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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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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17:41:06

2달전 발목수술을 받고(동농하다 심하게 다쳤습니다) 일을 못하는 관계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백수취급 당하며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구요.

 

처형이 뉴올리언즈에 세미나가 있어서 8학년 조카의 농구관련 일들을 제가 해줄수 있냐고 하더군요. 뭐 그래봤자 데려갔다 데려오고 그런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후에 있을 YMCA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연습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습경기하는 그날 학생숫자가 1명이 모자른 상황에 있었습니다. 

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헤드 코치가 저쪽에서 부르더군요. 그냥 숫자만 채워달라고. 

아직 살짝 아프지만 마지못해 "OK" 하고 그냥 설렁설렁 걸어다니자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농구를 전혀 못하는걸로 생각했는지(하긴 172cm 에 90KG 인 동양인이니) , 아님 아이들의 수비실력이 엉망이었는지 제가 계속 오픈이 되더군요. 미드레인지에서 한 4~5 번 정도 슛을 연속으로 성공시켰습니다. '슛하나로 살아남은 내가 바로 그 정대만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비해라, 저렇게 움직여라, 슛타이밍이다 슛해라, 패스해라, 더블팀가라 등등 입으로 많이 떠들었습니다. 농구할때 입으로 잘 안하는데 그날따라 그렇게 되더군요. 이기고 싶었나 봅니다.  

 

며칠후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2패로 탈락) 헤드코치가 아이들에게 수고했다, 다음시즌에 또 보자 등등 훈계를 하더군요. 저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와 잠깐 얘기하자고 하더군요. 아이들 연습할때, 특히 슛팅코치가 필요한데 해줄수 있냐고요. 잠시만요. 대학에서 농구하신분이 왜 저에게요? 난 단 한번도 organized association 혹은 team 에서 해본적이 없어요. 상관 없답니다. 슈팅 터치가 부드럽고 아름다운 슛을 가지고 있어서 애들을 꼭 가르쳐달라고, 전화번호 달랍니다. 어 내가 너무 바빠서( 띵가띵가 노는게 바쁘긴 합니다) 아직 확답을 줄수 없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런말이 있더군요. 

"운명은 당신이 쌓아온 습관과 경험, 그리고 유전자의 영향으로 인해 같은 패턴의 결정을 계속적으로 내리는 것"

전 이글을 읽고 머리에 망치 한방 맞은것 마냥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도 필리핀에서 온 녀석이 저에게 개인 트레이너 해줄수 있냐고 물어본적이 있거든요. 농구할때 움직임이나 슈팅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그때도 이와 똑같은 반응으로 거절했었습니다. 그 녀석은 꿈이 필리핀 국가대표가 되는것이었는데, 동농에서 막을자가 없을정도로 빠르고 마치 카이리 어빙마냥 플레이하는 녀석이었습니다. 근데 왜 나한테? 내가 뭐라고? 나 바빠(귀찮아). 

 

어제 딸래미와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중에 농구코치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아빠는 좋은 코치가 될수 있는데 성공이 두려운거야?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성공을 두려워해. 아빠가 그런 사람이야? 

비수. 얘가 벌써 이렇게 컸나. 나에대해 나보다 더 잘아는것 같다. 

살아오면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내가 이걸 하면 성공할텐데, 성공하면 책임감도 더 커질텐데, 아 귀찮아. 

 

왜 나는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항상 수동적이었던걸까요. 왜 나의 운명은 항상 같은 식의 외면과 회피로 점철되어져 왔던걸까요. 인생은 타이밍. 제 예전 닉네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능동적이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한 저에 대한 질책이었습니다. 잘되도 타이밍, 못되도 타이밍. 나의 책임은 없어라며 비겁자 행세를 해온것 같습니다. 

 

처형에게 오늘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카 YMCA 농구할때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왜요? 

...

코치가... 저의 슛이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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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3
2019-11-21 17:43:39

와..따님 대박

WR
1
2019-11-21 18:14:12

대박이죠. 저도 가끔 깜짝깜짝 놀랍니다. 

