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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트랜지스터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한국인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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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01:47:04

요즘 매니아에서 많이 언급되는 CPU, D램, 낸드플래시는 물론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핵심은 집적 회로(IC)의 소자로 사용되고 있는 트랜지스터입니다. 트랜지스터는 증폭기, 논리 회로, 스위치의 역할을 수행하며 20세기 전자혁명은 물론 21세기 디지털 정보화 혁명을 이끈 주역입니다. 20세기 중반 트렌지스터의 탄생과 발전을 선도한 곳은 미국 뉴저지 주의 벨 연구소인데, 이에 대해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어 학문적인 디테일을 생략한 채 매니아에 소개합니다.

 

1910년 런던에서 태어난 미국인 윌리엄 쇼클리는 26살인 1936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벨 연구소에 취직한 후 줄곧 진공관을 대체할 발명품의 개발을 시도했는데, 그 해답이 반도체 원소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1940년대 초반 반도체 프로젝트 책임자가 된 쇼클리는 전기장 효과를 이용해서 2년 동안 그 연구에 매달리다 실패를 거듭한 후 해당 과제를 자신이 이끄는 팀의 부하인 존 바딘(John Bardeen)과 월터 브래튼(Walter Brattain)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바딘이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브래튼은 그것을 실현시키는 방식으로 이 두 사람은 게르마늄(저마늄)을 사용해 벨 연구소 기적의 달이라 불리는 1947년 12월에 세계 최초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딘과 브래튼이 만든 트랜지스터는 한쪽에서 전류가 적게 흘러도 다른 쪽에서 많은 전류가 흐르게 하는 증폭 작용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세 발 달린 반도체라는 별명처럼 트랜지스터는 3개의 반도체가 접합된 전자 부품입니다. 바딘과 브래튼의 연구는 이듬해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에 실렸는데, 논문이라기 보다는 레터에 가까워서 두개의 그림을 포함해 1페이지 남짓의 분량에 참고문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논문의 내용은 입력 대비 100배의 출력을 얻은 트랜지스터 효과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연구결과였습니다. 아래는 해당 논문의 도입부입니다.

 

 

 그런데 연구팀장인 쇼클리는 바딘과 브래튼의 연구가 전기장 효과를 이용하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기반 한 것이었기에 발명의 업적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의 후속연구를 가로챘습니다. 게다가 쇼클리는 두 사람을 접합 트랜지스터 연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바딘은 결국 반도체 연구를 포기하고 사직한 후 일리노이 대학의 교수 자리를 얻었고, 브래튼은 쇼클리와 함께 일하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 이후 쇼클리는 2세대 게르마늄 트렌지스터를 자신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려 했으나 다른 공학자들은 차츰 값이 싸고 전기적 성질이 보다 우수한 실리콘 반도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시대를 열었고 1960년대까지의 반도체 산업은 거의 전적으로 게르마늄에 의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실리콘에게 그 자리를 완전히 빼앗기고 현재는 광섬유 통신과 적외선 광학 분야에 주로 사용됩니다. 어쨌든 쇼클리는 바딘, 브래튼과 함께 1958년에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쇼클리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이유는 그의 주장처럼 전기장 효과의 아이디어가 그의 작품이기도 했고, 바딘과 브래튼에게서 후속 연구를 가로채서 1951년 접합 트랜지스터(BJT)를 발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바딘과 브래튼의 발명품은 접점 트랜지스터(PCT)였는데, 그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던 1958년에는 쇼클리의 BJT가 트랜지스터의 대세였습니다. 

 

당시 쇼클리는 벨 연구소를 사직하고 베크만 인스트루먼트에서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Shockley Semiconductor Laboratory)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쇼클리는 그곳에서 MIT 물리학박사인 밥 노이스(Bob Noyce), 칼텍에서 화학을 전공한 고든 무어(Gordon Moore, 무어의 법칙으로 잘 알려짐), 진 호애르니, 진 클라이너 등 각 분야 최고의 20대 박사들을 영입하여 드림팀을 구성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쇼클리가 노벨상을 받기 전해인 1957년 말에 쇼클리의 반도체 연구소에 있던 핵심 연구원 8명이 쇼클리의 독선에 질려 회사를 그만두고 페어차일드사로 옮겨서 반도체 사업부를 만들었습니다. 쇼클리는 이들을 '배신자 8인'이라고 부르며 진노했습니다. 이들 8인의 배신자 중에는 밥 노이스와 고든 무어는 훗날 인텔을 창업했습니다. 인텔뿐 아니라 내셔널 세미컨덕터와 AMD도 페어차일드에서 파생된 회사이고, 이 기업들은 선배 기업인 휴렛 패커드와 더불어 실리콘 밸리의 탄생의 주역입니다.


