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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정재홍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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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04 10:09:00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재홍선수가 미국에 전지훈련을 오게 될때 몇번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같이 커피 한잔 나누면서 농구 이야기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여름이 시작되기 SK 선수단과 함께 미국에 왔었죠.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서 또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통역해주는 동생뻘 한분 -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선홍 선수 아들이라고 하더군요 - 과

같이 볼 수 있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고, 하지만 결국 그 분이 사정이 생겨서 정재홍 선수와 둘이서 봤습니다.

정재홍 선수는 별거 아니라면서 멋쩍은 미소와 함께 SK팀의 연습때 입는 공식 유니폼과 양말을 선물로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잊지 않고 연락해주고 만나는 것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챙겨주는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솔직히 사진까지 찍어서 올리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자칫 그런 것이 

개인적인 친분을 과시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 정재홍 선수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에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죠.


여하튼 그렇게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여름이 지나서 시즌 시작전 한두달 앞두고 전지훈련을 오는 것이 맞는데 올해에는

상반기에 몇명만 뽑아서 오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되어 오게 되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와서 훈련을 하게 될때에 현지 한인 대학생 한 명이 통역으로 도와주고 같이 지내면서 친해졌다고

알려줬는데 그 사람이 다름아닌 황선홍 전 국가대표이자 감독의 아들이라고 하더라구요.

통역을 맡은 황선홍 선수 아들은 동부쪽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방학이라 부모님이 계시는 얼바인에 왔다가

우연하게 연이 닿아서 SK팀 현지 통역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하면서 많이 친해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머지않아 선수 은퇴를 하게 되면 황선홍 선수 아들과 함께 차를 빌려서 미대륙 횡단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하면서 굉장히 기대하는 얼굴로 즐거워 했었습니다. 저는 부러워하면서 가족만 아니면

정말 같이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나중에 미대륙 횡단을 하면서 좋은 곳에 갈때마다 톡으로

사진찍어서 보내주면 대리만족하겠다고 이야기하고 꼭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었지요.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앞으로의 연봉협상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은퇴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더군요. 미국에 전지훈련을 여러차례 온 경험도 있고 자비를 들여서 스킬트레이닝을 받느라

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쪽 오렌지 카운티쪽에 사는 삶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좋은 날씨와 함께 너무 분주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는 삶이 좋다면서 자기도 이렇게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바쁘지만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맞장구를 치면서 정재홍 선수의 커리어라면 나중에 이곳에서 프라이빗 농구 코치를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나중에 우리 아들을 1호 제자(?)로 받아 달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내가 입소문 많이 내겠다고 웃으면서 소담을 나눴습니다.

 

헤어지면서 다시 숙소에 데려다주며 나중에 가을에 시즌 시작전 전지훈련을 오게 되면 그때에는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식사도 하고 애들과 와이프에게도 같이 인사하고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을 하고 안녕을 고했습니다. 오늘 고마웠다고 웃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는

정재홍 선수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게 제가 본 정재홍 선수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아직 너무나 젊고 할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정재홍 선수를 이렇게 비보로 접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연락도 하고 안부도 묻고 그럴걸이라는 후회가 앞서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정재홍 선수는 농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특히 KBL이 좀 더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던 선수였죠.

그렇기에 이곳 매니아에서도 여러차례에 걸쳐 매냐식구들을 초청하여 훈련도 같이하고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는 것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던 경험을 비추어보아도 정말 예의바르고 매너 좋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하게 몇시간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던 따뜻하고 재미있는 분이었습니다.

갑자기 정재홍 선수를 이렇게 안타깝게 떠나보내야만 하는 상황 가운데 좀 더 많은 분들이 그가 얼마나

농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가졌고 참 좋은 사람이었는지 아셨으면 하는 바램과 아쉬움을 가지고 몇 자 

적습니다. 너무나 준비가 되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넘어서서

속상한 마음마저 드네요. 몸이 너무 멀리있어 가는 마지막을 볼 수 없다는 점도 가슴 아픕니다.

 

정재홍 선수, 편히 쉬길 바래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p.s. 정재홍 선수가 선물해주었던 본인 연습용 져지 입니다.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농구할 때 입어야지 아끼고 있었는데...