3
2019-11-21 17:45:04

한번이 아니라 예전에도 제안받으신 경험이 있으신걸 보니 슛폼이 정말 아름다우신가보네요 최근 복귀한 뜨거운 멜신 느낌이려나요... 궁금합니다

WR
2019-11-21 17:47:14

슛을 한번도 레코드를 해본적이 없어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
2019-11-21 17:46:11

따님이 정말 멋지네요. 재밌게 농구하세요!!

WR
2019-11-21 17:47:48

네 감사합니다~!

1
2019-11-21 17:46:13

 좋은 선생님이 되실거 같아요 

부담감 내려놓고 즐겨보시는건 어떨가요?

WR
2019-11-21 17:48:26

네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부담없이 즐기겠습니다. 

2
Updated at 2019-11-21 17:49:14

크으 그 코치직 제안한 헤드코치 님도, 따님도 모두 너무 멋지네요.

어느 댁 따님이 그렇게 멋지답니까~ 아버지란 분은 안 봐도 뻔하겠어요 

 

나중에 그 아름다운 슈팅 영상 올려주시죠?! 

WR
1
2019-11-21 17:51:39

요즘 딸에게 이런저런 고민상담 하고 있는데 정신연령이 장난이 아닙니다. 

1
2019-11-21 17:50:42

미드 보는거 마냥 재미있게 봤습니다 좋은 코치가 되실수 있을거같아요

WR
2019-11-21 17:52:11

감사합니다.~!

1
2019-11-21 17:52:05

와 따님..

WR
2019-11-21 18:00:45
1
2019-11-21 17:52:06
WR
2019-11-21 18:14:49
2
2019-11-21 17:55:29

해보고 아니다싶은거랑 해보지도 않고 기회를 놓치는건 천지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는것도

 

NBA급 슈터 하나 만들어서 NBA로 보내보시죠 

WR
2019-11-21 17:56:26

설마요. 

1
2019-11-21 17:56:10

 나중에 후기같은 것도 에피소드 식으로 들을 수 있으면 대리만족될 것 같아요 

WR
2019-11-21 17:57:33

좋은 에피소드가 있으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2019-11-21 17:57:03

따님의 말이 정말 날카롭네요. 코칭도 즐거우실 거에요 

WR
2019-11-21 17:58:19

여자아이라서 그런가 정신적으로 빨리 성숙해지는것 같습니다. 

1
2019-11-21 17:57:42

글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크으

WR
2019-11-21 17:59:14

부끄럽습니다. 졸필인데. 

1
2019-11-21 18:03:20

 역시 농구 고수들 집합소인 매니아...............

대박 멋지십니다. 대성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WR
2
2019-11-21 18:06:34

감사합니다. 벌써 포포비치처럼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1
2019-11-21 18:08:02

영화같은 스토리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슛폼 영상 한 번 올려주십쇼!

WR
2019-11-21 18:12:04

실망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1
2019-11-21 18:10:29

짧지않은 글임에도 지루함없이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Bron & Brow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은것 같아 뭘 하셔도 잘될것 같습니다

WR
2019-11-21 18:13:05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인복으로 버텨온것 같습니다. 

2
2019-11-21 18:18:43

외국의 개방적 사고 따님의 현명함...
배우고싶습니다
좋은 코치가 되셔서 매니아 슈팅코치가 되어주세요!!

WR
2019-11-21 18:30:46

감사합니다~! 

WR
2019-11-21 18:33:30

감사합니다~!

1
2019-11-21 18:30:26

 저도 좀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농구가 하고싶읍니다.

WR
2019-11-21 18:33:10

전 안선생이 아니라 포포ㅂ

1
2019-11-21 18:42:09

와 영화 대사 같아요 멋진 따님이시군요!

 

그나저나 인용하신 책 제목이 궁금합니다.

