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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에서 겪은 황당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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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20 23:09:10

오늘 저녁 중국집에서 밥 먹다 겪은 일입니다.

아버지와 둘이 식사하러 동네 중국집에 갔습니다. 벌써 6년 넘게 다닌 단골집이거든요. 부부가 운영하는데 남편분은 요리하시고 아주머니는 서빙과 계산만 보는집이에요.
근데 그 집이 특이한게 주인 내외분이 중국 화교이신데 단골손님들하고도 별로 대화나 친한 기척없이 딱 할말만 하고 무뚝뚝하게 그러시거든요. 만약에 한국말이 짧으면 그럴수도 있지 할텐데 두분다 한국에서 산지 30년이 넘어서 다 한국말도 현지인처럼 잘 하는데도 말이죠. 서비스나 손님응대가 별로인데도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지 입소문도 많이 나고 장사는 꽤 잘되는 편이구요.

저도 한가한 날에는 몇 번 반갑게 인사하고 말도 몇 마디 붙여본적이 있는데 별로 반가운 기색도 없어서 이제는 그냥 가서 음식만 먹고오는 단골집 같지 않은 단골집이었죠.

암튼 가게 들어가서 홀에 손님이 아무도 없었고 저와 아버지가 볶음밥과 짜장면을 주문했어요. 주문하고 곧바로 어떤 부부가 들어와서는 새우볶음밥 2개를 시켰고, 한 5분 뒤쯤 어떤 젊은 남자분이 와서 간짜장 곱배기를 시켰습니다.

기다리고 있는데 룸안이 왁자지껄 한걸 보니 단체손님이 와 있던 모양이에요. 거기에 요리가 많이 들어가는지 좀 바쁘게 왔다갔다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한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저보다 늦게온 부부의 새우 볶음밥 2개가 먼저 나갔습니다. 우리는 이제 곧 우리것도 나오겠지 싶었는데 그리고 한 15분이 지나자 제가 음식을 기다리던 중에 주문이 들어온 단체손님 요리가 들어가더군요...

좀 의아했지만 바빠서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5~6분쯤 뒤에 가장 늦게온 남자 손님의 간짜장 곱배기가 나왔습니다. 그때도 이제 바로 같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그러고 또 5분 지나서 저희 음식이 나왔습니다.

짜장면 볶음밥 나오는데 약 40분이 걸린데다가 홀에서 제일먼저 들어와서 주문한 손님한테 음식을 제일 늦게 갖다 주는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음식 가져다 주면서 '아이고 늦어서 미안합니다' 한마디만 해주시면 다 이해될 문제라고 봤습니다. 뭐 많이 양보해서 바쁘면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죠. 저도 식당에서 일해봐서 괜히 화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 음식을 놓고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아주머니께 뻔한 변명이라도 좀 듣고 싶어서 '저희가 제일 먼저 와서 시켰는데 제일 늦게 나왔네요 이거 참' 이라고 조용히 얘기 했습니다. 싸울 의도는 없어서.
그런데 아주머니가 갑자기 얼굴이 싹 바뀌면서.
'손님 저희가 지금 바쁜데 음식 순서가 좀 안 맞을 수도 있죠. 그런거 갖고 여기서 따지지 마세요!'
라고 하고 가더라구요.

돌로 한 대 맞은 느낌..
이건 뭐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예?'했는데
또 룸 단체손님 술과 단무지 서빙하러 쪼르르 가시더만요...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해 순간 말이 안나왔죠. 아줌마가 하도 크게 말해서 손님들이 다 쳐다보고
우리보다 먼저 음식받으신 분들도 우리 눈치를 보시더라구요. 저는 일단 그분들은 죄가 없다 생각했기에 아버지께 일단 먹자고 말씀드리고 음식을 먹었습니다.
먹는 내내 별로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음식은 죄가 없기에 꾸역꾸역 먹긴 먹었습니다
물론 맛은 못느꼈고요


다먹을 즈음, 앞선 부부와 남자 손님도 다 나가고 가게가 조금 조용해 졌습니다.
그냥 조용히 닥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할 말은 하고 가야겠다 생각해서
제가 계산하려고 카운터에가서 카드를 드리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사장님 아까 음식 순서가 뒤에 오신 손님들 보다 밀리고 많이 늦게 나왔는데 특별히 사정이 있었습니까?'