     평생 간직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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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19-09-04 01:56:00

하... 읽는 내내 먹먹...하네요.
본적없어도 소탈하고 진솔함이
느껴져왔는데 너무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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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1:58:56

저는 kbl도 보지 않고, 그나마 아는 선수들이라고는 정말 네임드 선수들 (양동근, 김선형, 김종규 등)만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선수들 제외하면 유일하게 잘 일지도 못하면서 호감을 갖은 선수가 정재홍 선수였어요. 개인 일정이 바쁠텐데도 안제나 팬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 선수 개인은 물론 sk라는 팀에 대한 막연한 호감을 갖게 해줬고, 더 나이가 국내 농구에 대한 좋은 인식을 쌓는데 엄청나게 이바지 한 선수라 생각합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한국 농구는 유능한 선수 한명을 떠나보내게 되었네요. 직접 연이 있었던 쿨션님 만큼은 아닐지라도, 늘 그의 재능기부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사람으로서 그저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재홍 선수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팬들과 한국농구에 대한, 미처 다 하지 못한 열정을 제일 아쉬워 하셨을거 같네요.
우울하고, 또 한없이 울적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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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1:59:19

오전에 우연찮게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는데 쿨션님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더 먹먹해 지네요. 매니아를 통해서 소식도 전해주시고 재능기부도 하시면서 항상 열심히셨던 선수로 기억하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하늘에서라도 못다 이룬 여유로운 삶을 가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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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2:00:41

아... 좋은곳에서 좋아하는 농구 원없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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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2:26:38

농구를 좋아하는 농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정재홍선수의 모습을 보며 농구팬으로써 즐겁게 봤었는데 좋은 선수...좋은 사람을 떠나보낸거 같아 마음이 먹먹하네요.
그 곳에서도 좋아하던 농구 마음껏 즐기며 행복하실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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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3:13:31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저도 재홍선수가 매니아에서한 재능기부 당첨되서 실제로 만나고 같이 농구해봤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선수였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팬들과 많이 소통하던 선수였는데 이리 떠나니 농구인으로 너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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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3:14:32

그저 안타깝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3
Updated at 2019-09-04 03:22:08

현역 선수 중 농구인 팬서비스가 어느 누구보다 좋고, 짧은 시간이라도 열정을 다해서 전달하려는 진심이 느껴진 사람이였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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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9-04 04:24:36

선수분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고 즐기시는 모습이 신선하고 보기 좋았는데 너무 안타깝네요

매니아 차원에서 뭔가 해드릴수 있으면 좋을것 같은데...

1
2019-09-04 05:50:37

어떻게 젊은 선수에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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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7:00:34

정말 진심이 느껴졌던 선수라 더더욱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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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7:32:38

고인이 밟은 땅마다 좋은 여운으로 가득 차 있다 느껴집니다. 정재홍 선수,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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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7:41:22

말그대로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같아서 더 좋았는데 눈물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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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8:11:12

짧은 세월의 나이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앞으로의 삶을 기대케 만드는 선수였는데 너무 허무하게 떠나서 슬프네요. 제 2의 제 3의 정재홍 선수가 한국농구에서 나오길 정재홍선수는 바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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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8:56:3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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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4 09:06:4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9-09-04 10:47:11

불성실한 팬서비스가 화두가 되어온 한국 프로스포츠계에 있어 팬들에게 진심으로 가깝게 

다가왔던 분이라 너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프로선수는 팬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을 그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그리고 실천에 옮겼던

레전드로 팬들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좋은 곳에서 마음껏 농구하고 항상 웃음이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2019-09-04 11:08:30

 이 글을 읽으면서 정재홍 선수의 농구선수로서의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습니다. 쿨션님께서 느낀 선수에 대한 애정과 선수 본연의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서는 이 땅에서 다 이루지 못한 행복과 그리고 농구도 원없이 하시길...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9-09-04 13:25:12

이사람
진짜 좋은 사람이었던거같습니다
너무 안타까워요 정재홍 선수

2019-09-04 20:06:39

왜 좋은 사람은 먼저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추억 간직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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