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스트코에서 본 아저씨
코스트코 시저 샐러드를 참 좋아합니다. 가성비가 쩌는거 같아서요. 샐러드 먹고 배부르기 힘든데, 배가 불러요.
동네에 코스트코가 생긴 이후로 멀리까지 안가도 돼서,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후딱 가서 사오는 편입니다.
어제도 일하다 중간에 30분정도 여유가 생겨서 그리 길지 않은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줄 서 있다가 주문할때 소프트 아이스크림 세개 달라고 말해~ 알았지? 소프트 아이스크림 세개 주세요! 해"
옆에서 아이들 엄마가 아이 셋에게 주문하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에 살짝 뒤돌아 가시더니 멀찍이 떨어져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으시더군요. 누가봐도 아이들 교육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원분이 아이들 셋의 주문을 받으려고 하고있는데, 갑자기 한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이거랑 저거 주세요." 하시더군요. 아이들은 입을 다물었고, 직원분은 아이들이 먼저 왔다는걸 알고 아이들이 먼저 줄 서있었던 것 같은데.. 하며 조금 말을 흐리니, 그 아저씨가 당당하게
"무슨 줄? 애들이 줄 서있는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먼저왔지"
하면서 당당하게 계산을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쳤습니다. 이걸 그렇다고 치는 제가 이상해진건지 싶지만 뭐 저런 진상이 하나 둘도 아니고요. 일일이 시간낭비 감정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방관했어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들 엄마가 와서 항의를 합니다.
"아저씨, 지금 저희 아이들이 줄 서있었는데 무슨일이시죠?" 하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무슨 줄? 애들이 줄 서있는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먼저왔지" 라고 똑같이 이야기 합니다.
"아니, 애들이 지금 딱 서 있었는데 무슨소리 하시는거예요? 가서 CCTV 확인해볼까요?"
"가서 혼자 확인하던지 마음대로해! ㅎ(진짜 피식하면서 이야기함)"
"뭐 이런 경우없는 사람이 다 있어? 아이들한테 이러시면 안되죠."
"줄 서는법부터 다시 가르쳐야겠네."
여기까지 듣고 저도 모르게 제가 빡이 쳤습니다.
"아저씨, 제가 옆에서 보고 들었어요. 아이들이 먼저 와 있던거 맞고 줄 세우시고 옆에서 다 보셨을텐데 뭘 우기십니까. 아이들도 듣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나 정말!"
이미 이 빌런 이벤트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본인도 상황과 내용이 불리한 줄 아는지 사과한마디 했으면 끝났을것을 그 한마디가 하기 싫어 혼자 얼굴이 뻘개지고서는 남탓을 시작합니다.
"아니! 그럼 당신이 나한테 이야기를 해줬어야 될 것 아니야!"
*(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실제로 소리를 지르며 한 말)*
ㅎ툭ㅎ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
"내가 당신한테 왜 그걸 알려줘 미쳤어? 어디서 삿대질이야!!!!!!!!!!!!!!!"
제가 목청이 좀 큽니다. 샤우팅 하니 정말 다 쳐다보면서 아저씨와 함께 매장이 조용해지더라고요.
아저씨는 나보다 목소리가 더 클 줄 몰랐다는 듯 움찔 하더니 혼자 분을 못이겨 삭히면서 "아 나 정말!!!" 을 외치고, 아이들 엄마는 저한테 미안했는지 "아저씨 괜찮아요 저사람 신경쓰지마세요. 고맙습니다. 아주 혼자 잘났네요. 드럽게 잘나셨어." 하며 뒤를 돌았더니, 이제 타겟이 직원으로 옮겨갑니다.
"그..그럼! 아니 그럼 직원 당신이 아이들이 먼저 왔다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아까 제가 말씀드리니까 아저씨가 먼저 왔다고 우기셨잖아요. 무슨말씀이세요?"
뒤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시선으로 질타를 시작합니다. 직원도 이 진상은 감정소모를 안해도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저에게 눈 인사 하시고 웃으며 응대하셨습니다. 프로정신...
줄 서 계신분이 한분 오시더니 속삭이듯 저에게 말씀하시더군요.
"고생하셨어요. 정말 말도 안통하네요. 수고하십니다."
아 내가 뭘 했나.. 싶은데 빌런을 물리친 것 같은 느낌으로 샐러드를 챙겨오며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 들으라고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정말 수고하시네요!! 화이팅입니다!! 힘내세요!!" 하니, 직원분들이 전부 웃더군요.
아저씨는 제가 자리를 떠날때까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남탓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상황도 시간도 사과하기에는 너무 지났기 때문에 자존심상 미안하다는 소리를 못하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참 이렇게 대놓고 빌런이 될만한 상황도 또 없는데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살면서 사과하는걸 어려워하는 사람을 봤을때 높은확률로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에 가깝더군요. 진짜 나이 먹고 이렇게 되면 안되겠다 하며 고개를 저으며 홀가분하게 나와서 어제 사온 그 샐러드를 먹고있습니다.
샐러드가 맛있네요.
매니아 형들도 코스트코 시저샐러드 드세요. 6천원입니다. 양송이스프도 같이 드시면 더 좋음. (코스트코 관계자 아님)
즐거운 점심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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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까요?? 진짜 답답하게
끝나나 했더니 사이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