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제 돈 주고 먹어본 비싼 음식들 후기..
저는 삼십 초반인 현재도 데이트때 둘이 합쳐 5만원을 초과하는 가격의 식당을 가본 적이 거의 전무합니다.
삼겹살집에 가도 3인분 정도에 더해서 공기밥에 음료수까지 시켜도 5만원이 안되고;
뷔페를 가도 뭐 역시나 5만원이 나올까말까.. 그외 초밥이든 뭐든 멀리 안나가고 동네에서 해결하다보니
1인분씩만 딱 먹으면 둘이 합쳐도 대부분 5만원을 넘기질 않더군요. 엔간하면 3만원도 안 넘깁니다.
그러다 문득 기념일도 다가오는데 좀 가격대 있는 음식점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매니아에 몇 번 질문글도 올리고 답변도 받아서 이런저런 곳들을 한 번에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대도식당>
남의 돈으로 비슷한 가격대인 투뿔등심을 가본 적은 있었는데 제 돈 주고 먹으려니 떨리더군요.
일단 좋았던건 고기를 아주머니들이 다 구워주신단 점, (투뿔등심은 안구워줬습니다..)
그리고 엄청 빨리 익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역시나 비싼 소고기답게 부드럽고 맛있다는 것.
다 먹고 나서 깍두기볶음밥을 먹었는데 의외로 여자친구는 이걸 제일 좋아했습니다.
소고기 3인분에 볶음밥까지 해서 10만원 초반 나왔네요.
개인적인 감상을 말해보자면,
예전에 아버지가 종종 음성에서 직접 1++ 소고기를 사오셨었는데
집에서 구워먹었던 그 소고기가 더 저렴하고 한층 더 부드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건 너무 번거로운 일이고, 이 정도 가격이면 가끔 먹으러 와도 괜찮다고 느꼈습니다.
<별양집>
사실 양대창은 예전에 취업하고나서 친구들에게 한 턱 쏜답시고 오발탄에 간 적이 있긴 했었습니다.
근데 그때 맛이 어땠는지 약간 아리송했기에 다시 한 번 다른 곳을 가게 되었고 먹어본 느낌으로는,
특양구이도 쫀득하고 맛있었지만 역시나 제 취향엔 기름진 대창구이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여기도 3인분에 양밥까지 해서 10만원 초반선 나왔는데 지인이 양대창 냄새만 맡고 왔냐고 하더군요
감상으로는.. 대창이 정말 맛있고 좋긴한데, 이런 창 종류 중에 제 취향엔 역시나 막창이 최고인거 같습니다.
이십대 초중반에 대구에서 반 년 정도 있을때 처음으로 막창을 접했었는데 정말 맛에 반해서
일주일에 두어번씩은 꼭 막창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있네요.
음식 먹고 맛으로 충격 받았던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거 같습니다.
여하튼 가격적으로도 그때 자주 가던 막창집에서 배터지게 먹어도 양대창보단 훨씬 저렴할거라..
그런데 막창도 정말 잘하는 곳이 아니면 그때의 오묘한 그 맛이 잘 안나더라구요..
오랜만에 대구 여행 가서 막창이나 배터지게 먹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시이토>
저는 이마트 초밥을 굉장히 좋아하는 저렴한 입맛이라 (근데 뷔페 초밥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런치에 1인 8만원이나 하는 초밥집을 가본다는게 참으로 설레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상을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일단 평소에 먹던 것과 같은 이름의 생선이 맞는데 뭔가 아예 다른걸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다음으로는 그런 초밥들보다도 오히려 제일 맛있게 먹었던건 마지막에 먹은 계란말이 "교쿠" 였단 것.
여기에 더해서 여자친구의 감상을 곁들이면 다 먹고나서도 레몬즙? 이 위에 남아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해보면 초밥마다 레몬즙?을 뿌려주셔서 그런지 그 맛이 좀 강하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저야 둔감하니까 그러려니했지만 ..
맛도 있었고 분위기도 좋았고 레몬즙? 빼곤 다 좋았는데 그래도 둘 합쳐 16만의 "런치" 는
아무래도 저에겐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초밥은 맛있으니..
고심 끝에 가성비를 충족할만한 다음 목표들을 찾아냈는데 셋 다 예약이 쉽진 않다고 하더군요.
가네끼스시, 스시오오시마, 스시아라타 요 3곳인데 내년에 한 번 방문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울프강 스테이크>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했던건 대망의 스테이크였습니다.
사실 3년 전에 뉴욕에서 피터 루거를 가본 적이 있었는데 제 흐릿한 기억으로 스테이크보다
베이컨이 더 맛있었던 느낌이었던지라 정확히 확인을 해보고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자친구는 괜찮아했는데 저는 역시 고기는 돼지다, 라는 답을 냈습니다.
맛이 나쁜건 아닌데.. 뜨거운 식기에 뜨거운 육즙까지 해봐도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데다
공기밥+찌개+꽃목살+김치 이 조합을 가장 선호하는 저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는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돈이면 삼겹살이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목살을 엄청 먹을 수 있기에..
정리해보면 사실 비싸고 싸고는 개인 편차가 좀 있는거라
저같은 사람에겐 비싼 음식들이고 어느 분들에겐 별 신경 쓰이지 않는 금액일수도 있지만
저로선 처음 접해보는 비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한 번씩 먹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저걸 한 번에 해결하는 바람에 카드값도 폭발하긴 했지만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김밥천국에서 먹는 라면에 참치김밥이나 편의점에서 먹는 왕뚜껑에 삼각김밥,
기사식당서 먹는 김치찌개 등이 제일 입맛에 맞는 거 같습니다.
다 쓰고 나니까 이 야심한 시각에 부대찌개가 땡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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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심이라고 장어덮밥이 1인에 3.6 이였는데
저도 물론 엄청 맛있게 먹었고 ex 여자친구도 어떻게 이런 맛이 나냐며
그날 일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녹아내린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값은 비싸지만 참 만족스러운 한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