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홍콩 박스 오피스 1990~1994

최근 오래된 박스 오피스를 뒤져보는 취미가 생겼는데,

북미 박스오피스도 재밌지만 홍콩 박스오피스 기록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군요.

안타깝게도 1990년 이전 기록은 찾기 힘들고, 년도별 탑10 정도지만

어렸을 적 빌려본 추억의 영화들이 소환되는군요.

1990~1994년까지 추스려 올려봅니다.

198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었던 느와르 장르가 쇠퇴하면서

1989년에 개봉한 정전자(도신, GOD OF GAMBLERS)의 큰 흥행으로 무게중심은 도박 영화로 옮겨갑니다.

90년도는 그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성은 도신의 패러디에 가까운 작품이었고, 도협은 그 도성과 도신의 콜라보작입니다.

그외 진용, 천녀유혼2 등 로맨스를 소재로 한 무협물도 눈에 띄네요.

1990년도의 큰 흥행으로 주성치는 홍콩 최고의 배우가 됩니다. 탑인 도학위룡부터 정고전가, 도협2 등도

흥행을 이어갑니다.

개인적으로 액션영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성룡의 최고작 중 하나인 '용형호제2'와 이연걸의 스타덤 작인

'황비홍'이 동시에 나왔던 축복받은 한 해였다고 기억합니다.

무려! 1~5위가 모두 주성치의 주연작입니다. 왕정 감독은 매 리스트에 2~3개의 작품을 올리는데,

퀄리티 적인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감독이지만

홍콩 특유의 시스템에 힘입어 흥행작을 줄줄이 뽑아내는 면에서는

발군이라고 봅니다.(홍콩 영화계의 김성모?)

이 시점으로 도박 영화가 줄고, 무협물이 대세로 등극합니다. 코메디로 구분되는 주성치의 영화들도

무협 요소가 다분하고, 한국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동방불패'도 눈에 띕니다. 

여전히 1위는 주성치지만 작품 수로는 이연걸이 3편으로 제일 많습니다. 92년에 이어 무협 영화가

대세인 시기입니다. 성룡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왕정 감독이어서...)

시티헌터가 모처럼 높은 순위에 성룡을 올려다줍니다.

방세옥은 무려 1, 2편이 같은 해에 나왔습니다. 홍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만에 주윤발이 도신의 정식 속편으로 돌아오면서 1위를 차지합니다. 성룡은 마스터피스 '취권2'로 높은

순위를 차지합니다. 주성치는 약간 주춤하는 듯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작품 수를 통해 높은 인기를 여전히

과시합니다.

총평

1. 90년대 초는 주성치가 씹어 먹었습니다. 성룡의 전성기와 맞물린다는 점이 더 놀랍습니다.

당시 성룡은 무척 폼이 좋아서 내놓는 작품마다 걸작과 수작을 오고가던 시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부 흥행은 주성치 쪽이 좀더 우위였다고 봅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조금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액션을 만드는 성룡과

슬랩스틱도 한 몫 하지만 말로 웃기는 코메디 역시 강점인 주성치의 경우 중국어권을 벗어나면

그 장점이 감소한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는 홍콩 영화 전문가가 있다면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군요.

2. 매 리스트에 로맨스 영화 한 두 편이 들어 있다.

홍콩 영화의 경우 로맨스는 한국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들어와도 크게 흥행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생소한 제목의 영화들이 눈에 띄는데, 이 작품들이 모두 홍콩 내부에서는 높은 흥행을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보았던 황비홍2(1992), 신용문객잔(1992), 철마류(1993)

같은 영화보다 더 높은 흥행을 기록한 겁니다.

홍콩 사람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로맨틱했나 봅니다.

추신. 모든 감독과 배우 이름은 당시 기준으로 했습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상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