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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공계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후 진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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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21:31:10

 

 안녕하세요. 

 

 언젠가 마무리해서 올려야지 하면서 연습장에 끄적여 놓은 지가 꽤 되었네요. 

 

 매니아에도 국내 이공계 대학원 진학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압니다. 관련해서 제가 직접 경험한 것에 더해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지금 현재 대략 어떤 진로들이 있고 경쟁 등은 어떠한가에 대해 말씀드려보고자 글을 씁니다. 모두 제 직간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제가 모르는바가 있을 수 있고, 잘못알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판단하시기 쉽도록 제 경력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흔히 PKS 라고 부릅니다.) 중 한 곳 자연대에서 학부와 석박사통합 과정을 마친 뒤 해외로 박사후연구원 (postdoc, 포닥) 을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지인들 중에는 같은 곳 자연대나 공대에서 박사를 하고 삼성전자 가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구요. 학부 졸업 후 취직, 창업, 유학 등도 어느 정도는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느끼는 현재 상황은 이러하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지금의 상황이 어떻다는 것이 5년, 10년 뒤의 상황을 거의 말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상황인데 이러저러한 직종이 괜찮았으니, 5년 후에 상황이 저렇게 변한다면 다른 저런 직종이 뜰 것이다 같은 판단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5년 뒤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저런 진로가 있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최대한 적나라하게 적을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읽으시는 분에 따라 불편함을 느끼실 분들도 계실 것 같고, 미리 사과드립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이공계 대학원 진학을 현실적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이기에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적으려고 합니다. 

 

 

0. 대학원 생활

 

 PKS 기준입니다. 다른 곳은 제가 보고듣고느낀 바가 많지 않아서요. 일단 무조건 말씀드리고 싶은게.. 생각보다 많이 빡시다는겁니다. 정말로요. 학바학 랩바랩이지만 소위 말하는 명문대 4년 잘 졸업해놓고 잘해야 월급 100만원 받는 노예 생활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해야 하는겁니다. 노예라는게 뭐 말이 노예지 그렇게까지 하냐 싶으실텐데, 진짜 별에별 일이 다 있습니다. 교수가 슈퍼갑이거든요. 쌍욕먹는건 뭐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구요. 학생들 모니터에 캠 달아놓고 실시간 감시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학교에서 정해놓은 최소 장학금도 못받고 다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규정상 안되는데, 다 방법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런것들보다 돈도 적고 생활도 고되고.. 성취감 자존감 하나 보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건드리게 되면 정말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보통 직장은 월급보고 다닌다 이런말 많이 하는데, 이건 월급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학위보고 다니는건데 그건 6년 10년 뒤에나 나오는거구요. 

 

 제 대학원 동기들중에 과장 없이 딱 30% 정도.. 1/3 정도가 3년 안에 관뒀습니다. 대부분 군대 안 다녀온 남자인데, 박사과정으로 군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군미필 대학원생들이 이 학교의 대학원 과정을 1/3 이나 관뒀다는게 이게 얼마나 가혹한 상황인지 잘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진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버텨서 학위를 꼭 받겠다...혹은, 나는 이 일이 너무 좋다. 이거 둘 중 하나 아니면 정말 버티기 힘듭니다. 그래도 일단 버텨서 학위를 받았으면 진로는 생각보다 다양한 편입니다. 

 

1. 취직 (연구직)

