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타이거즈 제작진/출연진에게 참 고맙습니다
여러 논란도 있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진짜 농구'로 다가왔던 것 같고, 방송이 끝나면서 여운이 이렇게 진하게 남았던 스포츠 예능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다가 쓴다고 관계자들이 볼지는 모르곘지만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감사하네요.
그동안 했던 농구예능 (버저비터, 리바운드, 예체능 농구편 등) 다 봤는데, 실력적으로 가장 잘했다거나 예능적으로 제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추구했던 가장 농구에 대한 진정성은 정말 잘 느껴졌습니다. 서장훈 감독부터 시작해서 뛰지도 못했던 쇼리까지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느낄수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동아리 농구하던 시절에 대한 기억도 많이 나면서 더 공감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이라는건 그동안의 농구예능에서는 못 느껴봤던 부분이었던것 같습니다. 문수인이 득점 혼자 다 하고, 쇼리/전지훈/이태선은 뛰지도 못하니까 너무 잘하는 사람만 농구하는거 아니냐고, 편중된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분명 핸섬은 팀으로서 농구했다고 생각합니다. 득점기록은 분명 문수인에게 절대적으로 치중되어있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혼자 득점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우리동네예체능에서 김혁이 보여줬던 득점은 혼자하는 득점이었죠. 혼자 탁월하니까 다른 팀원의 도움은 필요없고, 그냥 공만 넘겨주면 본인이 하프코트 넘어와서 쭉 들어가서 득점하는 모습. 멋있는 장면도 많았지만 팀으로서 경기하는 모습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핸섬 같은 경우는 문수인은 득점에 대한 마지막 과정만 담당했을뿐, 문수인이 슛을 쏠수있도록 볼운반부터, 자리세팅, 스크린, 컷, 움직임 모든 선수가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누가봐도 결국 문수인이 슛쏠 것을 아는데도 (그것도 무조건 골밑 공격일것이라는 것을 아는데도) 기어코 페인트존에서 문수인이 볼을 잡을 수 있었고, 마무리를 해서 경기가 가능했습니다. 만약 김혁이 했던 것처럼 문수인이 득점하려고 했으면 더 어려웠을거라고 봅니다. 핸섬의 득점루트는 문수인이 유일하고, 수비가 몰릴것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수인이 슛을 쏠수있도록 전술적으로 준비한 서장훈도 대단하고, 초반에는 헤매다가 점점 잘 수행하면서 따라와준 다른 선수들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세팅해주지 않았으면 문수인은 진작 체력적으로도 바닥났을것이고, 집중수비를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패턴만 강조하는 것이 한국농구의 병폐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애초부터 '농구실력'을 늘려야하는 유소년 농구도 아니고 단기간에 성적을 내기위한 팀에서 이렇게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고 당연함에도 정말 어려운 것이었는데 강팀을 상대로 1승도 거두고 좋은 경기를 펼쳤던 것은 대단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장훈 감독이 답답해하면서 윽박지르고, 소리지르고 하는 모습이 다소간 아쉽기도 했지만 실제로 대회 나가고 시합 뛰어보신 분들은 절대 과한 수준이라고 생각들진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농구인기/이미지 같은것을 생각해서 그런 짜증내는 모습 말고 멋있는 모습만 나가면 어떠냐고 얘기할수도 있지만, '진짜 농구'는 치열한 경쟁속에서의 짜증도 포함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주변에서의 평가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장훈 감독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은 부드러워지는 모습도 있었죠.
게다가 서장훈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볼때, 선수들이 서장훈 감독에 대해 굉장히 좋게 생각하는 모습을 엿볼수가 있었습니다. 영상에도 어느정도는 담겼지만 그 이상으로 분명 그의 진심이 선수들에게 전해졌기에, 서장훈이 짜증내고 뭐라고 하더라도 점점 위축되는 모습도 없어졌죠. 선수들끼리도 에이스 문수인부터 경기에 뛰지 못하는 쇼리/전지훈/이태선까지 챙겨가면서 단순히 방송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출연진이 아니라 '팀'으로서의 끈끈함이 계속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했던 버저비터는 더 잘하는 선수들도 많았고 (선출 포함이었으니), 리바운드도 유명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팀으로서의 정체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핸섬은 하나의 팀이 만들어져가는 모습을 짧은시간동안 잘 보여줬던 것 같아서 감동적이었습니다.
경기력에 대해서는 아쉬운 모습이 많지만 (인수의 슈팅과 한손패스, 서지석의 수비와 망설임, 문수인의 자유투, 3점 슈터의 부재 등) 애초에 전국대회 출전팀의 선수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의 개인기량인 선수들이었습니다. 서지석도 예체능 초반에는 약팀들 대상으로 조던놀이했었고, 인수도 아이돌 사이에서는 날라다니고 하지만, 문수인/줄리엔강 정도가 다른 팀과 붙어서 비등비등하게 가거나 우위를 점할수있는 수준이고 다른 선수들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승 이라는 얘기를 할때 서장훈 감독이 아마추어 농구판을 너무 무시하는구나, 망신당하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굴 마담으로 뽑았다고 생각한 차은우가 폭풍 성장을 하고, 수비가 단단해지고, 각자가 본인 역할을 찾고 잘 수행하면서 두달 사이에 성장할 수 있는 거의 맥시멈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작할때는 뭉쳐야찬다 의 농구버전을 표방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결이 달랐네요. 그리고 농구를 주제로하는 예능으로서 재미를 주거나 혹은 농구를 사용해서 멋있는 장면을 뽑아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농구의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했던게 좋았습니다. (물론 차은우 리플레이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청률이 3프로 수준이라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의 농구예능이나 KBL시청률은 0.5%도 넘기 어려웠는데 말이죠. 이정도면 다음 시즌 추진해볼 명분이 어느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코로나 좀 잠잠해지고 나면 선수들 좀 보강해서 시즌2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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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더 잘하는 연예인들 많았던거 같은데
저 멤버로 아울스와 대등한 경기까지가고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 없었던거 보면서 서장훈 선수감독 역량이 뛰어나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웠던거 슛이 있는 3점 확실한 에이스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