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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규범에 목을 맬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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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25:50

게시글에 있는 수고하셨습니다. 글을 보니 떠오르는 일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글로 남겨보려합니다.

 

저는 국어국문을 전공하고있는 학생인데도 맞춤법이나 언어 규범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머잖은 시기 전공 교수님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 국문과 교수로 계시면 규범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언어가 아무래도 많이 신경이 쓰이시진 않으신지요.'

 

교수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언어는 항상 환경에 맞춰 변해왔고 지금도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으니 너무 뻣뻣할 필요 없다. 어제는 오답이던게 오늘은 정답이 될 수도 있는게 언어다. 그러니 너(저를 지칭합니다)도 공부를 꾸준히 하지 않은채로 어줍잖게 잘난척하다가 망신당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거라'


과도기라는게 막상 겪고있는 사람들은 자각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게다가 언어의 변동이란게 언젠가 끝이 보이는 일도 아니고요. 그래서 너무 뻣뻣할 필요 없다는 교수님이 말이 개인적으론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저도 자장면을 짜장면이라 하는 자를 매국노 취급하며 나무라던 때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짜장면과 자장면이 복수 표준어로 인정을 받은 상태죠. 하지만 당시의 저는 그게 중요한 줄 알고 이런 저런 이유를 가져다가 언어규범이 바로 서야만 한다고, 주변 사람들을 계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가 왜 짜장면은 안되냐고 맞받아치면?

 

'임마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이 맞다고 하는데 토를달아 달기는!'

제 교수님의 답변과 비교되는 0점짜리 대답입니다.

 

굳이 짜장면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알고 있는 맞춤법이나 표준어 지식을 토대로

A가 아니라 B라고 해야지~ 하고 말한 경험이 있는 분이 상당수 있으실겁니다.

 

 

어법, 어문 규범은 절대진리가 아니라는 걸 많은 분들이 인식하시면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저나 제 교수님이 생각이 정답이니까 따르라는 말이아니라.

이런식으로 세상을 보면 한결 편해진다는 걸 겪어보고 드리는 일종의 삶의 노하우 공유랄까요.

 

 

 

마지막으로 국문학도스러운 소리를 하나 해보자면

세종대왕님이 기존 규범에 집착하시는 분이었다면 한자를 두고 한글을 창제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보통 언어규범이 문란해지면 '세종대왕님이 뭐라 생각하시겠냐' 라는 표현을 많이쓰는데

물론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잡아놓고 이를 너무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는 권장할 만 하죠.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한 언어가, '수고하셨습니다'가

가지고 있는 사전 속 정의와 국어원의 가이드라인에 사로잡혀 언어 속 숨어있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그것이 세종대왕님이 얼굴을 찌푸리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격식보다는 사람의 의도가 우선되어야 하니까요.

 

잔소리는 그만하고 졸필은 이만 줄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생각도 있구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장황한 글을 남기고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보려는데 이런 경우 목을 메다가 맞는지 매다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서 국립국어원에 검색했습니다. 저는 참 모순적인 인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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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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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19:57

잘 봤습니다.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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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21:27

제가 쓴 댓글과 정확히 일치하네요. 흐흐. 저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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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24:27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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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25:40

말속에 담긴 말한이의 따뜻한 마음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같습니다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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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25:38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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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27:45

'이런식으로 세상을 보면 한결 편해진다는 걸 겪어보고 드리는 일종의 삶의 노하우'
이 말 좋아요!

조금 내려놓거나 물러서면 편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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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35:05

p.s를 읽고 나서 구태여 적는 것이니 되도록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마가 표준어입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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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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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37:38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소위 이야기하는 표준어는 언어가 너무 엇나가지 않게하는 느슨한 울타리역할만 하면 그만이죠.

저는 그 "행복하길 바라(바래X)" 이거 언제쯤 표준어가 바뀔지 궁금합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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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46:32

중고세탁기님의 글을 보니 생각난 이야기입니다. 타인에 대한 맞춤법 지적과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대중적으로 많이들 헷갈려 하는 말들

예를 들면 말씀해주신 것과 같이 바라/바래, 되서/되어서 같은 것들 말이죠.

