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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 DOWN 1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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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8 03:31:00

다들 COVID-19이 창궐한 가운데 무사히들 잘 지내시나요?

저는 어느덧 셧다운을 한지 2주가 훌쩍 지나 16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느덧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의 수가 약 136만명을 돌파하였고,

미국만 해도 37만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중에도 뉴욕주가 거의 14만여명으로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로 뉴저지주가 4만여명, 그리고 미시건주가 1.7만명,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가 1.6만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더 세밀하게 들어가자면 LA 카운티쪽이 약 63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캘리포니아중에 단연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중이며 제가 거주하고 있는

오렌지카운티는 그나마 다행(?)으로 약 880여명의 확진자만 기록중입니다.

 

셧다운 16일차를 맞이하여 겪고 있는 요즘 삶의 모습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들과 학교 생활

지난주 테스트 기간을 거쳐서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에 돌입했습니다.

첫째(4학년)와 둘째(1학년) 모두 크롬북으로 - 이미 오래전에 학교 공부와 관련하여 하나씩 장만해 

두었습니다 - 아침이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Zoom으로 선생님, 반친구들과 함께 미팅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래도 좀 컸다고 자기가 알아서 시간되면 미리 아침먹고 앉아서 능숙하게 미팅에 참가해서

약 한시간 가량 미팅을 갖으며, 둘째는 아직 제가 zoom앱을 사용해서 미팅에 참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이 흐르면 차차 익숙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큰 애는 이미 선생님이 매주 월요일 이메일을 통해 일주일 스케줄표를 보내주면 시간대별로 그것을 해서

온라인상으로 제출하는 패턴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다 마치면 오후에는 학원에서 배포해준 문제집을

풀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그 정도로 빡세게 일정이 잡혀있지는 않고 적당히

휴식과 학원 문제집을 가지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건 아이들이 집에서 계속 머물지만 평소 학교 다니듯 패턴을 일정하게 갖도록 하며

나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데 지금 약간 과도기(?)를 거치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경험을 처음하는 것이라 집에서 학교도 학원도 안가는 건 주말 휴일이나 그랬던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집에서 뭔가 스케줄에 맞춰서 공부하고 무엇을 하는 것에 반감을 갖다가 이제 조금씩

적응하며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처음엔 제가 첫째와 둘째 모두의 공부를 중간중간에 그때 그때 봐주다가 이젠 약간 요령(?)이 생겨서

모르는 것은 체크해두었다가 한꺼번에 질문하는 시간을 만들어 그때 한꺼번에 봐주기도 하고 

둘째는 아예 첫째에게 가르쳐 주라고 하고 저는 첫째가 모르는 것만 가르쳐주는 효율적(?) 시스템을

갖춰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미국 교육계는 이미 봄학기에 다시 학교를 여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계속 온라인 교육을 하는 가운데 여름방학이 지나 가을학기에 학생들이 학교로 복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지금의 삶이 최소 4~5개월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은 그나마 제가 집에 있는 상황이라 수시로 아이들이 방황(?)하는 것을 감시하며 일정한 루틴에 맞춰

생활 할수 있도록 긴장감을 만들어주는게 가능한데 나중에 아이들이 학교로 복귀하기전에 저마저 다시

회사로 복귀하게 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좀 고민이 되긴 합니다.

 

실업수당과 복지정책

이미 셧다운 1일차에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웹싸이트를 통해 실업수당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뉴스를 통해 많이들 접하셨겠지만 현재 미국에 실업수당 신청이 천만건에 달하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중입니다. 여기서 하나 짚어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실업수당(Unemployment Insurance)을 신청하는 조건(?)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해고(fired)가 되는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정리해고 혹은 임시휴직(lay off)이 있습니다.

fired는 말그대로 직원에게 문제가 있어서 - 능력 부족이라던지 일하는데 결격 사항이 발생하여 - 회사에서

그 사람의 포지션에 다른 사람을 고용하고자 해고하는 것이고, lay off는 회사에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해

어쩔수 없이 잠시 인원감축을 위해 휴직시키는 것으로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게 되면 다시 원래 일하던

포지션으로 다시 복귀를 시키는 것을 의미 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직장을 다니다가 위의 두가지 경우가 아닌 스스로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나오는

경우에는 실업수당을 받을 자격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

나오더라도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미리미리 알아보고 면접도 해서 믿을 구석을 만들어 놓고 나오려는

경향이 많이 있습니다. 스스로 그만두고 나와 새 직장을 구하는 기간을 최소화 하려는 목적이죠.

