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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로 숫자세기 vs 우리말로 숫자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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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08:16:13

 

불어로 숫자세기

 

불어는 여러모로 참 복잡한 언어이지만, 처음 딱 배우면서도 아니 이게 뭐야 싶은걸 하나 꼽자면 숫자세기가 있습니다. 1부터 10까지는 이렇습니다. 

 

un, deux, trois, quatre, cinq, six, sept, huit, neuf, dix

 

그리고 11부터 19까지는 또 

 

onze, douze, treize, quatorze, quinze, seize, dix-sept, dix-huit, dix-neuf

 

이렇게 각자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16까지는 따로 이름이 있고, 17부터는 그냥 10+7, 10+8, 10+9 죠. 그리고 20은 vingt 이라고 하는데요. 21부터는 따로 이름은 없고 

 

vingt-et-un, vingt-et-deux, ... 입니다. 20 + et + 1 식으로 쓰는거죠. 불어에서 "et"는 "and"이니 뭐 그럴듯 합니다. 

 

30부터 60까지는 또 말이 따로 있습니다. 

 

trente, quarante, cinquante, soisante

 

20의 vingt 이 2의 deux 와 별다른 상관이 없어보이는 것 과 달리, 이 친구들은 대충 영어의 thirty, fourty, fifty, sixty 처럼, 각각 3,4,5,6 에서 파생되어 나온 단어라는 느낌이 옵니다. 다만 31, 41, 51 등을 쓸 때는 21처럼 가운데에 "et"를 붙이지 않고 그냥 trente un, trente deux 등으로 씁니다. 

 

진짜 이상해지는건 70부터인데요. 뭐 septante 같은 단어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불어에서 70은 soisante-dix 입니다. 60+10 이죠. 71은 soisante-onze, 72는 soisante-douze 등이 됩니다. 음.. 뭐 그래요 좋습니다. 조상님들이 60진법을 썼나보죠..? 

 

그럼 80은? soisante-vingt 이 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그게 아니에요. 80은 quatre-vingt 입니다 (!?) 4 20... 갑자기 곱해요. 그래서 81은 quarte-vingt-et-un 입니다. 허허.. 

 

90은 또 그럼 어떡하냐. 70에서 그랬던 것 처럼 80 + 10 이 됩니다. 그런데 애초에 80이 4 20 이었으니까, 90은 4 20 10 해서 quatre-vingt-dix 입니다. 그래서 99를 말하려면 4*20+10+9 해서 quatre-vingt-dix-neuf 라고 해야 합니다.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데 총 99유로 99센트가 나왔다.. 그러면 점원이 아주아주 빠르게 quatre-vingt-dix-neuf euros quatre-vingt-dix-neuf s'il vous plait. 하는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좀 더 큰 숫자들을 보면, 100은 cent, 1,000은 mille, 1,000,000은 million 입니다. 그리고 428이나 1992 같은 100단위, 1000단위 숫자를 말할 때 보통 100단위에서 끊어서 four twenty eight, nineteen ninty two 로 말하는 영어와 다르게, (애초에 10단위 숫자를 세는 시스템이 요상해서인지) 불어에서는 quatre-cent-vinge-et-huit, mille-neuf-cent-quatre-vingt-douze 라고 100단위 1000단위를 다 말해줍니다. 숫자 하나 잘못 말하려면 하루종일 걸리는거죠. 파리에 제가 가는 버거킹이 번호표를 100단위까지 쓰는데, 990번대 주문들 몇개가 한꺼번에 나오면 직원이 정말 길게 번호를 말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1,000,000은 million 이니 이제부턴 똑같겠지..? 생각하시겠지만 그럴리가요. 불어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1,000,000,000은 billion 이 아니라 milliard 입니다. 1,000,000,000,000 이 billion 이구요. 그런데 사실 이게 어떤 면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시스템입니다. 10^6=1,000,000 이 million, 그러니까 "illion" 이 하나 (mono) 인거거든요. 그럼 "illion"이 두개 (bi) 인 billion 은 10^9 보다는 10^12이 어울립니다. trillion 은 "illon" 이 세개 (tri) 니까 10^18이 더 자연스럽구요. 영어가 좀 이상한거죠. 사실 영어만 이상하다기 보다, 라틴어 계열 언어에서 10^9을 부르는 방법이 각각 milliard 와 billion 계열 두 가지가 있었고, 프랑스도 지금은 milliard 를 쓰고 있지만 1961년 이전에는 billion 을 썼습니다. 영어는 반대로, 1974년 이전의 영국 영어에서는 milliard 를 쓰다가 이후에 billion 으로 바꿨구요. 

