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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놓치기 아까운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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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22:34:15

1. Big Thief - U.F.O.F. (Alternative Rock)


뉴욕  브루클린을 본거지 삼아 활동 중인 인디 록밴드 빅 시프의 세 번째 앨범은 우주를 다룬 창작물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하다.  앨범명인 <U.F.O.F.> 자체가 U.F.O.Friend, 즉 외계인 친구라는 뜻이다. 오프닝 트랙인 Contact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 <콘택트>로부터 기원했고 영화의 주인공인 앨리(조디 포스터)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애드리안 렌커의 눈부신 재능과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인본주의적 사상이 결합한 듯한 앨범에서, 이 집시 밴드는 사회의 냉정한 면면들을 친숙한 소리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U.F.O.F.>를 통해 음악과 사사로운 경계를 넘어선 무언가를 체험한다. 




2. Durand Jones & The Indications - American Love Call (Soul)


 

Durand Jones & The Indications는 인디애나 대학교 음악과 학생들에 의해 결성된 솔 밴드다. 자신들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장르로 솔 음악을 선택한 점이나, 얼룩 하나 없이 맑은 듯한 노랫말에는 확실히 이상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테크닉보다 균형을 중시하는 편곡, 섬세하게 조율된 세션, 고전미를 듬뿍 머금은 송라이팅 등은 영락없이 임프레션스와 커티스 메이필드의 그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커티스의 시대로부터 가까스로 이어지는 솔 음악의 숨결을 통해 현대 미국의 황량하지만 희망적인 자화상을 그려낸다. 





3. Flying Lotus - Flamagra (Trip-Hop)



플라잉 로터스의 새 앨범 <Flamagra>의 내면에는 (조로아스터의 말을 빌리자면)"언덕 위에 놓여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자리하고 있다. 플라이로의 음악답게 기술적 수준은 최상에 가깝고, 자신의 과거 스타일을 뒤쫓아 집대성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하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이 유별난 신보에 실망감을 표출했다. 확실히 전작들이 내뿜던 청자를 압도하는듯한 느낌은 줄어들고, 1시간을 넘어서는 긴 러닝타임은 불꽃의 형상마저 희미하게 만든다. 이같이 종잡을 수 없는 감상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실만은 명료해 보인다. <Flamagra>의 앨범 커버는 플라이로 경력 최고의 아트워크다.   





4. Freddie Gibbs & Madlib - Bandana (Hip-Hop)



돌이켜보면 Madgibbs 트릴로지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Pinata]는 참으로 이상한 앨범이었다. 당시 힙합의 유행이나 지류에서 동떨어져 있지만 새로운 무언가라고 부르기엔 마땅치 않은. 아예 듣지 않는 이들이 있을지언정 들어본 이들은 모두 찬사를 아끼지 않는. [Pinata]는 그런 앨범이다. 이 진솔하고 엉뚱한 듀오의 두 번째 프로젝트 [Bandana]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듀오는 살짝 어긋나 있는 힙합의 포커스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매만지고, 리틀 심즈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만큼이나 힙합의 경계선을 확장한다.  





5. Georgia Anne Muldrow - VWETO II (Neo Soul)


LA 출신의 네오 솔 뮤지션 조지아 앤 멀드로는 현재 흑인음악 신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할 아티스트이지만, 실상은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를 가능성이 높다. 프로듀서 매드립에게 전권을 일임하며 알앤비 버전의 <Madvillainy>가 된 <Seeds>, 고전 솔과 현대의 실험 음악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선보인 <Overload> 등, 조지아의 행보는 단순히 음악을 떠나 음계와 리듬에 대한 실험에 가깝고 병적으로 세간의 유행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무려!) 18번째 앨범에 접어들었건만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그녀의 집념은 데칼코마니가 되어가는 대중음악의 얼굴을 향해 따스한 햇빛을 비춘다.    