 지금 상황에서는, 취직은 분야 불문 삼성전자가 1순위입니다. 가장 대우가 좋고 가장 많이 뽑아요. 뭐 화공을 했던 천체물리학을 했던간에 다 뽑고 있고, 실재로 많이 갑니다. 그럼 뭐 아무나 다 뽑는단얘기냐 하면 기준이 있기는 있는데, 학교 이름입니다. 민감한 이야기지만 제가 보고 들은 바에 의하면 이게 가장 중요해요. 최근에 PKS에서 박사받은 제 주변 사람들 중에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과장급) 입사를 희망했던 사람들은 부서가 어떻든 모두 입사했습니다. 자연대건 공대건 뭐건 그냥 하나도 안중요해요. 다 데려갑니다.  급여는 책임 1년차 기준으로 세전 기본급 연6천 정도에 성과금 다 터졌을 때는 1억 가까이 찍습니다. 최근 몇년동안은 워낙 업계가 호황이라 성과금이 항상 풀로 다 터졌었는데 당장 올해부터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같은 업계인 하이닉스도 조건은 같게 맞춰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도 PKS 가 아니라면.. 회사에 따라 입사 시에 과장급으로 인정을 안해주고 대리 말년으로 입사시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이공계 박사 졸업하는 제 또래 세대들이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옛날같으면 이론물리 같은거 박사 했다가 교수가 못되거나 학계를 뜨고 싶으면 진짜 막막했을텐데.. 지금은 삼성전자에서 다 데려가기 때문에 든든한 보험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이닉스건 삼성전자건 업무 강도는 강한 편이며, 분야별로 삼성이 아닌 다른 직장에 갈 경우 급여는 이것보다 줄지만 그만큼 워라밸이 더 나아집니다. 다만 이런게 진리의 회바회 부바부라... 어차피 재수없으면 빡시게 걸리는거 돈이라도 많이 받는 삼성 가자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대학원 생각하시는 분들이 졸업하시는 5년 10년 후에.. 만약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박사급 인력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박사 후 취직 쪽은 지금보다 꽤나 상황이 안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 아니라도 다른 곳들이 있기는 한데, 만약 자신이 학부 졸업하는 시점에 이미 해당 대기업에 입사할 수가 있다고 하면 박사를 할 메리트가 크지 않거든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대학원 대략 짧아도 6년.. 길면 10년도 잡습니다. 대기업들 중에 진급 빠른 곳은 운 좋으면 7,8년이면 과장 달죠. 보통 10년에 과장 달겁니다. 그럼 대학원기간동안 월급 100만원 받으면서 다닌거랑 그냥 그 기간동안 평균 연봉 4,5천 받으면서 회사 다닌거랑.. 과장 다는 시점으로 보면 별로 차이가 안난다는 얘기에요. 전문연이 축소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돈은 하늘과 땅 차이구요. 그럼 업무능력은 어떠냐. 박사를 한 사람이 아무래도 더 연구직에 적합하지 않겠냐. 그게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주 첨단의 R&D를 하는 기업이 아니라면, 7,8년동안 학교에 박혀있어서 실무 경험은 전혀 없는 박사랑, 10년동안 실무경험 잘 쌓으면서 회사 다닌 사람이랑, 업무능력은 오히려 후자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실무경험도 많지만 직급은 아래인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게.. 인간관계 관리 면에서 쉽지도 않구요. 거꾸로 나보다 직급도 높고 연봉도 많은데 나이는 어리고 실무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어느날 뚝 떨어졌다... 라고 생각하면 좋게 안보이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럼 삼성은 다르냐. 일단 대리급인 선임연구원은 연차가 차면 대부분 진급하지만 책임연구원 진급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R&D는 정말 첨단을 달리기 때문에, 박사를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에서 연구직무를 하고 싶다면 박사학위를 받고 가는게 메리트가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말씀드렸다시피, 이게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게 문제구요. 

 

2. 해외 박사후연구원 (postdoc, 포닥) 

 교수가 되기 위한 단계입니다. 산업경영이나 컴퓨터공학 같은 분야의 경우 포닥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어서 학위를 마치자마자 바로 교수가 되던지 취직을 하던지 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런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진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보통 이 포닥 과정을 거칩니다. 보통 학위과정 중에는 논문 실적보다는 기초를 닦는데 신경을 쓰고, 이 포닥 과정동안 논문 실적을 내서 교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식입니다. 기간은 각자의 멘탈에 따라 사정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 보통 한 곳에서 2~3년 정도를 보내는걸 한 싸이클로 생각합니다. 이 싸이클을 한번 하느냐 두번 하느냐 n번 하느냐..에 따라 전체 포닥 기간이 결정되는거죠. 당연히 비정규 계약직이고 저 싸이클 도중에도 계약은 1년 단위로 하는 경우가 보통이라 중간에 무슨 이유가 됐던 그냥 짤리기도 합니다. 

 

 포닥이 되면 학생 때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합니다. 그냥 연구하는거죠. 다만 좀 더 독립적이 되고 소위 말하는 박사대우를 해준다는게 다른데, 이건 랩마다 나라마다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그냥 학생때랑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말씀드렸듯 이제 진짜 실적을 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꽤 다르구요. 

