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일본의 괴물기업
아래의 표는 7월 18일 기준으로 일본에서 가장 부유한 3명의 리스트입니다.
순위 |
이름 |
재산(억 달러) |
기업 |
1 |
야나이 다다시 |
320 |
유니클로 |
2 |
다키자키 다케미쓰 |
180 |
키엔스 |
3 |
손정의 |
172 |
소프트뱅크 |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가 작년 후반기에 손정의를 제치고 일본 제1의 부자에 등극하더니 올해는 2위 그룹을 크게 따돌리고 독주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손정의가 큰 차이로 1위였고 야나이가 2위 다키자키가 3위였습니다. 2년 사이에 유니클로 주가가 두배 가량 올라 야나이의 재산이 거의 2배 늘어났고, 손정의 재산은 10% 줄어든 반면에, 다키자키는 20% 늘어나서 어제 날짜 일본인 재산 순위에서 2위로 올라섰습니다.
유니클로와 야나이 다다시, 소프트뱅크와 손정의(손 마사요시)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반면에 키엔스와 다키자키 다케미쓰 회장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키자키 회장은 지난 5년 내내 일본에서 3~4번째 부자였고 세계 100위 안에 들었지만 포브스에 사진이 올라오거나 인터뷰를 가진 적도 없던 은둔의 경영인입니다.
2016년에 매니아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인터넷에 일본기업 화낙(Fanuc)에 대한 글이 자주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화낙이 얼마나 알짜 기업인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기술력, 영업이익률, 직원연봉, 생산성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댓글에서 이들 카테고리에서 끝판왕인 회사는 화낙이 아니라 키엔스(Keyence)라고 쓴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 화낙과 유사한 업종의 키엔스는 화낙과 비슷한 매출액에 직원 수는 적었지만 영업이익, 연봉, 시가총액, 생산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키엔스의 각종 지표는 매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작년과 올해 키엔스의 시가총액은 일본에서 5~6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직원 수는 고작 5천명 정도입니다.
키엔스의 가장 놀라운 점은 말도 안 되는 영업이익률입니다. 지난 6~7년 동안 키엔스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50%를 훌쩍 넘습니다. 일본 제조업체가 영업이익률 10%를 넘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세계 최정상급의 로봇 기술력을 갖고 있는 화낙은 최고시절인 2015년에 영업이익률 40%를 달성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엔스는 매년 50%를 넘깁니다. 2018년 3월 결산 자료를 보면 매출액 5268억엔, 영업이익 2928억엔으로 영업이익률이 56%입니다. 키엔스는 센서와 측정시스템, 공장 자동화 제품을 생산하는 계측 제어기기 업체로 부채가 거의 없고 보유한 현금은 전체 자산규모의 3분의 1입니다. 키엔스 제품은 자동차, 반도체, 전기제품, 통신, 기계, 화학, 제약,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산업용센서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제품의 70% 이상이 세계최초이거나 업계최초입니다. 키엔스의 전체 매출액 중 절반이 일본에서 나오고, 미국 시장 15%, 중국 시장 11%, 유럽 등 나머지 지역이 24%를 차지합니다.
다키자키 다케미쓰 회장은 1945년 오사카와 인접한 효고현 출신으로 1974년에 리드전기를 세웠고 1986년에 사명을 키엔스로 변경했습니다. 키엔스(Keyence)는 Key of Science를 줄인 말입니다. 키엔스는 1994년에 본사를 오사카로 옮겨 현재까지 그곳에 있습니다. 키엔스가 일본 기업들 중에서 시가총액 5위권임에도 수도인 도쿄의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매우 낮습니다. 유니클로의 야나이 회장이나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달리 다카자키 회장은 대중강연에 전혀 나서지 않고 언론 인터뷰도 갖지 않습니다. 포브스의 인터뷰도 매번 거절했고, 언론에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는 사진도 찾기 어렵습니다. 2015년에 회장에서 퇴임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서 인재 육성에 전념하는 중입니다.그는 일본에서 두 번째 부자이지만 오사카의 오래된 집에서 검소하게 살고 있습니다.
키엔스는 근래에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일본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정말 특이하게도 키엔스는 임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회사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최고의 연봉을 받는 것 이상으로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키엔스 직원은 30대에 집을 사고, 40대엔 자신이 들어갈 무덤을 만든다.”는 일본 네티즌들이 유명한 비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키엔스는 보통 일본의 기업들 같은 연공서열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능력주의와 성과주의가 철저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후달려서 회사에 계속 다니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연봉삭감과 한직발령이 따르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키엔스 출신의 40를 다른 기업들에서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40대 초반에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엔스의 임원진은 모두 합쳐서 12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회계사, 변호사와 감사를 제외하면 회장이 포함된 임원의 숫자가 고작 7명입니다. 다른 일본 기업들과 키엔스가 가장 다른 점 중에 하나는 이들 임원의 3촌내 친척(자녀, 형제자매, 조카)는 회사에 입사할 수 없다는 특별 채용규정입니다. 다카자키 회장이나 임원의 친인척은 경영에 참여는 고사하고 입사조차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회장이나 임원의 친인척이 입사하게 되면, 최고 수준의 인재를 모아 최고의 성과를 얻어내고 최고 수준의 연봉을 주며 철저하고 공정하게 성과에 따라 보상한다는 다카자키 회장의 경영이념을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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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증권이나 토요타 같은곳이 연봉이 생각보다 적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