 

이런 예를 구어체에서(누가봐도 부자연스러움에도) 사용하여

스스로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고 혼자 씩 뿌듯해하는것.

 

수많은 국문학도들이 가지고 있는 은밀하고 변태적인 취미입니다. 물론 저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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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0:58:00

전 바라가 표준말인지 인지하고 있음에도 바래를 씁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너무 어색해요.
'바람' '바램'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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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9:42:29

공감합니다.

특히 '바라', '바래'가 참 애매하죠

종결어미로 사용할때

문법상 '바라'가 맞지만 '바래'가 어감상 더 어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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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7:42:08

뜬금없지만 전 이게 가끔 궁금하던데,
~를 원하다->~를 원해
~를 기원하다->~를 기원해
이렇게 되는데
왜 ~를 바라다는 ~를 바'라'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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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13:49:21

동사 어간 하~ 뒤에는 항상 어미 ~여 가 오는데요 그게 줄어지면 항상 '해'가 됩니다유 근데 동사 어간 바라~는 어미 ~여 가 아닌 어미 ~아 와 결합하므로 '바라아'가 되는데 여기서 동일모음인 'ㅏ'가 탈락하면서 '바라'가 되는거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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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17:15:17

아하 어미 차이였군요
이 답글보고 과거형 생각해보니 바로 이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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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9:58:14

이거요 이거. 저도 이거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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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42:54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한 언어가, '수고하셨습니다'가 가지고 있는 사전 속 정의와 국어원의 가이드라인에 사로잡혀 언어 속 숨어있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그것이 세종대왕님이 얼굴을 찌푸리실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격식보다는 사람의 의도가 우선되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이 너무 와닿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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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46:07

전공자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져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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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0:54:21

정말 공감가는 이야기를 잘 써주셨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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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01:28:53

조금 다른 의견이지만, 저희 교수님은 국립국어원부터 영향력 있는 국어학자들을 많이 비판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지금의 한글맞춤법은 오류가 너무 많고 예외는 끝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것들이 없을 순 없으나, 논란이 되는 것들을 수정해나갈 의지와 추진력이 없어 시대 발전과 비교해 너무나 뒤쳐져 비효율적이다라는 게 골자였습니다.

좋은 교수님을 두셨네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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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3:02:42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국문과 대학원 나온 사람으로서.. 꼭 복수전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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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6:34:04

아. 좋네요 좋아.
껍데기도 제대로 반듯하게 못이루고 본질마저 퇴색시키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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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6:38:50

저는 글 쓰는 일을 하는데 애매한 걸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면 그들도 모르거나 아직 정해진 게 없거나, 그들의 자료에서도 상충하는 게 은근히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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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8:15:25

국문학과 쪽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확실히 단어선택들이 엄청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을 받아요(긍정적인 방향으로)
근데 다 비슷한 류의 단어들을 쓰는 것도 함정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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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9:15:09

저도 동의하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몇일" 이 한가지 단어만은 이상하게 너무 보기 힘듭니다.  언젠가 몇일도 며칠과 같이 병행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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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09:26:25

정말 한국어는 대단한거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지닌 언어이고, 나름 단일민족이 사용한 언어인데도.. 아직도 표현이 방대하고 배워야할 것들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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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6-11 12:53:38

세종대왕님이 기존 규범에 집착하시는 분이었다면 한자를 두고 한글을 창제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겁니다.

이 말 참 좋네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블로그나 매냐에 글 쓸 때만은 꾸준히 짜장면으로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또 공식적인 자리나 내가 의도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모르고 쓴다고 오해받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자장면이라고 쓰고 되게 불편해했었죠. 이게 편해져서 참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표준어가 아니지만 주꾸미라고 안 쓰고 쭈꾸미라고 쓰고 있습니다. '~바래'도 바라라고 안 쓰고 바래라고 쓰곤 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종의 불만 표출 행위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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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16:02:25

너무 좋은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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