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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종류의 고대 동물들이 호박에 갇힌 채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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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10:44

호박(琥珀, Amber)은 소나무나 전나무 등의 수액인 송진이 땅 속에 파묻혀서 수소, 탄소 등과 결합해 화석으로 변한 광물입니다. 원재료가 송진이다 보니 호박에는 고대 모기, 거미, , 개미 등 숲속의 벌레들이 갇힌 채 발견되곤 합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저널인 국립과학원회보(PNAS) 20195월호에는 40종 이상의 고대 지상과 바다 생물이 같혀 있는 9900만년 전의 호박을 연구한 결과가 실렸습니다.

 

 

 중국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NIGPAS)는 버마에서 발견된 호박을 마이크로 CT를 이용해 3차원 고해상도 이미지로 분석한 결과 그 안에 갇힌 40종의 고대 생물 중에는 진드기, 거미, 노래기, 바퀴벌레, 딱정벌레, 파리, 모기, 말벌 등의 지상생물과 함께 소라, 암모나이트, 갯강구 등의 바다생물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3.3cm 길이의 암모나이트입니다. 암모나이트는 중생대에 번성했던 해양생물로 수많은 화석이 흔하게 존재하지만, 호박 속에서 암모나이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암모나이트는 약 9900만년 전인 백악기 알비세에 살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바다생물이 호박에서 발견된 이유에 대한 연구진은 9900만년 전에 송진을 내는 나무가 해변에 자라고 있었는데, 나무에 붙어 있던 여러 종류의 벌레들이 흘러내리는 송진에 갇히고 이 송진이 나무 아래로 흘러내리며 근처에 있던 다른 지상 생물과 해변의 소라와 암모나이트까지 함께 가둔 후 땅 속에 묻힌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제시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역대급의 호박으로부터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과 영화 쥬라기공원처럼 공룡의 복제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 일반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쥬라기공원에서 설명한 것처럼 호박은 탄수화물 고분자로서 DNA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호박 속 흡혈곤충의 내장에 들어 있는 피에서 생물의 DNA를 분리한다는 아이디어는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습니다. 쥬라기공원에서는 고대 호박 속 모기에서 추출한 공룡의 피에서 개별 공룡의 DNA를 분리합니다. 그리고 양서류의 DNA와 결합하여 공룡의 알을 만들어 새끼 공룡을 부화시킵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나 소설처럼 그 과정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만일 모기의 내장 속에서 극소량이라도 순수한 랩터의 피를 추출하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으로 DNA를 대량으로 복제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사용하면 미량인 DNA시료에서 목표로 하는 특정영역의 DNA를 수십만 배로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박 속에 갇힌 모기로부터 순수한 랩터의 DNA를 분리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모기의 내장에 있는 피에는 랩터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 있어서 이를 종류별로 분리해 내는 것은 어려운 정도를 넘어서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일 개별 공룡이나 생물들의 DNA를 분리해 내어 각각의 공룡들의 게놈 시퀀싱(DNA염기서열 정보의 해독)에 성공한다면 고대 동물 복제의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긴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갈길 이 여전히 너무나도 멉니다. DNA는 공룡의 개체를 만들어 내는 반쪽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80년전에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늑대는 허리 부분에 호랑이의 줄무늬와 비슷한 무늬가 있어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라고도 불리는데 과학자들은 근래에 태즈메이니아 늑대의 게놈 시퀀싱에 성공해 이들의 유전자 청사진을 제작했음에도 아직 복제에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태즈메이니아 늑대와 유전적으로 충분히 비슷한 동물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태즈메이니아 늑대가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부터 약 1만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mammoth)의 시체는 시베리아와 남극에 냉동되어 보존된 것들이 많습니다. 이들로부터 매머드를 복제하려는 시도는 호박의 모기에서 공룡을 복제하는 것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쉬울 것입니다. 근래에 많은 학자들이 매머드 복제 연구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외출해야 해서 급히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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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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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16:58

거의 1억년전 생명체들의 모습을 저렇게 또렷하게 볼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하네요. 알면 알수록 과학은 신비로운 것 투성이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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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19:57

엄청난 가치를 지닌 호박이군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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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2 12:27:47

시퀀싱 기술이 발달해 나감에 따라서 앞으로 복제 영역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Sanger sequencing 으로 대표되는 1세대 시퀀싱에서 illumina 의 2세대 넘어오는것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것 같은데, 2세대 시퀀싱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건 정말 순식간인것 같네요. 앞으론 어떤식으로 발전이 되어 나갈지 참 기대됩니다.

1
2019-05-22 12:36:30

 암모나이트가 갇히게 된 시나리오가 재밌네요. 정말 극악의 확률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9-05-22 12:46:50

 와 굉장하네요

2019-05-22 12:53:20

맘모쓰!!! 맘모쓰 보고싶네요

2019-05-22 15:40:58

 막줄 핵심....

과금 얼마하면 미리보기 가능할까여...?

1
2019-05-22 21:37:30

복제와 윤리의 문제는 과연 어떻게 해결될지...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됩니다.
황모 전 교수님이 돈을 받고 죽은 개를 복제해준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그건 과거 동물 복제에 비해 쉬운일이겠지요.

Updated at 2019-05-22 23:31:56

똑같은 동물을 복제한다 한들 이전에 함께 했던 추억들이 없는 상태라면 공허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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