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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삼국지에 대한 간략하지 못한 개인적인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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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2 10:04:30

가끔 삼국지 관련 글이 올라오는데 정사 삼국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여 적습니다.

간략하게 하려했는데 간략하지 못하게 됐네요..

편의 상 본문은 평어체와 음슴체를 적용하오니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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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정사 삼국지 번역

정사 삼국지를 번역해주시는 분들덕에 정사에 대한 접근이 매우 용이해짐. 사이트는 아래와 같음.

http://www.rexhistoria.net/

정사뿐만아니라 정사에 대한 주석과 삼국지집해, 후한서, 진서 등 삼국지에 대한 폭넓은 번역 자료 제공.

상기 사이트덕에 나무위키에조차 정사 및 사서 기반의 정보 습득 가능.

다만, 위키류 특성 상 개인 편집이 가능하기에 정사가 출처인 것처럼 정사를 기재하다가 중간에 다른 사서에서 따온 문장을 집어넣는 등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단점이 있음. 대체로 특정 인물 또는 세력의 팬이기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지는 기록일지라도 유리한 기록을 따오는 경향도 있음.



2. 정사 삼국지의 구성과 주요 오류


(1) 위지(위서) : 위나라 인물들과 촉, 오를 제외한 후한말 인물들의 열전이 모두 위서에 기록된다. 진나라의 신하입장에서 집필하였기에 진이 계승한 조위의 정통론에 입각하여 조씨나 사마씨 군주들의 패배나 과실은 누락 또는 축소시킴. 또한 후한말 주요 군벌들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서에 비해 유독 박함. 이 두가지를 제외하면 일부 내용상의 오류는 있을지언정 중립적이라 볼 수 있다. 누락된 부분은 후대의 배송지가 다른 사서를 인용하여 보충하였거나 후한서 등을 통해 상당부분 보충이 된다는 점이 다행. 정사 삼국지 특성 상 내용이 간략한데 어떤 사건을 정사만으로 자세히 알아보긴 쉽지 않다.


(2) 촉지(촉서) : 촉한 뿐아니라 그 이전의 유언, 유장 시대까지 기록. 저자가 촉 출신의 진수라서 촉에 유리하게 적었다거나, 진수가 제갈량에게 죽은 진식의 아들이라 촉에 불리하게 적었다는 말은 근거없는 이야기임. 우선 진수는 진나라의 신하인 입장에서 기록한 것이며 사마염의 지시로 제갈량전을 먼저 집필하였음에도 제갈량전 마지막 부분에 적국의 재상을 기록하여 죽을죄를 지었다는 표현을 반복할 정도. 진수의 부친이 진식은 아니지만 어쨌든 부친이 촉에서 머리카락을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는 기록도 남아있긴하나, 종합적으로 촉에 대한 중립성이 없다라고 판단할 여지는 없다고 봄.

정작 문제는 저자가 촉 출신의 진수임에도 촉의 기록이 매우 부실하고, 촉한에 사관이 있었다는 다른 기록들이 존재함에도 진수는 촉한에 사관이 없어 기록이 없었다는 말을 후주전에 남긴건 의심스러움. 심지어 집필 당시 촉한에서 투항한 진나라 신하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었을텐데 유비, 제갈량정도를 제외하면 기록이 너무 부실하다. 핵심인사인 관우, 장비의 기록조차 매우 부실하니 그 외에는 말할 것도 없음. 촉한 유명 장수들의 과대평가설이 여기서 기인한다. 당대의 평가에 대한 기록은 제법 남아있는데 활약이나 공에 대한 기록은 적다.


(3) 오지(오서) : 위의 군주들은 황제로, 촉한의 군주들은 그나마 선주, 후주라고 표현한 반면, 오나라는 그런거 없이 지방정권 대우로 그냥 군주도 이름으로 표기. 오나라가 관련된 사건들에서 오나라 인물들의 행적이 위지, 촉지에 비해 자세하게 적힌 편. 예를들어 적벽대전같은 경우 유비가 조조에게 이긴 결과만 나와있는 위지, 촉지와 다르게 오지는 오나라 어떤 인물이 무엇을 했는지까지 비교적 자세히 나온다.

다만 진수가 오나라의 사관이었던 위소의 기록을 비판없이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오나라 입장에서 기록되어 교차검증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 심지어 무려 오나라의 초대 승상인 손소는 오나라 내부의 정치적인 이유로 별도의 열전조차 없음. 오서의 저자인 위소가 손소와 사이가 안좋은 장온 측 인사였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하면 내부적인 기록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점이 약점으로 작용.


(4) (번외)종합적인 문제점: 상기의 이유들로 같은 사건도 위서, 촉서, 오서에 따라 기록이 다른 사건들이 존재하며, 기록이 간략하여 정사만 읽어서는 알 수가 없다는 언급이 후대에 주기적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그 영향인지 후대에도 삼국지 관련 사서들이 다양하게 집필된다.


(5) (번외)진서 : 사마의때부터 동진 멸망까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진수가 집필한 것이 아닌 훗날 당태종 시기에 집필한 사서로 정사서지만 다양한 학자들이 제각각 집필한데다 존재하는 모든 기록을 검증없이 전부 넣은 탓에 신뢰도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높지않음.



