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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 맨 - 그리고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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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23:55:27



1975년, 지미 호퍼라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실종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아이리시 맨>은 이 실종사건에 얽힌 내막을 풀어내는 갱스터 영화입니다. 또한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가 오랜만에 합작한 갱스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첫 오프닝은 독특합니다. 병원의 복도를 따라가다가 들리는 나레이션. 결국 카메라는 프랭크 앞에 멈춰 섭니다.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 이거 스콜세지 스타일이다 싶다가도 정작 프랭크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첫 마디는 나레이션으로만 적용되거든요.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그래서 독특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있는데 듣는 사람은 (원래 그랬듯 관객이 아니라) 정해져 있지 않고요. 과거 회상은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때때로 타란티노의 구성이 떠오르기도 할 정도로요.

이런 과거 회상은 기본적으로 후일담의 느낌이 짙게 풍깁니다. 영화상에서 첫 장면은 모든 것이 끝난 이후의 상황이고 결국 그 여파에 관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뿐이거든요. 영화 전체가 결국 후반 사건에 의해 결정된 이야기이면서 또 독특하게도 전반부의 것들이 쌓여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사로는 뒤죽박죽이면서 정서적으로는 순환하는 영화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리시 맨>에서 회한이나 후회 같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지금까지의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 영화들이 야유와 비꼼의 블랙 코미디였다면, 이 영화에선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하게 씁쓸한 감정이 남는 블랙 코미디 - 드라마입니다. 어쩌면 갱스터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과 현실의 가족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멀어져가는가에 대한 고독한 드라마기도 하구요.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건 조 페시 였는데, 공교롭게도 <좋은 친구들>에서의 느낌과 정 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네요. 비교하자면 보통 알 파치노가 분출하고, 드 니로가 받는 구도의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둘 다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콜세지의 영화는 참 단정한거 같습니다. 고전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단단하게 끌고 나가는 느낌이 깊기도 하고요. 209분이란 러닝 타임이 무지막지하게 길긴 한데, 로드 무비와 갱스터 무비, 드라마로써 쌓아올리는 과정이라면 납득할만한 길이이기도 하고, 또 순간순간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시동 장면, 삼거리 장면, 자동차 앞 뒷 좌석 장면 등등) 참 모범생처럼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디파티드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잘하던 장르로 돌아온 스콜세지는 그대로 인 부분도 존재하면서 그대로가 아닌 부분도 존재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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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분... 은 좀 많이 길긴 하네요.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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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1-21 00:03:04

방금 보고 나왔는데 정말 탄탄한 전개 덕분인지 예상보단 체감 시간이 길진 않았던것 같네요. 연기들은 정말..

WR
2019-11-21 00:27:52

진짜 연기 신들이었죠. 저는 조 페시가 제일..

2019-11-21 00:04:05

평식이형이 8점을 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WR
2019-11-21 00:28:39

전반적으로 고평가하는 영화같더라고요.

2019-11-21 00:53:06

여러모로 범죄와의 전쟁이 생각났었네요~

WR
2019-11-21 10:13:51

어쩌면 마지막 장면이 많이 겹쳐보이기도 하네요. 최후의 생존자..

2019-11-21 01:10:15

영화 속 기교들이 정말 엄청나더군요. 휴고 같이 고전 영화 기법이 많이 보이진 않았지만, 말씀하신대로 타란티노 느낌도 들고 웨스앤더슨 느낌도 들고,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의 기법들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보는 재미를 만든 영화였습니다.
스콜세지는 영화를 정말 잘 만들긴 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장면을 보면서 갱스터 라는 장르의 장례식 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이제는 다 죽어버린 장르의 헌사같은 영화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WR
2019-11-21 06:39:44

마지막 엔딩은 스콜세지의 다른 필모그래피가 생각나더라고요. 갱스터 무비의 끝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2019-11-21 10:09:05

메가박스에서 상영하네요.. 집근처에 메가박스가 없어서... 27일 넷플릭스에서 보렵니다...

WR
2019-11-21 10:13:16

메가박스가 유일하게 넷플 영화들 상영하는데 열심이더라고요. 조금만 기다려보시길..

2019-11-21 10:15:21

 안그래도 주말에 영화 한편 볼여고 하는데 이걸로 결정 했습니다

WR
2019-11-21 10:24:57

기본적으로 잔잔한 드라마면서 블랙 코미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꽤 길기도 하구요. 저는 좋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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