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둘러싼 어이없는 상황
세종 25(1443)년 9월에 창제된 ‘언문 28자’에 대한 임금의 글인 어제 서문 및 본문인 예의편 그리고 이를 해설한 신하의 글인 해례편과 정 인지 서문을 합간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 28(1446)년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원간 해례본 훈민정음은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어 1962년에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본이 한동안 유일하게 전해 왔으며, 1997년 10월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국보 70호로 지정된 이 해례본은 간송본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08년 7월 30일에 배익기라는 사람이 안동문화방송에 나와 자신이 해례본을 한권 더 갖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학자들과 문화재 관계자들을 경악시켰습니다. 지금은 상주본이라고 불리는 이 해례본은 간송본과 판본이 같지만, 연구자 주석까지 달려 학술적 가치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상주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그동안 제기되어 온 여러 가지 의문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이 틀림없었습니다.
현재 56살의 배익기씨가 상주본을 소유하게 된 경위는 아주 간단합니다. 배익기씨는 고서적 수집가로 조모씨가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30만원을 주고 고서적 두 권을 샀는데 그 안에 상주본이 들어 있는 것을 배씨가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 직후 문화재청의 어림잡은 감정에 따르면 상주본이 상태가 완전한 진품으로 판명되는 경우 그 가치는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골동품상 조씨는 상주본은 자신의 가게에 있던 물건이고 누구에게도 판 적이 없는데 배씨가 훔쳐간 것이라며 배씨를 상대로 반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정공방은 3년 동안 이어지며 대법원까지 갔고 2011년 5월 대법원은 배익기씨가 적법하게 상주본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주본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배씨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조씨에게 상주본을 돌려주지 않아 문화재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공동품상 조씨는 승소했지만 지병으로 몸이 위중한 상태였습니다. 조씨는 상주본을 국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 5월 정부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실물 없이 기증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조씨는 얼마 후 사망했습니다. 배익기씨는 끝까지 상주본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으며 국가가 감정가치의 10분의 1인 1천억원을 자신에게 준다면 상주본을 넘겨주겠다며 국가의 강제환수 집행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문화재청은 상주본이 훼손되거나 분실될 것을 우려해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배씨에게 강제집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배씨는 화재 당시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상주본을 꺼내왔고 자신만 아는 곳에 보관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익기씨는 2017년 4월 상주시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2015년 화재로 일부가 불에 타서 훼손된 상주본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이 상주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배씨는 득표율 1%에도 한참 못미치며 낙선했습니다.
바로 오늘(실제로 어제)인 2019년 7월 15일 대법원은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최종적으로 판결했습니다. 이로서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한 국가의 강제집행이 이뤄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익기씨는 상주본을 반환하기는 커녕 소재도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만 아는 곳에 감춰놓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상주본의 국가 소유가 확정된 건 긍정적이지만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도 배씨가 소재를 알려주지 않으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최대한 안전하게 상주본을 돌려받기 위해 배씨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익기씨는 여전히 1천억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07-16 00:52:37
차라리 현실적인 금액이라도 제시하던가 멍청하고 한심한 인간이네요
2019-07-16 00:54:04
강제집행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3
2019-07-16 16:05:55
근데 그건 형사배상청구로 풀어야지 배익기씨 억울한 자신의 감정을 풀겠다고 민사적으로 소유권이 국가한테 있다고 인정받은 해례본을 볼모로 삼고 1000억원을 달라고 하는건 법적으로도 그렇고 도덕적으로도 그렇고 전혀 타당하지 않으며 '반감을 가질만한데'라는 말로 커버가 될 수 있는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19-07-16 09:10:30
본래 주인으로부터 절도혐의에 대해서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난거고 적법하지 않게 취했다는건 변함이 없습니다. 몇 시간 전에 배익기씨는 JTBC와 긴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437&aid=0000215032 2
2019-07-16 01:26:49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얼굴 팔리는것 조차 꺼려할텐데 국가소유 판결이 났음에도 저렇게 뻔뻔한 행동을 할 수 있는걸 보면 전형적인 양심부재의 철면피 같습니다.
2019-07-16 01:11:37
..... 한밤에 웃고갑니다. 진짜 국보를 가지고 어이가 없네요 1
2019-07-16 03:41:03
아 혈압...
2019-07-16 04:16:34
누가 위조지폐로 천억 준비해서 사오면 좋겠네요.
2019-07-16 06:28:41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었구나.
2019-07-16 07:03:45
진짜 이런 말 하면 안되는 거 알면서도,. 위조지폐 1000억이나 던져주고 가져왔으면 하네요. 돈독 오른 미친인간.
2019-07-16 07:24:14
인터뷰보니 한마디로 천억안주면 안줘 이 얘기를 참 빙빙 돌려서도 하는거더군요. 정말 추악합니다.
2019-07-16 09:20:36
참 문제네요. 본인만 아는 곳에 보관했다는거 보니까 어디 땅에다가 그냥 대충 비닐둘러서 묻어놓은 거 같은데 훼손될까봐 걱정이에요.
2019-07-16 10:05:11
이미 불타고 물에 젖었다니... 1
Updated at 2019-07-16 11:38:48
누가 저걸 1조라고 했는지 몰라도 택도 없는 소리죠. 주석이 있다고는 하나, 유일본도 아니고 완본도 아니면 그 가치는 급격히 낮아집니다. 게다가 보존상태는 최악. 그리고 문화재의 상징적인 가치에 대한 칭송이 환금성과 바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죠. 조선왕조실록이 뭐 100조쯤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다면 말짱 헛거인데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나라에서 배씨에게 큰 돈을 주면서까지 합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간송본이 표지와 앞에 두 페이지가 뜯겨 나간 것을 복원한 것이고, 모서리가 훼손된 페이지도 몇 개 있어서 동일본의 다른 책이 발견되면 여러 모로 좋은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말씀처럼 한글학자들 사이에서는 책의 표지 명칭이나 권두 수제 명칭에 대해 아직도 이견들이 있습니다. 또한 글씨가 마모된 부분의 구두점이나 글자의 네 모서리에 들어가는 일부 첩운 글자의 권점과 성조와 한자음에 표기에 대해서도 상주본이 논란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
Updated at 2019-07-16 12:05:10
네, 저도 나름 고서들 만져본지라 15세기 진본이라면 훼손상태고 뭐고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 시기 책들 조선본 자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게다가 내용까지 훈민정음 해례이니.
2019-07-16 11:47:44
안타까운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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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훔친 물건으로 1천억을 벌어 보겠다고 실랑이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근데 진짜 어디 감춰 놓았으면 집행이 힘들어서 환수가 쉽지는 않겠네요.
말씀대로 참 어이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