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뚝딱이아빠님의 연애관련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 시 투척하고 갑니다.
유빙(流氷) -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꽃다발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백사장에 눈이 내린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모래알
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 이 시는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입니다.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2017)에 수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작년 3월쯤 매니아에 글도 남겼었지만 6년 만난 친구의 바람으로 엄청 힘든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라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바람 핀 사실을 알고서도요.)
밑에 뚝딱이아빠님이 남겨주신 글에서처럼, 빨리 이 사람이 지금까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그럴 용기가 없어 바람 핀 사실을 알고서도 1년을 넘게 휘둘렸네요. 아직도 그 상처가 너무 크게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과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약 두달 전에야 깨닫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잎으로는 꼭 줄어든 불행만큼 행복이 오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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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인과 비슷한 사람을 찾게 된다 생각하는데, 글쓴이님만큼의 시야를 가지신
여성분이 꼭 글쓴이님을 찾고 있을테니
혼자서만 너무 끙끙대지 마시고
담담하게 기다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