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적인 거 말고 적당한 에피소드 좀 풀어주시죠? 여기 주막에 안줏거리가 좀 부족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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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36:33
저같은 경우 우연히 카페에서 혼자 있다가 한번 뵌적이 있는데
일단 저만 알아봤고 생각보다 체격이 엄청 크셧네요.. 그때가 6~7년전인거 같앗는데
목소리도 그렇게 안 크시고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굉장히 체격에 비해 조용하신?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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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38:13
같은 사무실 출신이라니.. 주모~
18
2020-02-10 16:45:12
그러니깐 매니아가 봉준호 키운거라고 말하고 다녀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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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48:18
노래방 애창곡으로 어느 정도는 성향이 파악되네요. 저랑은 잘 맞으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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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6:52:47
기생충 개봉 전에 영화관 둘러보시더라구요. 사진이라도 부탁할걸....
WR
38
2020-02-10 16:54:58
에피소드 1.
- 당시 전 25세. 미술팀 소속 막내였는데, 영화에서 미술/의상/분장 계통은 여초입니다. 고로 수많은 누나들이 저를 꽃미남이라 불렀죠. 이게 유명해져서 감독님도 저를 "그 미술팀 꽃미남 어디갔어?" 하면서 찾았습니다. 크하하하.... 하지만 지금은 40에 육아로 늙고 지친 몸이니 용서를...
에피소드 2.
- 영화 크랭크업(촬영 시작) 때 얼굴이 뽀얀 어린 남자가 춥다고 손에 호~ 호~ 불면서 현장을 뛰어다니는걸 보시더니 옆에 있던 미술감독(류성희 미술감독)에게 "에휴~ 저거 가지고 춥다고... 쟤도 얼마 못 가 그만 두겠네..." 뭐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제가 귀가 밝아서 다 들었습죠... "뭐~? 나 이래뵈도 작년까지 강원도 화천서 군생활 한 사람이야..." 오기가 생겨서 끝까지 하게 된 그 한마디였습니다.
에피소드 2.
- 이렇게 '꽃미남'으로 찍혀서 허구한 날 봉감독이 저를 엑스트라 세울 때 급할 때마다 호출 하셨습니다. 물론 결국 다 편집 당해서 1컷만 결국 남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봉감독님께서 그래도 고생하는 여리여리한 청년 안 그만두고 계속 뛰어다니는게 기특했나 봅니다..
당시 제작비의 상당금액이 CG 비용으로 호주의 웨타 스튜디오(반지의 제왕 한 그곳)으로 가서 현장은 그야말로 너무 열악했고, 미술계통 남자가 씨가 마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심지어 저희 팀장 남자도 그만 두었죠. 봉감독 입장에서도 스텝들 사기 진작을 위한 액션이 필요했던 것 같네요...
에피소드 3.
회식. 촬영은 지방 촬영이 많기 때문에 약 100명에 가까운 스텝들이 여관 생활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스케줄상 일찍 끝나거나 이동상 시간이 남으면 광란의 회식이 벌어집니다. 애초에 초박봉인 스텝들 낙이 뭐 있겠습니까? 같이 하는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이라도 보내야죠.
시사회날. 스텝 시사회라고, 기자들 하기전에 하는 기술 시사회가 있습니다. 제작 인력들이 결과를 보는 날이죠. 코엑스서 했는데, 스텝마다 1장을 더 줍니다. 저는 당시 과 여후배 대리고 갔죠. 이걸 거부할 여후배는 세상 천지에 없었죠.
아무튼 화장실서 봉감독님을 똬~악 만났습니다. "안녀하세요 감독님? 저 기억하시죠?" "어 물론이지 꽃미남을 잊을리 있나? 잘 지내죠?" 하... 이 때 같이 사진을 남겼어야 했는데... 바보 같으니라고... 집안 가보가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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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00:42
송강호가 그렇게 노래방과 술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역시나네요
WR
11
2020-02-10 17:02:25
술은 좋아하시는데,
영화랑 다르게 실제 모습은 말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보통 대부분의 시간은 어떻게 연기를 할까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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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10 17:17:35
확실히 업계에서 같이 일한분한테 들으니 흥미롭네요
봉감독님도 술 많이 좋아하시나여?
WR
4
2020-02-10 17:18:49
당시는 지금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당시 한국인에게 술은 먹고 안먹고가 없죠. 그냥 회식하면 다 죽어야 끝나는 시절이었죠. 그래서 이분이 술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1
Updated at 2020-02-10 17:07:40
주모! 여기 주막 안줏거리가 아주 기가 막히는구만?! 요청 드리길 잘했네요 ㅋㅋ
저도 드라마 스탭 알바를 정말 짧게 해봤는데, 정말 파트마다 성비 차이가 극심하고 전부 좀비 모드에 업무량에 비해 박봉이더라구요. 영화는 뭐 말할 것도 없겠죠. 그런데 정말 분위기가 좋으면 그런 분위기로 서로 으샤으샤하면서 이어나가더라구요. 그게 아니라면 정말 이 일 왜 하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전부이면서 사람이 제일 잣 같은 곳인 듯 합니다.
