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밴드 해본 이야기 3 (feat. 와이프 만난 썰)
하라는 밴드는 안하고...
밴드연합에서 나오게 되면서 생긴 가장 큰문제는,
아마추어밴드가 단독으로는 공연을 하기 어렵다는 점 입니다.
당시 신촌, 홍대 공연장 대관료가 40~60만원 정도였는데,
직장인 멤버 네명이서 각출하면 부담스럽긴해도 못만들 돈은 아니었습니다만,
문제는 관객모으기였죠.
지인들에게 싼값으로 표를 팔아야만 관중을 모을 수 있는 아마추어밴드 공연의 특성상,
네명이서 관중들 모아봤자 몇명 되지도 않을테고,
저희는 이미 공연을 하면서 지인찬스를 썼던지라 부를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마추어밴드 한팀으로는 공연의 내용도 부실하구요.
그래서 생각한게 예전에 연합을 탈퇴한 와이프의 밴드와 손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와이프와는 그냥 오빠동생이었습니다.)
와이프와 손을 잡고 와이프의 대학동기가 이끄는 팀,
그리고 합주실에서 소개받은 팀까지 총 4팀이 연합 비슷하게 모여
공연도하고 뭉쳐다니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와이프와도 점점 가까워져서 연애질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밴드모임은 탈퇴할놈 탈퇴하고, 해체할 팀 해체되어
몇몇 사람들이 연락이나 주고받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있던 팀은 해체를 했고, 와이프네 팀은 와이프 포함해서
멤버가 둘밖에 없던 상태라 와이프가 저를 자기네 팀에
끌어들이려고 수작을 부리던 때였습니다.
저는 "한팀에서 연애질하는거 아니다" 라며 팀합류를 거부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어느새 저는 와이프네 팀의 멤버가 되어있더군요.
게다가 와이프네 팀에 남아있던 멤버가 베이스였어서
저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기타치는 보컬을 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역량부족으로 인하여 두세번의 합주 후
기타리스트를 새로 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기타를 새로 뽑고 밴드멤버 각자의 취향을 모아보니
저의 보컬타입하고는 맞지 않아 저는 다시 베이스를 잡기로 하였습니다.
(베이스 치던 놈이 보컬을 하기로 했는데, 원래 베이스 치던놈도 보컬하고싶은데
베이스 잡고 있던 놈이었습니다.;;;)
밴드가 새롭게 구성되고 나서 우리는 합주만 하고 공연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같이 공연할 팀도 없고, 멤버들이 전부 30대에 들어서니 각자 살기도 바쁘고 해서 말이죠.
저희가 다른사람들 앞에서 연주해본 것은, 저와 와이프의 결혼식에서 나머지 멤버 둘이
통기타반주로 "모이다밴드"의 "초콜릿 드라이브"를 축가로 부른 것과,
보컬 결혼식때 나머지 멤버들이 "도시아이들"의 "달빛창가에서"를 연주한 것이 전부입니다.
와이프와 결혼 후, 예전에 와이프와 같이 밴드를 했던 멤버와 연락이 닿아서
5인조로 팀을 재편했는데, 합주 두세번 하고는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저와 와이프가 결혼 직후부터 벌린 사업이 실패하게 되어
더이상 취미활동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져 버렸죠.
빚을 갚기 시작하면서 가지고 있던 스팅레이를 처분했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더군요.
요즘 빚정리도 어느정도 되었고, 해외 나와서 세상구경도 하다보니
다시 밴드 하고싶다는 얘기를 와이프와 자주 나눕니다.
지금은 1년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한 밴드멤버들과,
언젠가는 합주실에서 만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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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다밴드"의 "초콜릿 드라이브" 저도 좋아하는 노래인데, 축가로 써보고 싶네요.
이야기 재밌게 잘 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