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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 (부제 : 회사에서 평가자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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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21:43:50

안녕하세요.
종종 이야기를 쓰던 다꿇어입니다.


일주일간 꽤나 머리도, 몸도 힘든 한주를 보냈습니다.


올해부터 회사에서 제가 평가자가 됐습니다.
매년 평가만 받아오다가 이젠 누군가에게 점수를 매겨야하는 위치가 된거죠.


제가 일하는 곳의 특성상, 다른 조직에서 제 위치에 계신 분들보다.
많게는 3~4배에 달하는 구성원들을 평가하게 됐습니다.
제가 피평가자일 때 그랬듯, 사실 평가자라는 것은 좋은 소리가 들을 순 없는 자리이죠.


제가 피평가자일 때는 대부분의 상사들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평가자 스스로 나름의 목표를 세워두고.
이것을 메일로 뿌리며 구성원들에게 이것들이 너희의 올해 목표다 노력합시다 라고 하셨었죠.
이상하게 이건 제가 세운 목표가 아닌지라....
일의 효율도 떨어지고, 왜 해야하는지도 잘 이해가 안되고....
그러더라구요.


근 일주일 간 얼추 20명과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그리고 내가 피평가자일 때 매번 궁금했던.
왜 이것들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터무니없는 목표 말고, 실제로 지금 어느정도이니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응? 그래? 그러한 것 때문에 좀 무리라 느껴지는건가?
그럼 이정도로 낮추긴 하겠지만 이이상 낮추기는 어려울 것 같은걸.
우린 회사원이니까.


근 한시간에 달하는 면담을 마치고 나면 덜컥 걱정이 되더라구요.
내가 확실히 설명했을까.
납득이 되도록 이해를 시킨걸까.
너무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생각돼서 동기부여가 안되는 건 아닐까.
방향성은 잘 잡아준걸까.


그렇게 쉬는 날에도 나와 구성원들 면담을 모두 마치고 나니.
몇몇 구성원들이 다시 이야기를 합니다.


제 목표 설정은 조금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조금 더 낮춰봅시다.
다만 무작정 낮추면 형평성에 어긋날 뿐 더러 우리가 목표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니.
그걸 낮출 바에는 다른 곳에서 이정도의 허들을 둬봅시다
어때요?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로 합의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드디어.
오늘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꽤나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내가.
이렇게 나는 다 맞춰준다고 맞춰줬어도....
연말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원성과 원망을 듣게 될텐데.
난 누군가에게는 좋지 않은 평가를 줘야할텐데....
뭣하러 이렇게까지 했나.


물론 이 생각 일면엔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아. 그래도 나는 내가 정말 싫어했던 걸 그대로 답습하진 않는다.
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힘을 잃지 않고 일했으면 좋겠다.


휴우-
그러는 와중에.
나도 평가자인 동시에 피평가자였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내꺼 아직 설정 안 했는데....
내일 출근해서 해야겠습니다.


회사원 매니아 식구 여러분 모두 올 한해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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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19-08-20 22:40:20

힘든 과정 거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을 납득시킨다는 것은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더군요. 그래서 관리자의 위치에 선 뒤로는 선수들의 이야기보다 감독들의 이야기에 더 눈길이 가곤 합니다. 부디 연말 평가 면담은 갈등없이 끝나시길 바랍니다.

WR
2019-08-21 11:20:13

힘이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

연말 평가를 벌써부터 걱정하면 안되는데.

걱정이 되네요. 하하하하하.

 

감독들의 이야기에 눈길이 간다는 말씀 참 와닿습니다.

1
2019-08-21 10:09:43

 나도 평가자인 동시에 피평가자였구나.

 

라는 표현이 참 멋있네요.

회사에서는 다면평가니 뭐니 이런게 적용이 안된다면 피평가자의 평가자에 대한 '평가'는 크게 실체가 없는것일수도 있지만 사실 굉장히 업무 퍼포먼스/분위기 등에 큰 영향을 줄수밖에 없죠. 그 평가에 너무 휘둘리실 필요도 없겠지만 그러한 평가가 있다는 것은 계속 인지하시면서 고민하시는 평가자시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저희 대표님도 좀 그러셨으면 좋겠....)

WR
2019-08-21 11:21:38

감사합니다.

그러한 평가자가 돼야겠지요 ;)

 

사실 얼마전 있던 다면평가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구성원들과 술자리에서.

"뭐야. 니네 왜 그랬어. 불만 쓰고 그래야지."

라고 얘기했더니 "그런거 없어요, 저희" 이러길래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말조차 못 하게 분위기를 만들어가나 걱정도 됐었는데.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2019-08-22 10:39:34

좀 뒷북이지만 정말 멋있는 일 하셨습니다. 내앞에다꿇어님 같은 분들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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