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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츄파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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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35:58

제가 운영하는 가게는, 학생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팝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 이런 아재음식을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신기하면서도 고맙습니다.

재작년에 가격을 올렸는데 학생들에게는 예전 가격을 받습니다. 일명 '급식할인'입니다.

원래는 "학생분들끼리 식사하러 오면 1,000원 할인"이라고 붙여놨었는데, 자제분들이랑 식사하러 오신 일부 부모님들께서 "왜 우리애는 안 깎아주냐"고 클레임을 거셔서 할인안내문은 떼어버렸습니다.

대신 주문 받을때 슬쩍 물어봅니다. "손님 혹시 급식이십니까?"

아무튼 이런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급식손님이 꽤나 늘었고, 사복입고온 급식들은 먼저 급밍아웃을 하기도 합니다. "사장님, 저 급식이에요." 그 말 굳이 안해도 급식같습니다, 급식은.

저는 급식손님들을 좋아합니다. 깨끗하고 빠르게 식사를 완료해줘서 고맙고, 맛있게 먹어줘서 더 고맙습니다. "우와~ 사장님 발렌시아가 신발 찐이에요?" "그럼 이 나이에 짭을 신겠어요?ㅋㅋ"같은 소소한 대화도 재미납니다. 어떤 친구들은 "재수해도 급식할인되나요?"라고 벌써 물어봅니다. 재수하면 이투스할인된다고 웃으면서 대답해줬지만 부디 재수가 필요없는 성적이 나오길 바랍니다, 마음속으로.

이 급식친구들은 밖에서 만나면 저한테 먼저 인사도 해줍니다. 인사를 받았으니 저는 커피라도 사줍니다. 점점 더 인사하는 급식들이 늘어나니 신기합니다. 대학 다닐때 회사 다닐때는 누군가와 아는척 하는걸 정말 싫어했는데, 이제는 완전 동네형 동네삼촌 다 됐습니다.

내일 모레가 수능이라서 츄파춥스를 잔뜩 샀습니다. 수능예비소집 끝나고 밥먹으러들 많이 오더라고요. 작년에도 사탕을 준비했는데 올해 역시 준비했습니다. 우리 고3 급식손님들 자기실력보다 점수가 조금이라도 더 잘나왔으면 좋겠네요.


수험생분들, 빠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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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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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39:43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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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40:01

첫문장을 읽고 아 이거 재미나겠네 했는데 역시나 훈훈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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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45:01

서비스 좋은 가게는 계속해서 가게 되더라구요~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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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46:50

사장님 마음은 아직 급식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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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49:46

마음씨가 참 좋으신 분 같습니다. 번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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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55:05

 아 딱 느낌이 제 대학시절 단골 곱창집 사장님 같은 느낌입니다.

그립네요. 그 몇평 안되는 작은 테이블 5개정도 있던 조그맣지만 인심은 넉넉하시던 곱창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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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7:58:33

회사에서 급식먹는데..가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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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18:10:55

저를 잔뜩 사 놓으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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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21:00:35

아... 학식이는 할인 안해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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