6. Jai Paul - Leak 04-13 (Bait Ones) (R&B)


그 누가 이 불행한 뮤지션의 깊은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누가 장래가 창창했던 한 예술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할 수 있단 말인가. 한때 모든 것의 시금석이 될 뻔했던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그저 애석할 뿐이다. 이제라도 자이 폴의 앞날에 새벽빛이 깃들기를.





7. Jamila Woods - LEGACY! LEGACY! (R&B)


대중음악에서 전도 유망하다는 평가는 곧 '보장되지 않은 미래'와 동의어다. 그리고 전도 유망한 루키 스케일의 뮤지션을 거목으로 격상시켜주는 건 바로 '마스터피스'의 유무다. 그런 맥락에서 시카고 출신의 시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자밀라 우즈의 루키 스케일은 그녀의 소포모어 앨범 <LEGACY! LEGACY!>가 발매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 앨범은 선호하는 장르에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멜로디와 리듬을 담고 있는 동시에, 미치광이 트럼펫 연주자, 흑인 피카소, 시인과 인류학자 등 흑인 예술 운동을 주도했던 거두들의 생과 정신을 기념한다. 나는 이 앨범이 올해 최고의 '알앤비 앨범'이 될 거라는 분석에 대담하게 반기를 든다. <LEGACY! LEGACY!>는 올해 최고의 앨범이(될 가능성이 높)다.


   



8. Moodymann - SINNER (Funk, House)


지난 6월 디트로이트의 한 가정집 뒤뜰, 케니 딕슨 주니어의 바비큐 파티에서 올해 가장 걸출한 하우스 앨범이 단 돈 10달러에 판매되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른 체하는, 그래서 충격적인 사실 2가지. 위대한 예술은 우리의 이목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고, 그렇게 탄생한 예술은 매 순간 우리의 곁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 당신이 무디만의 바비큐 파티에 참석했다고 해서 흔쾌히 10달러를 지불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여기 당신에게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체 무디만이 누구이고,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족적을 남겨왔는가. 사소한 호기심들은 잊어버려라. 스트리밍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로 허다한 음악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확실한 음악적 쾌감이 당신의 손길을 기대하고 있다.





9. Steve Lacy - Apollo XXI (R&B)


펑크 밴드 인터넷의 기타리스트, 다수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루이비통의 광고 모델, 그리고 켄드릭 라마, 솔란지, 블러드 오렌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뱀파이어 위켄드 등의 앨범에 참여했다. 이것이 스티브 레이시의 21살 이전까지의 이력서다. 여기에 하나 더, 그의 데뷔 앨범인 <Apollo XXI>가 이력서의 마지막 줄에 추가됐다. 여느 싱어송라이터의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앨범은 스티브의 생애를 이루는 문화의 부스러기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우리는 그 부스러기들을 통해 패기 넘치는 21살 청년이 아닌, 자신의 몸뚱이보다 더 큰 기타를 맨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꼬마 아이를 마주한다.  





10. Tank And The Bangas - Green Balloon (Hip-Hop, Soul)


2017년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인 NPR의 음악 프로그램 Tiny Desk의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그 작은 공간을 자신들의 에너지로 가득 메웠던 Tank And The Bangas가 6년 만의 소포모어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 우람한 빅밴드는 재즈, 펑크, 솔, 힙합 등의 장르를 유연하게 넘나들고, 코믹하지만 뼈가 있는 가사로 많은 매체로부터 뉴올리언스 음악의 적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밴드의 진정한 강점은 무대 위 잼에서 흘러나오는데 반해, 현대 스튜디오 기술은 그 즉흥성을 담아내는 데까지는 발달하지 못했다. Tank And The Bangas의 참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라이브 앨범을 놓치지 말 것.    





11. Taylor Bennett - THE AMERICAN REJECT (Hip-Hop) 


앨범 커버 속 선 굵은 이목구비와 중저음의 목소리 톤이 마치 찬스 더 래퍼를 연상시킨다. 이런 느낌은 문화적 유사성이나 베넷이 찬스의 삶을 동경하는 카피캣이기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으로부터 기원한다. 시카고 래퍼 테일러 베넷이 실은 찬스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이 두 형제는 부모인 켄과 리사로부터 남다른 음악 재능을 물려받았고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오랜 속담은 이 두 형제의 케이스에 와서 빛을 바란다. '형만 한 아우, 시카고에 있다.' 





