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억하는 정재홍 선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재홍선수가 미국에 전지훈련을 오게 될때 몇번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같이 커피 한잔 나누면서 농구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여름이 시작되기 SK 선수단과 함께 미국에 왔었죠.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서 또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통역해주는 동생뻘 한분 -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선홍 선수 아들이라고 하더군요 - 과
같이 볼 수 있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고, 하지만 결국 그 분이 사정이 생겨서 정재홍 선수와 둘이서 봤습니다.
정재홍 선수는 별거 아니라면서 멋쩍은 미소와 함께 SK팀의 연습때 입는 공식 유니폼과 양말을 선물로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잊지 않고 연락해주고 만나는 것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챙겨주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솔직히 사진까지 찍어서 올리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자칫 그런 것이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정재홍 선수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에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죠.
여하튼 그렇게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여름이 지나서 시즌 시작전 한두달 앞두고 전지훈련을 오는 것이 맞는데 올해에는
상반기에 몇명만 뽑아서 오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되어 오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와서 훈련을 하게 될때에 현지 한인 대학생 한 명이 통역으로 도와주고 같이 지내면서 친해졌다고
알려줬는데 그 사람이 다름아닌 황선홍 전 국가대표이자 감독의 아들이라고 하더라구요.
통역을 맡은 황선홍 선수 아들은 동부쪽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이라 부모님이 계시는 얼바인에 왔다가
우연하게 연이 닿아서 SK팀 현지 통역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하면서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머지않아 선수 은퇴를 하게 되면 황선홍 선수 아들과 함께 차를 빌려서 미대륙 횡단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하면서 굉장히 기대하는 얼굴로 즐거워 했었습니다. 저는 부러워하면서 가족만 아니면
정말 같이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나중에 미대륙 횡단을 하면서 좋은 곳에 갈때마다 톡으로
사진찍어서 보내주면 대리만족하겠다고 이야기하고 꼭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었지요.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앞으로의 연봉협상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은퇴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더군요. 미국에 전지훈련을 여러차례 온 경험도 있고 자비를 들여서 스킬트레이닝을 받느라
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쪽 오렌지 카운티쪽에 사는 삶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함께 너무 분주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삶이 좋다면서 자기도 이렇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바쁘지만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맞장구를 치면서 정재홍 선수의 커리어라면 나중에 이곳에서 프라이빗 농구 코치를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나중에 우리 아들을 1호 제자(?)로 받아 달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내가 입소문 많이 내겠다고 웃으면서 소담을 나눴습니다.
헤어지면서 다시 숙소에 데려다주며 나중에 가을에 시즌 시작전 전지훈련을 오게 되면 그때에는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식사도 하고 애들과 와이프에게도 같이 인사하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을 하고 안녕을 고했습니다. 오늘 고마웠다고 웃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는
정재홍 선수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제가 본 정재홍 선수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 너무나 젊고 할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정재홍 선수를 이렇게 비보로 접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연락도 하고 안부도 묻고 그럴걸이라는 후회가 앞서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정재홍 선수는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특히 KBL이 좀 더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던 선수였죠.
그렇기에 이곳 매니아에서도 여러차례에 걸쳐 매냐식구들을 초청하여 훈련도 같이하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던 경험을 비추어보아도 정말 예의바르고 매너 좋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하게 몇시간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던 따뜻하고 재미있는 분이었습니다.
갑자기 정재홍 선수를 이렇게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하는 상황 가운데 좀 더 많은 분들이 그가 얼마나
농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가졌고 참 좋은 사람이었는지 아셨으면 하는 바램과 아쉬움을 가지고 몇 자
적습니다. 너무나 준비가 되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속상한 마음마저 드네요. 몸이 너무 멀리있어 가는 마지막을 볼 수 없다는 점도 가슴 아픕니다.
정재홍 선수, 편히 쉬길 바래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p.s. 정재홍 선수가 선물해주었던 본인 연습용 져지 입니다.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농구할 때 입어야지 아끼고 있었는데...
평생 간직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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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읽는 내내 먹먹...하네요.
본적없어도 소탈하고 진솔함이
느껴져왔는데 너무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