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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치셨습니다. 제 마음은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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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15:30:19

안녕하세요 벌써 2020년의 1월도 끝나가네요 내일이면 벌써 설날이고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거 같아 조금은 무섭습니다. 

며칠 전 참 마음 답답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고 

답답함만 가지고 있다 이곳에 글을 써 봅니다. 자주 글 쓰는 회원은 아니지만 저에겐 

꽤나 의미가 있고 또 좋아하는 커뮤니티이기에 너그럽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집에 돌아갔습니다. 제가 회사 때문에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데 주말에 

시간이 나면 부모님이 계신 인천에 갑니다.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가 절 반겨주시는데 아버지께선 

가만히 계시더군요 한번도 그러시지 않아 많이 낮설었습니다. 특히 평소 앉지도 않으시는 의자에서

꽤나 불편한 자세로 계셔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갈비뼈가 부러지셨다고 합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다치셨냐는 제 질문에 며칠 전 운동하다 넘어지셨다고 합니다. 

검사를 받으니 갈비뼈 다수에 금이 갔고 지금은 병원 다니며 치료 중이라 하시더군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무서웠습니다. 왜냐하면 불현듯 몇 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거든요 

저희 할머니께서도 60 중 후반 나이에 지금과 같은 겨울, 빙판길에 넘어지며 고관절을 다치셨습니다. 

노인들에게 고관절 부상은 꽤나 치명적이고 그 일로 할머니께선 오랜 시간 거동이 어려우셨습니다. 

아파트 초인종을 누르고 영업을 하거나 종교를 강요하는 분들이 올때면 그토록 강건하게 목소리를 높이시고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저에겐 꽤난 강인한 이미지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다치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부상 뿐 아니라 그로인해 사람이 피폐해지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움을 할머니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는 늙어가셨고 약해지셨습니다. 점차 걷기 힘들어 앉아 계시는 시간이 길어지셨고 

누워계시는 시간이 하루를 모두 잡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셨고 

그렇게 몇 개월 후 돌아가셨습니다. 흔히 백세 시대에 80도 넘기지 못하셨죠 아프신 할머니를 모시는 일로 

저희 가족은 참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명절마다 싸우셨고 친척들도 서로를 외면했죠 그 때 저는 한창 사춘기 시절이었고 조금씩 진실을 이해해가며 피를 나누었다고 다 가족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던거 같습니다. 


또 다른 충격은 어머니가 이 문제로 제 앞에서 펑펑 우시며 조금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셨던 일이 있으셨습니다. 어린 나이에 저에게 그 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상처처럼 선명히 기억됩니다. 그 후 저는 할머니를 참 미워했습니다. 못된 말도 많이하고 외면하고 그랬죠 사춘기도 질풍노도의 시기다 변명을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변명은 변명일 뿐이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도 지키지 못했고 저에게 마지막 기억은 초첨 없이 노래진 눈으로 허공만을 바라보던 할머니의 얼굴 뿐이었습니다. 


다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던건 왜일까요 그리고 이유없는 두려움이 들었던건 왜일까요? 어디선가 보았는데 부모와 자식은 비슷한 운명을 타고 났다는 생각 때문일까요? 저는 너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 '술 드시고 넘어진거 아니야?'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서울 집에 돌아와 일주일 동안 그 말한 제 자신이 왜 그렇게 밉고 역겨웠는지, 조금 더 걱정하고 말 한마디 따뜻하게 하는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랬는지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어머니께 연락해 다음날 병원에 다녀온 결과를  물어보니 다행히 크게 다치신건 아니고 내장에 손상이 간 것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한참 집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네 저는 못난 아들입니다. 무뚝뚝하고 따듯한 말을 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여자친구에게 그러지는 않죠 

항상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는 결혼해 부인이 될 수 있고 그럼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라고 그러니 좀 더 잘 해줘야 한다고

그런데 이번 일로 부모님은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르는 분이란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 나이로 앞으로 제가 산 날 만큼은 더 사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늙어가시는 부모님은 저의 기억과는 많이 달라지실 겁니다. 더 많이 아프실거고 더 외로워지시겠죠 가뜩이나 자식은 저 하나 뿐이고 저만을 바라보실텐데 이런 생각을 하니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며칠 전 이 애기를 들은 제 상사는 '별로 많이 다치신것도 아니구만'하고 이야기 했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서 한 대 칠뻔한걸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에 참았습니다.

앞으로 부모님께 좀 더 잘하는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변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런데 저는 사람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걸릴 지 언정 말이죠. 

저와 부모님이 시간이 무한정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은 좋은 아들로 

바뀌고 싶습니다. 제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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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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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3 15:57:55

부모님이 다치시거나 아프면 정말 큰일처럼 다가옵니다. 갈비뼈 골절 정도면 큰 부상은 아니니 자주 아버지에게 안부 묻고 함께 대화하는시간을 자주 갖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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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16:05:30

앞으로 생각하신대로 좀 더 친근하게 따뜻하게 행동하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항상 정답을 갖고있지 않고, 정답을 알고 있어도 그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죠.
부자간의 다정다감한 분위기란게 어색하긴 하지만 조금 흉내라도 내보시면 익숙해지실 겁니다.
저는 철이 덜 들었는지 30이 넘었는데도 아버지 보면 좋아서 백허그 한번씩 하고 어깨 주물러드리고 하네요.
남들 눈치가 내 부끄러움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제일 소중한 어머니 아버지가 기뻐하신다면요
생각이 있으시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즐거운!? 효도하세요~

Updated at 2020-01-23 16:50:44

그런 생각을 하신다는거 자체가 이미 효자이신듯.

저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그런 생각 안하더라고요.

각자 알아서 잘들 살자 주의라 그런가...

2020-01-23 17:13:24

저도 나이가 들어서 제일 되기 힘든 소망이 좋은 부모가 되는거라는걸 뒤늦게 알고는 얼마나 우리 부모님이 위대하신지 아니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이 위대하다는걸 느끼게 되더군요.
다른것 없는것 같아요 애정표현 자주 하고 자주 방문 하거나 전화 드리는게 부모님에겐 기쁨입니다

2020-01-23 22:29:50

개인적으로 오늘 조부상을 마쳤는데 글쓴님의 심경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전 이게임에올인님이 이미 부모님을 많이 사랑하시는 좋은 아들일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더 좋은 아들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사람이 바뀌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진실한 사랑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외람된 말씀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과 많은 시간과 추억을 함께 만드시는 더 살가운 아들이 되시길 먼 발치에서 바라 봅니다.

2020-01-23 22:50:08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도 실제 행동을 하는 건 참 안 되죠. 그리고 매번 후회하구요. 그런 마음 가지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야 하는 거 같습니다. 저도 워낙 못해서 이런 말 할 자격이 없긴 한데, 잘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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