 

 급여는 어떻냐. 나라마다 도시마다 다 물가가 다르니까 편차가 크기는 합니다. 다만 정말 기가 막히게.. 포닥 월급은 그 나라 그 도시에서 정말 딱... 혼자서 너무 궁상떨지는 않고 살만큼.. 정도 줍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연봉 3천 내외, 미국 평범한 도시에서는 대략 45000불, 물가 비싼 곳은 그보다 좀 더... 액면가는 다르지만 세금떼고 집 월세 떼고 하면 대부분 다 비슷합니다. 저축은 못하고 혼자서 그냥 평범하게 먹고 살면서, 휴가 때 한국 다녀올 비행기값 정도는 지출할 수 있는.. 딱 그 정도를 받습니다. 입이 둘이거나 심지어 애도 있다. 이러면 진짜 아껴아껴가며 살아야 합니다.

 

 그럼 포닥하면 취직은 못하냐,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삼성전자에서는 포닥을 했으면 호봉으로 쳐주기도 하구요. 다만 문이 조금 더 좁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포닥을 하면 일단 나이가 더 많아지니까요. 삼성의 경우 남자 기준 35살 정도가 지나면 나이가 좀 걸림돌이 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24살에 학부 졸업하고 6년 딱 군문제 해결하면서 학위 했다고 치면 서른.. 이게 정말 빨리 학위를 한거거든요. 그랬어도 5년.. 두 싸이클 포닥 하고 나면 애매해진다는겁니다. 그래서 취직을 할 생각이라면 해외로 포닥나가는건 별로 메리트가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취직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국내 박사를 마친 상태에서 바로 해외취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 포닥을 했다면 미국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니까요. 트럼프 정부 이후로 비자나 영주권 등이 좀 더 까다로워졌지만 박사급 인력, 특히 미국 기업에 취직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여전히 꽤 열려있다고 들었습니다. 

 

3. 국내 포닥 

 국내 포닥은 크게 박사학위 직후에 진행하는 것, 또는 해외 포닥 후에 한국에 돌아와 진행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 글에서는 전자만 다루겠습니다. 이 경우는 대부분 해외포닥이나 취직을 준비하는 단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는 학위과정 중에 졸업이 가까워오면 해외포닥이던 취직이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연구실 사정상 갑자기 졸업을 하게 되었거나 졸업 준비가 너무 바빠서 준비를 못했거나, 준비를 했는데 제대로된 오퍼를 못받았거나 한 경우, 박사학위를 했던 연구실에서 한학기에서 1년 정도 더 포닥으로 머무르면서 해외포닥 내지는 취직 준비를 하게 됩니다.  교수 입장에서도 자기 연구실에서 학위를 마친 학생은 작업 효율이 아주 좋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포닥 연봉 주면서 1년 정도 더 머무르는 것을 좋게 생각하기도 하구요. 

 

 급여는 위에 말씀드렸던 것 처럼 학교 따라 연구실따라 다르지만 연봉 3천 정도 받는다고 보시면 얼추 맞을겁니다. 

 

 

4. 정부 출연 연구소 (정출연, 정규직)

  요즈음에는 정출연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인맥이 없다면 박사학위를 갓 마친 사람 (보통 프레쉬박사라고 합니다)이 정규직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 보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운이 좋다고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은 해외 포닥을 했지만 교수가 될만큼의 실적은 쌓지 못했거나, 정출연에서 더 워라밸이 좋은 삶을 원하는 경우 선택하게 됩니다. 

 

 회사나 학교에 비해 별일 없으면 정년을 채울 수 있다는 점과 눈치보지 않고 칼퇴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고, 연봉이 상대적으로 박하고 연구를 하긴 하지만 좋은 연구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급여는 연구소 따라 다른데, 이것저것 합치면 입사 1년차 기준 보통 세전 4천에서 6천 사이일겁니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과 워라밸이 좋다는 점, 임금이 피크제가 아니라 호봉따라 계속 오른다는 점, 특허 등을 쓸 경우 인센티브가 클 수 있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괜찮은 조건입니다. 더군다나 출산율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위권 대학 제외하면 대학 교수라는 직업 자체의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에 정출연의 메리트가 점점 더 커지고 있구요. 

 

  이번 글은 특히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 글에 적힌 내용 외에도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이나 편하시다면 쪽지 주시기 바랍니다. 아는 한에서는 최대한 답변 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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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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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5 21:43:59

삼성에서 책임을 못다는건 정말 못달만해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진급 케이스에서 책임 진급 못하는 사람은 하는 사람 대비 엄청 소수에 속합니다. 진급이 빡셔지는건 수석부터죠,,

WR
2019-07-15 22:23:00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2019-07-15 21:50:53

자연대 학부생으로서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역시 대학원의 길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군대 빨리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학부생으로서는 연구직 취업이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부 출신의 아는 거 하나 없는 자연대생은 메리트가 적은 것 같아요. 