WR
1
2019-11-21 18:57:49

감사합니다. 책은 The Laws of Human Nature by Robert Greene 입니다. 한국어 번역판으로 나와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반드시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톨스토이, 코코샤넬, 린든존슨, 마터 킹 주니어, 재클린 케네디 등등 아주 유명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본성에 대해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강추~! 

WR
1
2019-11-21 19:01:58

"인간 본성의 법칙" by 로버트 그린 입니다. 

1
2019-11-21 18:53:21

기회가 왓을때 열심히 해보세요. 잘되던 안되던 나중에 좋은 추억거리 될거 같습니다.

WR
2019-11-21 18:58:41

네, 한번 열심이 해보겠습니다. 

1
2019-11-21 18:57:29

응원합니다

WR
2019-11-21 18:59:15

감사합니다~!

1
2019-11-21 18:59:29

글쓴분도 따님도 너무 멋있습니다
멀리서나마 응원 하겠습니다

WR
2019-11-21 19:03:46

감사합니다~! 

1
2019-11-21 19:09:10

와 따님이..
글을읽고나니 저도 갑자기 농구가 하고 싶어지네요. 저도 동농에선 정대만이었는데 (슛폼만...) 운명이란 글귀 감명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글 올려주세요 구독할게요

WR
2019-11-21 19:13:36

감사합니다. 시간이 되면 농구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1
2019-11-21 19:38:52

마치 제 얘기처럼 글이 순식간에 읽히네요. 코치 후기 꼭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화이팅!

WR
2019-11-22 09:51:27

감사합니다~! 

1
2019-11-21 20:02:02

와 글쓴님도 따님도 너무 멋지네요. 따님이 말하는 것만 봐도 글쓴님의 인품이 느껴지네요. 축하드려요!!
계속 후기 남겨주세요!

WR
Updated at 2019-11-22 02:17:00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1
2019-11-21 20:04:38

 다음에 매니아 회원들 모집해서 가르쳐주시길

WR
2019-11-22 02:17:48

아직 한명도 가르쳐보지 못했는데 한 10년 후에나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1
2019-11-21 20:40:47

아니, 잠깐만요 여러분...

 

그러니까 이분이 8학년 애들과 시합하면서 지고 싶지 않아서 평소같지 않게 열심히 커뮤니케이션 하셨다는 거잖아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식으로 무슨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드리블이나 슈팅폼이 깨끗한 분들이 계신데 딱 그런 분이신가봐요.

 

종종 교육후기도 올려주시면 감사히 보겠습니다.. 

WR
1
2019-11-22 02:18:48

조던이나 코비도 아이들 상대로 그런다고 저도 질타했었는데 제가 그러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1
2019-11-21 20:55:15

슛폼 동영상 매니아에 올려주세요~! 라고 하면, 영업 비밀 알려달라는거랑 같은걸까요? ㅎㅎ

WR
2019-11-22 02:20:19

일급비밀입니다. 

1
2019-11-21 21:13:07

우왕 축하드립니다. 재밌겠습니다. 저도 딸아이가 크면 농구 같이 하는게 꿈인데.... 생각해보니 저도 고등학교 때 헤드코치가 특정 부분을 애들에게 가르치려고 어시스턴트 코치로 젊은 사람들 데리고 왔었던게 기억나네요.

WR
2019-11-22 02:21:47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농구한다는 생각에 많이 설레네요. 

1
2019-11-21 22:14:58

정말 멋지십니다.. 여유로우실때 매니아에 종종 일기라도 적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WR
2019-11-22 02:23:22

네, 앞으로 일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바쁠것 같지만 노력하겠습니다.~!

1
2019-11-21 23:43:38

매니아출신 nba코치도 볼수 있겠네요

WR
1
2019-11-22 02:23:52

마음은 이미 포포비치입니다. 

1
2019-11-22 10:58:46

 키야.. 어떻게 키우셨길래 따님 멘트가.. 저 같았으면 감동 받아서 이불 덮고 울었을겁니다.. 

WR
2019-11-22 13:32:56
 제가 딸의 인생에 한 부분이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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