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삼성 후기
오늘 전자랜드 직관하고 왔습니다.
당연히 7시인 줄 알고 갔는데, 올해부터 평일 경기가 30분 늦춰졌더군요.
축구 국대 경기와 야구 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관중이 더 없었습니다.
오랜 전자랜드 팬이라, 이번 시즌도 똑같겠지... 관심 끄자... 했는데,
첫 경기를 보고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도저히 직관을 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기는 전반까지는 대등하게 가다가, 3쿼터부터 삼성의 집중력 부재 + 전자랜드의 착실한 득점으로 손쉽게 승리를 가져왔네요.
눈에 띄었던 선수 개개인별 감상을 적어보자면(평어체로 쓰겠습니다),
1. 머피 할로웨이
-전랜의 오랜 전통 센터 가뭄을 달래 줄 단비와도 같은 선수.
-오늘은 벤치에서 시작, 음발라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교체 출전. 이후 경기력이 확실히 안정적.
-포스트를 지켜주는 듬직함, 착실한 리바운드, 성공률 높은 골밑 득점, 그리고 간간이 들이대는 원맨 속공.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유도훈 감독이 추구하는 센터 역할에 딱 들어맞는 선수.
-초반에는 음발라와 대등하다가 후반 들어서는 압도. 무엇보다 음발라가 밀치고 들어와도 전혀 밀리지 않음.
-공격에서도 음발라가 할로웨이의 포스트업을 전혀 제어하지 못함.
-저번 경기와 이번 경기 합쳐 자유투 시도 단 2번. 절반의 성공률. 선수 파악 끝나면 약점이 될 듯.
2. 정효근
-오프 시즌, 국대 경험을 통해 확실히 발전된 모습.
-외인 신장 제한의 수혜자. 자신보다 큰 선수가 없으니 투박하더라도 자신 있게 포스트업 시전.
-포스트업 후 마무리도 저번 시즌보다 확실히 안정적.
-할로웨이가 뛰지 않을 때, 센터 역할 준수.
-외인 제외 올시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선수.
3. 기디 팟츠
-선발 출전. 이전 경기와 다르게 미들레인지 점퍼 + 골밑 플레이 비중 늘어남.
-국내 선수가 매치업되다 보니, 인바운드 상황에서 탄력을 이용한 로빙 패턴 지시.
-오늘 3점슛은 2/7(29%). 성공률은 낮지만, 공격 답답할 때나 클러치 상황에서 확실한 슛터.
-투박한 몸에 비해 손목이 상당히 부드러움. 거의 원모션에다가 릴리즈도 빨라 막기 어려움.
-확실히 볼 핸들링은 불안불안. 이래서 볼호그가 아닌 듯. (오히려 좋아해야 하나...?)
-대신 확실한 볼핸들러(박찬희)가 필요함. 김낙현과 뛸 때 장점이 죽음.
-단단한 몸 + 탄력으로 수비 시에도 좋은 모습. 스틸이 좋음.
-3점슛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늘처럼 균형 잡힌 공격한다면 평균 이상이 될 듯.
4. 박찬희
-본인의 장점을 살리는 선수를 붙여주니 플레이메이킹에서 더할 나위 없음.
-여전히 슛이 단점이지만, 저번 시즌보다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 있게 올라감.
-오늘 3점 2/5(40%). 박찬희의 3점이 2개 이상 터지면 전랜은 반드시 승리한다(?).
-오늘 경기로 통산 500스틸 달성. 수비력과 손질은 여전.
-팟츠가 같이 뛰지 않는 상황에서 본인을 포함한 전랜의 외곽이 얼마나 터지냐가 관건.
5. 차바위
-팟츠에 이은 팀내 2번째 슛터. 여전한 높은 성공률.
-하지만, 팟츠의 합류로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
-수비에서 박찬희보다 더 중요한 선수. 상대 에이스를 돌아가며 마크.
-이번 시즌 뒤 FA라, 본인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시즌.
6. 강상재
-정효근의 성장으로 상대적으로 정체돼 보이는 현상.
-슛은 여전히 좋지만, 슛 외에 다른 공격 패턴이 필요함. 수비도 발전이 필요.
-할로웨이가 쉴 때 5번-정효근, 4번-강상재. 이 순간의 결과가 올해의 전랜 성적으로 이어질 듯.
7. 음발라
-호쾌한 투핸드 덩크를 두 번 터트릴 정도로 탄력과 득점력 좋음.
-하지만, 5번보다는 4번에 가까운 선수. 포스트업의 힘과 기술이 부족.
-매치업이 국내 선수에서 할로웨이로 바뀌고 나서 힘든 모습이 역력.
8. 이관희
-슛에서 상당한 발전. 3점슛 4/4(100%). 연습 때도 95% 성공률.
-슛 외에는 지난 시즌과 유사. 차바위 상대로 돌파가 힘든 모습.
-적극적인 모습은 좋으나, 연차가 연차인 만큼 요령이 필요함. 이마저 이룰 시 국내 에이스로 성장할 듯.
9. 코지
-볼핸들링은 좋으나, 슛이... 3/12(25%). 그래도 슛폼이나 매커니즘은 좋음.
-그 외에 눈에 띄지 않음.
쓰다 보니, 양팀의 거의 모든 주요 선수에 대해 썼네요.
전랜의 이번 시즌 두 외인은 최고는 아니지만 팀에 맞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유도훈 감독이 국내 선수와 외인의 조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앞서 언급했듯, 머피 할로웨이가 뛰지 않는 시간을 정효근-강상재-김상규 포워드 라인으로 어떻게 버티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국내 선수로는 정효근과 이관희의 성장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몇 경기 더 봐야겠지요.
프랜차이즈 스타 정영삼 선수는 이제는... 공수 양면에서 큰 기대하지 않아야 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매 경기 15분 정도 뛰면서, 구심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해 주면 만족합니다.
요약하면,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에도 원맨팀은 아닙니다.
할로웨이도 그렇고, 팟츠도 그렇고 국내 선수의 지원이 많이 필요한 스타일입니다.
둘 다 준수하지만 그렇다고 혼자 팀을 끌고 갈만한 선수들은 아니니까요.
모든 팀들이 그렇겠지만, 국내 선수+외인의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입니다.
특히, 정효근/강상재/차바위 이 3명의 활약이 시즌 성적을 좌지우지할 겁니다.
모비스가 워낙 극강인 듯 보이지만, 이번 시즌 기대를 걸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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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또속을 매시즌 하는데 제발 올시즌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