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2달전 발목수술을 받고(동농하다 심하게 다쳤습니다) 일을 못하는 관계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백수취급 당하며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구요.
처형이 뉴올리언즈에 세미나가 있어서 8학년 조카의 농구관련 일들을 제가 해줄수 있냐고 하더군요. 뭐 그래봤자 데려갔다 데려오고 그런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후에 있을 YMCA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연습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습경기하는 그날 학생숫자가 1명이 모자른 상황에 있었습니다.
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헤드 코치가 저쪽에서 부르더군요. 그냥 숫자만 채워달라고.
아직 살짝 아프지만 마지못해 "OK" 하고 그냥 설렁설렁 걸어다니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농구를 전혀 못하는걸로 생각했는지(하긴 172cm 에 90KG 인 동양인이니) , 아님 아이들의 수비실력이 엉망이었는지 제가 계속 오픈이 되더군요. 미드레인지에서 한 4~5 번 정도 슛을 연속으로 성공시켰습니다. '슛하나로 살아남은 내가 바로 그 정대만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비해라, 저렇게 움직여라, 슛타이밍이다 슛해라, 패스해라, 더블팀가라 등등 입으로 많이 떠들었습니다. 농구할때 입으로 잘 안하는데 그날따라 그렇게 되더군요. 이기고 싶었나 봅니다.
며칠후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2패로 탈락) 헤드코치가 아이들에게 수고했다, 다음시즌에 또 보자 등등 훈계를 하더군요. 저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와 잠깐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아이들 연습할때, 특히 슛팅코치가 필요한데 해줄수 있냐고요. 잠시만요. 대학에서 농구하신분이 왜 저에게요? 난 단 한번도 organized association 혹은 team 에서 해본적이 없어요. 상관 없답니다. 슈팅 터치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슛을 가지고 있어서 애들을 꼭 가르쳐달라고, 전화번호 달랍니다. 어 내가 너무 바빠서( 띵가띵가 노는게 바쁘긴 합니다) 아직 확답을 줄수 없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말이 있더군요.
"운명은 당신이 쌓아온 습관과 경험, 그리고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해 같은 패턴의 결정을 계속적으로 내리는 것"
전 이글을 읽고 머리에 망치 한방 맞은것 마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도 필리핀에서 온 녀석이 저에게 개인 트레이너 해줄수 있냐고 물어본적이 있거든요. 농구할때 움직임이나 슈팅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그때도 이와 똑같은 반응으로 거절했었습니다. 그 녀석은 꿈이 필리핀 국가대표가 되는것이었는데, 동농에서 막을자가 없을정도로 빠르고 마치 카이리 어빙마냥 플레이하는 녀석이었습니다. 근데 왜 나한테? 내가 뭐라고? 나 바빠(귀찮아).
어제 딸래미와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중에 농구코치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아빠는 좋은 코치가 될수 있는데 성공이 두려운거야?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성공을 두려워해. 아빠가 그런 사람이야?
비수. 얘가 벌써 이렇게 컸나. 나에대해 나보다 더 잘아는것 같다.
살아오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내가 이걸 하면 성공할텐데, 성공하면 책임감도 더 커질텐데, 아 귀찮아.
왜 나는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항상 수동적이었던걸까요. 왜 나의 운명은 항상 같은 식의 외면과 회피로 점철되어져 왔던걸까요. 인생은 타이밍. 제 예전 닉네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능동적이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한 저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잘되도 타이밍, 못되도 타이밍. 나의 책임은 없어라며 비겁자 행세를 해온것 같습니다.
처형에게 오늘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카 YMCA 농구할때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왜요?
...
코치가... 저의 슛이 아름답다고...
글쓰기 |
와..따님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