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이 직접 푸는 상무시절 썰
기자)상무에서의 2년, 궁금하다.
지금도 가끔 군 시절 나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웃음). ‘인간이 저렇게도 생활할 수 있나’란 생각이 절로 나기 때문이다. 크게는 후임과 선임 때의 계획을 나눴다. 후임 땐 제 시간을 갖는 게 어렵다. 그래도 계획을 세운 게 운동, 책 500권 읽기였다.
기자) 책 500권?
‘똑똑해야 한다’고 믿었다. ‘아는 게 많아져야 미국 무대 도전해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게을리 한 건 아니다. 악착같이 했다. 훈련소에서 팔굽혀펴기, 스쿼트, 런지 등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각각 500개씩 했다. 자기 전 1시간씩은 요가까지 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썼고.
기자)할 말이 없다.
‘군대에서 성장하지 못하면 미국 진출의 꿈은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절박하더라. 그렇게 6개월간 후임 생활을 마치고 선임이 되면서 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운동 시간을 크게 늘린 거다.
기자) 한 가지 궁금한 게 책 500권 읽기는 성공한 건가.
6개월 동안 130권을 읽었다. 목표치엔 한참 모자랐다. 그래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게 참 많았다.
기자) 선임 때도 책 500권 읽기에 도전했나.
저녁 점호(21시 30분) 후 30분간 무조건 책을 봤다(웃음). 특히나 운동을 정말 원 없이 했다. 오전 운동이 10시에 시작하면, 나는 9시 30분에 나가서 피지컬 운동을 했다. 11시 30분에 팀 운동 마치고 밥 먹으러 가면, 난 체육관에 남아 15분 더 운동했다. 공을 가지고 패스 연습을 하든가 슛을 던졌다.
기자) 밥을 먹고 나선?
점심 먹고 나서 30분 낮잠을 잤다. 그리고선 오후 훈련(2시 30분) 시작하기 30분 전에 나가서 드리블 연습을 했다. 팀 운동을 마치고 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NBA 선수 영상 찾아서 그들의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 해 보려고 했다. 아! 메모도 참 많이 했다.
기자)메모?
그 순간순간을 메모했다. 내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언제 떠오를지 모르니까.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서 뭐든 적었다. 동기부여가 될 만한 문구 매일같이 찾아서 보고, 스티븐 내쉬 사진 방에 붙여놓고 ‘언젠가 저런 선수가 될 거다’고 의지 다지고. 휴식이란 있을 수 없는 생활을 했다(웃음).
기자)몸에 탈 나지 않나.
처음엔 코피가 나더라. 하지만, 하다 보니 또 되더라. 그때 느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구나. 밥도 아침만 제대로 먹었다. 점심, 저녁엔 계란하고 보충제 중심으로 챙겨 먹었다. 한 번에 계란 20개를 먹고 운동했다. 그러고 나서 웨이트, 스킬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점호가 끝나면 책을 읽고, 10시 30분부터 11시까진 일기를 썼다. 그리고 11시부터 12시까진 요가를 했고, 잠들기 직전엔 복근 운동 1,000개를 했다. 이게 일과였다.
기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인가.
매일같이 일어나기 싫고 몸이 부서질 것 같은데, 하니까 됐다. 올 시즌 자유 이용권을 계속 얘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 어떤?
NBA 선수 영상을 보면서 매일같이 따라 했다. 선임이 된 1년 2개월간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지겹도록 반복하면서 몸에 익힌 걸 아직 팬들에겐 보여주지 못했다. 군 시절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땀 흘린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
기자) 잠자는 시간은 있었나.
낮잠 30분 포함해서 6시간은 잤다. 그 외 시간은 미국 진출을 위한 준비에 쏟아 부었다. 심지어 휴가를 나가서도 똑같이 했다. 군대에서 월급 받는 거 모아서 운동 용품도 샀다.
기자)군 생활을 주제로 한 이야기 중에 최고인 거 같다.
(하하). 전역 후에도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KBL 어떤 선수보다 간절하다’고 자부한다. 꿈을 향한 간절함 때문에 저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거다. 특히나.
기자) 특히나?
누구든지 한 번쯤은 열심히 할 수 있다. 극기 훈련도 3박 4일~1주일 진행하지 않나. 하지만, 자신이 꿈을 향해 매일같이 나아가는 건 어렵다. 습관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까닭이다. 짧게는 1년, 2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간다는 게 대단한 거다. 그래서 내가 (양)동근이 형을 존경한다.
기자) 양동근?
역대 KBL에서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최고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선수도 동근이 형만큼 꾸준하진 못했다. 프로에 데뷔한 2004-2005시즌부터 통합 우승을 일군 올해까지, 양동근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 힘이 습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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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오는 이대성 인터뷰들 보면 이 선수는 정말 성공할수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농구 말고 다른 무엇을 해도 이정도 간절함과 노력이면 성공하지않을지...
http://naver.me/G51SOmEF
인터뷰가 이거말고도 농구 시작할때 얘기부터 브리검영시절, 프로 데뷔 이후에 대해 쫙 다루고 있네요. 이젠 그냥 팬으로 예뻐하는게 아니라 존경심이 드는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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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농구/운동강박증 수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