다시 트랜지스터 이야기로 돌아가면 트렌지스터는 이전에 증폭기 역할을 했던 진공관과 유사한 원리를 가졌지만 여러 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진공관은 필라멘트의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에 소모적인 반면에 트랜지스터는 반영구적입니다. 그리고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부피가 훨씬 작을 뿐 아니라 갈수록 소형화 되면서도 성능이 우수해질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진공관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탄생 이후 트랜지스터는 발전을 거듭해 현재 오디오 기기를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에서 진공관을 완벽히 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에 널리 사용되는 트랜지스터는 바딘-브래튼의 접점형이나 쇼클리의 접합형이 아니라 모스펫(MOSFET,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이라 불리는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로, 모스펫은 현대 집적회로의 핵심소자입니다. 바딘 브래튼의 PCT나 쇼클리의 BJT는 발명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지만 제조가 까다롭고 전력소비가 크기 때문에 집적도가 낮고 대량생산이 쉽지 않은 분명한 한계점이 있었습니다. 모스펫 역시 벨 연구소에서 1959년에 탄생했습니다. 모스펫의 발명은 반도체 사업은 비약적으로 발전시켰고, 1990년대 이후 IT 혁명을 이끌었습니다. 현재 대량생산되는 거의 모든 반도체가 모스펫을 기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모스펫을 개발한 사람이 한국인 강대원 박사라는 점입니다.

 

 

 

1931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대원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가 OSU에서 박사를 마친 후 벨 연구소에 취직하여 그곳에서 모스펫과 플로팅 게이트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낸드플래시의 기초인 플로팅 게이트는 메모리칩에 정보를 저장하고 삭제하고 다시 저장하는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현재 전 세계가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술이 강대원 박사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강대원 박사는 61살이던 1992년 5월 학술 세미나를 마치고 뉴저지 공항에 도착한 직후 대동맥류 파열이 일어나 타계했습니다.

 

그의 사후 17년이 지난 2009년 트랜지스터 발명 60주년을 기념해 강대원 박사는 에디슨과 라이트 형제, 노벨 등이 이름을 올린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되었습니다. 또 미국 컴퓨터역사 박물관에도 그의 이름은 올라와 있으며 미국의 전자공학 교과서에도 그의 이름이 실리고 있습니다. 강대원 박사는 학부를 마치고 계속 미국에서만 활동해 오히려 국내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덜 알려진 분입니다. 아주 최근인 2017년부터 국내 반도체 학회에서 강대원상이 제정되었습니다.


한편 쇼클리에게 질려서 반도체 연구를 때려치고 일리노이 대학으로 옮긴 존 바딘 교수는 벨 연구소에 입사하기 전에 자신의 주 관심사였던 초전도 이론에 대해 연구를 재개했습니다. 위스콘신의 매디슨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바딘 교수는 물리학계의 슈퍼스타들인 입자물리학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이론 고체물리학자였습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물리학계는 존경을 받는 순서가 있었는데, 양전닝, 파인만, 겔만, 와인버그, 글래쇼, 콜먼, 난부 등 자연의 근본적인 힘과 입자의 이론을 연구하는 입자물리학자들은 트랜지스터의 발견을 이끌어 전자시대의 문을 연 바딘 같은 학자도 무시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동안 파인만 같은 선도적 입자물리학자들이 초전도 현상을 양자역학의 이론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바딘은 일리노이 대학에서 자신의 제자 슈피러, 자신의 포닥 쿠퍼와 함께 초전도 현상 규명에 성공했습니다. 존 바딘 교수는 1957년 쿠퍼 및 슈리퍼와 함께 초전도 표준이론인 BCS 이론을 유도해 초전도 현상을 해명한 업적으로 1972년 또다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촌뜨기 고체물리학자 존 바딘은 지금까지 노벨 물리학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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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05-26 02:54:10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전혀 몰랐던 사실이네요

2019-05-26 05:09:15

잘 읽었습니다. 학부 때 수업 생각나네요 

1
2019-05-26 06:30:57

전공분야라 제목만 보고 바로 mosfet 내용인 줄 알았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9-05-26 08:33:38

반도체 전공하게 되면 모를 수가 없는 강대원 박사님이시네요!! 베일리님의 글솜씨까지 어우러져서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2019-05-26 09:01:48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19-05-26 09:56:35

전공이기도하고 현재 밥벌이 수단이라 그런지 제목만 보고도 바로 감이 왔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2019-05-26 11:21:02

저는 왜 트랜지션의 아버지 라고 읽은거죠
게토레이영감님이 나올런지 누가 나올런지 기대하며 누른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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