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맨 - 그리고 남겨진 것들.
1975년, 지미 호퍼라는 노동조합 위원장이 실종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영화 <아이리시 맨>은 이 실종사건에 얽힌 내막을 풀어내는 갱스터 영화입니다. 또한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 니로가 오랜만에 합작한 갱스터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첫 오프닝은 독특합니다. 병원의 복도를 따라가다가 들리는 나레이션. 결국 카메라는 프랭크 앞에 멈춰 섭니다.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 이거 스콜세지 스타일이다 싶다가도 정작 프랭크는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첫 마디는 나레이션으로만 적용되거든요.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그래서 독특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있는데 듣는 사람은 (원래 그랬듯 관객이 아니라) 정해져 있지 않고요. 과거 회상은 필요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때때로 타란티노의 구성이 떠오르기도 할 정도로요.
이런 과거 회상은 기본적으로 후일담의 느낌이 짙게 풍깁니다. 영화상에서 첫 장면은 모든 것이 끝난 이후의 상황이고 결국 그 여파에 관한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뿐이거든요. 영화 전체가 결국 후반 사건에 의해 결정된 이야기이면서 또 독특하게도 전반부의 것들이 쌓여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사로는 뒤죽박죽이면서 정서적으로는 순환하는 영화라고 할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리시 맨>에서 회한이나 후회 같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감정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지금까지의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터 영화들이 야유와 비꼼의 블랙 코미디였다면, 이 영화에선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하게 씁쓸한 감정이 남는 블랙 코미디 - 드라마입니다. 어쩌면 갱스터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과 현실의 가족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멀어져가는가에 대한 고독한 드라마기도 하구요.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건 조 페시 였는데, 공교롭게도 <좋은 친구들>에서의 느낌과 정 반대의 캐릭터를 맡았네요. 비교하자면 보통 알 파치노가 분출하고, 드 니로가 받는 구도의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둘 다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콜세지의 영화는 참 단정한거 같습니다. 고전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단단하게 끌고 나가는 느낌이 깊기도 하고요. 209분이란 러닝 타임이 무지막지하게 길긴 한데, 로드 무비와 갱스터 무비, 드라마로써 쌓아올리는 과정이라면 납득할만한 길이이기도 하고, 또 순간순간 긴장감을 유도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은 (시동 장면, 삼거리 장면, 자동차 앞 뒷 좌석 장면 등등) 참 모범생처럼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디파티드 이후 오랜만에 본인이 잘하던 장르로 돌아온 스콜세지는 그대로 인 부분도 존재하면서 그대로가 아닌 부분도 존재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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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분... 은 좀 많이 길긴 하네요.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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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보고 나왔는데 정말 탄탄한 전개 덕분인지 예상보단 체감 시간이 길진 않았던것 같네요. 연기들은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