3. 정사 삼국지를 대체, 보완해줄 사서

정사 삼국지가 정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긴해도 다른 사서들과의 교차검증이 필요하며,

후한~삼국지 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사서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 남아 있는 사서들은 한정됨.

현재 정사 삼국지에 필적하는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 주요 사서들은 다음과 같음.


(1) 후한서 : 남북조시대 송나라 범엽이 집필한 후한시대 정사서로 정사 삼국지에서 부족한 후한말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음.


(2) 자치통감 : 북송시대 사마광 등이 집필한 사서로 주나라~오대십국 시대까지 약 1,400년의 역사를 기록한 명역사서. 상당히 후대에 집필된 사서고 정사서가 아니며 삼국지에 대한 기록이 많진 않으나, 신뢰도는 높다. 중국에선 현대까지도 지도자들이 즐겨읽어온 사서.


(3) 배송지 주석 : 남북조시대 송나라 배송지가 정사 삼국지에 달은 가장 유명하고 신뢰도 있는 주석으로 진수가 인용하지 않은 150여개의 사서를(심지어 그 150여개가 어떤 사서인지도 목록이 남아있다. 150권이 아니다. 권수로는 수천권에 달한다.) 인용하고 그 기록에 대한 신뢰를 본인이 다른 기록들과 교차검증하여 평가함. 게다가 정사 삼국지는 20만자 수준의 기록이지만 배송지가 달은 주석은 54만자이다.(!!!) 물론 배송지의 주석도 100% 신뢰할 순 없지만 대체적으로 신뢰받는다. 배송지가 남조의 송나라 유씨황족의 명령을 받아 주석을 단 것이기 때문에 촉한에 유리하게 작성한게 아닌가 의혹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중립성에 대한 의심은 받지 않는다.


(4) 그 외 : 진 다음시기인 남북조 시대만해도 배송지가 인용한 150여개의 사서 이상의 사서들이 존재했지만 현재 대부분이 유실되었으며 배송지가 주석에서 인용한 덕에 그 편린이나마 볼 수는 있음. 영웅기, 한진춘추, 위략, 오록, 인물별 별전 등 현재 간혹 출처로 거론되는 대부분의 경우가 배송지 주석을 통해 볼 수 있는 것. 배송지가 인용한 사서들은 아래 주소 참고

http://omega33.egloos.com/6583345



4. 결론

(1) 우리나라에서도 정사를 비롯해 삼국지와 관련된 몇가지 사서의 번역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2) 정사라고해서 무조건 신뢰할 수 있는건 아니다. 오류도 많지만 위지, 촉지, 오지 각각 특징적인 단점들이 존재한다.

(3) 그러므로 다른 사서들과 교차검증해야 한다. 후한서, 배송지 주석만으로 보충하는 정도로 어느정도 합리적인 판단은 가능하다. 복잡하다면 정사와 그에 달린 배송지 주석만으로도 괜찮다.

(4) 남아있는 사서가 줄어든 현재 시점에선 정사 및 150여개의 사서를 교차검증한 배송지의 주석이 현실적으로 정설에 가깝다. 무조건 100% 신뢰할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주요 사건 및 인물에 관련하여서는 신뢰 못 할 기록은 아니다. 

(5) 정사 및 사서들을 번역해주신 분들 덕에 놀랍게도 나무위키 삼국지 관련 문서들도 나름 신뢰할만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대로 받아들이는건 위험하다. 각 개인이 의도를 가지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기록이어도 본인이 좋아하는 세력쪽에 유리한 기록이라면 비판없이 집어넣는 일들이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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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3-31 16:30:02

전에는 정사에서 이러이러했다. 하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꼭 그게 아니었군요. 한 수 배워갑니다.

2020-03-31 19:10:19

배송지는 괴물이네요...그많은 자료를 다 수집하고 정리해서 누구나 인정할만한 글을 쓰다니....객관성의 화신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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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31 23:53:13

진수의 삼국지가 필력은 꽤 괜찮은데 정사라고 하면서도 기록이 부실해 아쉬운 점이 많은데 배송지가 이를 완벽히 커버하는 엄청난 주해를 달았죠. 뭐 어쩌면 원전이 부실한 탓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애쓴 주해 작업이 더 빛을 발한 것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당시 배송지가 참고한 사료들 중에 후대에 결국 일실된 게 많다보니 배송지 주석의 가치가 더 빛을 발했죠. 그나마 일실된 책의 일부가 주석 형태로 문헌에 남게 된 거니까요.

또 배송지는 본인이 주석을 달면서도 이건 좀 이상하다,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부분에는 나름 스스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것도 사료의 기록이니 싣긴 하지만 스스로도 의문스러운 부분에 대해 후대의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요. 아주 터무니없는 건 애초에 뺐지만 뺄지 넣을지 애매한 기록들들을 살리되 생각할 여지를 둔 거죠.

후한말 이후 중국 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사실 이후 사서들이 제대로 편찬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범엽의 후한서와 진수+배송지의 삼국지는 나름 역작으로 남았죠. 그 다음인 진서 부터는 객관성과 신뢰도에서 꽤나 비판을 많이 받았죠.

2020-04-01 19:23:11

객관성을 유지하는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에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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