 

현재 폭발적인 수치를 기록중인 실업수당 신청자의 상당수는 fired된 사람들보다는 lay off된 사람들이

신청하는 케이스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있는 뉴욕 지역과

캘리포니아에 강제 칩거 행정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당장 저희 회사의 경우에도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직원들이 회사가 셧다운 되어 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모두 실업수당을 신청한 것을 봐도 알수 있죠.

이 사태가 얼마나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두달내로 다시 회사가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된다면

다들 정상적으로 복귀하게 될 예정이고 이런 케이스가 상당수라고 보입니다.

즉, 지금의 실업수당 신청지수가 실업률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서 대공황에 버금가는

블랙홀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될지는 좀 의문이라 봅니다. 다만, 이 사태가 기약없이 6개월 이상

이어진다면 그땐 정말 굉장히 심각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저도 하루 빨리 사태가 안정되어 다시금 회사로 복귀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I - 1

셧다운 4일차가 되었을때 휴지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월마트를 갔습니다.

그전날 코스코를 갔었으나 이미 휴지는 없더군요. 그래서 월마트 온라인을 확인해보니 온라인상에서는

휴지를 살 수 없고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게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날 새벽 6시에 개장하는

시간에 맞춰서 가봤습니다. 굉장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열댓명의 사람들이 먼저와서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6시에 개장이지만 6시부터 7시까지는 시니어를 위해 먼저 개장을 해서 나머지

해당이 안되는 젊은 사람들은 대기하고 있다가 7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도록 하더군요.

여하튼 아직은 쌀쌀한 3월말의 아침 공기를 맞으며 기다렸다가 드디어 입장!

솔직히 미국와서 꽤 오랜 기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휴지하나 사겠다고 월마트 개장시간에 맞춰서

줄서는 날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솔직히 월마트가 새벽6시에 개장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드디어 설레이는 마음을 부여잡고 입장하자마자 휴지가 있는 섹션으로

카트 레이싱을 하면서 갔더니 그쪽에는 이미 줄을 서서 구매할 수 있게 라인을 만들어놨더군요.

그 라인을 따라서 갔더니 뒤쪽 창고 입구쪽에 휴지, 손세정제, 키친타올등이 쌓여 있고 한사람당

각 1개씩 살 수 있도록 직원들이 서서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감격스러운 휴지와의 상봉(?)끝에

카트에 휴지와 그 귀하디 귀하다는 대용량 손세정제까지 득템하고 개선장군과 같은 모습으로

월마트를 나서게 되었습니다. 보무도 당당하게 휴지와 손세정제를 손에 쥐고 귀가했더니 마눌님께서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큰 칭찬을 하사해 주셨습니다. 

언젠가 이것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대해봅니다.

 

 

에피소드 I - 2

위의 에피소드에서 이어서입니다.

월마트에서 휴지와 손세정제를 구입하고 룰루랄라 차를 타고 집으로 출발했는데 조금 가다 자세히 보니

앞유리 와이퍼에 왠 종이 조각이 두개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뭐지?하면서 잠시 차를 세워서 봤는데

하나는 어떤 사람 이름과 전화 번호가 있고 다른 하나의 종이에는 어떤 사람이 자신은 월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우연히 어떤 사람이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제 차의 뒤쪽 범퍼와 부딪힌 것을 목격해서

연락처를 남긴다며 사진도 찍었으니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적어 놨더군요.

