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 - 책 "아베는 누구인가" 중에서
일본에 대해 가지는 한국의 불만이야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죠. 그렇다면 일본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불만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제가 한 책을 보고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블로그에 적어 놓은게 있어서 가져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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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길윤형이 쓴 "아베란 누구인가"를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베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신 분들, 그리고 현대 일본 정치 판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추합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이야기는 다 담고 있죠.
책의 내용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책의 말미에 현대 일본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불안감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의 역사를 "중화질서"의 일부로써 보는 듯합니다. 사실 19세기까지 실제로 그랬구요. 한국은 과연 미국에서 중국으로 갈아타고 다시금 중화질서로 편입될 것인가? 사실 한국사람들끼리는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명청교체기(정묘, 병자 호란)를 들먹이며 미국(명)에만 관성적으로 매달리지 말고 빨리 새로 떠오른 중국(청)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마치 역사의 교훈이라도 된다는 양 이야기하는 분들은 꽤 많이 봤습니다만요. 김용옥처럼 친중을 부르짓는 분들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등한 외교관계? 아니면 중화질서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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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일본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일본의 보수 주류는 한국에 대한 깊은 '전략적 불신'을 숨기지 않고 있다. 2017년 1월 필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카야마 도시히로(1967 ~ ) 게이오대 교수(미국정치)는 한국정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박근혜 정권이 남긴 '부의 영향'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붕괴로] 한국보수가 후퇴하고 리버럴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면 중국과 거리두기 방식에서 일본과 상당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의 힘의 균형 속에서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지역 안보 문제를 보는 부분이 있다. 향후 이 지역에 [예전의] 중화질서 같은 게 생겨난다면, 한국은 그 안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본은 중화질서가 이 지역에 좋지 않다고 본다. 일본이 중국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전후 이 지역의 번영을 지탱해온 [미국 중심의] 질서가 이 지역에 가장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동아시아에서] 중화질서에 명확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일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지역에서 일본에 유일하고 불가결한 파트너가 누구냐고 한다면, 결국 미국이다."
아베는 2017년 1월 정기국회의 문을 여는 시정방침 연설에서 "미일동맹은 일본의 외교, 안전보장 정책의 기축"이라고 말했고,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이 견해를 지지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미중 사이에서 늘 균형을 추구하려는 한국은 신뢰하기 힘든 이질적인 존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베가 한일 간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늘 미일동맹 쪽에 붙잡아두려는 것도 이런 불안감의 또다른 표현일 수 있다.
나카야마의 말대로 일본의 주류는 한국이 언젠가는 일본을 버리고 중국이 주도하는 중화질서에 적응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이 일본의 영향에서 떨어져 나가면 일본의 방위선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처음으로 한일해협으로 후퇴하고 만다. 이는 19세기 말 이후 일본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한반도 정책이 150여 년의 세월을 거쳐 거대한 실패로 끝나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인들의 초조감은 한국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필자가 도쿄에서 일본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과 만날 때마다 귀에 못 박히게 듣는 질문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중 어느 편이냐"는 것이었다. 지난 역사를 사죄하지 않으면서 슬금슬금 군사력을 강화하는 일본. 그리고 힘의 균형이 바뀌면 언제든 중국편에 붙을 수 있는 한국. 한일 간의 갈등과 상호 불신은 앞으로도 증폭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이 같은 양국 간의 불화에 대해 세밀하고 따뜻한 관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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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명청교체기에 명나라 편드는 것 너무 당연했던거라 봅니다.
정말로 우연에 우연이 겹친게 컸죠.
글의 큰 내용과는 별개로 눈에 띄는 내용인지라 몇 자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