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인생 역대 최악의 패배는 장수한테 진 게 아니었을지
지인 중 삼국지 팬인 분들이 많은데, 조조 인생 최대의 패배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말에 다들 적벽대전이나, 아니면 서영한테 당한 패배, 혹은 한중공방전, 아니면 장수한테 당한 패배를 뽑더군요.
근데 제 개인적으로 조조 인생 역대 최악의 패배는 장수한테 당한 패배가 아니었나 싶네요. 서영한테 당한 패배야 패배라고 하지만, 그만큼 조조한테 가져다준 게 많았는데 장수한테 당했던 패배는 전위를 잃은 것도 크지만, 장남 조앙이 죽은 게 제일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앙의 죽음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조조 뒤를 이은 인물이 조비라는 점인데, 조앙이 조조의 정실인 정부인의 친자는 아니었지만(조앙의 생모인 유부인이 일찍 세상을 떠나서 자식이 없었던 정부인 밑에서 대신 거두어 자란 케이스), 어쨌든 장자였죠. 사실상 정실 부인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정통성이나, 이런 부분에서 앞서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조앙 사후 조위는 정통성 문제에서 꼬이기 시작했던 게 크지 않았나 싶네요. 조앙이 죽었으니 조비가 얼떨결에 장자가 됐지만, 엄연히 따지면 정실부인 소생도 아니었던 데다가 조앙이 살아있었다면 사실상 조비가 조조의 뒤를 이을만한 확실한 명분이 없어졌을 테니까요.
또한, 조조가 조비, 조식, 조창 등 변씨의 자식들과 후계자 경쟁을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조비는 자기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조조 사후 황제가 되기 위해서 호족들과 강력하게 결탁할 수밖에 없었고요.
조조 때인 경우 조조가 호족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조조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동안 조비를 지지했던 세력들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죠. 결정적으로 조비는 조식과 같은 친형제들을 심각하게 압박하면서 친족들의 힘이 매우 약했고, 이는 결국 나중에 사마씨가 찬탈하는 후폭풍으로 이어졌고요. 사실상 조앙의 죽음이 위나라가 쇠퇴하기 시작하는 씨앗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스포츠와 역사 모두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없다고 하지만, 만약 조앙이 죽지 않았다면 역사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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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족과의 결탁은 어쩔수 없었습니다. "내가 황제다"그러면 다들 "네 황제폐하 절대 복종하겠습니다"하는게 아니거든요. 중국=한 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이 망했습니다. 그 한을 부흥시키겠다는 명분 하나로 세력을 키운게 유비였구요. 이게 또 어느정도 먹혔죠. 조조(조씨집안)는 그냥 수많은 군벌들 중 가장 군사력이 센 군벌에 불과했습니다. 권위가 없죠. 물론 황제에게 선양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억지라는거 다 알구요.
조씨 집안내에서 적자니 서자니하는 것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조씨 집안 자체가 황제로써의 절대적 명분이 부족했다는 것이 문제일뿐. 이는 누가 왕이 되어도 마찬가지이고 그 결과가 바로 5호 16국의 대분열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