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동생을 보내주려해요
2003년 6월, 지하철역에서 제 동생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검은 털에 흰수염이 뽀송뽀송 나있었던 생후 2개월 된 작은 슈나유져.
이 녀석, 집에 데려오니 금방 적응하고 밥도 어찌나 순식간에 잘먹던지요. 가족들에게 꼬리 흔들고 스킨쉽도 바로 하구요.
저는 막내였기에 늘 동생이란 존재가 필요했는데 그렇게 약 17년을 함께 해준 강아지 동생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전 중학교 때 슈나우져를 키우다 엄마의 반대로 결국 다른분께 보낸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슈나유져가 늘 그리웠고 언제 꼭 다시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만큼 제게 더 소중할 수 밖에 없었던 동생이었어요.
그렇게 제 동생은 저의 20대와 30대 중반까지 17년이란 시간을 함께 해주었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엄마와 함께 면회까지 와준 제 동생. 면회소로 걸어가는 저에게 멀리서부터 달려와 절 반겨주던 동생의 그 모습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하지만 동생이 12살이 되던 해, 직업이 바뀌며 저는 해외로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누나와 엄마 밑에서 동생은 지냈죠.
그러던중,14살 때 동생은 엄마와 산책을 하다 봉고차량에 치이는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너무나 건강했던 제 동생이 그때 큰 부상을 당했죠.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건강했던 제 동생을 더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큰 대수술 이후 더이상 잘 걷지 못하게 됐거든요.
그렇게 동생은, 점점 활동량이 줄며 건강이 많이 악화가 되었습니다. 제 지난글을 보면 안락사에 대한 고민의 글이 있을거에요.
실제 지금 키우는 누나와 엄마도 의견이 달라 중간에서 저도 고민이 컸었습니다. 누나는 안락사를 하지말자 했기에...근데, 요즘 제 동생의 상태가 차마 볼 수 없을만큼 안좋아졌습니다.
잠도 잘 못자고 밤새 비명과 신음소리를 냅니다. 진통제도 신경안정제도 더이상 효과가 없게 되었고요.
옆집 윗집에서도 몇차례 항의가 들어왔네요. 누나도 이제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는 제 동생을 놓아줘야 한다 말하네요.
이번 주말 동생을 보내주자 결정이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제 동생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하네요.
17년을 함께한, 너무나 착했던 제 동생을 보낼 시간이 가까워 지는게. 그저 많이 안아주고 고마웠다 함께해서 행복했다 먼저 좋은곳에 가서 편히 쉬라는 말 해줘야겠습니다.
마음이 정말 그래서, 매냐에 내려놓습니다. 강아지 키우시는분들, 건강할 때 정말 많은 추억 많이 쌓으시길 바래요.
그리고 제 동생, 정말 행복하게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 많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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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씀이 위로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