계획을 짜고, 미래를 설계하는 건 군입대선수 순서 정하기 정도? 물론 프런트도 여러 가지 일을 하겠지만, 유동적으로 연봉이 조정될 수 있는 현 제도상 프론트의 역량은 신인 선수들의 군입대시기 조절과 외국선수 잘뽑기에서 결정 난다고 봅니다. 샐러리를 맞춰서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고, 장기적으로 계약을 관리하고, FA선수들을 위한 샐러리를 확보하는 것 등은 KBL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 일단 FA 선수를 비싸게 지르고, 나머지 선수들 연봉은 잠시 깎았다가 내년에 다시 맞춰주면 되니까요. 이 과정에서 선수들을 달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그걸 프런트의 역량으로 보기는 힘듭니다.(이걸 역량이라고 볼 경우 모비스 프런트는 굉장히 무능한 프런트입니다.) 진정한 역량은 선수와의 협상과정에서 선수의 프로의식, 실력퇴보, 노쇠화, 부상 등을 면밀히 체크하고, 여러 가지 변수에 대응하는 일입니다. 이런 걸 단년계약이라는 제도가 막고 있는 건 팬들의 볼거리 차원에서도, 선수들의 권익보호에도, 장기적으로는 리그 발전에도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근간에는 그간 KBL이 지향했던 평준화가 깔려 있는 거 같은데, 이번 총재가 그런 걸 타파하고자 노력하는 거 같으니 속히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는데, 저는 궁극적으로 이번 이대성의 'kbl식 페이컷' 모비스의 트레이드는 이러한 제도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성은 이번 시즌 연봉을 많이 받으면 오히려 FA대박이 힘들어지는 제도 때문에 페이컷을 했고, 모비스는 FA지만 실제로는 단년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KBL의 제도를 이용해서 김상규를 영입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 사태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수협도 없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누가 재기할까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발생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가 조금씩이라도 개선되고, 활발한 FA이동, 트레이드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프렌차이즈 스타라는 로망도 궁극적으로는 활발한 이동 전제되어야 성립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제 이런 시선은 전적으로 팬과 선수의 입장에 있습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KBL구단들 입장에서는, 현장상황과 실무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공허한 지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팬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리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나은 리그가 된다면, 언젠가는 관중이 넘쳐나는 농구대찬치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평소 kbl을 즐겨 보는데 이번 일이 매우 큰 이슈가 되는 것 같아서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근거가 다소 부족하고 정리가 잘 안된 긴 글이지만,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하시거나, 사실관계가 잘못된 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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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12 14:39:27

 오오 트레이드도 이동하는선수 연봉 총액이 맞아야 하는거군요

WR
2019-11-12 16:13:49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올시즌 kbl의 샐러리캡은 25억입니다. 현대모비스의 샐러리가 24억이었습니다. 
이대성의 연봉은 1억 9천 5백
김국찬의 연봉은 6천

박지훈의 연봉은 1억 3천
김세창의 연봉은 5천만원 정도입니다. 

2억 4천(세 선수의 연봉합)-1억 9천(이대성 연봉)=5천
따라서 모비스의 샐러리는 총 24억 5천만원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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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29 16:32:52
WR
2019-11-12 16:14:20

저도 구단에서 규정변화를 쉽사리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
2019-11-12 14:59:11

잘 정리해주셨고, 대부분 동의하지만 두 가지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1. 이대성 선수 연봉으로 처음 제시했다는 3억

이 부분은 김상규 선수 영입으로 인해 의미가 없어졌다고 봅니다. 아무리 FA와 비FA여도 김상규 선수가 4.2억인데 이대성의 가치가 3억이라고 하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2. 김상규 선수의 영입은 모비스 입장에서 적절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이상한 KBL 제도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그 제도하에서 모비스는 김상규 선수 영입을 안 할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입을 했죠. 그러면 그 상황에서 선수들이 반발할 거를 예상 못했을까요? 현재 결과로 보면 예상을 했건 못했건 모비스 프런트는 무능했거나 혹은 선수들을 무시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2
Updated at 2020-11-29 16:32:59
2
2019-11-12 15:38:56

아뇨. 저도 KBL (제도를 이상하게 만들었으니)의 문제가 가장 크고, 그 다음엔 모비스 구단 (선수 소통 부족 혹은 선수 무시)이 잘못했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WR
2019-11-12 16:15:33

예상은 했지만 잘 추스릴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으니 모비스 프런트가 '무능'했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2019-11-13 10:02:57

공감합니다.

이대성은 프로로서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고

모비스 또한 재계약 여부에 확신이 없는 선수를 보상없이 보내기 보다는

미래 자원이라도 얻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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