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 김용, 그리고 김용 월드의 일부(!) 이야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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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의 세계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뭐랄까... 굉장히 유교적인 세계라고나 할까요? ^^
나이가 많은 사람이 더 강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이 더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젊은 주인공들이 강해지려면, 뭔가 기연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않고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처럼 강해질 수가 없습니다.
곽정이 몽골에서 크다가 송나라쪽으로 처음 갔을 떄 나이가 대충 18세 근처입니다.
당시 황용의 나이가 15세로 나옵니다. 그리고 황용을 좋아하는 구양공자(구양극)의 나이는 30세라고 나옵니다.
이 나이에 당대의 고수들과 싸움을 하려면 보통 수련으로는 될 수가 없습니다.
구양봉, 구양공자, 구천인등의 적 뿐 아니라, 영지상인, 양자옹, 팽련호, 사통천 등과도 싸워야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합니다.
곽정이 배운 무공과 그 스승은 다음과 같습니다.
몽골 씨름 - 환경(몽골에서 살아서 자연스레 배움)
활 - 제배(몽골 최고의 활솜씨를 자랑하는 장군)
암기술/검술/경공술/승마술 등 - 강남칠괴(그러나 둔한 곽정이 잘 배우지 못한다고 맨날 혼내는 스승들)
현문정종내공심법 - 마옥(전진칠자 중 큰 형. 내공 및 경공술도 가르쳐 줌. 곽정의 무공의 기초가 됨)
뱀 피 - 양자옹(양자옹이 잡아먹으려고 기르던 뱀의 피를 우연히 다 마시게 됨. 본인은 살려고 뱀의 피를 빤거라고 하지만, 양자옹은 그게 너무 아까워서 틈만나면 곽정의 피를 빨려고 함. 이 피를 빨아서 내공도 더 강해지고, 독에 내성이 생겼음)
항룡십팔장 - 홍칠공(원래 조금만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황용이 음식을 먹여서 15장까지 배움. 이후 홍칠공이 나머지 3장을 더 가르쳐줌. 곽정의 우직한 성미와 잘 맞아서 제일 잘 쓰는 무술)
쌍수호박 - 주백통(도화도에서 주백통에게 배운, 양 손을 따로 쓰는 기술. 두 손으로 각각 다른 무공을 사용하니 위력이 두 배가 된다고 함. 이게 말이 되나 싶긴 하지만... )
구음진경 - 주백통(도화도에서 주백통이 구음진경의 상권을 갖고있었고, 하권은 가죽에 적혀있는걸 곽정은 자기도 모르게 갖고있다가 주백통이 발견하여 외운 후 곽정에게 외우게 함. 나중에 곽정이 고수가 되는건 구음진경 덕분이 큼)
공명권 - 주백통(태극권 느낌의 유한 무공. 주백통이 창안하여 가르쳐줌)
실전 - 구양봉(구양봉이 구음진경을 배우기 위해 곽정을 안죽이고 계속 살려두면서 괴롭혀서 상대하다보니 강해짐)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 중에서 사실 주백통의 지분이 가장 큰 것 같지만, 주백통이랑은 의형제를 맺어버렸기 때문에(주백통이 워낙 위아래가 없어서 형제가 됩니다. 나중에 구처기랑 만나니까 항렬이 애매해집니다. 주백통은 구처기의 사숙이고, 곽정은 구처기의 제자인 양강과 의형제라서...) 스승은 아니고,
마옥은 숨쉬기를 가르쳐줬을 뿐이라며 스승대우를 안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스승은 강남칠괴와 홍칠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강남칠괴는 사실 곽정에게 대단한 무공을 전수해주지는 않았지만, 협의라는 것을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 이평과 함께, 곽정의 정체성을 확림해주기도 했습니다. 송나라 사람, 한족이라는 정체성이죠.
그의 의형제인 양강이 어머니 포석약과 스승 구처기의 방치속에 금나라 왕자의 정체성으로 자라난 것과 대비됩니다.
강남칠괴와 어머니 이평이 아니었으면, 곽정은 몽골 사람으로 자라났을 겁니다. 일단 징기스칸의 아들과 친구이고, 사윗감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니까 사실 양강이 금나라의 왕세자급으로 크던 것과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다만 당시 몽골은 유목민족집단 정도이고, 금나라는 국가였다는 차이가 있군요.
홍칠공은 곽정에게 제대로 스승이죠. 또한 홍칠공 본인이 굉장히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었기에 곽정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스승을 한 명 더 꼽자면, 황용이 있겠습니다.
사실 뭘 가르쳐줬다기보다는 어수룩하고 단순한 곽정을 사람 만들어놓은게 황용이죠. ^^
남자가 여자 잘 만나야한다는게 참 절실합니다. 어쩌면 황용이 최고의 스승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사실 곽정은 좀 답답한 구석이 많아서 인기있는 주인공은 아닙니다. 저도 원래 별로 안좋아했었구요.
그러나 최근 다시 읽어보니, 이 사람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답답하지만 정석적인 주인공이죠.
사조삼부곡 주인공이 그렇습니다.
곽정 : 정석적인 주인공
양과 : 사파적인 주인공
장무기 : 통합의 주인공(정사파를 통합. 그러나 그만큼 우유부단함)
이거야말로 김용님께서 정반합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쓰신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어릴 때는 장무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장무기는 무지하게 강하니까요.
그러다가 장무기의 우유부단함이 싫어지고 양과가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양과와 소용녀가 너무 시련을 많이 당해서 소설을 읽기 싫었었는데, 그 애절함이 좋아지더군요.
지금도 양과가 가장 좋기는 하지만, 곽정은 예전만큼 답답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도 한 명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무기는 여전히 우유부단해서 싫습니다. ^^
지도자라면, 곽정같은 부분이 있어야하지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김용선생님 관련해서 글을 쓰려고 하면서, 소설 내용은 쓰지않고, 주변 설명만 쓰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않네요. 그렇다고 소설의 내용을 써버리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제 글로 인해 예전에 읽으셨던 분들도 다시 읽게되고, 아직 안읽으신 분들이 한 분이라도 책을 읽게되면 참 보람있겠습니다. ^^
사조영웅전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에는 신조협려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사실 천하오절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그건 신조협려편에서 쓰는게 더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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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백통이 위아래 없는줄 알았는데, 황약사에 비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