그제서야 서둘러 부랴부랴 내려 차 뒤를 확인했는데 심하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게 스크레치가 좀

나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다시 탑승한 뒤 집으로 돌아와 먼저 월마트 직원에게 연락해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어보고 메모 남겨놔줘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고 찍은 사진 전송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제차를 받고 연락처를 남긴 운전자에게 문자로 상황 설명을 하면서 보험 정보와 운전면허번호를

요청했더니 이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간단한 사과와 함께 제가 요청한 정보를 보내주더군요.

그래서 그걸로 바로 클레임 걸어서 현재 차의 뒷 범퍼 교체를 위해 차량정비소에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하나 반전 아닌 반전은....

제차 뒷 범퍼가 원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차도 연식이 조금 되어서 그런지 세월의 흔적(?)도

여럿있고 결정적으로 예전에 제가 후진하다가 실수로 튀어져 나와있던 쇠파이프 같은것에 찍혀서 데미지를

입고 마눌님에게 잔소리 종합선물세트를 받았던 적도 있었죠. 반 농담으로 누가 나 없을때 와서 뒷범퍼를

받아주면 안되나 이번 기회에 공짜로 갈았으면 좋겠네라고 한번 이야기하고 넘어갔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여하튼 코로나 사태로 인해 휴지를 구하려 월마트를 가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생각지도 못한

감사한(?) 상황이라서 코로나로 인해 다소 우울할뻔한 일상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되어줬습니다.

 

 

조만간 또 셧다운 다이어리로 돌아오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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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4-08 05:39:02

소식 잘 읽었습니다!
혹시 체감하시는 아시안에 대한 여론이나 시선? 등이 어떠신가요? 궁금합니다.

WR
2020-04-08 07:44:05

다행이도 저는 주변이 거대 아시안 커뮤니티라서 딱히 부정적인 소식이나 경험은 겪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주변에 한국분들 모두 가급적 곤란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나마 이곳은 코로나 확진자수가 뉴욕에 비하면 아주 심각한 편은 아니라서 분위기 자체는

오히려 차분한 상황입니다. 

2020-04-08 07:29:19

화이팅 하십숑.. 중부도 이제 마스크 쓰고 다니는 미국인들이 많아졌어요. 저도 장볼땐 쓰고 다녀야겠습니다. 요새 일은 할만큼만 하고 아이들이랑 놀고 책보고 재우고 노는게 반복이네요.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일단 이번 주는 반지의제왕 확장판 정주행 좀 하고

WR
2020-04-08 07:47:53

여기도 이제 제법 많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에서 사용하는 KF 시리즈 마스크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 의료용 마스크를 많이 쓰고 다니는 것 같더라구요. 아니면 면마스크...

딴건 모르겠는데 집에 있으면서 그간 못들었던 최신 가요 계속 틀어 놓고 유행 따라잡기하고 있습니다.

마켓은 거의 1주일에 한번가서 한꺼번에 왕창 사오는 방향으로 하면서 마켓가는 횟수를 

최소화 하고 있죠. 중부에서도 화이팅하시고 이 힘든 시기 건강하게 잘 이겨내세요!  

2020-04-08 11:30:07

저도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실업수당 관련 한가지 보태자면, 실업수당은 fired됐을경우 주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잘못이 있을경우 (업무 능력 미달, 규정 위반 등) 받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Fired 되었지만 실업수당을 받을수 있는경우는 이에 해당사항이 없는 At-will의 이유로 fired 되었을 경우입니다. 캘리포니아도 비슷한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본인이 그만두더라도 safety 이유등르로 그만두었을경우 unemployment를 받을수 있습니다. 말씀하신데로 lay off가 아닌경우 심사관의 interview등을 통해 case-by-case로 판단하기 때문에 case마다 달라질수는 있습니다. 

2020-04-08 14:46:18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미국에서 해고통보를 할때 

진짜로 "You're fired' 라고 하나요? 아니면 좀 더 격식있는 표현이 있나요?

너와 함께 갈 수 없게 되어 유감이다... 뭐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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