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규범에 목을 맬 필요는 없습니다.
게시글에 있는 수고하셨습니다. 글을 보니 떠오르는 일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글로 남겨보려합니다.
저는 국어국문을 전공하고있는 학생인데도 맞춤법이나 언어 규범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머잖은 시기 전공 교수님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국문과 교수로 계시면 규범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언어가 아무래도 많이 신경이 쓰이시진 않으신지요.'
교수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언어는 항상 환경에 맞춰 변해왔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으니 너무 뻣뻣할 필요 없다. 어제는 오답이던게 오늘은 정답이 될 수도 있는게 언어다. 그러니 너(저를 지칭합니다)도 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은채로 어줍잖게 잘난척하다가 망신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거라'
과도기라는게 막상 겪고있는 사람들은 자각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게다가 언어의 변동이란게 언젠가 끝이 보이는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너무 뻣뻣할 필요 없다는 교수님이 말이 개인적으론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저도 자장면을 짜장면이라 하는 자를 매국노 취급하며 나무라던 때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짜장면과 자장면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을 받은 상태죠.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게 중요한 줄 알고 이런 저런 이유를 가져다가 언어규범이 바로 서야만 한다고, 주변 사람들을 계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가 왜 짜장면은 안되냐고 맞받아치면?
'임마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이 맞다고 하는데 토를달아 달기는!'
제 교수님의 답변과 비교되는 0점짜리 대답입니다.
굳이 짜장면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알고 있는 맞춤법이나 표준어 지식을 토대로
A가 아니라 B라고 해야지~ 하고 말한 경험이 있는 분이 상당수 있으실겁니다.
어법, 어문 규범은 절대진리가 아니라는 걸 많은 분들이 인식하시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저나 제 교수님이 생각이 정답이니까 따르라는 말이아니라.
이런식으로 세상을 보면 한결 편해진다는 걸 겪어보고 드리는 일종의 삶의 노하우 공유랄까요.
마지막으로 국문학도스러운 소리를 하나 해보자면
세종대왕님이 기존 규범에 집착하시는 분이었다면 한자를 두고 한글을 창제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보통 언어규범이 문란해지면 '세종대왕님이 뭐라 생각하시겠냐' 라는 표현을 많이쓰는데
물론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잡아놓고 이를 너무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는 권장할 만 하죠.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한 언어가, '수고하셨습니다'가
가지고 있는 사전 속 정의와 국어원의 가이드라인에 사로잡혀 언어 속 숨어있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그것이 세종대왕님이 얼굴을 찌푸리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격식보다는 사람의 의도가 우선되어야 하니까요.
잔소리는 그만하고 졸필은 이만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장황한 글을 남기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보려는데 이런 경우 목을 메다가 맞는지 매다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국립국어원에 검색했습니다. 저는 참 모순적인 인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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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습니다. 동의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