WR
1
2019-07-15 22:25:23

 군대 다녀오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저도 가끔씩 이런거 상담해줄 때 카이스트 있는 친구들한테도 자대 대학원 갈 생각이라도 어지간하면 군대는 갔다오라고 이야기 하거든요. 유학 욕심 생길수도 있는거고 대학원 중간에 때려치고 싶을수도 있는데 군문제 때문에 못때려치면 큰일이라구요. 

 

 아무래도 박사를 꽁으로 하는건 아니라서.. 한 사람이랑 안한 사람은 좀 차이가 나긴 합니다. 뭐 공부를 얼마나 했느냐 보다도..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내가 모르는걸 공부해야할 때 그걸 접근하는 방식이나 익히는 속도가 차이가 많이 납니다. 

2019-07-15 22:47:47

확실히 학위 과정을 거치면서 익히는 짬이 장난 아닌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도 랩 다니면서 서칭하는 법을 꼭 배우라고 하시더라구요. 현재 막학기를 남겨두고 랩에서 인턴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관련 업계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2019-07-15 21:52:33

국내 이공계 랩의 현실은 몇십년이 되어도 그대로인가 보네요...

WR
2019-07-15 22:26:19

네 뭐.. 이게 나아지나..? 싶다가도 새로 온 젊은 조교수들도 대학원생 대하는 것에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요. 쉽게 나아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2019-07-15 22:08:15

저도 미국에서 포닥 중이라... 비슷한 길을 걸어가는 분을 뵙게 되서 반갑네요.

조금 덧붙이고 싶은것들이, 일단 급여가 분야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분야를 잘만난다면 말씀하신 범위보다 적은 경우는 잘없고, 그것보다 많은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네요. 회사도, 포닥도, 정출연도 조금씩 더 많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해외포닥은 최근에 외국의 대부분의 교수들이 한국연구재단에서 국외포닥과제가 있는걸 알기에 그걸 따서 오라고 합니다. 그걸 받아서 오는 사람들은 인건비 안줘도 되거든요. 1년에 올해부터 올라서 4400만원인데, 국내박사만 인정이 되고 한 국가에 전체 50%이상 배정이 안됩니다. 보통 미국은 15-20대1, 그외는 7-10대1 정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허수가 없기 때문에 아주아주 힘들다고 봐야합니다. 물론 이거 없이도 가는 경우들이 가끔 있습니다 아주 가끔요.

아마 이 글이 가장 필요하신 분들이 막 학위를 시작하려고 하는 학부3-4학년 혹은 대학원생 분들일텐데요, 그분들께 가장 중요한건 연구 분야, 연구 토픽 선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다. 어떤 분야로 가는가에 따라서 그 모든 과정이 아주 쉽게 넘어갈수도 있고, 심하게 얘기하면 인생 망할수도 있습니다. 전공 뿐만 아니라, 연구 주제가 어떤가에 따라서 자리를 잡기가 매우 수월할수도, 아예 불가능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게 어떤 랩에 가는가,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게 가서 어떤 연구를 하는가입니다. 물론 포닥때나 그 이후에도 같은 연구를 하지 않을 경우가 더 많습니다만, 일단은 실적을 많이 쌓을수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수있는 연구를 하지 않으면 당장 포닥을 가기도, 취업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튼 저도 비슷한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했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WR
2019-07-15 22:35:24

반갑습니다^^ 

 

급여는 아주 보수적으로 썼습니다. 말씀대로 분야따라 랩따라 저거보다 많이 받는 경우들이 있죠. 

 

펀딩같은 경우는 말씀대로 한국에서 구해오라고 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으로 들었는데, 제 주변에 보면 운이 좋은건지 저도 그렇고 다들 그런 국내 펀딩 지원 없이 해외로 포닥을 나와있기에 제가 경험한 것이 없어 적지 않았습니다. 

 

 연구 주제 선정은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이건 또 공대랑 자연대랑 다르고 자연대 안에서도 분야따라 많이 다르죠. 저는 이론물리로 박사를 했기 때문에.. 분야 자체 보다는 차분히 공부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연구실이 좋다고 느꼈는데, 공대나 application 쪽을 많이 하는 곳일수록 분야가 좀 크리티컬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근데 막상... 현업에 있는 대학원생이나 포닥도 5년 10년 뒤에 어떤 분야가 뜰지 예측이 안되는데, 대학원 들어가지도 않은 학부생이 그걸 예측한다는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연구실을 선택할 때 분야를 보는게 나중에 가서 좋은 선택이 되는지는 또 잘 모르겠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나중에 가서는 분야 때문에 희비가 갈리기는 하지만요. 