그때 까지도 전 뭐 거창한 사과를 기대한 것도 아니고 '그냥 주방이 많이 바빠서 그랬네요. 다음부터는 신경쓸게요.' 이정도 말씀만 해주시면 저도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주머니가 듣기에 거슬렸는지 허리에 손을 짚고 딱 서서

'아저씨 지금 음식 나오는 순서가 좀 바꼈다고 이러시는 거에요?
저희도 단체손님 요리가 많아서 바쁘고, 주방에서도 요리랑 식사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순서가 있어요. 주방에는 주방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그거 같고 이래 말할건 아니죠'

새우볶음밥→깐풍기→간짜장→볶음밥,짜장면 순서로 조리해야 효율적이라는 건 어느 나라 주방의 질서일까요?
차라리 그냥 바빠서 순서가 섞여서 그랬다 하시지.
저도 말을 더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요. 음식순서 잘못 나올 수 있지요. 바쁘신거 압니다. 그건 문제가 안됩니다. 근데 적어도 음식 순서가 밀리고 불가피하게 늦게 나오면 이래서 늦었다. 미안하다 짧은 말 한 마디라도 해주시고 가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식당에서 일안해본거 아닌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까 그런거 같고 여기서 따지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말씀하시는건 좀 아닌거 같네요. 사장님이 밥 먹으러 다른 식당가서 저같은 입장이라도 기분이 언짢지 않겠습니까?"

그때 나온 사장님의 한 마디
"그래서 저희가 두 분 먼저 온거 알고 젓가락하고 양파 단무지는 제일 먼저 갖다드렸잖아요."

.....말인지 방군지...

딥빡이 밀려왔지만 심호흡으로 다스렸죠.
아줌마는 또 '단체손님 때문에 바쁘다. 주방의 질서가있다' 앵무새가되어 의미없는 동문서답만 퍼부으시더라구요 에휴..

그래서 더 얘기해봤자 무의미 한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나왔습니다.
'사장님 아무리 단체손님이 비싼 요리 시키고 매상 올려주더라도 홀에서 식사 시키는 손님은 손님 아닙니까? 그리고 저희는 그랬다 치더라도 앞으로 다른 손님들한테는 맘대로 순서 바꾸지 마시고 늦어지거든 짧은 사과라도 좀 하세요.'

바로 카드 긁고 나왔습니다. 끝내 사과는 듣지 못했구요.
아줌마와 제가 언성이 높아지니까 주변 손님들이 다 쳐다보셨는데 저는 그분들께 고개숙여 '식사하시는데 시끄럽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말하는게 별로 어렵지 않은 거라는 걸, 예절과 친절한 응대가 장사의 기본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어서요..
오히려 그 집의 실체를 다른 손님들이 알게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저도 식당에서 알바 꽤 해봤는데 저런 음식점 사장은 또 처음 봅니다
불친절해도 장사가 잘되니까 배가 불러서 그런 것 같은데
이제 더 이상 그 집 갈 일은 없을 거 같네요
아직도 속이 더부룩 합니다..


다른 분들은 제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 거 같나요?
제가 오지랖이 넓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쓸데없이 긴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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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9-20 22:02:28

심지어 단골가게라니...

WR
2019-09-20 22:05:49

그전에도 이미 단골을 단골대접 해주지 않는 신비한 가게였습니다 허허

1
Updated at 2019-09-20 22:03:40

기본이 안된가게네요...
일찍온 손님 홀대라니...

30
2019-09-20 22:04:03

맛이 있어도 서비스마인드가 후지면 안갑니디. 욕 보셨네요

1
2019-09-20 22:04:26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도 최악의 집이네요
장사를 뭐 그따구로 하는지

2019-09-20 22:05:56

빡치네요...

1
2019-09-20 22:06:46
제가 다 화나내요 저같으면 엎었을건데요.. 글쓴이님의 인품이 정말 훌륭합니다 위로추 드려욯ㅎ
WR
Updated at 2019-09-21 15:58:40

두세번 올라오는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나중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더만요

2
2019-09-20 22:07:43

중국집 홀에서 40분을 기다리시다니..
저는 뒷손님 먼저 나오면 저희 언제나와요 라고 물어보고 반응 신통치 않으면 그냥 나갑니다

14
2019-09-20 22:11:14

40분을 아무말안하고 기다리신거 자체가 대단하시네요

3
2019-09-20 22:11:37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최고의 맛집이라도 서비스가 엉망이면 다신 안갑니다.

2019-09-20 22:13:10

정말 잘 참으셨네요.

제가 같은 입장이였으면 안 좋은 소리 절로 나왔을 거 같은데요.

저는 맛도 맛인데 불친절한 식당은 다시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2
2019-09-20 22:13:24

지나치게 참으셨네요 저는 절대 못참았을 것 같습니다 욕보셨어요..

7
2019-09-20 22:18:38

거기 어딘가요? 우연이라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네요.

1
2019-09-20 22:19:24

흐미 음식 장사를 배짱으로 하네요.

저라면 중간에 나갔습니다.

1
2019-09-20 22:23:13

잘 참으셨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주방 사정이든 종업원 실수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사과 한 번, 또는 손님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기본적인 노력조차 없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전 다시 가고 싶지 않네요. 손님이 왕이다 손님이 돈벌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런게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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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22:25:36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류의 가게들은 널리 이름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2019-09-21 16:38:45

저도 가게이름 궁금해졌습니다. 저희 동네가 아니겠지만서도 간접홍보는 해주고 싶네요.

2019-09-20 22:26:47

읽기만해도 열받네요;;;

2019-09-20 22:28:49

가끔 음식은 괜찮은데 사장님이 손님 대할 때 아쉬운 가게들이 있는데...안타깝더라구요.

