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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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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1 00:50:52

 

 

동북고등학교에서 주최하는 3대 3 농구대회. 민우의 리바운드와 명근이의 득점에 힘 입어 첫 경기를 이겼다. 두 번째 대진을 기다렸는데 좋지 못했다. 한우. 이름은 약해 보이나 전국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연합해서 만든 팀. 이 소식을 듣자 우리 팀은 다들 말을 잃었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밝은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나였다. 나는 한우 팀의 주 공격을 맡는 친구의 동영상을 평소 많이 보았다. 그 친구는 오른쪽으로 잔발 페이크를 넣은 뒤 왼쪽으로 돌파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전 경기에 뛰어서, 이번 경기는 경원이가 뛰도록 양보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나는 그 한우 에이스를 막아보고 싶었다. 자신 있었다. 보란 듯이 그 친구의 돌파를 막고 환호성을 듣는 모습을 상상하며, 경원이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그 친구가 공을 잡고 나에게 다가온다. 눈이 마주쳤다. 오겠구나. 나는 그 친구의 돌파를 막기 위해 자세를 낮춘다. 그 친구가 흡사 춤을 추듯 드리블을 시작했고, 내 발과 몸은 그 춤에 맞춰졌다. 그 순간 왼쪽으로 돌파를 시작했다. 아차. 뒤늦게 따라가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내 발은 아직 그 친구의 춤에 맞춰있었다. 쿵. 결국 내 발은 꼬여버렸고, 나는 농구를 하며 처음으로 돌파를 막다 바닥에 넘어졌다.


우리 팀은 패배했고, 나는 환호성이 아닌 비웃음을 들었으며, 돌아가는 버스 내내 열심히 경원이의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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