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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동생을 보내주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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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2-02 16:46:35

2003년 6월, 지하철역에서 제 동생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검은 털에 흰수염이 뽀송뽀송 나있었던 생후 2개월 된 작은 슈나유져.

이 녀석, 집에 데려오니 금방 적응하고 밥도 어찌나 순식간에 잘먹던지요. 가족들에게 꼬리 흔들고 스킨쉽도 바로 하구요.

저는 막내였기에 늘 동생이란 존재가 필요했는데 그렇게 약 17년을 함께 해준 강아지 동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전 중학교 때 슈나우져를 키우다 엄마의 반대로 결국 다른분께 보낸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슈나유져가 늘 그리웠고 언제 꼭 다시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만큼 제게 더 소중할 수 밖에 없었던 동생이었어요.

그렇게 제 동생은 저의 20대와 30대 중반까지 17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엄마와 함께 면회까지 와준 제 동생. 면회소로 걸어가는 저에게 멀리서부터 달려와 절 반겨주던 동생의 그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하지만 동생이 12살이 되던 해, 직업이 바뀌며 저는 해외로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누나와 엄마 밑에서 동생은 지냈죠.

그러던중,14살 때 동생은 엄마와 산책을 하다 봉고차량에 치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너무나 건강했던 제 동생이 그때 큰 부상을 당했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건강했던 제 동생을 더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큰 대수술 이후 더이상 잘 걷지 못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동생은, 점점 활동량이 줄며 건강이 많이 악화가 되었습니다. 제 지난글을 보면 안락사에 대한 고민의 글이 있을거에요.

실제 지금 키우는 누나와 엄마도 의견이 달라 중간에서 저도 고민이 컸었습니다. 누나는 안락사를 하지말자 했기에...근데, 요즘 제 동생의 상태가 차마 볼 수 없을만큼 안좋아졌습니다.

잠도 잘 못자고 밤새 비명과 신음소리를 냅니다. 진통제도 신경안정제도 더이상 효과가 없게 되었고요.

옆집 윗집에서도 몇차례 항의가 들어왔네요. 누나도 이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제 동생을 놓아줘야 한다 말하네요.

이번 주말 동생을 보내주자 결정이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제 동생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하네요.

17년을 함께한, 너무나 착했던 제 동생을 보낼 시간이 가까워 지는게. 그저 많이 안아주고 고마웠다 함께해서 행복했다 먼저 좋은곳에 가서 편히 쉬라는 말 해줘야겠습니다.

마음이 정말 그래서, 매냐에 내려놓습니다. 강아지 키우시는분들, 건강할 때 정말 많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래요.

그리고 제 동생, 정말 행복하게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 많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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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12-02 09:21:35

제 말씀이 위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2
2019-12-02 09:24:56

그 동생은 월님을 만나서 항상 행복했을꺼에요.

그리고 먼저가서도 월님을 기다리며 항상 행복해 할꺼에요.

그 먼곳에서 기다리는 동생을 만날 날을 위해.. 보내더라도 월님도 행복해지셔야 됩니다.

 

2
2019-12-02 09:36:19

저도 외국에 따로 있고..

2005년 6월애 태어난 말티즈가 있는데...

치매 걸려서 가족을 못 알아봐요. 그래도 엄마가 먹을껄 주시니 엄마는 따라다니는데..

 

겁이 많아서 아주 멀리서 뭔가가 떨어져도 깨갱하고.

활발했던 아이가..

이제 기운 없이 잠만 잡니다.

 

언제나 집에서 연락오면 강아지 얘기일까 싶기도 해서 마음의 각오를 하고...

그래도 먹을꺼 아주 잘 먹는다고해서 안심하기도 하는데.

한쪽 다리의 근육이 안좋은지 잘 걷지도 못하네요.

정말 힘든 한주가 되실꺼 같아요. 

그리고 저는 지금 말한 말티즈의 엄마도 끼웠었는데 몇년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아직도 잘해줄껄 하는 후회를 하고 있어요.

마지막에 목욕시키려다가 사정이 있어서 못 시켰는데 아직도.. 아...

 

마지막까지 해주어야겠다 싶으신거 꼭 해주시고.

힘드시겠지만. 꼭 좋은 곳, 아픔없는 곳으로 가서 월님을 기다려줄꺼에요.

 

마음으로라도 안아드리고 싶어요... 

1
2019-12-02 09:37:47

남은시간 동생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동생도 분명 행복했다고 생각할겁니다. 가는곳에서는 아프지말고 편안해지길.. 힘내세요..!

2019-12-02 09:57:12

너무 마음 아픈 글이네요. 힘내세요

2019-12-02 11:12:14

눈물이 나네요..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저희 강아지도 지금 아픈 상태라 저도 요즘 멘탈이 나가있는데 월님도 꼭 힘내시길 바랍니다.

2019-12-02 11:21:53

반려견 키우는 입장으로 너무나도 아프면서 두려운글이네요 

꼭 힘내시길바랍니다

2019-12-02 11:37:55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라 너무 마음 아프네요 남은 기간 정말 후회 없이 잘해주세요 저는 이제 3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더 잘해주지 못했던게 후회됩니다

2019-12-02 11:49:13

보내는 그 순간까지 품에 꼭 안아주세요.
생각하면 늘 미안하시겠지만 월님이 동생과 행복했던 순간들 만큼 동생도 월님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행복했을 겁니다.
월님 품에서 끝까지 행복하게 보내주는 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2019-12-02 11:56:44

저도 2003년도 2월 부터 슈나우저를 키웠고 작년에 보내줬습니다. 견생이라는게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을 채웠다면 가족으로 최선을 다 했고 강아지도 행복했을거에요.

2019-12-02 12:20:41

마지막이 항상 힘들죠. 대화를 할 수 없으니까요.

과연 좀 더 내 옆에 두는게 내 욕심일까? 얘가 고통스러워도 내 옆에 있고싶어할까? 생명을 뺏는다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모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결정해야하지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아지가 평안하길 바랍니다.

2019-12-02 12:32:56

저도 2주전 2002년부터 우리가족의 위로이고 기쁨이었던 해리를 보내줬습니다. 고령으로 자연스러운 이별의 순간이었지만 너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작성자님의 글을 읽어보니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더욱 가슴이 아프네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합니다. 남은 시간 잘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

2019-12-02 16:09:48

저도 16년을 키운 푸들녀석과 이별한 지 10년이 되어가네요.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강아지를 키우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그 아이들을 먼저 떠나보낼 각오까지 해야 하는 거죠.

그 사실을 알지만 막상 그 순간은 너무나 힘들었구요.

작성자님도 마음은 많이 아프시겠지만, 동생과 즐거웠던 기억만 잊지 않으시면 그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순간순간 다시 미소짓는 날이 올 겁니다.

힘내세요.

WR
2019-12-02 16:22:05

위로와 응원해주신 힘이 되는 말들 정말 감사합니다. 남은 시간 저도 조금이나마 후회 남지 않도록 동생과 많은 시간 함께 하겠습니다.

2019-12-03 13:05:14

노래 들을때마다 예전 반려견이 생각나서 울컥하는 유기견 까미라는 곡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동생 잘 보내주시고 잘 추스르시길 빕니다.

 

https://youtu.be/5mWPXxo4Y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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