그래서 그 여후배랑은 어떻게 되셨나요?
WR
1
2020-02-10 17:12:38
저도 당시에는 맨날 ㅆㅂ~ 이말 달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강원도 전방 부대보다 더 빡새더군요.
진짜 10개월 한강서 추위에 비쳐맞으며 일한 보수 총액이 200만원이 답니다.
근데 이제 나이먹고 회상해보니 즐거운 좋은 시절 보냈네요.
20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네요.
5
2020-02-10 17:16:43
저 이제 봉준호 감독님과 다리건너 아는 사이 맞죠?
0
2020-02-10 17:23:26
결국 20대의 원목님 별명은 꽃미남이었다군요...
WR
1
2020-02-10 17:42:22
거... 오늘은 좀 취합시다... 껄껄껄껄...
15년 전이니 알게 뭡니까... 하하하하
아... 그 때 모습 1만 지금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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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8:28:50
됐고, 그래서 그 후배랑 어떻게 되셨나요
WR
0
2020-02-10 18:39:41
그 뒤 아무일 없었습니다.
사실 그 후배는 대시만 했으면 됬을텐데...
당시 전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젊어서 너무 할게 많고 만날 사람도 많았나 봅니다.
6
2020-02-10 17:16:47
기생충 촬영을 꽤 많은 부분 전주에서 했는데, 그때 봉감독님이 한번씩 제가 자주가는 카페에 들렀습니다.
4~5번가량 뵈었는데 스토리보드 수정하고 고민하는 모습에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카페사장님께서 서빙겸 가서 사인 받으라 하셔서 사인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기생충인줄 몰랐는데 역사가 쓰여지던 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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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29:54
그집이 전주에있나요?
1
Updated at 2020-02-10 17:32:41
전주 영화종합촬영소에 지어진 세트였고 지금은 다 해체했다고 들었습니다.
0
2020-02-10 17:33:16
이렇게 자랑하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매냐인이 부러워하겠죠?
네.
기억 좀 살 수 있을까요..ㅠ
WR
12
2020-02-10 17:35:14
아...!!!
한가지 더.
영화가 천만 돌파하며 대박나자, 봉감독께서 스텝들에게 감사하다면 1인당 100만원씩 송금하셨습니다.
고로 저는 봉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사적으로 100만원을 받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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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36:58
입금 내역에 봉준호 라고 찍혀 있나요? 있다면 인증 가시죠?!
WR
1
2020-02-10 17:39:14
15년전 통장이... 어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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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41:41
나눔은 추.....
WR
1
2020-02-10 17:44:56
그게 현금이 아니라 봉준호 주(주식) 이었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지금쯤 몇배쯤 뛰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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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46:29
정말 100만원을 나눔하셨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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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46:53
저는 서래마을 카페에서 두번 뵈었어요(각각 다른카페~). 헤드셋 끼시고 뭔가에 너무 몰입하셔서 사진찍자는 말은 못했습니다... 서래마을 사는 지인이 봉준호 감독 진짜 자주본다고 하더라구요.. 낮 시간에 카페에서.. 단골 카페는 없는 듯 하며 이카페 저카페 잘 다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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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7:47:48
와 썰 진짜재밌네요 마치 웹툰처럼 스크롤 내릴수록 재밌으면서도 아 이제곧 끝나는구나라는 아쉬움이.....
WR
9
2020-02-10 18:00:40
옛 사진들 뒤지다 봉감독님 잘 나온 사진 있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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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8:12:14
와... 되게 느낌있네요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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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9:45:27
우와
괴물 영화 시작하자 나와서 외국인 의사(?)가 문제의 독극물(?) 버리는 장면인가요?
WR
3
2020-02-10 21:05:00
네 맞습니다. 저기 병에 담긴 것 중 진짜 포름알데이드도 많아서 처리하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4
2020-02-10 18:36:34
갑자기 댓글에 "어? 그 꽃미남? 오랜만이네~" 올라오면 소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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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0 18:40:54
전 제 얘기는 아니고 지금도 조명스탭하는 친구 이야기인데.. 그 친구도 이름이 준호거든요 마더 찍을때였는데 항상 조명스탭 찾을 때 준호 어딨어 준호 찾아와를 누구나 했었드랬죠 한번은 그걸 봉감독님이 조용히 듣고 있더니 대체 준호가 누구야 하더랩니다. 친구가 가봤더니 아 이 친구그만 그래도 내가 듣기 좀 거북하니까 담부턴 준호라고 부르지말고 정선생이라고 부릅시다 라고 했다네요. 친구 성이 정씨라서
그때 봉감독의 지하실 설명해주셨던 분이시죠? 그런 명장과 일해보셨다니, 완전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