 

우리말로 숫자세기

 

다른 나라 언어를 공부하는 재미 중에 하나는, 내가 익숙하지 않은 이 언어를 좀 공부하다가 이 뭔 이딴 말이 다있어!? 하고 5분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더 이상한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숫자를 세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거죠.

 

우리말의 숫자 세기 시스템은 참 희한한데, 일단 숫자를 세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으로 가는 순우리말 시스템, 

일 이 삼 사 오 육 ... 으로 가는 한자어 시스템. 

 

그리고 우리는 이걸 우리 맘대로 씁니다. "연필 1자루"는 [연필 한자루] 라고 하지 [연필 일자루] 라고 하진 않죠. 그리고 "물 1리터"는 [물 일리터] 라고 하지 [물 한리터] 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대체로는, 외래어 계열에서 한자어 숫자인 일이삼사를 쓰고 우리말 내지 한자어 단위에서는 하나둘셋넷을 씁니다. 그런데 또 이게 항상 그렇지가 않아요. "물 1컵"은 [물 일컵]이 아니라 [물 한컵] 이거든요. 컵은 분명히 외래어인데도요. 그 외에도 [한 피스 두피스], [일성 이성] 등 저 외래어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가 아주 많습니다. 

 

 다른 설명으로는 애초에 자연수개로 나뉘는건 우리말단위, 연속적인걸 임의로 끊은건 한자어 단위를 쓴다는건데요. 쉽게 말하면 "쩜오"를 얘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라는거죠. 그런데 우리말 단위에도 "반"이라는게 있어서, [물 일점오리터] 도 있지만 [사과 한개반] 도 있습니다. 또한 위에 말했던 [일성 이성] 에서도 별 갯수가 연속적이지 않은데 한자어 단위를 쓰구요. 사실 "반" 외에도 이 설명이 적용되지 않는 예시가 아주 많은데, 일단 시간이 그렇습니다. 시간을 말하는게 참 골때리는게, "1시 1분 1초" 는 [한시 일분 일초] 입니다. 유독 시에만 우리말단위를 써요. 시분초는 모두 한자어 단위이고 전부 시간이라 다 연속적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씁니다.

 

 그리고 높은 숫자로 가면 이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배추 일포기] 하면 확실히 이상하고 [배추 한포기] 해야 맞는데, [배추 이십포기] 쯤 가면 좀 위화감이 덜해지더니 [배추 구십포기] 가면 또 그냥 그런가보다 싶고, 100 부터는 아예 우리말 단위를 안씁니다. 그냥 [배추 백포기] 하죠. 이건 같은 한자어 숫자를 쓰는 단위들 사이에서도 약간 느낌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데, "포기"는 그래도 [배추 아흔포기] 쪽이 좀 더 많이 쓰이고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 "개" 에서는 [자유투 아흔개] 보다 오히려 [자유투 구십개] 가 더 자연스러운 느낌입니다. 아마 엄밀하게는 [아흔개]가 맞는 표현일텐데, 평소에는 따로 의식하지 않으면 [구십개] 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는 저게 두가지라는것 조차도 의식을 못하고 그냥 쓸 때가 많은데, 이걸 외국인에게 설명하려고 하니까 도저히 답이 안나오더라구요. 그냥 어..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 거의 절대로 혼용은 안되고 단위마다 숫자 세는법이 정해져 있다.. 규칙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어ㅜㅜ  정도로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 우리말이 어렵다는걸 아무리 인식해봤자 내가 공부하는 외국어가 쉬워지진 않지만, 그래도 모든 언어들에는 각자 이상한 부분들이 하나둘씩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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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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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08:21:32

