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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밴드 해본 이야기 1 (feat. 중2병 걸린 2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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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1-12 01:07:07

18년 전에 만든 밴드 메틸렌블루의 다음까페 대문

 

 

90년대 중반, 신성우의 서시와 서태지 3,4집이 발표되고 나서,

rock 음악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얼터너티브 음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때가서 뒤늦게 너바나와 라디오헤드, 그린데이 등의 음악을 접하면서

얼터너티브와 펑크에 빠져들게 되었고,

다른 젊은이들 처럼 기타 배우고 머리도 기르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2001년인가 PC통신을 통해 락음악을 이야기하던 친구들과

"메틸렌블루"라는 밴드를 만들었는데, 밴드이름을 만든 멤버의 장황한 설명을 듣고는,

멤버들 모두 중2병 감성이 돋아서 만장일치로 팀명으로 채택하였습니다. 


 

"메틸렌블루는 푸른 빛깔을 띄는 용액으로, 그것과 처음 마주한 나는

그색깔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그색이 마치 방황하는 나의 청춘의 색깔을 닮았기 때문이었을까?"


 

처음 밴드를 결성하고 종로에 있는 한 합주실에 가서

라디오헤드의 creep을 포함한 세곡 정도를 맞춰봤는데,

기타를 잡은 저를 포함해서 모두가 실력이 개판이었습니다.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매주 맞지도 않는 합주를 하고서는 술을 마시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손발이 안맞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베이스는 탈퇴하고,

나머지멤버들은 밴드는 집어치우고 술이나 먹으러 다니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보컬과 여자멤버 (기타를 배우고 있던중인)가 연애질을 하다

헤어지게 되서 팀은 자연히 분해되었습니다.


그때 대학교에 갓 들어간 보컬이 학교밴드에서 기타를 배우고 있었는데,

1년 정도 지나서는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자기가 기타를 잡겠다면서 다시 밴드를 하자고 해서,

제가 보컬로 포지션을 바꾸고 드러머에게 연락해서 셋이서 합주실로 향하였습니다. 

제가 보컬이 되면서 연습곡을 파파로치나 림프비스킷 등의 곡으로 바꾸었는데

첫합주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우리는 들떠서 빨리 베이스 구해서 제대로 해보자고 다짐하고는,

매일같이 rock음악관련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렸습니다.

한달, 두달, 반년이 지나도록 베이스는 구해지지 않았고

그 기간동안 저희는 합주실에 한두번 정도 밖에 가지 않았습니다.


열정이 사그라들 무렵 저는 클럽질에 빠지게 되어 밤새 놀러다녔는데,

그러다 만나게 된 사람들 중 베이스를 치는 형님이 있어서 우리팀에 합류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술김에 콜!! 을 외친 그 형을 다른 멤버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넷이서 합주를하기로 했던날,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 형은 30분인가 지각을 했었고,

언더그라운드 밴드 출신이라는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실력도 개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밴드 "메틸렌블루"는 다시는 합주실에서 모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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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9-11-12 01:08:11

아... 방금 합주하다 연습안했다고 팀원한테 힌소리 먹고 들어오는 길이었는데

WR
2
2019-11-12 01:28:25

합주 전 연습은 꼭 하셔야죠 

1
2019-11-12 01:24:54

 아 ㅋㅋㅋㅋ진짜 배꼽 잡으며 읽었습니다

WR
2
2019-11-12 01:29:46

이것은 20대 초반시절의 진지한 추억입니다 

1
Updated at 2019-11-12 01:25:41

중학교 때 친구들과 밴드 만들어서 활동했었습니다. 추천 박고 갑니다. 진짜 재밌는 추억이네요. 막 천리안 락동호회에서 합주실 찾아서 여기저기 가고 그랬었는데...

WR
1
2019-11-12 01:31:48

저는 유니텔로 모였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처음 가본곳은 종로 세화합주실 이었던 것 같네요. 

1
2019-11-12 01:37:06

저희는 동네 친구들이 결성했고 연습할 곳을 찾으러 다녔어요. 동네에서 하나 발견해서 그곳을 주무대로 막 합정이랑 중계동 까지 가고 그랬었네요.  동네에서 합주실 운영하시던 분은 중학생들이 기특했는지 막 조언도 주시고 대회 찾아오셔서 보시고 그랬어요. 즐거운 추억이네요. 

1
2019-11-12 01:41:35

혹시 싸락스셨나요?
전 뮤직 플러스에서 놀았던..

WR
1
Updated at 2019-11-12 01:53:28

락동호회는 아니고 유니텔에서 "락음악 좋아하는 사람들 어쩌구 저쩌구" 라는 방제로 채팅방을 만들었더니 몇명 들어와서, 한달 정도인가 그 멤버로 채팅하다가

밴드결성 얘기가 나왔습니다. 

유니텔에서는 rock이 아닌 힙합 동아리 word-up 에서 놀았죠.

 

1
2019-11-12 02:10:52

저도 음악 관련 채팅방
잠깐잠깐 들어가 봤던 것 같아요.
유니텔로 추억 돋습니다.

