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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군인으로 대접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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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08 21:38:43

군무새나 신세타령하는 것은 아니고 NBA 매니아에 군대 관련 게시물 있어서 그냥 옛날 생각나서 올립니다.

 

전 한국인이고 당연히 한국에서 군대 전역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실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때는 2015년 10월. 당시 저는 군대 전역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습니다. 복학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족이 그냥 해외 여행이라도 갔다 오라고 해서 이 기간에 미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왜냐하면, 친척이 미국 샌레안드로에 살고 계시는데, 그쪽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이고 또 개인적으로 그쪽을 여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쨌든 샌레안드로에 갔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친척 분 중 한 분이 시내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파웰 스트리트로 나오라고 하시더군요. 이쪽 길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샌레안드로에서 거기로 가려면 차 타거나, 바트(지하철)를 타야만 합니다. 하필이면 그때 샌레안드로에 사시는 친척 모두 생업 때문에 바빠서 저를 파웰스트리트까지 데려다줄 수 없고 바트를 타고 가야만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진짜 농담하는 게 아니라 저는 바트 타러 갔는데, 표 구입하는 법도 몰랐습니다. 한국 지하철과 달리 미국 지하철은 표를 구매하는 게 진짜 어렵더군요. 어쨌든 한 10분 정도 당황했는데, 마침 주변에 계신 흑인 여성분이 "혹시 여기 처음이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도움을 받아서 표를 구입했습니다. 그 분이 "마침 제가 그쪽 가는 방향으로 가니까 어떻게 타는지 알려줄게요"라고 하셔서 따라갔습니다. 정말 친절하시더군요.

 

그런데 둘이서 얘기를 하다가 그 분이 "제 이름은 켈리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옷차림이나 머리 스타일을 보니 이쪽에 사시는 분은 아닌 것 같네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 이름을 말하고 저는 한국인이고,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니 그 분이 "와, 정말 당신은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당신의 나라를 위해서 당신의 젊음을 바치시다니. 주의 축복이 당신에게 함께 하기를 바랄게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이런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정작 한국과 관련없는 미국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뭔가 울컥하더군요. 정말 짧은 말이었지만, 참 힘이 되던 말이었습니다.

 

그 여성분 뿐만 아니라 미국 여행을 하는 동안 많은 분이 제게 같은 말을 해주더군요. 그 분들의 말이 어찌나 감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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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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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20:41:16

좋은 경험이네요.
모병제 국가에서 저런 대우를 해주는데
억지로 끌려갔다온 사람들은 개차반 대접이라는게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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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20:43:36

저는 교환학생가서 핀란드(?) 친구랑 얘기했는데 그쪽도 강제입대라고 하더라구요. 자기도 숲에서 훈련받는데 XX 모기 많은데서 XX 아무것도 안하는 XX 시간이라고. 하길래 저도 제 나름 군대의 어려웠던점을 얘기하면서 의기투합한 기억이 나네요. 군무새니 뭐니하지말고 서로 리스펙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2019-10-08 20:44:06

좋은 경험하셨네요ㅎㅎ
과연 한국에서도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1
2019-10-08 20:51:52

저도 카투사로 복무중인데 가끔 식당에 단체로 외부에서 오는분들이나 가족들이 오는데 옆자리에서 밥먹다보면 종종 Thank you for your service 하시는분들 계십니다. 군인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걸 직접 경험하니 묘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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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08 21:25:04

징병제 국가에서 대부분이 병으로 입대하는데 군대 내에서조차 병사들 대우해주는 거 보면 한국에서 군인들 존중 못 받는 건 인과응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한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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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10-08 21:30:51

https://i.pinimg.com/736x/29/ab/87/29ab878e6be9570735b4b5b279059241.jpg

예전에 스테이플스 센터에 이 모자를 쓰고 직관 갔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Are you a vet?이란 질문에 얼떨결에 Yes라고 답했다가 고맙단 인사와 함께 악수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시키면 사실은 카투사 출신이라고 둘러대야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1
2019-10-09 02:39:26

보통 미국에서는 전역/퇴역한 군인을 통틀어서 Vet(eran)이라고 하니까,

카투사 출신이라도 Yes 라고 대답하신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복무하신거죠.

1
2019-10-08 21:40:14

그래서 저도 요즘 군대 휴가나온 사촌동생들 보면 나라 지켜줘서 고맙다고, 고생한다고 합니다. 갔다온 사람들은 더 잘 알잖아요 얼마나 고생하는건지

2019-10-08 21:46:23

면회외출나가서 가족이랑 카페갔었는데 호떡같은거 서비스로 주더라구요. 은근감동이었습니다. 중국집에서는 음료서비스에 천원할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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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8 22:28:37

제복 입었는데 박물관 줄선거 다제끼고 프리패스 했을 때 정말 기분 좋더군요. 시큐리티 흑형이 웃으면서 유니폼은 프리패스야 하던게 참...

2020-05-03 14:46:27

괜히 글로벌 젠틀맨이 아니죠

2019-10-09 01:56:26

 저와 완전 똑같은 경험을 하셨네요. 저도 전역하고 1주일 만에 미국 사촌형&누나 사는 뉴욕으로 갔었는데 비슷한 경험을 해서 괜히 혼자 뿌듯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1
2019-10-09 02:57:22

 사실 이게 대부분 가니까 뭐 다 가서 고생하는건데 특별히 수고했다 해줘야 하나? 이런 인식이 있는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군대 가는게 선택이고 그런 길을 선택한 사람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더라고요.. 


2019-10-09 09:59:08

미국 문화 자체가 군인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엄청납니다. 어딜가나 대우받고, 어딜가나 박수받죠. 블레이저스 게임가면 게임시작전 거의 매번 군인 가족들 소개합니다. 그리고 여지없이 기립박수. 하루아침에 얻어질수 있는 문화가 아니죠. 

2019-10-09 22:44:07

지금 이순간에도 고생하시는 장병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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