그 한번의 실수나 고집때문에 단골 하나를 잃는 건데...왜 그걸 모르는지...

뭐 손님 하나 정도야 눈하나 깜짝 안할 분들이니 그러시겠지만...

 

WR
1
2019-09-21 15:46:22

그게 젤 화딱지 납니다. 너희 두사람 정도 안와도 되니까 따지지 말고 얼른 꺼져 하는 듯한 그 표정 ...

2019-09-21 15:56:04

아버님이랑 같이 가셔서 더 화나셨을 것 같네요. 화 푸시고 주말 잘 보내세요~^^

4
2019-09-20 22:31:15

저였으면 그냥 나옵니다..

2019-09-20 22:34:38

침뱉고 계산 해주시지 그러셨나요.
저런집은 욕을 쳐 먹어봐야죠.
기분은 손님만 나쁘면 안되죠. 사장인 지도 기분 더럽게 해줘야 합니다.

Updated at 2019-09-20 22:39:32

욕보셨네요... 곧 망할거예요

1
2019-09-20 22:45:27

이래서 욕쟁이할매집이나 싸가지없는 가게는 맛있다해도 절대 안갑니다.
어차피 맛있어봤자 큰 차이도 없고요.
장사 좀 된다고 안하무인 가게는..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
2019-09-20 22:59:04

저런태도로 어떻게 한자리에서 저렇게 장사가 오래 지속되는지 참 희안하네요. 이미 돈좀 만져서 망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같은데... 저같으면 저 말 듣자마자 나오겠어요. 중국집은 아무리 기다려도 20분은 넘길수가 없을 것 같은데...

WR
2019-09-21 15:49:55

지역에 입소문이나서 홍보 안해도 손님이 알아서 많이 찾는 집이다보니
서비스에 실망해서 손님이 덜 와도 또 새로 유입되고 하는 집이더라구요

1
2019-09-20 23:00:48

망하고 싶어서 안달 난 가게같은데 두 번 다신 가지마셔요. 아니 누가 무릎꿇고 머리 조아리며 사과 하라는 것도 아니고 손님 입장에서 제일 빨리왔는데 음식은 제일 늦게 나오니 궁금해서 물어 볼 수도 있는거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눈 뒤집혀서 달려드는 꼴이라니..
욕보셨습니다.

2019-09-20 23:01:23

GIF 최적화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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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0 23:09:02

진짜 망해봐야 정신 차릴 집이네요 어휴
욕 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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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20 23:32:11

화상 중국집들이 유독 그렇게 불친절한 비율이 많기는 한것 같아요. 저도 몇번 대판 싸우고 난뒤로 한국식 서비스 기대안하고 화상중국집에는 중국 간다 생각하고 갑니다.

WR
2019-09-21 15:54:18

친절한 분들도 많고 화교분들 일반화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진짜 확실히 느낀건 한국인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나 응대 예절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생각이 드는데도 거침이 없더라구요
저도 이제 화교식당은 조금 기대치를 낮춰야 겠어요..

2019-09-20 23:39:21

 단체손님으로 가서 그냥 먹튀하고 싶군요

쌍욕나오네요 와.. 뭔가 훈훈한 글인가했는데 ㅠㅠ

2019-09-21 00:01:21

6년이면 안면도 제법 있고 그럴만할텐데 그냥 손님을 돈으로만 보는 곳이네요. 사실 처음 간 손님한테 반응하는거같은게 더 신기하네요.

WR
2019-09-21 15:40:50

그동안 단골 맛집이라고 주변 친구들 손님들 다 데리고 자주 갔는데 이런 대접 받으니 그 좋은 기억까지도 다 똥물뿌려진 느낌입니다

2019-09-21 00:36:27

그 상황에서 40분 자체를 못기다렸을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2019-09-21 00:42:17

하코님은 한군데 안가도 되겠어요

2019-09-21 01:16:12

대인배시군요.

저 같으면 나온 음식 그대로 들어서 테이블위로 엎어버리고 돈 내고 말도 없이 나온뒤에

다시는 안갈것 같아요.

인성이 거지같은 곳의 음식은 맛있어 봤자 입니다. 먹는 기분이 더러우면 음식도 쓰레기인거죠.

1
2019-09-21 01:52:19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종업원의 태도가 나쁘면
제 뇌는 미각신경을 없애더군요..

WR
2019-09-21 15:37:59

심지어 본인이 주인인데도 그래요..

2019-09-21 07:32:11

글 읽는데 멀미가 나네요. 하아...
이런 분들은 말 그대로 참교육이 필수인데...
욕 보셨습니다.

2019-09-21 10:05:07

전 두번째 말할 때 녹음하겠습니다하고 말 해봤을 거에요.

태도가 달라지던 매상이 달라지건 변화가 생기겠죠

2019-09-21 13:44:56

저도 소리질ㅈ럿을듯 합니다 아마..

1
2019-09-21 18:45:57

혹....시 연희동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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