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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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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3 21:29:19

오늘 십팔시 이십분쯤 가게 밖에서 쿵! 소리가 크게 나서 나가보니 할아버지 한 분께서 쓰러져계시더라고요.

너무 놀래서 “괜찮으세요? 제 손 잡고 일어나세요."라고 말하며 세워드린 후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라고 여쭈니 저희 가게 오시는 길이시라네요.

근데 자기가 다리가 불편하니까 좀 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코로나가 기승인지라 좀 안좋은 감정이 들었어요. 아이씨 꺼림칙하네. 거의 업다시피해서 자리까지 모셔드렸는데, 되게 기분이 안좋았어요.

손 열심히 다시 닦고 마스크도 새걸로 갈아낀 후 다시 접객 시작했고 십팔시 오십오분쯤(나중에 카드 기록 보고 알게된 시간)할아버지도 가셨어요. 다행히 잘 걸으시더라고요. 엘리베이터는 눌러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십시쯤 가게로 전화가 왔는데, "혹시 우리 아버지 못보셨냐고, 아버님이 치매가 있으신데 카드사용문자에 저희 가게 이름이 떠서" 전화를 하셨답니다. 아드님은 서울 사시는데 할머님이 할아버님이 집에 안오신다고 전화하셨나봐요. 카드는 아드님 명의라서 문자가 아드님께 갔겠죠.

"아, 할아버님이 치매셨냐고, 근데 가게 들어오실때 한번 넘어지셨다고, 제 휴대폰으로 연락주시라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어요.

끊고나니 너무 죄스럽더라고요. 코로나때문에 기분 나빠했던 제가 너무 잘못한것 같고. 경찰에 신고하셨다고는 했지만,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아드님께 할아버님 주소를 알아낸 후 가게에서 그 주소까지 할아버님을 찾으면서 슬슬 걸어가는 중,

어떤 건물앞 벤치에 앉아계시더라고요. 와! 너무 기뻐서 "할아버지, 왜 집에 안가시고 여기 앉아계세요?" 여쭈니 "집이 기억이 안나."라고ㅜㅜ

아무튼 아드님께 연락드려서 잘 모시고 가셨습니다.

아드님께서 잘 도착했다고 전화주셨는데, 할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저희 가게 음식을 되게 좋아하셨었는데 그 때 느낌으로 찾아가신듯 싶다고.

뭐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효도는 못해도 사랑한단 말은 아끼지 말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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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2-23 21:31:19

 좋은 일하셨네요~

1
2020-02-23 21:33:21

와 너무 좋으신 분이네요.
안좋은 뉴스만보다가 글보고 기분좋아졌습니다

1
2020-02-23 21:35:44

멋지십니다

1
2020-02-23 21:36:25

첫 두 문단 읽고 감히 궁예질했던 절 반성합니다. 좋은 일 하셨네요. 

1
2020-02-23 21:37:19

복 받으실거에요

1
2020-02-23 21:42:13

우울했던 기분까지 좋아지네요

1
2020-02-23 22:08:29

감정이입이되니
자몽맨님께 제가 다 감사하네요

1
2020-02-23 22:28:22

선행엔 제 하찮은 추천보다 매출 대박이 뒤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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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3 22:29:42

자몽맨님 가게의 음식 맛이 굉장히 좋은가 보네요.
그렇게 기억력을 잃으셨는데도 찾아가시는거 보면요.

저희 어머니도 본문의 할아버지 분과 비슷한 상황이라 참 신기하네요.

안타까운건 저는 어머니 건강하실때 좋아하셨던 음식들이 기억이 안납니다.
특별히 자주 찾으셨던 식당도 없으시고...
이제는 좋은 음식 좀 대접해 드려도 어머니께서 과연 이게 비싼거라는걸 아실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 어머니니까 거동이 가능하신 동안에라도 좋은 음식 비싼 음식 사드려야죠.

혹시라도 매니아에 알츠하이머 어르신 모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들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1
2020-02-23 22:30:31

요즘 같은 때에 생각은 해도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엔 주저하게 되는데 정말 멋진 일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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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23 22:35:58

항상 이런 사연 볼때마다 나의 작은 도움 사소한 관심이 다른이에게는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거를 깨닫네요.
정말 훌륭하시고 멋지십니다.

1
2020-02-23 22:55:10

글만봐도 첫문단부터 코로나 의심부터 생깁니다. 걱정이 앞서는게 당연하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1
2020-02-24 01:58:54

집이 기억이 안나에서 눈물이 핑 도네요....

1
2020-02-24 08:32:14

매출로 따끔하게 혼내드리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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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4 08:42:19

좋은일 감사합니다 자몽맨님.

1
2020-02-24 11:15:38

요즘 같은 때 자몽맨님 같은 분 별로 없습니다. 복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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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4 15:25:2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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