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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곡] 내 친구 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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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17 20:09:02
https://www.youtube.com/watch?v=0V6H-oJfyOs

 

여러분은 비슷한 꿈을 자주 꾸신 적이 있으신가요?

 

제가 꾸는 꿈 중에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꾸게 되는 꿈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꿈속에 저는 어른인데도, 장소는 항상 어릴 때 살던 집이 꿈의 배경이 됩니다. 

 

꿈에서 이 장소가 보인다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제 친구 짱구가 있습니다.

 

짱구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키웠던 개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촌형이 반 친구집에서 개가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얻어온 강아지를 저희 집에 이사를 가면 집지키는 개가 필요하니 키워야 한다고 데려왔습니다. 너무 작고 예뻤는데,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니깐 사촌형이 그럼 짱구가 어떻겠냐고 제안을 줘서 그때부터 짱구라는 이름으로 저희집에서 살게 됐습니다.

 

 

(사진은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는데 졸업식에서 돌아오자마자 짱구랑 기념사진 찍어야 한다고 목줄 풀고 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카메라를 참 안쳐다보네요.)

 

짱구는 참 어질다고 할 수 있는 개였습니다. 낯선 사람이 오면 경계태세를 갖추고 짖어야 하는데 무서워서 숨거나 짖을 줄 모른다고 바보 같은 놈!! 하면서 어머니와 이모님한테 혼나기도 많이 혼났습니다. 시무룩해져있는 짱구를 위로해주고, 항상 제 동생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같이 지냈습니다.

 

요즘은 개들도 우울증이 있다고 하고, 산책도 필수로 해야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티비에서도 나오고 정보들이 많았으나 예전에 집지키는 개들은 주로 24시간 내내 목에 줄을 매고 지내는 일이 많았습니다. 바깥 세상은 그냥 베란다 쪽 아래로 뚫려있는 곳으로 목을 내밀고 쳐다보는 것이 전부였을겁니다. 아주 가끔 털갈이 시즌이 되면 뒷 산에 털을 빗겨주러 데려나가는 일이 전부였고, 목줄을 푸는 날은 목줄이 낡아 닳아 없어질 때 밖에 없었습니다.

 

가끔 집에 돌아오면 개가 없어져서 놀라서 짱구야!! 하면서 찾아다니면 계단을 오르기만 잘하고 내려오는 것은 무서워서 못해가지고 옥상에 올라가서 오도가도 못하고 낑낑 거리고 있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저는 안아서 짱구를 다시 데려오고 그랬습니다.

 

짱구와 헤어지게 된 것은 저희 집이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였습니다. 아무래도 집 안에서 개를 키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애완견이나 이런 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를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데려가면 안되냐고 부모님께 떼를 써보기도 하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것은 당사자가 못한다고 아래 동네에 사시던 이모님께서 저희 집으로 개장수를 보내셔서 엉겹결에 짱구와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개장수 아저씨한테 아저씨 저희 짱구 안데려가시면 안되나요, 저희 짱구 계단도 못내려가는데 그냥 두고 가시면 안되나요 사정을 해봤습니다만, 짱구는 아저씨가 목줄을 잡고 계단을 스스로 내려갔습니다.

 

아저씨는 어린 제가 개를 보내기 싫어하는 것을 아셨는지 과수원 지키는 개로 데려가는거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제 마음이 편할 것이라 생각을 하셨던 것이겠지요.


그렇게 짱구와 이별을 하게 됐습니다. 

참 마음이 아픈 것이 짱구도 우리가 곧 이사를 간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별하기 몇 주전부터는 밥도 잘 먹지 않고 어깨도 축 쳐져서 어쩔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이겨내려고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꿈에서 짱구가 한 번씩 나왔습니다. 항상 배경은 아파트로 이사를 왔어도 과거에 살던 그 집에서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짱구가 저를 반겨주고, 마당에 평상에서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하나씩 던져주면 허겁지겁 먹고는 안먹은 척 하면서 다시 주기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는 모습, 비오는 날 평상 밑에서 비를 피하며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던 모습 이런 꿈들을 한참 꿨고, 꿈에서 깨면 눈에서 눈물이 흘러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꿈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계속 예전에 살던 집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어느샌가 푸른 초원 같은데서 짱구가 막 열심히 해맑게 뛰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저하고 그 초원을 같이 뛰고, 같이 초원이 누워서 놀고 이런 장면의 꿈을 자주 꾸게 됐습니다.

 

뭔가 패닉의 로시난테를 들으면 저는 항상 짱구가 생각이 나고, 같이 초원을 달리는 그 장면에 로시난테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짱구와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로시난테를 꾸준히 듣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면 뭔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고는 하네요.

 

언젠가 제가 죽게 되고 한다면 그때 짱구를 다시 만나서 거기서는 계속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고,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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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0-17 20:08:28

2019-10-17 22:10:43

항상 매니아를 위해 고생하시는 아스카님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너무 감동적인 얘기네요!
짱구도 어딘가에서 아스카님을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그리고 항상 평화로운 매니아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10-17 22:26:10

운영진님 개구장이상이셨군요.(저때부터 롤업패션을 하셨다니 선두주자셨군요!!)

저도 주택살다 아파트 이사간 경험이있는데

아마 비슷한 경험하신분들은 많이 비슷하실것같습니다.

주택에서 강아지 키우다 아파트로 이사때문에 강아지와 이별하는 일...

제가 키우던녀석은 참 사고뭉치여서 마당에 풀어놔도 담벼락 밑을 파서 온 동네 논밭을 뛰어다녀서 잡게 만들고 진흙투성이로 돌아와 지 피곤하다고 오자마자 누워자고

백구잡종이었는데 언제는 까치를 물어죽여 입가에 지가 조커인 마냥 빨갛게 물들이고........

사실 매우 오래전일이라 잊고있었는데 아스카님 글 덕에 저도 추억에 빠져드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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