켈트족들이 20진법을 써서 그렇게 됐는 이론이 있더라고요

WR
2
2020-01-17 08:23:20

네 저도 찾아보니 그런 설들이 있더군요. 켈트족 이야기도 있고, 덴마크어가 20진법을 써서 바이킹 영향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합니다. 또 스위스불어와 (일부) 벨기에 불어에서는 70 80 90 에 해당하는 단어가 따로 있다고 하더라구요. 

2
2020-01-17 08:25:03

몬트리올 출신 제 친구에게 몇달 전에 물어보니 퀘벡 프랑스어는 프랑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영어쓰는게 편하다고

1
2020-01-17 09:22:44

저도 프랑스에서 한학기 정도 교환학생 하면서 불어를 아주 자~암깐 배웠었는데요. 글쓰신분처럼 숫자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말하는것도 어려운데 듣는게 더 어려웠습니다. 얘네 말이 원체 빠르고 연음 때문에 60 넘어가는 숫자가 거의 안들리더라구요 결국 숫자 알아듣는거는 포기했습니다 ㅠㅠ

WR
1
2020-01-17 09:34:12

 불어 듣기는..ㅜㅜ 그래도 내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표현들은 들리긴 하더라구요. 아예 아무 맥락이 없이 들으면 거의 못알아듣는 것 같은데, 그래도 보통은 맥락이 있으니 차차 나아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ㅜㅜ 

1
2020-01-17 09:43:33

독일어는 그래도 양반입니다, 뒤부터 그대로 읽으니까요.

 

예를 들어 31은 einunddreißig 1그리고30 이렇게 됩니다.

(에스체트가 아직도 쓰이는지는 모르겠네요, 맞춤법이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하는지라)

WR
1
2020-01-17 09:48:38

 독일어는 대학 다니던 시절에 한학기 교양과목으로 잠깐 배운적이 있는데, 다른것보다 작은 단어들을 띄어쓰기 없이 잔뜩 이어붙여서 큰 단어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신기했던 기억이네요. 말씀주신 31도 그런느낌인데, 말씀주지 않으셨으면 ein + und + dreissig 인걸 전혀 눈치못챘을 것 같습니다. 

1
2020-01-17 09:50:38

22는 vingt-deux이고 21은 trente-et-un으로 알고 있습니다.

WR
2
2020-01-17 09:52:13

찾아보니 그렇네요!? 허허 참... 덕분에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2020-01-17 10:14:30

소주 일병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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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17 10:19:13

 제가 알기로 프랑스어 선조들이 60진법을 쓴 적은 없고, 전에는 vint et dix(20+10), deux vints(2 x 20), trois vints(3 x 20)처럼 철저한 20진법을 쓰다가 중세 프랑스어 어느 시점부터 10진법이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0, 80, 90만 제외하고요. 70, 80, 90에도 10진법이 도입되려고 한 흔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1000을 뜻하는 mille이나 백만을 뜻하는 million은 라틴어 mille(1000)이 어원입니다. 원래 한 덩어리였던 낱말이고 "ille가 하나mono다" 라는 뜻은 없어요. mono는 그리스어가 어원이라서 라틴어 숫자에 들어가 있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billion의 가장 자연스러운 뜻은 million이 두 개, 즉 2백만입니다. bi는 두 개, 두 배라는 뜻이지 2제곱이라는 뜻은 없거든요. 그 예로, 영화화도 된 아시모프 소설 바이센테니얼bicentennial 맨의 주인공은 200살이죠 1,0000살이 아니라.

