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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성희롱 글을 보고 생각난 외국인 노동자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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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10:13:43


 *지금은 30대 중반 유부남이 된 저의 어린시절 기억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저는 외국인 노동자가 정말 많은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근처에 가구공장, 염색공장, 기타 제조시설이 밀집된 공장단지가 많았죠.

 

 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제가 학생이던 그 시절에는 한국으로 돈벌려고 오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그중 대다수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단속을 피해가며 어렵게 살았었습니다.

 

 90년대 초에는 특히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게 있겠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정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우는 거의 노예(지나치게 거친 표현이긴 합니다만 제가 볼땐 그정도였습니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엄청난(위험한) 노동을 시키면서도 최저임금은 커녕 임금체불은 기본, 폭행, 욕설 등등 여러가지 안좋은 것들은 다 있었죠.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문제로도 불거져 많은 개선이 있었던 걸로 압니다.

 

 그당시 외국인 노동자들은 앞서 말한것처럼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단속에 걸리면 강제추방을 면치 못했었습니다. 목숨걸고 힘들게 한국에 들어와서 먼 모국의 가족들을 위해 힘든 노동과 단속을 피해다녀야 하는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죠. 물론, 그들의 선택이였고 본국에서는 더 힘든 환경에 놓여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위축되있었습니다. 시내에 나오면 한국인들을 피해 (시비가 붙으면 큰일나니) 골목에서 조용히 그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하다 헤어지는 정도가 다였죠. 버스에 타기라도 하면 냄세가 심하다며 그자리에서 욕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핸드폰은 커녕 국제전화카드로 공중전화를 짧게 이용했죠. 그들은 말그대로 한국인들을 피해서 숨어 다녔습니다.

 공장일이란게 위험이 항상 따라 다녔는데 특히 프레스, 절단기 등의 사고가 정말 많았습니다. 덕분에 인근 병원에는 "수지접합전문병원" 이라는 타이틀이 달렸고 엠뷸란스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이렌을 울렸죠.

  

 그리고 약 10여년 정도 지났을때, 노동자들의 국적은 몽골, 조선족, 동남아 각지, 러시아쪽 까지 정말 다양해 졌습니다. 그들은 이제 시내 중심가 피자가게에서 피자로 저녁을 먹고, 외국음식을 파는 상점에서 식료품을 사고, 정식으로(?) 개통한 핸드폰을 사용해 가족들과 통화를 합니다. 근처 아울렛 단지에서는 매월 25일~말일이 되면 쏟아져 나오는 외국인 친구들이 푸마, 아디다스 등지에서 신발과 옷을 사갑니다.

 물론, 사건사고가 없었던건 아닙니다. 살인, 성폭행, 강간, 강도 사건등 크고작은 소란들도 많이있었죠. 

 

 그리고 또 약 10년이 흘렀는데 그들은 정착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냅니다.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아파트에서 살기도 합니다. 엘레베이터에서 만난 외국분과 아이가 너무 이쁘다며 서로 인사를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때와 지금의 그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이제는 제법 도시가 된 그 지역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자가 되었습니다. 더이상 외부인이 아니라 수십년을 함께한 자연스러운 이웃이 되어간거죠.

 

 이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왜 상각이 났냐면, 아래 외국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편의점직원분의 글 때문입니다.

 (꼭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사람들이 처분 받거나 잘못된 행동에 대가를 치르고 뉘우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사람이 노동을 위해 한국에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선배들이 저 모진 세월을 겪으며 겨우 만들어 놓은 한국과의 신뢰관계를 저딴 행동들로 무너트리고 다시 예전같은 시선으로 외지인을 바라봐야 되는 상황이 오는것은 너무 싫습니다.

 위아더 월드 까지는 몰라도 한국내에서 이제는 다른 피부색, 다른 인종이라는 이유로 서로 편견을 가지고 쳐다보는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될지 모르겠는데, 복잡한 감정이 생기고 싱숭생숭해서 어린시절 기억을 끄집어 보았습니다. 긴글 읽어주신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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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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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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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10:19:10

맞습니다. 그냥 예전 생각이 나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좀 피곤한 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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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10:23:00

그렇게 받아드리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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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10:33:52

이런식으로 댓글 남길 일인가 하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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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7 13:39:27

 정말 복잡 미묘한감정이 드네요, 좋은 간접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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