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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소리의 방향을 분간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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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9 08:26:34

 안녕하세요. 

 

 아래에 Damon Balley 님께서 사람의 시각에 대한 글을 써주셨는데, 그 글을 보고 예전에 봤던 사람이 소리의 방향을 어떻게 분간해내는가에 대한 영상이 떠올라 소개드려고 합니다. 글을 읽으신 뒤에, 혹은 읽으시면서 꼭 이어폰을 꼽고 영상을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아주 재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_svkmEZ7Y

 

 흔히 소리의 좌/우 분간은 양쪽 귀에서 들리는 소리 크기 차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알고들 계실겁니다. 왼쪽에서 나는 소리는 왼쪽 귀에 더 크게 들릴 것이고 오른쪽에서 나는 소리는 오른쪽 귀에 더 크게 들릴 것이기에, 뇌가 양쪽 귀로 들어온 신호의 크기 차이를 분석해서 대충 이 소리가 어디쯤에서 난 것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위의 영상을 보시면, 우리 뇌는 좌/우 소리의 크기 차이 뿐 아니라 더 정교하고 놀라운 방법들을 이용해 소리의 좌/우를 분간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차인데요. 왼쪽에서 나는 소리는 오른쪽 귀보다 왼쪽 귀에 더 빨리 들어올겁니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리의 속도는 대략 340m/s 로 매우 빠르기 때문에, 그 시간차가 아주 미미하겠죠. 대략 0.0004초 정도 된다고 합니다. 위 영상에서 보시면, 좌/우 양쪽 채널의 소리 크기는 같게 해놓은채로 오른쪽 채널에 0.0004초 딜레이를 줍니다. 그렇게 하면 놀랍게도, 우리는 그 소리가 왼쪽에서 난다고 인식합니다. 사람의 뇌가  0.0004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차를 분간해내고, 판단해서 이 소리는 왼쪽에서 난다고 인지하는 것이죠. 

 

 둘째는 주파수 특성 차이입니다. 소리가 쭉 직진만 한다면, 왼쪽에서 나는 소리는 절대 우리의 오른쪽 귀에 들어갈 수 없을겁니다. 우리 얼굴로 막혀있으니까요. 하지만 파동은 장애물이 있을 때 그 장애물을 돌아나갈 수 있는데, 이를 회절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왼쪽에서 나는 소리도 우리 얼굴을 회절해서 넘어와 오른쪽 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파동 (높은 음의 소리) 은 낮은 주파수의 파동 (낮은 음의 소리) 보다 더 회절성이 약합니다. (낮은 주파수를 쓰는 AM 라디오가 높은 주파수를 쓰는 FM 라디오보다 음질은 좋지 않지만 전국 어디에서건 잘 잡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왼쪽에서 난 소리는 왼쪽 귀에는 회절되지 않고 직접 들어가고, 오른쪽 귀에는 우리 얼굴을 회절해 넘어와 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높은 음의 소리는 회절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는 고음이 적게 들리게 되겠죠. 위 영상의 후반부에 나오는 실험이 이를 증명해줍니다. 양쪽 채널의 소리 크기와 시간도 완벽히 동일하게 설정해놓은 채로, 오른쪽 채널에만 EQ를 이용해 고음을 약간 깎습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우리는 그 소리가 왼쪽에서 난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우리 뇌가 이런 식으로 소리의 방향을 구분해내고 있었던 것이죠.

 