 

 라틴어에는 숫자 단위가 1000mille까지밖에 없었습니다. 그 위의 단위는 자연언어의 발달 결과라기보다는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고, 그래서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million은 이탈리아어로 큰 mille을 뜻하는 millione에서 왔습니다. 백만을 큰 천이라고 부르는 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죠. 그런데 millard의 -ard는 작게 부르는 말 혹은 얕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chauffeur 운전사 chauffard 엉터리 운전사) 10억이 작은 천? 나사가 단단히 빠졌죠.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일 뿐이고, 빌리언이나 트릴리언도 마찬가지입니다.

 

 라틴어에 왜 mille이상의 단위가 없었냐 하면, 그 이상의 단위가 필요한 숫자를 부를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말도 마찬가지죠. 일이삼사 등의 한자어 셈 체계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셋넷 우리말 셈 체계가 남아 있는 건 그만큼 자주 쓰기 때문에 입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은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 큰 숫자는 셀 일이 없다 보니 입에서 떨어져 나간 거죠. 그 선이 어디쯤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90쯤 되면 이미 회색지대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구십 개 역시 이상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단위에 하나둘셋이 붙는지 일이삼이 붙는지 역시 위 원리와 함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둘셋은 우리말 셈 체계이고, 기본적으로 우리말 단위에 붙습니다(한 살, 두 살). 일이삼은 한자어 셈 체계이고 한자어 단위에 붙습니다(일 세, 이 세). 이후 서양어에서 들어온 단위도 우리말보다는 한자어 체계가 잘 어울리죠(일 미터, 이 미터). 그런데 어떤 단위들은 쓰임새상 큰 숫자를 붙일 일이 없습니다. 한 컵 두 컵은 있어도 50컵? 100컵?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위에서 적었듯이, 우리말 화자는 작은 숫자에서는 하나둘셋넷이 입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 컵 이 컵이 아니라 한 컵 두 컵이 된 거죠. 그 가장 극명한 예가 본문에 적으신 시 분 초입니다. 60 혹은 60 이상까지 세게 되는 분 초와 달리, 시는 쓰임새상 12시까지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숫자까지는 하나둘셋넷이 입에 붙어 있죠. 그래서 한 시 두 시가 된 겁니다.

 

 반대로 만약 24시간 체계를 쓴다거나 해서 숫자 단위가 커지면 하나둘셋이 입을 떠납니다. "훈련병은 22시 취침이다" 스물두 시라고 부르는 건 영 어색하죠. "재난구조의 골든타임은 48시간이다" 역시 마흔여덟 시간이라고 읽는 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WR
2020-01-17 10:25:55

원래는 완전한 20진법이었군요. 어찌보면 차라리 그때 그대로 남아있던게 좀 더 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말씀대로 bi tri 는 보통 두배 세배인데, 10^9이 billion 인것 보다는 10^12이 billion 인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 싶었더랬습니다. 

 

한자어/우리말 셈법은 저도 말씀주신대로 기본적으로 단위가 한자어냐 우리말이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들었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예외가 너무 많은 것 같더라구요. 말씀주신대로 보통 쓰는 숫자가 크냐 작냐에 따라 남아있는 정도가 다르다고 보는게 가장 그럴듯 한 것 같습니다. 22시도 그렇구요. 본문에 예로 들었던 "개" 같은 경우에도 아마 맞춤법상으로는 우리말 단위를 쓰는게 맞지만 한자어 단위가 입에 좀 더 잘 붙는다고 생각했는데, 48시간 같은건 더하네요. 

2020-01-17 10:18:53

한중일 등 동아시아권이 10진법이 완전히 언어에 녹아있어서

어린 아이들이 숫자, 수학을 쉽게 익힌다...고

말콤 글래드웰 책인가에 나와있었죠...

