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직이 60미리 박격포였는데 뭔가 꼬였는지 이등병 때 메던 포신을, 분대장이 되니까 "포신은 사수가 메는 게 맞다."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서 말년병장 분대장 때도 또 훈련 때 메게 되었습니다. (분대장 견장은 전역 1주일 전에 떼주더군요...)
하루는 전역 1달 남기고 중대 전술훈련 나갔는데, (중대급 훈련이라 다들 단독군장에 소총인데 저같은 사수들만 단독군장에 포신 메고...) 복귀하는 길에 중대장이 갑자기 공습 상황을 걸어버려서 연병장을 뛰어서 복귀해야 했습니다. 근데 전 말년에 소대 왕고니까 뭘 해도 즐겁고 신나니 포신을 멘 채로 고폭탄 투하~ 이러면서 막 뛰어다녔는데, 나중에 복귀하고 나서 이등병, 일병 애들이 실세 상병들에게 먼지나게 털리고 있었습니다. "하나포 사수님이 포신까지 메고 저렇게 뛰는데 너들은 그것보다 늦게 뛰냐!"고...
글고 보니까 훈련 복귀하는 데 상황 걸려서 애들은 엄청 짜증나서 뛸 맘이 별로 안 났을텐데, 눈치 없는 말년 병장 하나만 신났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1빠로 달린 거가 되버렸습니다. 걍 다른 말년들처럼 터벅터벅 걸어갔으면 되는데 뭐가 좋다고 혼자 전력질주를 했을까요? 저 때문에 털리던 애들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코코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