1
Updated at 2019-11-12 01:31:42

잔잔하게 재밌네요. 저도 예전에 gumx - hymn to love를 듣고는 연주해보고 싶어 일렉기타를 샀던 기억이 납니다. 실력이 늘면 락밴드도 하고, 합주도 하고자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열정은 일주일도 안가 사그라들고, 기타는 인테리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WR
2019-11-12 01:36:07

저도 코드 몇개 잡는 실력으로 밴드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연습했던 곡들이 대부분 TAB 악보 찍힌대로 잡고 긁어대는 음악이라

쉽게 밴드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 조차도 제대로 못하긴 했지만요.  

1
2019-11-12 02:58:18

아... 형제여... 사랑합니다..

WR
3
2019-11-12 03:13:06

그시절의 감성이 돋습니다 형제여...
저도 음반도 내고 투어도 하고 14살 어린 여친도 만나고 싶었는데 그경지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1
Updated at 2019-11-12 03:51:31

울지말고 만나서 얘기해요 형제여...
14는 빼고...

1
2019-11-12 04:08:18

30년전에 밴드를 첨 했었는데 가당치도 않게 일렉을 두번인가 쳐보고 공연했던게 생각나네요. 싸구려 이펙터가 어설프게 내뱉던 게인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젊음은 참 좋았더랬습니다.

WR
1
2019-11-12 04:19:23

캬... 두번 쳐보고 공연을...
그시절에만 가질 수 있었던 패기였군요

1
2019-11-12 04:24:25

말도 안되는 객기였죠. 창피한지도 모르고. 새벽에 추억 소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은 다 잤습니다

WR
1
2019-11-12 04:30:58

새벽감성에 젖어 술한잔 꺽으면 딱이겠네요
이젠 그것조차 로망이려나요

1
2019-11-12 08:03:00

 가끔 차에서 enter sandman 한번씩 틀고 그러죠.. 

WR
2019-11-12 13:16:55

저는 master of puppets

얼터너티브가 대세일때도 메탈리카는 꼭 한자리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2019-11-12 08:46:55

어찌보면 저랑 같은 시대 같은 취미들을...콜럭...

WR
2019-11-12 13:13:30

이새대 사람들의 테크트리 아니겠습니까 

2019-11-12 09:08:53
WR
2019-11-12 13:12:28

저 장갑을 끼우고 연주를 하다니 역시 베테랑입니다. 

2019-11-12 09:21:55

비슷한 나이대인가요....

90년대 중반 한국은 X재팬부터 시작해서 너바나, 라디오헤드, 오프스프링, 콘, 림프(얘네는 후반이었나?) 등으로 시작된 롹 열풍이 잠깐 불어 드럭까지 탄생하게 되었죠 ㅋㅋㅋ

그 드럭이 오버로 올라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티비에서도 나오고...

오랜만에 닥코노래나 들으면서 일해야겠습니다 ㅋ

WR
2019-11-12 13:20:47

그때 드럭은 노브레인, 크라잉 넛등의 펑크밴드 위주였고, 롤링스톤은 하드코어 위주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저는 드럭은 못가보고 롤링은 거의 매주 갔었네요. 


2019-11-12 09:43:20

어떻게든 공연을 한번 올려보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못하고 이곡저곡 합주만 해보던 시절이지만 지금 돌아보니 좋은 추억이네요. 실력도 중요하지만 취미밴드 레벨에서는 뭔가 해보려면 프런트맨의 리딩,수완과 추진력이 실력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기타는 거의 못치는 보컬 원툴이었지만 여유가 되면 기타를 다시 배워서 쳐보고 싶네요.

WR
1
2019-11-12 13:24:00

프런트맨이 분위기 잘 띄워서 반응 유도해야죠. 특히 아마추어 공연의 그 썰렁한 분위기란...

2019-11-12 09:55:06

직장인밴드 5년차입니다.
저랑 연배가 비슷하신거 같은데
저도 15년만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지금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꼭 다시 한번 도전 해보시길~

WR
2019-11-12 13:29:48

지금 다시 밴드를 하면 어떤 컨셉으로 올라갈까 상상도 해봅니다. 

저 글이 아직 끝난게 아니라 후속편 (?)에 다음 밴드 얘기를 올릴 예정입니다만,

와이프랑 같이 밴드하다 지금은 안하고 있는 중 이거든요.

지금 멤버들 다시 모여서 아저씨, 아줌마 컨셉으로 공연 올라가보는것도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2019-11-12 09:56:34

청춘이란 단어랑 방황이란 단어만큼 20대를 설레게 하는 조합이 어딨나 싶습니다

30대 중반 넘어가면 재빨리 수습해야 하지 않으면 이불킥 하는 조합이기도 하구요 

 

싸이월드 폭파 시키지 못한 친구들 미니홈피를 돌아다니며 흑역사 일깨워주는 소소한 재미가 생겼어요 

반대로 누군가 제 천리안 계정 복구하면 전 바로 짐싸고 해외 도주 할 겁니다... 

WR
2019-11-12 13:31:36

저 청춘과 방황 드립을 원본으로 보면 진짜 오글거립니다.

제 싸이에도 이불킥각의 글들이 꽤 있었는데, 폭파되기 전에 한번 봐둘걸 그랬어요 

2019-11-12 13:40:04

퇴장님 글 보아하니 싸이가 문제가 아니에요. PC통신 글들 발굴되면 그게 더 큰일입니다 

WR
2019-11-12 13:51:44

어떻게든 이민 떠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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