  단순히 양쪽 채널의 소리 크기만 다르게 한 것과 이런 다양한 효과를 같이 넣은 것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훨씬 더 자연스러운 방향성을 만들어냅니다. 실재로 그 방향에서 난 소리가 우리 뇌에 들리는 방식을 흉내낸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소리의 좌/우는 그렇다 치고, 앞/뒤는 어떻게 구분해낼까요. 시간 차도 없을거고 소리 크기 차이도 없을텐데요. 그 답은 귓바퀴에 있습니다. 앞에서 난 소리는 바로 들리는 반면, 뒤에서 난 소리는 우리의 귓바퀴를 거쳐 들어오게 됩니다. 역시 주파수 특성이 변하겠죠. 그런데 이 귓바퀴의 형태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주파수 특성의 변화도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우리 뇌는 이 복잡한 신호 특성을 분석해서 소리의 방향을 판별해내는 것이죠. 그리고 실재로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좌우로 살짝씩 돌려서 그 때 생기는 좌/우 방향성의 변화를 통해 소리의 앞/뒤 위치를 판단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위/아래도 마찬가지죠. 귀의 모양이 비대칭적이므로 그 모양에 따른 주파수 특성 변화를 인지할 것이고, 어깨를 회절해 들어오는 것으로 인한 주파수 특성 변화도 인지할 것입니다.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지면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반사파의 존재 유무도 영향을 끼칠겁니다. 보통 위에는 천장이 잘 없으니까요. 

 

 바꿔말하면 우리는 보는 것이든 듣는 것이든, 절대로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를 듣지 않습니다. 항상 들어온 신호를 뇌가 분석하고 처리해 나온 결과물을 인식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게 됩니다. 이 부분을 항상 인지하고 있다면 서로 생각의 다름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를 이해하는데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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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6-19 00:24:18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또 한번 인체의 신비에 감탄하네요.

WR
2019-06-19 04:00:3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세대에 걸친 경험이라는게 이정도로 엄청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Updated at 2019-06-19 03:33:02
2019-06-19 09:09:15

인체의 신비에 놀라고 마지막 문단에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Updated at 2019-06-19 15:54:57

사람의 귀와 뇌가 소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해 알수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마지막문단의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싶은것만 듣는다는 멘트에 공감이 됩니다. 소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신 글에서 알수 있구요. 보고싶은것만 본다는 점도 사람의 생각의 다름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는데요. 

 

사람의 눈의 망막 중심부에는 '중심와'라고 중심시력과 주변시력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는데, 중심와를 통해서 빛에너지를 전기화확에너지로 바꿔 뇌에 전달하여 시각정보를 얻을수 있죠. 중심와 의외의 부분도 시력을 담담하지만 중심와는 특히 가장 높은 해상도를 나타내죠. 

 

한가지 실험을 예로 들면 어떤 그림안에 사람이 대화하는 그림이 있고, 그 그림안에 외진부분에는 고릴라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명중 9명이 사람이 대화하는 부분만 보였고, 고릴라는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나의 그림안에 사람들과 고릴라 모두들어가 있는데 왜 모두 고릴라를 보지 못했을까요. '중심와'는 뇌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지하는 정보에만 해상도를 높이고, 그렇게 되면서 나머지 부분은 그 시각정보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형체를 놓칠수 있다라는 사실이 있다는것이죠. 

 

때때로 사람들은 보고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들은채로 타인들과 다른생각과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채 자기가 보고 들은 시각이 전부인냥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에만 얽매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위에 언급한 그림안에는 사람들과 고릴라 그리고 기타 형체들이 모두 포함되어있다는것을 알수 있듯이,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에 앞서 놓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그동안 인지하지 못한 다른 팩트나 가능성은 있는지 등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채로 나의 생각과 여러 사람의 생각이나 시각을 받아들여 검토하고 생각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역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담이지만 사람의 눈에 지금보다 중심와가 더욱 컸다면 하나의 그림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놓치지않고 전체적으로 가장높은 해상도로 볼수 있지않을까 생각할수 있는데요. 중심와가 지금보다 더욱크다면 사람의 뇌는 지금의 뇌보다 몇배는 더 커진다고 합니다. 현재상태의 사람의 뇌크기와 시각은 진화과정에서 환경에 가장적합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형태를 갖춰왔다고 하죠.

2019-06-19 11:15:10

본문의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소리입니다.

 

스피커 말고 이어폰으로 들으셔야 효과가 제대로 느껴집니다. 

 

눈 감고 들어보시면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성냥갑을 흔드는 소리를 느끼실 수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S4_E19_5z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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