1
2019-07-15 22:48:37

바이오 계열은 삼성도 안 뽑아 줍니다 (저주 받은 바이오 계열 박사 ㅠㅠ)...
전 작년에 미국에서 디펜스 마치고 지금은 졸업한 랩에서 포닥중인데, 얼른 취직해서 학계랑 영원히 바이바이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WR
2019-07-15 23:25:31

으아... 그렇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납니다. 몇년 전에 바이오계열 계열사 하나 없애면서 안뽑게 됐다구요.. 

 

미국에서 박사 하셨는데도 쉽지 않은가보군요ㅜ 

2019-07-15 23:19:46

 좋은 글은 추천이라 배웠습니다

WR
2019-07-15 23:26:12

감사합니다 

4
Updated at 2019-07-15 23:35:40

혹시나 대학원을 준비중인 학부 3-4학년 학생들이 보신다면, 진짜 제일 중요한건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라도 지원하려는 연구실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라는 것입니다. 분야를 정하셨으면 그다음으로 중요한건 교수님 인성입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폐쇄적이고 윗사람이 없다시피하다 보니 의외로 인성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니아의 교수님들께는 죄송하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을 모셔야될(?) 사람인데 꼭 철저하게 조사해서 걸르기를 추천드릴게요. 정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택입니다. 너무 많은 주변 후배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고 랩을 정하고 갔다니 2-3년을 날려버리는 모습을 많이봤습니다.

1
2019-07-15 23:43:21

공감합니다
학부에서 뵙던 교수님과 연구실의 교수님은 다릅니다

2019-07-15 23:48:16

그니깐요 ㅎㅎㅎ 강의할 땐 학생들 랩에 데려오려고 아주 젠틀한척하는 교수들 많습니다.

WR
1
2019-07-15 23:47:05

그렇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가장 좋고, 타대생이거나 해서 정보가 많이 부족한 경우 자대생 비율이 높은 곳으로 가시는 것도 최소한의 인성을 갖춘 교수가 있는 연구실을 고를 수 있는 팁입니다. 

1
2019-07-16 00:27:19

PKS라고 하는군요. 수능입시에 초점을 맞춰온 학생들은 흔히들 이공계의 스카이, 설카포라고 부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WR
2019-07-16 03:44:24

감사합니다. 듣고보니 설카포라는 말도 예전에 분명히 썼던 것 같은데 글을 쓸 당시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2019-07-16 05:05:25

교수를 노리시는 분들께는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요즘 인구절벽으로 인해 이른바 학생수(학령인구라 하죠)가 줄어들고 있죠.

 

이 줄어드는 비율이 향후 5년간 굉장히 높아지는데 이에 따라 일부 재정이 안좋은 지방사립대는 학교의 존폐여부를 결정할 정도가 됩니다.

 

재정이 괜찮은 곳이라 하더라도 당분간은 교수채용의 문을 닫아걸고 있는 곳도 꽤 있구요.

 

지금부터 대학원을 진학하여 교수의 꿈을 키우신다면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소 6년간의 시간이 필요할텐데 그 때 지방사립대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 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예상하기에는 (지방사립대 기준입니다. 재정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국공립대나 지방명문사립대는 예외예요..^^) 향후 5년간은 교수채용의 문이 굉장히 좁아지고나서 어느 정도 학령인구가 안정되면 거기에 맞춰 교수 채용을 정상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9-07-16 07:34:22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물리 전공이시군요. 생물이나 생화학 분야는 얘기가 또 다릅니다. 박사 학위 마친 후에 바로 취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박사후 과정(포닥)을 더 해서 성과가 있어야 좋은 회사로 취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교수는 되기도 힘들고, 되고 나서도 고생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생물/생화학 분야를 생각하시는 고등학생이나 학부생이시면... 이 분야는 일단 학부만 마쳐서는 연구직으로 취직이 안 되고, 다른 분야에 비해서 5-10년 정도 오래 걸린 다는 사실을 염두하시기 바랍니다 (박사 보통 6년 걸리고 포닥도 성과내기 까지 6-8년 걸립니다). 물론 그 동안 재정적으로 힘든 건 말 할 필요도 없구요. 학부생이시라면 방학때 본교에 실험실에서 인턴으로 지내는 걸 추천합니다. 그런 연구실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으면 대학원에 진학하시고, 아니면 과감히 다른 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WR
2019-07-16 18:03:58

바이오쪽은 더 힘든가보군요.. 대기업에서 뽑질 않아서 취직도 다른분야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힘든가보네요. 