12. The Mattson 2 - Paradise (Jazz)


영화 라라랜드의 세바스찬, 플라잉 로터스와 썬더캣의 Brainfeeder, 노라 존스와 그레고리 포터의 Blue Note, 그리고 매드립에서 켄드릭 라마에 이르기까지. 재즈가 다시 한 번 대중문화의 가장 어수선한 풀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관광도시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재즈 듀오 The Mattson 2 역시 이런 급격한 유행에 소심하게나마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에게 원대한 목표 같은 건 없지만, 우리는 재즈가 다시금 파티와 클럽 음악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조나단의 말이다. 그러자 기타를 맡고 있는 재러드가 조나단의 발언을 샌디에이고스럽게 각색한다. "음,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파티는 좀 작은 규모의 파티에요. 연령 제한이나 복장 규정이 까다롭지 않은, 그런 파티 말이죠."  

 

 



13. Tyler, The Creator - IGOR (Hip-Hop)

 

바퀴벌레를 삼키는ㅡ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가사를 담은ㅡ뮤직 비디오와 함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출현한 이래, 세상은 그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몰라 그냥 타일러라고 부르는데 합의했다. 분홍빛이 넘쳐흐르는 타일러의 새 앨범은 넵튠스보다 더 넵튠스다운 신시사이저와 칸예 웨스트보다 더 칸예스러운 샘플링으로 가득 차있고 가사와 노래의 면면 또한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존재감보다 앨범의 매력을 위해 매진하는 조력자들의 겸손한 자세 또한 인상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앨범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몰라 그냥 [IGOR]라고 부르는데 동의했다.


    



14. Vampire Weekend - Father of the Bride (Indie Pop) 


드디어 뱀파이어 위켄드가 돌아왔다. 6년 만에 돌아온 이들의 새 앨범 [Father of the Bride]는 에즈라 코에닉의 솔로 프로젝트에 가까운 앨범이다. 에즈라는 로스탐의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우는 대신, 아버지가 됨으로써 한껏 성숙해진 자신의 인생관을 앨범 속에 불어넣는다. 앨범에는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했고 가장 많은 곡들이 수록됐다. 이 같은 에즈라의 전략이 오랜 시간을 고대해온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는지는 모르겠으나, Harmony Hall의 기타 리프가 시작되면, 삼나무 기타를 맨 뉴욕의 뱀파이어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15. Black Pumas - Black Pumas (Soul) 


알앤비 싱어 에릭 버튼과 기타리스트 아드리안 퀘사다의 팀 프로젝트인 Black Pumas는 우리를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전성기로 초대한다. 아드리안의 밀도 있는 기타 연주와 에릭의 중후하고 무게감 넘치는 음색이 RZA 풍의 고풍스러운 질감 위에서 고전미에 대한 우리의 향수를 자극한다. 우리의 귀를 매료시키는 전자음과 이펙터가 즐비한 시대에 이런 올곧은 레트로 알앤비가 우리의 가슴속에 얼마나 와닿을 것인가. Black Pumas와 그들의 음악은 그런 회의적인 의문에 대한 깊이 있는 회답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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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대로 놓칠 수 없는(?) 앨범들을 꼽아 봤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데 다들 몸조리 잘하시고,

재밌게 봐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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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7-17 22:38:27

뱀파이어 위켄드 예상하고 왔는디

2019-07-17 22:40:55

좋은 앨범들 추천 감사합니다. 한번 쭉 들어봐야겠네요.

2019-07-17 23:40:55

자밀라 우드와 타일러더크리에이터 앨범 즐겁게 듣고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는 아직 못들어본 앨범들이 더 많네요. 항상 감사해요!

또식님 글 매번 너무 기다려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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