 

근데 파스칼 등등 대수학자는 프랑스에서 많이 나온 것이 아이러니네요

WR
2020-01-17 10:31:52

그러게요. 문득 10진법이 표준이 된게 언제인지, 왜인지도 궁금해지네요. 뭐 손가락이 10개니까 10진법이 가장 자연스럽다 싶긴 한데, 그러기에는 프랑스어나 덴마크어..? 등에서는 예전부터 20진법을 사용해왔던 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와 일본이 10진법을 사용하는건 중국어의 영향일까 싶기도 한데.. 우리말 셈법에서도 (한자어셈법만큼 철저하지는 않지만) 10진법이 기본인걸보면 그건 또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Updated at 2020-01-17 11:34:30

우리말은 명백히 10진법 체계 아닌가요?

그리고 손가락이 10개인 건 20진법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접었다 펴면 20이거든요. 12진법은 천문과 관련이 깊고요. 한 해에 달이 열두 번 이지러지니까요. 그래서 시간과 관련된 표현은 12진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12달, 12시), 이런 경우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10진법으로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혁명 때 시간 셈법을 12진법에서 10진법으로 바꾸려고 하다가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12진법을 따르는 12월조차 아무튼 숫자는 10진법을 쓰지요. 그 이유는 숫자 그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상 전세계를 통일한 아라비아 숫자(사실은 인도 숫자)가 인도 말의 10진법 체계를 따라 만들어졌거든요. 아라비아 숫자가 만들어진 건 7세기이고, 이게 아랍을 거쳐서 유럽에 소개된 것은 1202년 피보나치의 계산책(Liber Abbaci)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전부터 유럽어의 20진법 체계는 10진법으로의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로마 숫자가 10진법 체계였기 때문입니다.

WR
2020-01-17 11:31:25

우리말같은 경우는 10진법이긴 한데, 한자어는 십 이십 삼십 등 아예 10의 배수로 표현하는데 비해서 열 스물 서른 등 말이 따로 있어서 좀 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2진법은 말씀하신대로 천문이랑 관련이 있겠네요. 10진법쪽은 아라비아 숫자 쪽이 영향이 클 것 같구요. 

 

좋은 정보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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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17 12:11:50

여러 10진법 언어 중에도 중국어만큼 숫자 특색이 없는 언어는 드뭅니다. 라틴어 tria(3)에서 triginta(30)가 나오고 quinque(5)에서 quinquaginta(50)가 나오듯이, 10단위 숫자 정도는 1단위 숫자에서 파생된 독자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렇다고 덜 철저한 십진법이거나 한 건 아닙니다. 핵심은 자릿수를 어디서 바꾸냐니까요.

참고로 중국어조차 백 이상 단위에서는 二를 两이라고 쓰고 읽는 법도 다릅니다. 즉 2조, 2만, 2천, 2백은 二亿,二万,二千,二百이 아니라 两亿,两万,两千,两百이라고 쓰고 읽습니다. 몇 가지 규칙이 더 있긴 하지만요.

WR
2020-01-17 12:10:27

그렇군요. 우리말 한자어셈법에서는 그냥 이백이라고 하는데, 이게 원래 옛날 중국어는 이랬는데 언젠가 바뀐건가요..? 아니면 중국어는 예전부터 말씀하신대로 백단위부터는 다르게 썼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다르게 된건가요..? 

2020-01-17 14:26:52

일반론을 가지고 짐작하자면, 중국도 원래는 이천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0-01-18 09:13:50

저보다 언어에대한 식견이 뛰어나신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말씀하신 양(폰이라 한자로 안쳐지는점 양해바랍니다) 자는 이 자 대신 쓰지만 이는 중국이 화폐를 쓰기시작하면서부터 위조가 쉬운 단어들이라는 데에서 출발했다고 들은바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일 자와 삼 자 또한 가로 획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아닌 다른걸로 바꾸어 쓰는걸로 알고 있구요

1
2020-01-18 09:51:36

감사합니다 배워갑니다

2020-01-17 11:09:16

한글은 진짜 쉬운데 한국어는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하면서도 어렵다고 생각한 점 한 두개가 아닙니다
결론은 세종 짱 한글이라도 없었으면 문맹률이 어마어마 했을듯요...