2019-07-16 09:00:57

제게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를 잘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읽고 싶네요.

WR
2019-07-16 18:04:32

짬짬이 관련된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Updated at 2019-07-16 09:26:22

말씀하신 곳 중 하나의 공대에서 석사까지 했습니다. 제 주변에선 삼성이 1순위는 아니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보험같은 느낌이 강했지, 가장 선호되는 곳은 아니었네요. 선호도와는 별개로 실제로 가신 분들은 많습니다.

말씀하신 정출연 급여는 석사졸 기준 그 정도되고, 박사졸은 더 높습니다.

전 도저히 박사는 못할 것 같아서 나왔지만, 박사 그것도 이론물리를 하셨다니 정말 리스펙트합니다

WR
2019-07-16 18:02:38

 이게 해외포닥이나 정출연등을 다 포함하면 당연히 1순위가 아니라 보험의 성격이 강한데, 박사 후 취직 한정하면 실질적으로 거의 1순위가 되지 않던가요..? 제 주변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면 취직을 생각할 때 삼성 아닌 곳을 우선순위로 두는 경우는 잘 못본 것 같습니다. 

 

 정출연은 나름대로 찾아보긴 했었는데 실질적으로는 더 높은가보군요. 

 

 박사 뭐... 그냥 버티는거죠.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구요. 

2019-07-16 18:31:41

 삼성이 명문대 박사 출신들을 싹 쓸어가는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은데, 정작 데려다놓고 제대로 활용은 안합니다. '우리회사 와서 실적 못내도 좋으니 경쟁사 가서 실적 내지 말라'는 의미가 강하죠.

전 뭐... 박사는 아니고 석사출신에 한때 삼성 무선사업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었는데 박사 따고 들어오는 사람들 좀 안돼보이더군요. 그나마 박사 따고 종기연이나 기타 연구소 들어가는 사람은 좀 나은데 사업부로 오는 사람들은 전공 못살리고 허드렛일 많이 합니다.

10여년 전쯤에 저희 부서에서 박사인력 막 굴리다가 꽤나 강려크했던 에피소드가 한 번 있었고 박사출신들

부서 재배치 했던 일이 있는데 요즘엔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 하더군요.

여하튼 박사 따고 삼전 사업부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전공 살리는 사람은 소수고 결론은 둘 중 하나입니다. 전공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퇴사하거나 그냥 전공 버리고 눌러 앉거나...

WR
2019-07-16 18:39:09

말씀대로 사업부냐 연구소냐 따라 다르고 사업부 중에서도 어디냐 따라 또 다르더라구요. 친구들 중에는 보면.. 그래도 전자과 나와서 메모리사업부쪽으로 간 친구들은 좀 나은데, 다른데 나와서 사업부쪽으로 가면 말씀대로 허드렛일.. 진짜 말그대로 허드렛일 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다들 대충 알면서도 돈 보고 가는데.. 막상 가서 겪어보면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19-07-16 18:48:57

네... 그나마 사업부쪽으로 간다면 반도체 관련된 전공으로 학위 따고 메모리 사업부 가는게 그나마 전공에 가까운 일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쪽은 사업부라 할지라도 학문적인 영역을 많이 다루니까요..

제가 경험했던 무선사업부나 기타 그 외의 사업부들은 학문의 영역이라기보다 응용의 영역이다보니 전공 살리려면 천운이 따라야 합니다. 저도 무선통신 전공한 탓에 무선사업부쪽으로 진로를 정했는데 10년동안 UI쪽 코딩만 했습니다. 뭐, 박사 전공도 개의치 않는 회사에서 석사 전공 고려해줄리 만무하긴 하지만요..

박사로 들어와봐야 코딩 몇 년 하다가 연차 되면 과제PL 맡아서 과제관리하고 수석진급하면 파트장 맡아서 조직관리하는게 삼성이 정해놓은 정규 코스죠.

여튼 입사 후에 일이 많아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긴 한데 '내가 이런 일 하려고 그 고생 하면서 학위 땄나?' 자괴감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2019-07-21 15:44:08

매니아 모든글 제목은 다보는데 이글을 지나치다니....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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