WR
2020-01-17 11:32:59

예전에 독일어 수업 잠깐 들을 때, 교수님이 독일어 어렵다 소리 하지 말라면서 우리말은 문법 자체가 희미하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정말 그런지는 몰라도, 여튼 외국인에게 가르쳐본다고 생각하면 꽤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한글은 알려주기가 정말 쉬운데 말이죠. 

2020-01-17 13:12:39

한국어가 문법이 희미하다는 말으누정말 맞는 말입니다. 한국어 선생님이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한국어에서 문법이라고 하면 영어에선 숙어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교재에서 문법이라고 쓰여진 페이지의 내용을 보면 "-할 수 있다/없다."와 같은 표현단위예요. 영어는 일단 다섯가지 형식의 문장형식이 있고, 조동사와 시제같은 개념만 배우고 그 후 단어만 외우면 그래도 대화를 할 수 있지만 한국어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런 표현 하나 하나를 모두 익혀야하고, 게다가 중급 이상으로 가면 표현별로 제약이 심합니다. 원인과 이유를 이야기하는 문법 중에 "-기 때문에"는 별 다른 제약이 없어 초반에 배우게 되지만, "-아서/어서"의 경우에는 시제 어미와의 결합이 상당히 어렵고, 일반적 진술이 아닌 평서문에선 사용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너는 밥을 먹어서 나가도 된다." 와 같이 조금은 어색한 표현이 되는 식. 보통은 "(으)니까"가 적절하죠. 그리고 이 모든 표현을 "문법"이란 카테고리에서 배우게 됩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보면 방송에 나오는 한국어 잘하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이걸 말 그대로 외워서 체화한거라서요.

2020-01-17 13:15:46

태클은 아닙니다만 soixante아닌가요??

WR
2020-01-17 19:25:18

엌ㅋㅋ 맞습니다. 제대로 공부 안하는게 여기저기서 티가 나네요 

2020-01-18 12:57:32

우리말도 가끔 틀리지 않습니까??
실수는 누구나 하는거니까요, 고치면 그만이죠

2020-01-17 14:11:27

제가 맞게 알고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말에서 숫자 세는 건 뚜렷하게 갯수가 있어서 분류를 할 수 있는 경우 (예를 들면 한 상자, 두 상자)는 순우리말로 숫자를 세고 분류가 안되는 단위들(예를 들면 일리터,십이킬로와트 같은 경우처럼 일정량을 나타내는 단위들)은 한자어로 세는 게 기본인 걸로 압니다.  

Updated at 2020-01-17 14:33:27

20살과 20세의 경우 완전히 같은 성질의 단위임에도 불구하고 스무 살, 이십 세로 달리 셉니다.

길이 단위인 자와 척도 거의 같은 말이지만 비단 여덟 자, 팔 척 장신이라고 달리 읽죠.

2020-01-17 14:53:27

살과 세의 경우 본문 써주신 분으 말하신 대로 순우리말이냐 외래어냐의 차이인 거 같습니다. 한자어도 일단 외래어이니.... 

 

사실 뒤에 덧붙여 썼다가 지웠었는데 기본이 저렇다는 걸로 알고 있는 것이고 괴랄한 한국어답게 찾아보면 예외가 많아서 의미가 있나 싶긴 합니다.

 

2020-01-17 15:04:26

저는 위에 댓글 단 대로 우리말-남의말 원칙과 숫자 크기 원칙을 바탕으로 대충 다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예외야 말로 언어의 꽃이지요. 왜 그런 예외가 생겼는지 이유를 찾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언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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